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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9일 08시 29분 등록
1. 저자소개

지리산 자락에서 유년의 시절을 보냈다. 산을 떠나 도회지 생활을 시작한지가 3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삶의 많은 부분이 유년과 연결된다. 그것은 꿈을 통해서 찾아들기도 하고 생활을 통해서 찾아내기도 한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해 온 새벽 손빨래는 유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서다. 23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통해 얻었던 순수성을 이제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유리어항 속에 갇혀 있는 물고기처럼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탈출시키는 것이 ‘되돌려 주기’ 작업이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책 제목 : 유리 새의 날개는 돋아났을까?


2. 서문

아이들과 이십 수년을 함께 하면서 가끔은 이들이 그물 속에 걸려든 치어라는 생각이 들 곤했다. 그물은 치밀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진 것이므로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부화함과 동시에 걸려든 어린 물고기들이 그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이다. 그들은 퍼덕거릴 줄도 모르거니와 그렇게 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단지 그물 속에서 살아나가는 방법만 이리저리 익히면 되는 것이었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들어간 어느 날,
견고한 그물망을 뚫고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간크기의 물고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바다를 향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바다의 손짓은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을 지녔기에 그물은 더 이상 보호막이거나 안전망이 아니었다. 뛰어넘거나 물어뜯고 나아가야 할 하나의 장애물로 전락한 것이었다.

그물을 친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관리인에 불과하며 그물을 감시하는 일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벅벅거리며 우겨댔었다. 그러나 그물 속에 갇혀있던 그 치어들이 나의 것들임을 안 이상 어찌 더 숨길 수 있으랴.

고백하건대 .처음부터 바다라는 것은 없다고 가르친 것도, 설령 바다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라는 것을 주문처럼 외우게 한 것도 나의 의도된 강요였다. 견고한 그물 속에 가두어 두고 그들이 지닌 태생적 습성이 서서히 도태되게 한 것도 바로 나라는 것을 속 시원하게 이제야 털어놓는다. 속죄하는 자세로.

그물을 자르리라.
짙푸른 아름다움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을 품은 저 바다라는 것이 그들의 것임을 이야기 하리라. 지리산 자락으로부터 불어오는 맑은 바람도 그들을 위해 불어온다는 것도 반드시 알려주리라.

그물 자르기를 시작한다.
뛰고 달리는 것이 아이들의 습성임을 인정해 준다. 해해거리며 웃고 재잘거리는 것이 그들 본래 모습이기에 같이 히죽거려 준다. 엄마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영식이가 친구에게 딴지를 걸며 조금은 거친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한 번 웃어준다. 그물이 한 가닥 잘려나간다.


제 1부 그물을 자르며

내 방식대로 아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적어나갈 것이다. 조금은 엉뚱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으로 비추어질지라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가끔은 어른들의 동반 상승의 욕구를 걸러냄 없이 담아내는 시도 또한 하려고 한다. 자식을 통해 무임승차 해 보려는 그 얄팍한 속성을

▶ 또 다른 목민을 위하여 (2007년 6월 20일 칼럼 중에서)

옷을 샀습니다. 회색 바지가 38,000원, 검정색 블라우스도 38,000원이니까, 총 76,000월을 지불했군요. 왕복 2시간 거리를 걸어갔다가 왔더니 다리가 얼얼합니다. 슬리프를 신고 동행한 딸아이의 발가락은 벌겋게 부풀어 올랐구요.
그런데 그까짓 옷 하나 산 것이 무슨 이야기 꺼리가 되냐구요? 모르는 말씀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옷 사는 일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일에 속하지만 저에게는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간은 옷을 산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전에 옷을 많이 사모아 두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쯤되니 저는 어떤 의무감에 사로 잡히군요. 제가 오늘 옷을 산 것이 왜 대단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책임감 같은 것이죠.

전 성질이 약간 더럽습니다.
조금 자극적인 말이라 생각되시겠지만 우리 반 꼬맹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선생님 성질 더럽다구’
그러나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이들을 살짝 꼬집는다던지, 부당하게 야단을 친다던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그러면 왜 제가 성질 더러운 선생님이 되었을까요? 저도 처음에 이 소리를 듣고 당황했습니다. 그것도 저의 면전에 대고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러나 처음의 그 당황함이 잠시 후에는 호기심이라는 것으로 변하더군요. 마음이 지극히 평온해지면서 말입니다.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 (음으로 친다면 ‘미’음 정도 될까요?)로 꼬맹이를 불렀습니다.
경험상으로 교사가 먼저 흥분하면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않거든요.
아이는 선생님이 불러주는 것 만해도 즐거운지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다가옵니다.
일단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몇 마디 일상적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너 조금 전에 선생님 성질 더럽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는 조금 당황합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내가 말한 사실을 알고 계실까?’ 하는 표정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이십 몇 년의 생활지도 경험을 살려 아이를 편안한 마음상태로 돌려놓습니다.
‘아하!’
제가 성질 더러운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 누구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고 저 자신 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그 ‘더러운 성질’을 9살짜리 꼬맹이가 찾아 냈더라구요.

“선생님은 선풍기도 마음대로 켜지 못하게 하시잖아요”
“그랬구나, 또 있니?”
“네 많아요. 조그만 한 종이 하나 버려도 당장 주워 오라고 하시지요. 먹기 싫은 반찬 버 리면 또 노란 스티커 주시구요..”

“그래, 선생님 미안하다. 성질이 더러워서”
아이도 웃고 저도 따라웃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지극히 일리가 있더군요.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들어오면 더운 것은 당연하겠지요. 뛰고 달리는 것이 일상인 아이들에게는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열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저는 체질상으로도 그렇겠거니와 27도 까지, 아니 그보다 더 높은 28도가 되어도 별 더운 줄을 모릅니다.
그리고 조금 더운 것은 참고 또 추워도 조금은 참아보자는 주의거든요.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참는 것도 배워보자는 것이지요. 조금 불편한 것은 전체를 위해서 참아보고 우리 전체에게 유익하다면 내가 조금 싫어도 함께하고 뭐 그러한 것이죠.
옷에 대한 것도 그렇습니다. 몇 만원하는 옷은 제가 용기를 부리지 않아도 사 입을 수 있습니다. 덧붙여보자면 새 것이면 사실 저도 좋구요.
그러나 제가 아이들에게 요구하기 전에 저 자신이 먼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기에 저를 조금 달랩니다. 조카가 싫증나서 버리는 옷을 가져다 입고, 형님이 품이 적다고 주시는 옷 고맙게 받아 입고 그랬지요. 생각해 보니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몇 년전 학급 바자회에서 50원 주고 산 옷이군요.

주위에서 저보고 가끔은 ‘짠돌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 잔 쏠 줄도 알거니와 마음에 드는 공연은 티켓의 가격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고 구입하니까요.

참, 오늘 산 옷 이야기를 잠깐하고 넘어가야겠군요. 지난 금요일로 기억됩니다. 아이 준비물을 기지고 온 학부형 한분이 저보고 이러시더라구요.
“ 우리 정현이가 그랬어요. 교생선생님이 참 예쁘다고”
저는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지난 번 때와는 달리 위기감 같은 것을 느꼈지요.
정현이를 불렸습니다. 그리고 물었지요. 교생선생님이 어디가 그렇게 예쁘냐구요.
“옷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쁘고 ...........”
난감했습니다. 이제 곧 ‘교원 평가’ 라는 것도 받는데 이렇게 있어서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옷을 50원 주고 사 입고, 얻어 입는 것도 좋지만 ‘평가’에 낙제점을 받아도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아이들 행동에도 덜 간섭해야겠네요. 색종이는 귀퉁이 먼저 사용해라.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만 쓰고 함부로 버리지 말아라. 내가 말하고 있는 이러한 수많은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간섭이고 싫었던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기가 막히게 잘 실천했습니다. 저 가슴이 뿌듯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점차 싫증을 내더라구요. ‘우리 엄마는 대충해도 아무말씀 안하시는데 유독 선생님만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비교’라는 현장체험을 통해서 터득한 것입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싫어하는 선생님을 좋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기야 저희들 살아나갈 미래 사회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구호를 부르짖고 있는 저의 마음을 알 리가 없지요.
요즈음 일부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학습시간에 필요한 소모품인 학용품은 제공하고 있습니다. 색종이를 비롯한 찰흙, 가위, 도화지 등이 이에 속합니다. 저는 환경적 측면, 경제적 측면 나아가서 나랏돈으로 산 물건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하게 아껴 쓰도록 지도했지요. 종이 한장 허투루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나무젓가락을 비롯한 1회용 물품은 가급적 사용 못하게 했습니다.
자, 여기까지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성질 더럽다’라는 소리 들을 만 하지요.

올 2월 제 큰 딸아이 고등학교 졸업식 하는 날 제가 딸에게 2가지 선물을 했습니다.
한 가지는 10만원으로 펀드 계좌를 개설해 준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기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 소녀를 후원하는 가입 신청서를 준 일이죠. 첫 달 후원금 2만원은 제가 보냈지만 “이제 너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는 말과 함께 다음 달 후원금은 스스로 마련하여 매달 빠짐없이 보내라고 했지요. 딸아이도 아주 의미 있는 선물이라고 좋아했구요.

오늘 제가 새 옷을 사서 내일 학교에 입고 가면 아이들 반응이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아들의 속성이 알록달록 한 것을 좋아하는 지라 회색과 검정색 옷을 입고 가면 새 옷인지 아닌지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저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 편입니다.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교사도 일종의 서비스 직종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아이들의 비위를 적당이 맞추어 주는 것이 중요 하다구요.
다 옳은 말씀입니다. 아이들 말도 옳고 주위 분의 말도 옳습니다. 그렇지만 옳은 것에도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전체를 위하는 것이 더 우선 순위라는 거죠.

교실 뒤쪽 구석에서 사내 녀석 둘이 뛰고 구르고 야단법석입니다. 가 봐야 겠습니다.

아참! 이 더러운 성질이 키우고 있는 네팔 소년이 벌써 10살이 되었군요. 그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 오! 사랑하는 나의 고객이여(2007년 글 중에서)

나의 고객은 한결같습니다.
나에게 불평을 하거나 내가 그들의 집으로 방문하게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충실하여 하루도 쉬지 않고 나를 찾아오지요. 내가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장대비가 내려도, 폭설이 내려도 하루라도 쉬는 법이 없습니다. 혹시 몸이라도 아픈 날이면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의 고객이 나를 배반하고 다른 계약자와 계약을 할까 두려워 한 적이 없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그들이 내 고객이 된 것은 그들의 뜻이 아니라 반강제적 상황에서 맺어진 것이라는 뜻이죠.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의 계약이었기에 불평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훤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들은 나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냥 믿어줍니다. 그렇기에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 의심을 품거나 애프터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교환해 달라는 소리도 물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충직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고객입니다.

나의 고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나에게 건네고 순수함과 밝음을 수시로 주머니 속에 살짝 넣어줍니다. 때로는 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때도 있지만 그것들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천성적 습성이기에 마음에 부담으로 담아둘 필요는 없다는 것도 살짝 이야기 해 둡니다.
그렇다고 내가 고객에게 무심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나는 나의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서 새벽같이 일어나 단장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차를 몰고 출근이라는 것을 합니다. 물론 나의 고객들보다 훨씬 일찍 가서 그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지요. 문을 활짝 열어 맑은 공기를 실내 가득히 들여 놓고 밝고 경쾌한 음악도 준비해 둡니다. 또한 그 날 나의 고객에게 들려주거나 전달할 내용들도 빠짐없이 준비하고 점검합니다. 그 전날 모두 준비해 둔 내용이지만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고객들로부터 항상 즐거움만 선사받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과 고객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의 문제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합니다. 아시다시피 관계,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한 것만이 아니잖습니까? 때로는 더 없이 좋은 관계가 되지만 어쩌다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합니다.
나는 이제 나의 사랑하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압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관계 맺음이지요. 마음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공감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 고객의 미래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는 아니했습니다. 그들의 현재 수준을 점검하고 현재의 위치를 잘 정비해 주는데 급급했었지요. 그러나 오늘부터 나의 충실한 고객의 미래까지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나의 중요한 고객 나아가서 미래 사회에 각자의 위치에서 견고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이 요구하지 아니하더라도 제가 먼저 그들의 마음을 읽고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지는 열린 고객관리자가 되려고 합니다.
오늘도 사랑스런 나의 고객은 한 사람 빠짐없이 모두 ‘만남의 자리’에 모였습니다.
“ 오 사랑하는 나의 고객님,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제2부 니모를 찾아서

2부에서는 오랜 학교생활을 해오면서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잘 보듬어 주지 못했던 그늘진 아이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담아내는 글이다. 미아 찾기에 나선 심정으로 글을 담는다.
- 가끔은 가난한 학부모님들의 따뜻한 이야기도 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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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새의 날개는 돋아났을까?
- 부모를 일찍 여의고 두 형과 함께 살아가던 불쌍한 길성이,
6학년 졸업식을 마치고 나와 헤어지던 날, 신문지 종이에 둘둘 말린 선물이라는 것을 나에게 건넸다. 유리로 만든 새였다. 형아가 선생님을 위해 몇 일간 조각한 것이라는 말과 함께

▶ 현아를 찾습니다.

▶ 너도 유리어항 속에 갇혔구나.

10년 전에 5학년 담임을 했었던 때 만났던 현이라는 아이는 나의 가슴을 시도 때도 없이 짓누른다. 그 아이는 내가 철저하게 유기한 거나 다름없다.

현아는 영리하고 귀여운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2학기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아이는 내 손을 벗어나서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아이로 변해 갔다. 6학년으로 올려 보내는 날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날, 날아갈 것만 같았다. 더 이상 그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순간 이었다. 그러나 그 후 다른 아이들이 들려주는 소식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현아의 거듭된 가출로 인하여 중학도 채 끝내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아! 현아는 지금 어디 있을까?


▶ 유리 새의 날개는 돋아났을까?
- 부모를 일찍 여의고 두 형과 함께 살아가던 불쌍한 길성이,
6학년 졸업식을 마치고 나와 헤어지던 날, 신문지 종이에 둘둘 말린 선물이라는 것을 나에게 건넸다. 유리로 만든 새였다. 형아가 선생님을 위해 몇 일간 조각한 것이라는 말과 함께
▶ 그녀를 만나고 싶다

제3부 집을 짓다

길 위에 버려진, 어쩌면 내가버린 아이들을 기다리며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시려오거나 사람이 그리울 때면 어제든지 찾아올 들 수 있는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집을 짓습니다. 3부에서는 떠나보낸 아이들과의 약속을 찾아 나서며 그들을 위해 무엇 가를 시작해 나가는 과정을 그릴 것입니다.

▶ 목백합 나무 아래서 그대들을 만나는 날

2001년, 6학년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약속을 했습니다. 2009. 04.05일 학교 입구에 서 있는 수 십년 된 목백합 나무아래서 만나기로 - 그대는 이런 아름다운 약속이 있나요?

IP *.114.5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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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8.03.29 08:35:46 *.114.56.245
허접함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르기로 작정했지요. 처음, 준비되지 않음에 손끝이 떨리었던 것은 내방식대로 쓴 논문이 매정하게 잘린지 몇 일 지나지 않았던 까닭이었던 것일겝니다. 헐떡거리며 뛰어와 막차 탄 저에게 힘실어 준 써니님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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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03.29 12:39:42 *.47.229.232
논문작업과 겹쳐서 기획안이 조금 지체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한창 구상중인듯 하지만, 저자소개에 드러난 의도 만으로도 지지를 보냅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출간에 대한 의욕 자체를 놓지 말고 힘찬 출발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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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8.03.29 13:20:55 *.114.56.245
밤늦은 시각 지하철속에서 선배님의 초안을 읽어보았습니다.

동양자수를 연상케하는 글귀에서 내공의 힘을 느꼈었지요.
힘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멀리 바라보며 여유롭게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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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3.29 16:49:17 *.105.164.44
우제 선생님!
늘 유년에의 강한 향수를 품고 사신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겁나 그 쪽이거든요.
하기에 '여섯 시 내 고향' 프로를 즐겨 본답니다.

고향, 섬진강, 지리산, 산수유, 화엄사, 쌍계사, 백사청송....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이는 단어들입니다.

선생님, 시간에 휘둘리지 마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또박또박 걸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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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희 근
2008.03.30 23:20:10 *.115.176.56
샬롬!
우제쌤의 책이 나오면 제게 빨리 알려주셔야 합니다.
명색이 서포터즈인데, 제가 좀 빨리 알고 구입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따뜻한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아내도 교사이기에 꼭 읽히겠습니다.
저도 논문 써야 하는데, 걱정입니다.ㅋㅋㅋ
멋진 책을 기대합니다.
화이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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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8.03.31 01:40:26 *.142.150.131
요즘 다른 사람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오늘 밤 좀체 잠이 오지 않아 들렀다가 우제님의 글을 모처럼 꼼꼼히 읽어 봅니다.

책 내용을 떠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수필 한편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한희주님 말씀마따나 느긋하게 한걸음씩 가시는 것도 좋아 보이는데 사부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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