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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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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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14시 55분 등록
책의 제목


다른 후보 제목
젊음과 나침반 / 그대가 찬란히 열릴 때 /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다 / 20대, 미쳐야 할 것은 재능이다 / 그대의 꽃이 찬란히 열릴 때 / 내 마음의 나침반 / 재능에 접속하여 일하라 / 나침반과 Y셔츠 (또는 ‘직업’을 상징하는 어떤 것) / 달란트 매니지먼트 / 좋아하고 잘하는 일의 발견 / 내면의 나침반, 그리고 직업 / 천직을 발견하는 책



저자에 대하여



박승오
타고난 재능을 활용할수록 삶이 더 명쾌해진다고 믿는 괴짜 엘리트다. KAIST에서 토목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젊은 시절 실명(失明)의 경험이 커리어와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로 전공과는 무관한 리더십 훈련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였다.

현재 한국 카네기 연구소에서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과 커리어, 개인 대학 커리큘럼을 설계하도록 돕는‘나침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강의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동안 진행된 그 프로그램의 결과이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를 공저하였다.



책의 주제 -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는가?

“재능에 대한 두려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재료로 최선의 인생을 만들고 싶은 욕망”


카네기에 입사하고부터 매일 고개를 쳐드는 두 개의 생각이 있다. ‘나는 이 일에 재능이 있을까?’ 그리고 ‘이 길은 진정 나의 길인가?’ 이다. 나에게 두 질문은 같은 의미이다. 내게 ‘길’ 이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늘 두렵다. 강의에는 내가 소질이 있는지, 글쓰기에는 재능이 있는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신이 없는 탓에 다른 사람의 작은 반응에도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다. 이러한 두려움 혹은 우쭐한 감정은 나를 일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강의를 마치고 수강생 반응이 조금 좋지 않았을 때 슬며시 흘러나오는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 때문에 몇 주동안 우울했던 적도 있었다. 때로는 타인의 칭찬마저도 못믿게되는 때도 있다.

몇 년간 나를 괴롭힌 나의 재능에 대한 두려움. 나는 이 책을 통해 이것을 끝내고 싶다. 이 길이 나의 길인지에 대한 주눅들은 목소리도 그만 듣고 싶다.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나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마음만 앞섰을 뿐 구체적인 기술이나 정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미에선 당시에 사부님처럼 살고자 하는 동경이 강렬하여 그렇게 믿고 싶은대로 내 모습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허나 이것은 아닐 것 같다)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다”는 길현모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 그래서 만약 다시 한번 직업을 완전히 바꾼다 해도 두렵지는 않다. 원하는 직업에 나를 맞추어 왜곡하지 않고, 진정 내게 맞는 직업을 구체적인 방법과 테크닉으로 다시 한번 백지 상태에서 탐색해 볼 생각이다.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카네기 연구소 퇴사 이후 내가 일할곳을 내가 공부한 방법대로 찾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책을 쓰는 것은 올해 런칭하게 될 나침반 프로그램과 시너지를 내어 더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목차






서문 : 대한민국 20대, 제대로 미쳐라



나의 형은 천재였다. 언제나 전교 1등이었고 학생회장을 도맡았다. 나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대신 운동을 잘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릴 때라도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모를 수는 없었다. 부모님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이 늘 형 이야기를 하는 덕에 나는 집안에서 늘 주변인처럼 느껴졌다.

나는 형에게 어울릴만한 동생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라고 왜 그처럼 못되겠는가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나의 무리하는 생활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돌이켜보건대 형과 닮으려고 하면서부터 나는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나는 형의 과녁에 겨누어 10점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라고 왜 못하겠는가?’ 라는 질문은 힘을 불끈 솟게 하는 말이었지만, 아주 위험한 것이었다. 결국 나는 인생의 3분의 1 지점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대학 3학년 시절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 특별한 실패 경험이 나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었다. 나는 여러해의 방황을 거쳐 리더십 훈련 강사라는 직업에 안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젊은 시절에 겪은 시행착오를 젊은이들은 지혜롭게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침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주로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과 함께 인생의 방향을 찾고,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직업과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언젠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중에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을 발표하도록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남학생들 대부분이 전공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재테크 전문가’가 되어 수십억의 자산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놀랐다. 아마도 20대들에게 재테크에 미치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베스트셀러 책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재테크와 금융 지식에 미쳐야 한다니. 그렇지 않다. 나는 젊었을 때 가장 높은 투자수익율(ROI)을 보장하는 것은 펀드도 아니요, 부동산도 아닌 바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데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이가 가진 최고의 종자돈은 재능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20대가 미쳐야 할 것은 재(財)테크가 아닌 자(自)테크라 할 수있다. 실험하고 모색하여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다.

시대의 유행과 사회적 틀에 묻혀버린 젊은이들의 빛바랜 꿈이 안타까웠다. 더불어 예전의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음을 마음속 깊이 고백해야 했다. 그날의 수업과 나의 특별한 실패 경험이 이 책 집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아직도 어두운 밤 침대에서 문득문득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라고 물으며 두려워하고 있는 나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이 책은 단순히 구직의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삶의 방향과 직업을 주제로 쓰여진 에세이적 자기계발서이다. 나는 ‘자기다움’을 이 담론의 가운데에 두었다. 우리가 과녁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가 반드시 총을 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 고유의 과녁을 찾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묶이면 다른 이의 과녁을 맞추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이의 요구에 맞춰 모든 것을 다 잘하려다 결국 평범해지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질문하며 출발해야 한다.
“내가 지금 겨누고 있는 과녁은 어디인가? 그것은 진정 내 고유의 것인가?”

시대의 변화는 종단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의 노동 시장은 기업에 취직하는데 목숨을 거는 대신, 고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1인 브랜드를 만들어 벌어 먹고 사는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 세상에서 여전히 자신이 가장 적합한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동안, 자신의 강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자유롭게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산업사회를 지나 새로운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건만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전히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어제의 구조속에서 미래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가끔 지방 대학의 비인기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 학생들의 반 이상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의 내면에는 무궁무진한 재료와 잠재력이 있다. 이것을 찾아내 직업과 연결할 수만 있다면, 만약 내가 직업으로 가지게 될 일이 내 ‘존재의 핵심’을 꿰뚫는 가장 나다운 일이라면,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고, 기쁨에 가득찬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본래의 자신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 핏줄을 타고 몸속으로 흐르는 재능에 흥분하며 평생 그것만을 위해 울고싶은 사람들, 그리하여 일과 놀이를 같은 것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나는 이 책을 썼다. 삶이 그저 지나치는 듯 느껴질 때,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을 때 이 책이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평범한 사람의 흔하지 않은 이야기

1999년 IMF 구제금융 한파를 맞아 나라가 추위에 떨던 겨울 방학에 나는 통영에서 대전에 있는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밖은 추웠지만 유리창을 통과하는 햇볕은 여름보다 따가웠다. 5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달려야 했기에 작고 낡은 커튼을 치고 잠을 청했다. 전날에도 밤늦게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잠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버스 특유의 윙윙거림 속에서 불편한 의자에 누워 죽은 듯 잠을 잤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여 잠을 깼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듯, 주위가 온통 붉게 느껴졌다. 한껏 기지개를 펴니 기분이 좋았다.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피곤한 탓에 자면서 조금씩 새어나와 굳어진 눈곱 때문에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가시가 찌르듯 눈이 따가웠다. 손끝에 눈동자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얇은 각막이 느껴졌다. 나는 내 눈알을 더듬고 있었다. 맙소사! 팔이 힘없이 의자 위로 떨어졌다. 눈은 떠져 있었다. 눈을 감은 것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순간,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나 혼자 덜렁 남겨졌다. ‘눈이 어떻게 된 거지? 요즘 들어 눈이 조금 침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다니? 이건 꿈이 아닐까?’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다가 눈이 아주 희미하게 윤곽을 잡아내는 것을 발견했다. 꿈이 아니구나!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다. 불안을 조장하는 말과 스스로 다독거리는 말이 내 안에서 오고갔다. 두려웠다. 눈이 점점 시력을 되찾아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어쩌면 돌이키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 같은 불안이 나를 잠식해 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유성온천 근처의 조그마한 안과를 찾았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진찰료도 받지 않고 내 손에 오천 원을 쥐어주었으니. 이 돈으로 바로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지금 큰일 났으니 딴 곳으로 새지 말고 곧장 가라고 했다. 정말이구나. 큰일이 일어났구나. 한 가닥 희망은 끊어지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선 병원이란 곳으로 옮겨 한참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다. 링거 병에 꽂힌 어지러워지는 주사를 맞고 있을 때 의사가 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가 곧 실명할 것이라 했다. 다급하게 내가 외쳤다.
“잠시만요!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잘 보였다고요!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에요?”

의사의 말인즉 어떤 이유로 안압이 높아져 정상인의 세 배에 가까웠다고 했다. 압력이 너무 높아 안구에서 나와 뇌로 향하는 시신경을 죽여 버렸다고 했다. 이미 90% 이상의 시신경이 손상되었으니 녹내장이라 불리는 이 병이 진행되어도 이미 한참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한번 죽은 신경은 안구 이식을 해도 살리지 못한다 했다. 그리고 일단 한번 진행되면 잘 멈추지 않기에 나는 곧 실명할 것이라 했다.

의사가 첫 진료에서 환자에게 경각심을 유발하기 위해 과장되게 말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실명이라니. 어제까지 멀쩡하던 눈이 이젠 세상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니. 의사선생님이 거짓을 말하는 것 이외에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 나는 퀴블러 로스(Ku"bler-Ross)가 지적한, 불치병 판정을 받은 환자의 심리 상태 중 첫 단계인 ‘거부’로 정확하게 접어들고 있었다. 지방에 근무하는 젊어 빠진 레지던트의 말은 사실이 아니리라.

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있는 병원을 방문했다. 영등포 김안과와 서울대학교 병원. 두 곳의 의사들은 부모님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드님, 곧 실명하실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부모님은 허망한 표정으로 연거푸 한숨을 쉬기만 했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부모님의 묻는 말에 대답 없이 다른 곳을 쳐다봐야 했다.

나는 둘째 단계인 ‘분노’에 도달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내 나름대로 치열하고 열심히 산 내게 왜 이런 고통을 겪게 한단 말인가. 신이 미웠고, 의사들이 미웠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오장이 뒤틀리고 요동치는 듯했다. 원망하고, 떼쓰고, 울지 않으면 안 되는 날들이었다.

당시 나는 KAIST의 토목공학과 4학년 학생이었다. 건설회사의 전문경영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유학을 준비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이틀 걸러 하루 자기 운동, 다시 말해 당시 나는 이틀에 한번 잠을 자는 ‘시간 관리’를 하고 있었다. 한번 잠을 잘 때에도 4시간을 넘지 않고 나머지 시간은 악바리처럼 공부를 했다. 그래서 아침 수업에 들어가는 내 얼굴은 늘 허옇게 부어 있었고,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언젠가 약국을 들러 안약을 산 적이 있는데 아침 등굣길에 넣어 주니 눈이 시원하고 충혈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효과가 좋은 것 같아 한 학기 내내 안약을 달고 살았다. ‘스테로이드 녹내장’, 그것이 내 병명이었다. 몇 달간 넣은 안약이 화근이었다. 마이신을 함유한 독한 물질이어서 내 눈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아 안압이 높아진 탓이었다.

‘혹시나 좋아지지 않을까’라던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까’하는 기대감을 버리기 힘들었다. 허나 스스로 근거 없는 희망을 만들어 낼수록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겨웠다. 이제는 군데군데 뿌옇게 변해 버린 세상 속에서 나는 삶을 조금씩 포기해 가고 있었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어제는 그토록 달콤하고 멋져 보이던 목표들이 오늘은 내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슬픔의 끝을 보았다. 늑골이 시리고 갈빗대가 시옷 자로 갈라진 명치가 휑하니 느껴졌다. 4학년이 되면서 대학원 준비 탓에 룸메이트는 늘 바빴고 자연스레 기숙사에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잦았다. 텅 빈 방안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책상 위에 켜 둔 스탠드 불빛을 바라보면 눈물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여섯 달, 슬픔을 껴안고 지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절망이 바닥을 칠 때쯤 궁금증 하나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원망으로 시작된 이 질문은 여러 번의 체념을 거쳐 궁금함으로 밀려왔다. ‘진실로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었던가? 신이 이것을 통해 내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라고 나지막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내 인생을 천천히 그리고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나는 그때까지 나 자신이 되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형은 천재였다. 전교 1등을 하면 학비를 면제해 주는 중학교에서 3년 내내 돈 한 푼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닐 정도였으니. 나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대신 운동을 잘했다. 그러나 부모님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이 늘 형 이야기를 하는 덕에 나는 집안에서 늘 주변인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어릴 때라도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모를 수는 없었다. 형에 대한 열등감은 형이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KAIST에 입학하였을 때 극에 달했다.

나는 형에게 어울릴 만한 동생이 되고 싶었다. 형에 뒤처지지 않는 아들이라고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라고 왜 형처럼 못 되겠는가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은 마하트마 간디가 젊은 시절 메타브라는 친구에게 느낀 이 감정과 흡사했다. 몸이 건장하고 튼튼하여 빨리 달리기와 높이뛰기, 멀리뛰기의 선수인 그 친구와의 교제 초기를 간디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사람이란 제게 없는 재주를 남이 지닌 것을 볼 때에는 언제나 현혹되는 법이라, 나는 이 친구의 재주에 현혹되었다. 그렇게 되니, 그 다음 나도 그와 같이 되자는 욕망이 강하게 일어났다. 나는 뛸 줄도 달릴 줄도 몰랐다. 그러나 나라고 그와 같이 못한다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친구와의 만남은 간디의 일생에서 큰 비극이었다. 그는 이 친구를 통해 육식과 음주, 흡연을 시작하고, 아내를 의심하고, 사창가를 드나들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까지 나를 끌고 온 원동력이 형에 대한 경쟁심과 열등감 때문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형이 되고 싶었다. 그 재주가 부러웠다. 형에 뒤처지지 않는 아들이라고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형처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에 재능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내 고유의 것이 아니었다. 형과 닮으려고 하면서부터 나는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나는 형의 과녁에 겨누어 10점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것이 발단이었다. 엘리트들 틈에서 나는 언제나 혼자 ‘노력파’ 처럼 느껴졌다. 나는 무리하기 시작했고 이틀에 하루만 자게 되었다. 안약을 넣었고 결국 허망하게 되었다. ‘나라고 왜 못하겠는가?’라는 질문은 힘을 불끈 솟게 하는 말이었지만, 긴 시간의 관점으로 보면 아주 위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의 질문(‘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해 지금껏 내가 찾은 답이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본래 태어난 모습대로의 나를 잊고 있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질문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삶에서 무엇을 이루려 하기 전에, 삶이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신이 내게 숨겨놓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먼저 물어보았어야 했다.
답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은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 한 가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면, 언젠가 그 질문의 답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와 만나게 될 것이다.”




춤추듯 찾아가는 여행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탁’ 하고 무엇인가 책상위로 떨어졌다. 나침반이다. 충격 탓에 바늘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하릴없이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늘이 움직이는 모양을 네 단계로 제법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득 그것이 ‘삶의 방향’을 찾을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1) 혼돈: 나침반이 부딪히자 바늘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2) 모색: 천천히 돌다가 어느 시점에서 바늘은 꺾이고, 좌우로 몸을 크게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수렴해간다.
3) 떨림: 한곳에 멈추기 직전, 바늘은 파르르 몸을 떤다.
4) 정착: 확고하게 멈추어 한곳을 가리키며 움직이지 않는다.

혼돈(Chaos)_ 대학시절의 나는 목표가 뚜렷했다. 그리고 그 목표로 향하는 길 위에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제는 찾아왔고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주저앉아 많이도 울었다. 처음으로 길 밖에 내가 서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모색(Explore)_ 그 때에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의 길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이것저것을 치열하게 실험하고 모색해야 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조합은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떨림(Tremor)_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길을 찾았다 싶었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다.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과는 다른 분야라는 불안함,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 가족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나는 한동안 움츠린 채 몸을 떨어야 했다.

정착(Settle)_ 아버지의 애정어린 조언으로 두려움을 이겨내었을 때, 비로소 나의 발견을 확고하게 일과 생활에 적용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찾은 것을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리더십 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흔들리는 나침반처럼 혼돈-모색-떨림-정착으로 귀결되는 춤추듯 찾아가는 여행 - 이것이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거쳐가는 위대한 여정이 아닐까?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면서 거쳐야 하는 단계들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러한 단계를 반영하여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진솔하게 질문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우리 자신의 길인지, 직업세계의 변화는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이 때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

2부는 실제적 모색과 변화의 기술을 다룬다. 그것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루리의 강점을 발견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부터 질문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욕망을 바탕으로 직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직업적인 가치관을 상징을 통해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3부에서는 세상과 마주하기 직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의 불안과 떨림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것은 주로 나침반 프로그램에서 수강생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뽑아 정리한 것이다. 모험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부딫히는 첫번째 저항을 이겨내는 방법, 발견한 자신의 방향성을 어떻게 사회의 규칙과 조율해 나갈 것인가가 주요 골자이다.

마지막 4부는 실제적인 구직의 기술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의 발견을 세상의 요구에 맞춰 재단하고 포장하여 다른 사람이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작업이다. 직장을 탐색하는 방법부터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기까지의 전체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원칙들에 대해 다룰 것이다.

젊음은 눈부신 태양과 같다.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환히 비추고 모든 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허나 그것은 내면의 뜨거움과 치열함을 수반한다. 빛나는 시절,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면 곧 저물어버리고 만다. 너무 젊은 나이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성공했었던’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은 춤추는 나침반처럼 과감히 실험하고 모색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내 꽃도 한 번은 피리라"

음악가 윤이상이 아직 무명으로 어려울 때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 속에 이 문장을 써 두었다 한다. 이 한마디의 말로 자신의 재능 대한 믿음과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모두 표현했던 것 같다. 그는 결국 그의 재능을 온전히 활용하여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으며 뜨겁게 살다 갔다.

춤추듯 그대를 찾아가는 여행에 참여하라. 그대의 타고난 강점이 세상의 절실한 요구와 만나게 될 때, 그 때 비로소 그대의 꽃도 찬란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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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5 20:54:47 *.36.210.80
책 제목을 후보에 넣었구나. ㅎ
1)'젊음을 휘어 잡자', 2)' 젊음아, 두 눈을 부릅떠라!' 등 치열하고 당당하게 표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드네. 2)번은 어떠신지? 너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공명도 일으키고.

책의 주제에서 마지막 부분에서 좀 불안정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독자를 끌어 당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목차에서 좀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서문 좋고

본문 꼭지글을 읽으며 자네야 말로 자전적 자기계발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든다. 그대야 말로 자신의 이야기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모색을 더 치열하게 가져와서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쓰는 거지. 좋을 것 같아. 진짜 젊음이 써야하는 자전적 자기계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든. 어때?
멋질 것 같은데. 우리 가운데 빛나는 그대가 되기를. 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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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8.03.26 06:13:28 *.86.177.103
전화선 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항상 막내동생 목소리다. 그런데 손가락끝에서 뿜어나오는 너의 글은 내 작은오빠 같다는 솔직한 느낌이다.
기특하면서도 때론 뭐랄까(?)
내 청춘보다 너무 옹골지게 살아가는 모습에 간혹은 딴지를 걸고 싶다
"넌 깨지고 넘어지고 상처 받고 한 모든것이 철저히 계획 된 것 같아"

너의 색다른 이력을 위하여------
어제 들려준 너의 최근 근황만큼이나 너의 책도 나를 떨리게 할 것이다.
승오는 세월을 쌓아가고
우제에게서 세월은 흘러 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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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03.27 18:08:56 *.145.231.77
시간 내서 좀 더 찬찬히 읽어보고 말해야겠다.
아마 다시 20대가 된다면 이글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도 함께.
보통의 자기계발서와는 좀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하는데... 잘 모르겠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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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10 10:23:22 *.244.220.254
야~ 마냥 좋은 동생(?)-죄송~ 선배님한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아픈 경험과 함께 깊이있는 통찰을 소유하고 있었군요~
보험회사 에이전트들에게도 대단히 필요한 내용이 될 듯합니다.
기대합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결과 있을거라 믿습니다.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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