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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7일 11시 35분 등록
 작년 말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모 출판사의 기획담당자가 자신의 출판사에서 기획하려고 하는 책에 대한 집필 의도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가 출판하려는 책은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경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종의 생존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아이디어인데, 이런 주제로 단행본 집필이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떠오르질 않아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제는 내 머리 속에 계속 남아있었고, 내가 쓰려고 하는 국민연금을 골자로 하는 ‘행복한 노후생활’과 잘 소통되는 개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만 기본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기본’은 항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힘들어합니다. 기본이 흔들리면 자신의 인생 자체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본적인 것에서 편안함을 얻지 못할 때 우리는 극단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건강」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건강이 뒷받침 되어 주지 못하면 세상의 온 갓 재화가 한낮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항상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을 살다가도 몸의 한 구석이 아프거나,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우리 신경은 온통 그 아픈 몸을 생각하는 데 쏠리게 됩니다. 열심히 살아가던 선배나 동료가 지병으로 세상을 달리하게 되는 경우를 당하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건강이 중요하단 생각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가, 내 마음 깊은 곳에 감추어진 욕망이 그것을 무시하고 잊어버리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또 중요한 것으로 「경제력」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경제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힘들어집니다. 밥 먹는 것, 잠잘 곳을 걱정 할 지경이 되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인간다운 삶’이란 단어는 사치에 불과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런 걱정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런 걱정을 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란 희망을 갖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기본을 생각하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기본적인 경제력’은 어느 정도를 나타낼까? 하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행복감(感)」입니다. 이 ‘행복감’은 어떤 일을 하고난 후의 보람이나 성취감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일 수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얻는 마음의 평화일 수도, 세상사는 깨달음을 얻는 만족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듯이,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어떤 때 행복감을 느끼는 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흔히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측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느끼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비교를 하다보면 항상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행복감은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합니다.


우리 삶에서 기본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기본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이 바로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린 평소에 이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쁘게 열심히 살면 막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것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기본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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