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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5일 12시 10분 등록

 

이 시대는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 그런지 창조성이란 것은 어렸을 때부터 늘 내 삶과 함께했던 화두이자 내 꿈의 실현도구이기도 하였다. 나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였고, 창조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당시를 생각해보면 나는 창의력과 창조력의 의미를 같은 것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창의적인 방법들을 알 수 있었던 도구는 우수한 아이디어 작품을 조사하거나, 뛰어난 제품의 이미지를 수집해 보고, 색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찾아가보는 등의 방법으로 창의력을 키워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직업적으로 광고인의 길에 들어섬으로써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기도 하였다. 당시 광고대행사 면접관들이 창의적인 인재를 구별하기 위해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이쑤시개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50가지 적으시오? 또는 밥을 대신하는 신개념의 캡슐이 출시되었는데, 이 캡슐은 밥먹듯이 하루에 아침,점심,저녁으로 3알을 먹으면 영양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든든해서 밥을 먹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제품인데 이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등으로 면접질문을 받아보기도 하였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변이 제대로 안나오고 특히 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하튼 잘 파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독특하게 알리는 방법들을 고안해 보곤 하였다.

 

불과 12년 전의 이야기 인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워낙 신제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기업에서도 색다른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뽑아 내느냐가 중요한 문제였기에 그럴 만도 하였다. 아이디어를 팔아야 하는 광고계 입장에선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다량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광고대행사의 경쟁력을 말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창의력교육이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창의력에는 순발력과 기지를 내포하고 있다. 빠르게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야 하고 기발해서 사람들의 눈을 자극할 수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로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아이디어 수첩을 늘 갖고 다니며 특이한 방법들을 미리미리 고민해 보기도 했던 나를 기억해 본다.

그런데 그런 관점에서 길들여져서 인지 오래도록 고민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바로 결과를 뽑아 볼 수 있는 일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단숨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시대착오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보단 눈을 살피게 되며, 감동보단 자극에 민감해 지게 되고, 정보 또한 쉽고 빠른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쉽고 매력적인 기발함과 신선함이란 유혹이 창의력이며 그 창의력이란 관념이 우리의 시대를 이끌어 오기도 하였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색다른 맛과 신선함에 이끌려 너도나도 신상품을 출시하였고, 우리 또한 최신유행이라는 유혹에 한번쯤은 빠져들곤 하였을 것이다.

 

이런 창의력은 역설적이게도 모방문화를 만들어 내고는 하였는데, 좋은 브랜드의 아이디어를 살짝 바꿔 새것으로 변모시키는 것들에 익숙해 지기도 하였고, 그런 소위 짝퉁이라는 것들 마저도 외국에 비해 쉽게 용인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창의력에는 생각이 있지 철학 까지 담기에는 그릇이 작은 듯 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접한 창의력이란 단어의 현실적 의미이다. 기발하기는 한데, 재미있기는 한데 왠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창조력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창의력은 머리에서 살고, 창조력은 가슴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왠지 창의력은 툭툭 튀어나오는 순간의 기지인 것 같고, 창조력은 가슴에 품은 오랜 열정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뿜어나오는 에너지 같기도 하다. 창조력의 핵심은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숙성되어지는 된장처럼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그렇기에 창조력은 창의력처럼 쉽게 학습될 수는 없기에 배운다는 것도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여행을 통해서 창조력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고정관념에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처럼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길들여져 있었던 자신의 관념들을 떠올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등을 통해서 창조력을 키워낼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적인 대가에게는 항상 조언자가 있었듯이, 자기 분야에서 앞선 조언자와 그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에  참석해 보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일기가 매일매일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인것 처럼 스스로의 열정을 다듬고 유지하기 위해 일기를 써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자식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보면서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배움의 방법보단 자세가 중요한 듯 하다. 적어도 10년이상 꾸준히 자기 분야에 몰입해서 살 수 있는 그 기본이 되어 있어야 창조적 대가가 될 수 있다고 하니...


IP *.126.23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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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05.25 13:11:49 *.8.27.5
그치, 가슴으로 느끼는 것을 담아낼 수 있어야 진정한 창조라고 할 수 있겠지... 공감 백배^^.

세상사 쉬운 일이 없지만 창조야말로 매일매일의 고행의 자연스러운 발호임을... 이 책을 통해서도, 네 글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잘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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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6:31:27 *.12.130.110
창조력이란 내가 먼저 어떤 결과 혹은 아웃풋을 정해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 몰입해서 가다보면 언젠가 때가 되어 저절로 그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

그리고 대가들이면 누구나 자신 고유의 분야에서 나름의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역시 나라는 한 사람의 세계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에
우린 늘 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변경영과 우리 5기 참으로 감사하단 생각도 들었고.
그댄 창의력이 아닌 창조력의 세계로 이미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해.
아무쪼록 더욱 멋지게 깊이 있게 성장하는 모습 응원하면서 지켜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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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6 05:13:59 *.40.227.17
흔히들.. 일반적으로.. 예술?하는 이들에게 창의성이 뛰어나다 하고..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고들 허는데..
내는 창의성이 너무나도 부족해.. 그런 말 들으면 마이 찔린다.ㅋㅋ

창의력을 개발시키는 것도.. 창조적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철~동상의 야그대로 그것이 무엇이건,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이는 자세.. 몰입.. 마음.. 태도.. 가 중요하겠지?

철과 디자인 식스? (맞나?)의 창조성 행보를 쭈~욱 응원할 것을 약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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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5.26 20:14:57 *.131.127.100

공감이 간다.!  아우!
일단은 그렇게 시작해서 점점 더 깊어지지 않을까...
처음부터 다 창조적이지는 않으니까.

가장 평범한 내용이며서  가장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는 철이 아우처럼...^^

어쨋든 아우는 창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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