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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6일 10시 28분 등록

들이대기 2

“백승진씨 내가 자네를 뭘 보고 뽑아야 하는지 말해봐.”

빽의 얼굴이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놀러왔다가 황당한 꼴을 당하고 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빽이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까봐 발가락까지 힘이 들어갔다.

“내가 자네의 뭘 보고 뽑아야 하는지 말해 보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 내가 어떻게 자네와 함께 일 할 수 있겠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음. 이제야 입을 여는군.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겠다.”

“네. 당장은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자격증도 없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그런 거 아닙니까? 물론 자격증은 할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장님 판단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보여주겠다는 거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그것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얼마간의 시간만 주시면 약속한 시간 내에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사장님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저를 내치세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장님은 저에게 기회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약속한 시간 안에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저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물론 그동안 월급은 사양하겠습니다.”

나는 빽이 뭘 잘못 먹었나 싶었다. 점심에 먹은 만두가 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평소 빽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녀석 분명 어떤 큰 충격을 받은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내가 써먹은 레파토리를 그대로 써먹다니. 아무튼 나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됐다. 잘 된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사장님 결정만 남았다. 지금까지의 스토리 전개상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허. 이 친구 보게. 말은 잘하는구먼. 약속한 시간 안에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겠다구. 방금 자네 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한 이야기인가?”

“사장님. 저는 손해 볼 것이 없는 놈입니다. 사장님이 지금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계시니까요. 장수는 자신을 알아주는 임금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들었습니다.”

“점점 더........”

사장님 얼굴 근육이 조금씩 풀리는 것이 보였다. 입가에 비친 미소도. 사장님은 내심 승진이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제 8부 능선은 넘었다.

“좋아. 자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답을 줘야지. 지금 이 순간부터 바로 기회를 주겠네. 난 자네에게 컴퓨터와 앞으로 3개월의 시간을 주겠어. 자네가 말한 성과는 ‘돈을 버는 것’으로 알겠네. 자네가 CAD(캐드)로 그린 도면으로 3개월 이네에 돈을 벌 수 있어야 해. 그 때 그린 도면을 갖고 난 영업을 할 것이고, 고객들의 반응이 곧 자네 성과에 대한 평가가 되겠지. 물론 3개월 이내에 컴퓨터와 이 사무실을 쓸 수 있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나도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니 너희 둘이 알아서 하면 돼.”

생각대로 풀리긴 했지만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뭐가 문제지. 생각했던 일이 너무 빨리 쉽게 풀려도 뭔가 이상하던데. 하긴 승진이와 함께 일을 하게 된 것 말고는 풀린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이제 부터는 3개월 내에 저놈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떻게 하든 도면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린 도면이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 마음에 들어 그것을 돈 주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잘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데. 알려 줄 사람도 없다니. 사장님 나가시면 승진이가 어떻게 돌변할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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