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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09시 10분 등록

난데없는 김일성 가면 논란에 무슨 일인가 들여다 보았더니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이 응원곡으로 휘파람이란 노래를 부르면서 쓴 가면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한쪽에선 휘파람노래 중간에 응원단이 일제히 단체로 쓴 가면이 김일성을 상징한다. 응원단의 목적은 북한의 체제 선전이었다. 그게 아니다. 단순히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응원도구였을 뿐이다. 이런 논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런 논쟁의 핵심적인 쟁점 보다는 휘파람이란 노래에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 ‘휘파람이라니? 2018년에? ‘휘파람언제적 노래인가?  A long long time ago…지금으로부터  정말 아주 먼 옛날 이야기이다. 처음 들어간 대학교에서 당시 학생회장 선배의 우리 과의 과도 같은 새내기들이 이젠 학교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감동 어린 입학 축사와 함께 문화부장 선배 형의 새내기들은 뭔가 하나씩은 해야 한다는 강권에 꽃 같은 새내기였던 나는 결국 과 학생회 부흥 중책을 부여 받고 율동패에 들어가게 되었다. 율동패 입단 후 나를 비롯한 몇몇 동기 새내기들은 지금으로 치자만 아이돌 연습생과도 같은 혹독한 훈련을 거의 매일 수업 시간 후 모여서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우리가 연습했던 노래는 2곡이었는데 그 중 한 곡이 휘파람이었다.  휘파람은 노래 가락도 흥겹지만 휘파람노래를 부른 전혜영이라는 가수의 낭랑하면서도 어린아이와도 같은 청량한 목소리로 인해서 더욱 흥겨웠던 노래였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고 북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차단된 상태였다.  똘이장군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대학에 와서 누런 종이에 인쇄된 책자를 가지고 선배를 통해서 북한에 대해서 바로알기와도 같은 교육을 받던 시절이었다. 당시 나도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북한의 존재, 통일에 대한 필요성, 한 동포라는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 송과도 같은 역할을 한 것이 휘파람이었다. 실제로 흥겨운 가락과 가사로 인해서 북한 노래라는 거부감 없이 꽤 인기도 있었다.


물론 당시 나는 이런 배경은 모른 채 꽃 같은 외모’ (난 분명 그렇게 들었다)의 너희들이 율동패를 맡아주었으면 한다는 권유에 못 이겨 2개월간의 혹독한 연습 기간을 즐겁게 참아내었고 드디어 5월 대동제 전야제에서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대학생 신입생의 대학 축제, 그 설레면서도 꿈꾸어 왔던 무대에서 그것도 바로 앞줄, 아이돌도 메인 멤버가 선다는 그 센터에 서서 약 3분여간 휘파람노래에 맞춰서 그 시절 새내기다운 꽃 같은 외모를 뽐내며 흥겹게 춤을 추었다. 당시 많은 여학우들이 나의 춤사위에 반해 그야말로 노래가사처럼 설레는 마음에 휘파람을 불어내었던 기억이 날 것도 같다.

 

휘파람가사를 지금 다시 보니 참 풋풋하고 신선하면서 아름답다.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복순이의 집 앞을 지날 때 이 가슴 설레여
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휘파람 불었네

 

복순이 앞을 서성거리는 짝사랑 청년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하다. 내 마음까지 설렌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가사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흥겨운 가락에만 신경 썼었지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물론 이 가사보다는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진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조금 더 가까워진 듯 한 나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휘파람이란 20여년 전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들으니, 마음이 들뜨고 몸이 들썩인다. 오래 시간이 지났지만 몸은 아직도 그 율동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 다시 내가 통일된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에 맞춰 춤 춰 볼일이 있을까?  

IP *.129.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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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20:38:33 *.18.218.234

아~ 글 좋다! 북한 응원단의 가면 뒤로 휘파람 부르며 율동하는 꽃같은 새내기 모닝의 소환이라.  

노래, 율동, 가사가 총동원된 글이네요. 글 읽으면서 저도 대학시절의 흥겨움이 기억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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