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

2008년 4월 8일 03시 04분 등록
저자 소개: 이은남

서울 종갓집 장손의 외아들이 딸만 일곱을 낳았는데 그 중의 셋째 딸로 자라났다. 몽상과 독서가 특기였지만 문학보다 현실을 택하고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오년 반을 근무했다. 이후 지상에 안착하는 도중, 멀미를 느끼고 미련 없이 한국 생활을 정리, 88올림픽이 열리던 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과학적으로 규명해 보겠다고 와세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물론 대답은 꽝이었다. 졸업 후 Sanyo에 입사하여 일본에서 삼 년 근무, 2008년 삼월까지 공조사업부문의 한국사무소 소장을 지냈다.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3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노는 일 찾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어를 매개로 현재까지 살아왔지만 앞으로 다시 일본어로 먹고 살 생각은 없다며 남 모르게 작가로 가는 길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배우고 느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데 몹시 게을러 주변에서 믿지 않지만, 한다면 하는 성격으로 언젠가는 일을 저지를 요소가 다분한 사람이다.

앞으로 한 2년은 독서와 습작에 무게를 두고 통찰과 해학이 넘치는 글을 한번 써 보겠노라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게 나타나면 즉시 방향을 틀 위험도 있어 보인다.
현재 싱글이며 눈이 안 보이고 앞니도 빠진 13 살 된 늙은 고양이의 수발을 들며 살고 있다. 고양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건 거꾸로 내가 할 소리라는 말씀이었다.

주제: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

현재 나는 구본형 변화 경영 연구소의 연구원 3기로 딱 이 책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책이던 쓰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한 상황이다. 졸업을 하지 못하면 좋아하는 선생님과 연구원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진다. 평생 살면서 제대로 통한다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는데 게으름 피우다 어느 날 저 스스로 물러날 것 같기에 이거 큰 일이다 어떻게든 한번 써봐야겠다 하는 생각에 허겁지겁 붓을 들었다.

고양이를 주제로 잡은 이유는 녀석을 가지고 몇 번 그럴듯한 “구라”를 풀었고 그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신 것이 무엇보다도 작용했다. 현재 나는 테리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 고양이와 8년째 같이 살고 있다. 테리는 우리식구이며 친구이며 또한 전우이다.
사랑하는 대상의 존재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Only you”라는 희한한 필터를 끼워준다. 내게 그 필터는 고양이였고 현재 내 사랑은 노화 현상을 경험 중이다. 갑작스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는 한 아마 그가 이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될 것이다.

평생 방 안에서 살아온 가여운 그를 바깥 세상의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고 내 곁에 머무는 동안 책을 완성해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어떤 주제보다 빨리 써야 한다는 이유는 그의 나이가 아주 빨리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겐 인간의 한 살이 6살이다.
또한 녀석들에 대해 오로지 한 가지 시선만 가진 이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인간과 비슷한 동물인지, 남편이나 마누라보다 어떻게 더 나은지 내 식대로 그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제목: 고양이의 배꼽

이 제목은 마이클 심스의 “아담의 배꼽”이란 책 제목에서 따 왔다. 인간의 배꼽과는 달리 고양이의 배꼽은 육안으로 잘 구별되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책을 읽다가 녀석의 그것이 궁금해지는 바람에 낮잠을 자던 그의 배를 있는 대로 헤집어 보았지만 하얀 털로 뒤덮인 배에는 인간의 배꼽과 같은 확실한 흔적이 없다. 그러나 포유류임에 틀림없는지라 동물 병원의 의사에게 정확한 위치를 물어봤더니 털을 밀어야 가까스로 보인다는 말씀이셨다.

이렇게 있는 데도 보이지 않는 고양이 배꼽 탐험은 의외로 재미있는 생각을 낳았다. 삶이란 실은 그러려니 하며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살지만 그것은 가끔 우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귀신 같은 재주를 지녔다. 우리는 누구나가 믿는 도끼에 발등도 찍혔을 것이며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에게 기만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 우리는 심연의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언밸런스한 욕망에서 허둥대기도 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배꼽이란 제목은 아담의 배꼽을 패러디 하긴 했지만 그러면서 어쩜 내가 쓰고자 하는 메시지와 일치한다는 생각에 이 제목으로 정하였다. 알면서 무심코 지나갔던 간지럼 태워 달라는 감정들과 무의식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의 그것들을 슬슬 건드려 볼 작정이기 때문이다.


서문:

"인간에게 가장 민감한 성감대는 어디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략 난감이란 표정을 짓는다. 어찌 보자면 질문이 지나치게 신랄하니 순간 당황하며 뭔진 몰라도 즉시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상대의 얼굴 색은 전혀 관심 없는 듯 손가락을 들어 머리 쪽을 가리키며 “그건 바로 뇌이지요.”
눈치 보던 이들은 한숨 돌렸다는 안도의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질문이나 화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타입이다. 그리곤 이성적으로 추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몇 초 사이에 그 답까지 쏜살같이 내뱉어 상대의 혼을 빼는 게 주특기이다. 시간차를 두지 않고 자문자답 해 버리곤 깔깔거리는 그녀 앞에서 사람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다가 따라 웃는다. 그러다 또 다시 툭 하고 내뱉기 시작하면 다시 긴장과 유머모드 돌입이다.

분위기가 일단 그렇게 흘러가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재미 또한 쏠쏠한지라 엉덩이에는 강력접착제가 자동 살포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제왕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제국의 성립은 스스로 신하가 된 자들의 덕택이다. 열광하는 자들은 자발적이다. 물론 그 열광 뒤로 이어지는 기대감이나 허탈감 또한 그들의 몫이다. 제왕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고양이에게 열광한다.
2001년이 시작되는 어느 겨울, 내게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나의 헝크러진 서식지는 그의 귀를 쫑긋 세우게 했고 이곳 저곳의 구석들은 녀석의 눈과 코를 집중시켰다. 그가 어쩜 매력 있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불현듯 떠오른 어떤 기억에 근거한다. 엄마는 항상 나의 방을 가리켜 파리의 자손들이 나올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래 인간이 아니라면 혹시 맘에 들어 할지도.. 하는 생각으로 그에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고양이는 소리 없이 집안을 한 바퀴를 돌아보고 와선 천천히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고요했으며 선한 눈망울은 기품으로 넘치고 있었다. 동시에 가히 동물이 살만한 곳에 어떻게 인간이 살고 있느냐 하는 표정 같기도 했지만 나는 후자의 시선은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기품만을 접수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를 올려다 본 순간 내 안의 신하 본능이 일제히 기립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미 그가 제왕으로 등극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후 8년이 지났다. 제국은 굳건해졌다. 인간의 그것이 때때로 쿠데타를 동반한다면 우리의 제국은 늘 평화로움 그 자체라는 것이 경이롭다. 제왕은 한결 같은 사랑과 믿음으로 지배했으며 신하 또한 천직으로 여기며 섬겼다. 가끔 신하가 제왕을 외롭게 하기도 했으나 어진 그는 신하에게 똑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또 가끔 신하가 술을 마시고 제왕의 몸을 힘들게 했으나 이 역시 그는 절대 신하에게 난폭하게 굴지 않았다. 마치 세상을 초월한 듯 한결같이 자신의 위치에서 신하를 바라볼 뿐이었다.
늦게 철이 든 신하가 어느 날 제왕을 찬찬히 올려다 보았다. 이미 시력을 잃은 눈으로 아래쪽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어느덧 노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울컥하는 신하는 이제 비로소 현실을 통감했다. 그리고 제왕이 가르쳐 온 진리를 기억하고자 애쓰고 있다.

제왕은 결코 이즘이나 주의에 흔들리지 않았다. 돈벌이에 급급해 하지도 않았다. 설사 영어를 몰라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언어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외롭다고 함부로 중독성 물질을 가까이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그가 유일하게 매일 수련하는 게 있다면 몸단장과 요가 정도일까. 겨우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법을 알았던 그는 즐거우면 그것을 감추지 않았고 상대에게 표현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또 언제나 솔직하게 애정을 고백하고 겸허히 사랑을 구하는 용기도 지녔다. 어디 그 뿐인가? 그 스스로의 몸짓으로 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의 철학을 온몸으로 강의해 주는 훌륭한 선생이기도 했다.

철학을 하시는 제왕 덕에 수랏간 전담 상궁은 이제 서기직도 겸임하고자 한다. 이 역시 충성도 높은 신하의 선택이다. 누구의 강요도 개입되지 않은 자발적 의지로 순전히 열광하는 자들이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신하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있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빽빽한 건물로 들어선 테헤란로를 걷다가 문득 들은 생각이다. 그런 순간에는 잠시 눈을 감고 이 땅에 살았을 생명체들과 그들이 마음껏 뛰어 놀았을 과거를 떠 올리며 그들의 행방이 버럭 궁금해지기까지하다. 그러다 어느 귀퉁이에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생명들을 발견하게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의 뒤를 쫓곤 한다. 어딘가에서 면면히 목숨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도시는 그들의 서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곳에 있었던 동물과 식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은 그간 내 곁에서 큰 맘 먹고 나를 봐 주고 있는 고양이 테리와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수줍음 많은 그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그 녀석들이 얼마나 엉뚱한 지, 또 어떻게 사랑스러운지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바꾸어주는 그런 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는 녀석을 빙자해 인간들의 삶을 기웃거릴 것이며, 대놓고 들이대는 면구스러움을 모면하고자 고양이를 전면에 내걸 뿐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타인과 “다름”에 대해 불일치를 겪고 그로 인해 상처 받기 일쑤이다. 인간은 포유류에 속하면서도 같은 과의 그것들과는 완전하게 구별되고 있다. 또 우리는 가끔 우리 자신이 동물이란 점을 잊고 산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동물이라 불리는 것들과의 공통점은 무엇이며 우리의 다른 점은 또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인간으로서 정말 행복할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과 고양이의 구별보다는 그 차이에 대한 인식을 통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과 소통하게 되는 행복한 우리들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나의 고양이 테리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가끔 다른 고양이들도 등장한다. 유명하거나 특별하거나 괴짜인 고양이들에게 특별 출연을 부탁해 두었다. 그리고 늘 나를 설레이게 만드는 그들의 외모 묘사는 아주 자세하고도 엉뚱하게 그려질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아주 힘들었지만 기꺼이 동물 해부학 책을 펼칠 용기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모든 생명들이 추구하는 본능적인 즐거움도 살짝 언급될 것이다. 그래서 쓰는 이나 읽는 이나 때때로 창자가 뒤집히면 어떻게 되는 지 우리들의 내부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너와 나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 어떻게 이해와 사랑으로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웃게 될 것이며 그들의 그녀,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녀석들을 경원했던 분이었다면 어느 날 거리에서 맞닥뜨린 그들에게 찡긋 윙크를 보내는 엉뚱한 사람으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의 변모가 두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만약 인생의 행복 경계선을 조금 더 확장 시킬 의사가 있다면 이 책이 어쩌면 그 영역을 약간은 넓혀주게 될런지도 모른다.


목차

1부: 그들은 누구인가?

나와의 공통점
너와 다른 점
신화 속에서 본 고양이
문학 속에 본 고양이
동거 고백 (우리 식구 테리 소개)

2부: 그의 외모에 홀딱 빠지다.

수염





발톱

꼬리
등등

3부: 그들이 노는 법

먹는 것에 목숨 걸다
고양이의 사랑
그가 화났다
반갑다, 너도 방귀를 끼는구나
마이크를 들이대다
주인을 닮아간다
녀석의 눈물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4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여자

엄마란 소리를 듣다
우리 주인은 이래요.
아무로 모르는 그녀의 비밀
내 꼭 살아서 돌아오리
그에게 먼저 고백하다
철 없는 주인땜에
결혼시켜 줄걸
녀석은 최고의 카운셀러
그래도 그녀가 좋아

프롤로그


샘플글 1 [동거 고백] 2004년 작성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지만 오늘 나는 큰 맘먹고 그 와의 동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린 4년 전 겨울, 내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
아주 추웠던 겨울 어느 날,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온 그는 나와의 첫 대면에서 몹시 떨고 있었고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
나 역시 그 당시 어린 총각이란 말과 이성에 대한 낯가림으로 그 와의 만남이 몹시 긴장되고 어색했지만 친구가 열심히 분위기 잡아주는 덕택에 우린 조금씩 서로에게 긴장을 풀며 인사를 나누었다.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렇게까지 긴 만남과 급기야는 동거로까지 진전할 줄 그 때는 몰랐었다.
필이 꼽힌다는 것,
비로서 사람들이 말하는 꽁깍지를 난 그때 비로서 실감했다고나 할까?
나중에 들으니 그도 나와 똑같은 느낌이었다고 고백했고 우린 두 번째 만남에서 속전속결로 소위 말하는 만리장성을 쌓아 버리고 말았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맛 보는 행복인가?
사랑하는 감정으로 충만된 만남.
사랑의 확인 사살.
우린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 그대로 서로에게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 운명이라 믿는 사랑 앞에서 우린 그저 거대한 흐름에 가녀린 몸을 맡긴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러던 어느 날 행동거지가 수상한 딸의 낌새에 엄마의 닦달이 시작되었고 난 모든 사실을 고백하게 된다.

엄마의 길길 펄펄.
한 번만 만나달라는 내 애원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엄마는 무조건적인 적개심을 가지고 그를 싫어했다.

사실 그는 백수에 병까지 앓고 있었고 평생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이 내게는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돈은 내가 벌면 된다. 내가 그를 버린다면 그에게 죽으라 하는 것과 같은 거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낼 것이다.
그를 내 공간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하고 몰래 하는 사랑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는 그러한 내게 한결같은 사랑으로 답해 주었다.
내가 쓸쓸할 땐 나를 감싸주고 내가 울면 그도 곁에 와서 같이 울어주었다.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그윽한 눈을 하고 날 바라보는 그.
그 눈길이 너무 애처로워 그를 포옹하고......

혹시 밤이 궁금한 이들에게 살짝 우리의 밤 생활을 조금만 공개한다.
대낮에 이런 글을 쓰자니 민망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에 대해 조금은 보답하고 져......

우리의 패턴은 거의 정해져 있다.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그는 항상 식탁으로 가서 물이나 그 외 약간의 음식을 먹는다.
(내 공간에서 사는 그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수줍음을 많이 타고 몹시 나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라 해서 그것을 존중하기로 했다. 동거에서의 철칙은 상대방과 내가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윽고 그가 다가오는 발소리,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살짝 내 다리부분을 건드리며 내 배위에 그의 몸을 갖다 댄다.
그의 다리무게는 아주 적당하여 근육마사지를 받는 듯한 느낌에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그의 습관 중 하나는 기분이 좋으면 자꾸 내 손에 뽀뽀를 하는 거랑 손을 뻗어 날 긁는 거, 그리고 얼굴을 내 몸에 비벼대는 거, 내 취향과는 틀린 부분도 있지만 그의 사랑표현을 존중해서 웬만하면 나도 같이 즐긴다.
그런데 난 그와의 입맛춤 만큼은 이상하게 거부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몸에 털이 많을뿐더러(그는 안문숙 타입은 아니다) 수염까지 길게 기르고 있어 몹시 간지럽기 때문이다. 아니 가렵다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그의 수염은 멋있긴 하지만 보는 것과 살에 닿는 느낌은 달랐다)
젠틀한 그는 나의 의견을 존중해 우린 서로 키스는 지금껏 안하고 산다.

아 참 그는 또 나와 다른 취향이 있다.
소리다.
지금껏 내가 들었던 사운드가 아닌 아주 독특한 사운드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golgolgolgol......이런 소리다.
첨엔 그가 어디 아픈가 하고 고민했지만 그것은 그가 기분이 최고일 때 내는 소리임을 알았다.
그래서 나도 그와 둘만인 시간엔 나만의 사운드로 그에 화답하기도 한다.

그런데 피곤한 날, 빨리 자고 싶은 날은 그 소리가 엄청 시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 난 가끔 참다 참다 소리지른다.
시끄럿!
분위기 망치는 재수없는 뇬이다.

그가 있어 겨울엔 항상 따뜻했다.
몸이 따뜻한 그는 항상 내 배위에 올라가 잠을 잔다.
내가 잠드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내 배위에 머리를 기대고 눕는 착한 녀석.
문제는 여름이다.
사실 여름엔 얼마나 더운가?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붙어있으면 땀나고 짜증나기도 해서 그의 요구를 번번히 거부한다.
거부당하면 모기장 밖 침대 밑에서 쭈그리고 잔다.
착한 녀석.

이쯤 되면 뭔가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신 분들 계시리라 생각된다.
벌써 감이 오셨다구?

실망하셨나?ㅋㅋㅋ
그렇다.
우리 고양탱이와의 스토리다.

숫총각이라 확신하는 고양이 한 마리랑 동거 중입니다.
눈이 안 보이는 불쌍한 녀석이지요. 올해 8살 됐습니다.
사람들은 그 녀석더러 주인 잘 만났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전 우리 고양탱이가 가끔 저에게 말하는 소릴 듣습니다.
"엄니 나 없었음 워쩔뻔 하셨수?"


샘플 글 2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2007년 작성

나는 왜 동물이 그렇게 좋을까, 사람도 물론 좋지만 동물에 대해서만큼은 애정이 각별하다. 사실 동물뿐만이 아니다. 식물도 그렇고 조류, 어류도 그렇고 하다못해 벌레도 귀엽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 자랐고 늘 그 아이들과 뛰어 놀았었다. 그 조그마한 것들이 살아보겠노라고 콧구멍으로부터 가는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내게는 생명이 있는 것은 사람만큼이나 다 소중하다.

어떻게 인연이 되어 요즘은 고양이 테리와 함께 살지만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이 다 사라진다. 녀석은 사실 그렇게 수다스러운 놈이 아니다. 하루에 딱 몇 마디를 내게 건넨다. 예를 들어, 간식을 줄 시간에 내가 잊고 있는 경우 “간식 줄 시간인데 모하고 있어요?”, 지껀 꼭 챙겨먹는 놈이다. 그리고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내가 멋 적을 지경인데 응가를 하고 나면 꼭 내게 다가와선 “ 내꺼지만 너무 냄새가 심한 거 같아, 빨리 치워줘요.” 은근히 냐옹댄다. “알았어” 하고 부삽으로 퍼내 처리해 주면 멀리서 확인하곤 지 방으로 들어가 털을 핥아대며 몸단장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 정말 아주 심심하면 책을 읽고 있는 내 다리에 볼을 비비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쁜거야? 냐옹” 하며 투정을 한다. 그러면 “엄마, 지금 책 읽잖아. 테리도 혼자 놀아..” 그래도 곁을 떠나지 않고 앉아있는다. 그렇구나,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하며 테리가 좋아하는 내 손을 코 앞에 들이민다. 녀석은 손이 좋은지 그것을 가지고 제 몸을 비비고 핥기도 하고 무거운 궁둥이를 바닥에 대며 자세를 잡고는 내 손을 꼭 껴안고 있는다. 나는 녀석의 배를 만진다. 그럼 다리를 쭈욱 피며 배를 보여준다. 나는 놀면 뭐하냐 하며 장 맛사지를 열심히 해준다. 내일 건강한 똥 눠…

그러다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올라가면 눈도 안 보이는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꼭 침대 옆으로 와선 세상에 그런 애절한 소리가 있던가 하는 것처럼 “ 나도 침대에 올려죠요…네,네,,,,. 미야옹” 하며 옆 모서리를 긁어댄다. 처음엔 “안돼!” 로 밀고 나갔는데 요즘은 그 소리가 하도 처량하여 올려주기로 했다. 나보다 어차피 수명이 짧을 터인데 애정에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자라는 생각이다. 점프도 못하는 녀석이라 늘 누웠다 일어나 놈의 다리를 들어 올려주어야 한다.

침대에 올려 옆에 누이면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는 듯 골골골 소리를 우렁차게 읊어댄다. 요즘은 그 소리가 자장가 소리가 되어 이젠 오히려 내가 잘 때가 되면 테리를 부르게 된다. 녀석은 내가 팔을 뻗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베게 삼아 지 몸을 눕힌다. 그러다 잠드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이 술 먹은 경우가 아니면 거의 내가 팔이 불편해 등을 돌린다. 그럼 녀석은 내 등이 닿는 부분에 살짝 지 몸을 대며 같이 쿨쿨 잠 속으로 빠진다. 그런데 일어나보면 항상 녀석이 없다. 이상하다고 의문이 들어 어느 날 자는 척을 했더니 내가 잠들면 녀석은 내려가 지 방으로 들어가 자는 것이다.

귀여운 녀석, 나를 재워주러 매일 침대로 올라오는구나... 곁에 누우면 수염이 너무 간지러워 뽀뽀는 한 번도 안 해줬는데 녀석은 가끔 내게 뽀뽀를 하려는지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수염이 한 십 센치는 족히 되는 지라 그 거리만큼 가까워지면 내가 기절하고 도망친다. 영국 신사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젠틀멘인 녀석은 절대 강요하지 않으면서 “아, 그러세요?” 하곤 딱 내가 좋아하는 범위까지에서 만족해 주는 것이다.

녀석과의 목욕타임은 또 각별하다. 이렇게 내가 말하는 이유는 그래야 비로소 화장실 대청소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빌딩의 지하에는 스포츠 클럽이 있고 나는 운동은 안 해도 샤워는 하러 내려가기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목욕탕을 쓸 시간이 없다. 녀석의 목욕을 빙자해 비로소 대대적인 화장실 청소가 이루어진다.

녀석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대청소를 하는 낌새가 보이면 그 하얗고 이쁜 배를 지면에 아주 깊게 착지하곤 나의 눈치를 슬슬 살핀다. 내가 아무리 걸레질을 해도 저완 상관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런데 녀석은 안다. 잘못하다간 오늘이 목욕날이구나 하는 것을…., 그래 나는 꼭 테리에게 말을 해 준다. “오늘은 자기가 목욕해야 될 것 같아요....일단 각오를 부탁해요…,,,,” 녀석은 늘 그렇지만 못들은 척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바닥에 밀착하고 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주인은 나오지 않겠다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들고서는 어차피 씻을 몸인데 하며 털 많은 녀석의 몸을 사정없이 볼에 부벼대곤 한다. 목욕탕에 들어가서야 녀석은 세상의 속절없음을 인식하는 듯하다. 체념한 표정으로 목욕 자세를 취한다. 나는 절대로 난폭하게 굴지 않는다. 샤워기의 온도를 적당히 맞추며 “이쁜 테리 오늘 목욕해야지…그치?” 녀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지만 샤워기가 꼬리에서 다리로 가기 시작하면 목을 우아하게 위로 들어 제끼며 “그래 어차피 해야하는 거라면 즐기면서 하리다” 하는 폼새다. 뭔가 아는 놈이다 .

녀석은 익숙한 듯 하다. 나는 아주 빨리 목욕을 시킨다. 더운 물에 어느 정도 털이 익숙해지면 비누를 꺼내어 거품을 낸다. 마지막에 얼굴을 빡빡 문질러 준다. 눈이 매운 듯 꼭 감고 있다. 그러면 또 잽싸게 샤워기를 얼굴에 뿌려주고 눈부터 닦아준다. 녀석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목욕을 마치고 타월로 대충 짜내고선 녀석의 엉덩이를 툭 친다. 그럼 녀석은 지 몸에 묻은 털을 세게 흔들어 대어 목욕탕 벽에 있는대로 튀겨놓고는 우아하게 폴짝하고 뛰어 밖으로 나간다.

비로소 주인은 간만에 목욕탕 대청소를 시작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떡 저 하나일 텐데 아니 왜 이렇게 지저분한거야,,,하며 보는 사람도 없는 데 놀라는 척하는 주인이다. 사실 그곳만 그럴까? 많은 의문이 들지만 내 방은 형광등 조명이 아닌지라 나도 모르고 손님도 모른다는 끝내주는 곳이다.

이윽고 청소를 끝내고 나면 테리는 구석에서 제 몸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고개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지라 목 근육이 발달 되어 있다. 나는 그 즈음 녀석에게 다가가 드라이로 말려주거나 목 부분을 맛사지 해준다. 그리고 손톱과 발톱을 날카롭지 않게 정렬해 주곤 한다. 고양이는 일부러 사람을 할퀴는 게 아니라 두려워서 발톱을 세우거나 하고 또 낯선 곳에서는 내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꽉 잡으려고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녀석은 모든 것이 다 끝나면 시장기를 느끼는 지 꼭 가서 음식을 먹는다. 털이 다 말라 보송보송해지면 내게 다가와선 또 지 몸을 부벼댄다. 그건 이런 말이다.’ 나를 씻겨줘서 고마워요…야옹.” 나는 녀석에게 “아 테리한테 이쁜 냄새나요..” 하고 칭찬해준다. 목욕을 한 날은 녀석이 아주 잘 잔다. 마치 사람이 그런 것처럼 그 날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 나는 샤워한 날은 녀석을 꼭 끌어안고 칭찬을 해준다. 녀석이 알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샤워를 싫어하면서도 또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사실 가슴이 덜컹한 날이다. 녀석의 송곳니가 빠지면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젖니도 아닌데 빠져 버렸다. 녀석은 갑자기 화악하는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지가 그 피를 다 핥고 있다. 주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에 동물병원에 전화하지만 오늘은 주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녀석의 이빨을 고이 보관해 둔다. 조금 있다보니 다시 사료를 먹고있다. 아 정말 다른 건 몰라도 밥을 먹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세상의 기쁨 중,제 자식 입에 밥 들어 가는 것과, 농부가 제 논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이라고 했던가..나는 테리가 밥을 잘 먹고 응가를 제대로만 싸 주면 바랄게 없다.

눈도 안 보이는 데 송곳니까지 빠졌다. 녀석이 가여워 견딜 수가 없다. 윗 이는 전에 기르던 이가 부러뜨려 놓아 저래도 잘 씹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차에 녀석이 밥을 먹고 있다. 그리곤 그 앙증맞은 입을 있는 대로 이리저리 운동하며 사료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 승리가 아니고 고양이 승리다…테리야, 엄마는 그저 고맙구나…

사실 오늘은 예정에 없었는데 이가 빠져 정신이 없었는지 어쨌는지 녀석이 이상하게 응가를 잔뜩 묻히고 나왔다. 걷는 폼이 수상쩍어 꼬리를 들쳤더니 이거 아주 큰 사건인 것이다. 대형사고다. 오늘 따라 찬물이 안 나오고 뜨거운 물만 나오는 아주 요상한 시스템. 여기저기서 물을 길어다 녀석을 씻기는 난리다. 저도 보통 깔끔이 아닌지라 몹시 찝찝했을 것이다.

내일이면 주인은 제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데 꼭 어딘가 가기 전에 고양이가 사고를 친다. 주인은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그래 테리에게 꼭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내가 이래서 저래서 거긴 꼭 가야 되거덩. 그러니 니가 이해해죠….,부탁해. 테리….
나는 녀석의 말을 내가 알아듣듯 내 말도 녀석이 알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무슨 일이던 테리에게는 말해준다. 녀석은 늘 졸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는 녀석이 이해해 주리라 굳게 믿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동물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건 서로의 느낌이다. 내가 너를, 니가 나를 신뢰하는 그 느낌으로 살아간다.
너의 진정을 나는 알았노라, 나의 진정을 너는 알았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부디 목록을 적어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런 느낌이 우리의 삶 속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런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면 그 때는 감동의 희열에 두근두근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붉은 색 털실 가디건에 초콜렛,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향수…모자…..정감 있게 포장 되어진 그것들..
그녀는 이것을 고르며 내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색깔이며 사이즈를 떠 올렸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고마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뭉쿨해진다.
사람이 사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이런 정. 잔잔한 정. 폼 잡지 않는 너, 그리고 나….우리..
오늘은 테리때문에 울컥했고, 멀리서 온 소포가 또 나를 감동하게 한다.
“오늘 하루 그대들 때문에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날이다.

----------------------------

오늘은 테리를 데리고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노환으로 이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치아 손질하느라 가벼운 마취 주사를 맞혔더니 녀석이 걷는 게 힘든가 봅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어 잠시 안아주고 안정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통조림을 땄습니다. 먹어 줍니다. 아주 씩씩하게 잘 먹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앞으로도 이 삼년은 문제 없을 꺼라고 합니다. 지금 보니까 쿨쿨 자고 있습니다. 마음이 든든합니다.


샘플 글 3 [내 꼭 살아서 돌아오리]2007년 작성

짐 싸고 떠나는 인생
어디 하루 이틀이더냐.
그래도 집 떠나기 전 날은
미련한 헛헛함에
심장 근처에 돌 하나를 얹는다.

지나간 정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다들 잘 살고 있을까
미움도 서러움도 한데 뭉쳐서
술 한잔에 글썽이는데..

늙은 괭이만 알아차린 듯
문이 다 닫힐 때까지
나만큼은 참아 보겠노라
허연 눈을 그렁그렁..
매일 문만 바라 보았다네.

열쇠를 잠그고 돌아서는 데
뒤통수가 간질간질
싱크대의 설거지가 See you
널브러진 옷가지가 See you
구겨진 침대보가 See you

알았다.
미안하다.
살아서 돌아오마.
징그럽지만 서두
기다린다 소리 하난 반갑구나.

비행기에 들어서면
요리조리 엄지족들
머리를 파묻고 있다.
먹통인 전화기
귀에다 대보기도 하고
만지작 만지작..
종료버튼을 그냥 꾹 누른다.

……………………………..

입국장에 도착하면
지금 왔다 열불 전화
사랑인지 안부인지 고래 고래 확인하는 인간들
있어도 난 저렇게 안 할 거라 굳게 맹서를 한다.

문 열고 들어가면
오직 그대만을 기다렸다
목젖을 보여주는 고양이
먼지 뽀얀 세간 살이
나플 나플 반기는 데
그래, 너희 땜에 죽을 수가 없었다.

출장을 갈 때는
집을 어질러 놓고 가자.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할 의무가 생긴다

IP *.215.56.193

프로필 이미지
한희주
2008.04.08 05:07:24 *.110.53.155
밝고 유쾌한 문장
드 넓게 열려 있는 안목
뭇 생명을 보듬는 따뜻함이, 다음 글을 기다리게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서지희
2008.04.08 09:55:08 *.41.62.236
선배님, 제가 덧붙여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래와 같습니다.

고양이와 독신녀의 동거를, 즉 테리를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심 어떨까요. 전 이 책이 수기나 일기 보다는 소설 비슷한 장르여야지 더 그 매력이 살 듯 하거든요.
선배님의 어떤날의 일상, 또 지금 올리신 문학 이야기등의 이야기와 테리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시면 그냥 소설이 될듯 해요.
목차를 짜시기전에 잊지 못할, 그러니까 꼭 쓰시고 싶은, 기억나는 날들을 먼저 써 보세요. 그러면 틀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으실거에요.
가장 중요한 꼭지, 몇개, 그 다음 중요도 순으로.
그것을 여러분들에게 자문을 받아서 섞으면 되겠지요.

그리고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보편성을 획득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하시구요. 예컨데, 독신녀의 일, 사랑, 소외. 취미생활, 편리함, 테리의 어떤점 중 은남선배가 정말로 독자와 무엇을 함께 나누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는 거죠.
소재가 같아도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있다면 끌리는 책이 될거라고 생각 합니다.

경쾌하게 읽히지만 트랜디한 매력이 있어서 기대가 엄청 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인다면 테리와 그녀가 이인화자로 가도 재미있을 듯 해요. 똑 같은 장면을 테리가 보는 것과 그녀가 보는 것을 중복되지 않도록 재미있게 쓰는거죠. 지금 올려 있는 일화를 수정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목은 고양이의 배꼽이더라도 은남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쩐지 중성적인 이미지의 그 이름이 기여를 할 것 같은 예감이거든요. 은남이와 테리의 동거, 은남이와 함께 사는 그놈의 배꼽, 너무 진부하네요. 좀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암튼 망설이지 마시고
쓰세요. 화이팅입니다.

그냥 독자인, 대박나기를 기원하는 모자란 후배의 덧글이었습니다. 샬롬!

프로필 이미지
향인
2008.04.08 13:18:13 *.215.56.193
희주님. 관심을 가져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께요.

지희님. 고마워요. 일단 제본의뢰를 한 상태라 현재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글을 쓸때 꼬옥 지희님의 의견을 참고할께요. 지금까진 정말 맘대로 썼는데 여러 의견을 듣고보니 앞으로는조금씩 틀을 만들면서 다듬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네요. 꼼꼼한 의견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지희님께 자문 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8 2차 pre-book fair(하루) [1] [2] 도명수 2008.03.22 2770
387 첫 책: 고양이의 배꼽 [8] 香仁 이은남 2008.03.25 3248
386 29번째 이력서를 쓰는 젊음에게 [4] 박승오 2008.03.25 2838
385 숲에게 길을 묻다: 숲에게 배우는 생태적 인생경영론 [8] 아름다운놈 2008.03.25 3011
384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2] 현운 이희석 2008.03.26 2627
383 4기 연구원 4월 5일 과제 [12] 구본형 2008.03.26 2920
382 -->[re]서문 수정안 1 [6] 香仁 이은남 2008.03.27 2422
381 유리새의 날개는 돋아났을까? [6] 우제 2008.03.29 2433
380 조선일보에 실린 Pre-book Fair 기사 [1] 박승오 2008.03.31 2839
379 연구원모임에 대한 소망 [9] 도명수 2008.04.03 2995
378 사부님의 진전사 10분 스피치 [5] 이한숙 2008.04.07 3275
» -->[re]서문과 샘플글등 재수정했습니다. [3] 香仁 이은남 2008.04.08 2521
376 5월 off-line 수업 준비물 [11] 구본형 2008.04.08 3128
375 4/12(토) 제 2회 Pre-book Fair 공지 [15] 박승오 2008.04.10 2947
374 [사진] 제 2회 Pre-book Fair [9] 서지희 2008.04.15 3385
373 4기 연구원 1차 오프라인 수업 현장 [5] 최지환 2008.05.12 2864
372 -->[re]각자 발표한 내용 올리시게 [1] 부지깽이 2008.05.13 2984
371 ---->[re]5월 오프모임 발표자료 양재우 2008.05.13 2664
370 ---->[re]발표내용 이은미 2008.05.13 2338
369 -->[re]내 인생의 끌림과 미궁신화 [1] 소은 2008.05.13 3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