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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0일 07시 15분 등록
어제밤 둘째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차달녀(차트를 달리는 여자?)'.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금요일 밤에 우리가족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도 "연예인 효자효녀 베스트 20"이 진행중이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5위부터 1위까지.. 프로그램에서는 영원한 효녀인 현숙 누님이 2위로 나온다.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있는듯 누워있는듯 한 아빠에게 둘째가 세상 제일 편한 자세를 취하면서 온 몸을 기대어 함께 시청한다. 

2위인 현숙 누님 이야기가 끝나고 갑자기 나에게 물어본다. "아빠는 효자야?" "아빠는 할아버지 손 잡고 걸은 적 있어? "  3위였던(아마도) 방송인 이휘재씨가 연로하신 아버지 손잡고 걷는 장면이 나와서 물어본 것 같다. 불쑥 내 뱉는 말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효자 맞지." 그랬더니, 다시 물어본다. "아빠가 효자인 이유를 5가지만 말해봐" 초등학생 답게 5가지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난 순간 당황스러웠다. "응,, 가까이 살잖아. 그래서 언제든지 자주 갈 수 있지" 그리고 2번재 이유를 말하려고 하는데 순간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아이는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효도 열심히 해~" 그래서, 난 "야, 네가 아빠와 함께 할머니할아버지 집에 자주자주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도 중요하지만 아이 돌보는 것도 중요해서  나는 나의 생각만큼은 부모님께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다. 큰애가 고등학생이 되니 주중 밤에 한번, 주말에는 낮에 한번 학원에 데려주고 데리러 가야 하기도 하다.  그리고 평일 저녁에는 퇴근 후에 아이들 저녁을 아내와 함께 챙기고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 해서 나의 마음만큼 부모님댁을 찾아뵐 수는 없었다. 오늘 둘째아이와 대화를 하고보니, 그동안 그렇게 한 것은 나의 핑계에 불과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나름대로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소용이 없으므로,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더  많은 시간을 가질려고 했었지만, 아이 눈에는 아빠가 할아버지/할머니 모시는 일에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보다.  아내와 나, 둘다 직장생활로 바쁘지만 그래도 나름 가까이 계신 부모님과 멀리계신 장인장모님께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 눈에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 만큼은 아빠엄마가 효자효녀가 아니게 보였나 보다. 물론 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래도 뜨끔한 대화였다.

안그래도 요즘 점점 더 연로해지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혼자 살고 계신 장인어른과 요양병원 계시는 장모님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아팠었는데, 둘째아이 덕분에 다시 한번 마음을 깨우쳤다. 큰아이와는 또다르게 성장중인 둘째아이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운다. 물론 큰아이도 자라면서 부족한 아빠를 성장시켰었다. 그때는 이렇게 글로 남기지 않아서 그리고 아빠도 바쁘게 보낸 젊은날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남아 있지 않고, 드문드문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오늘도 성장중인 아빠가~~~

*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올릴려니 조금 오글거리지만 언젠가 다시 나의 초창기 글쓰기 시간을 돌아볼 날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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