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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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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8일 10시 20분 등록
 

문화((Kultur, Culture)’란 무엇인가? ‘Culture’는 라틴어 ‘농사짓다’ 뜻에서 파생한 말로 그 명사형인 'cultura'가 원형이다. 처음에 이 말은 주로 '땅을 갈아 작물을 재배하고 키우는 일' 즉 '경작, 재배'의 뜻으로 쓰였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특정한 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제 나름대로의 환경에 맞는 독특한 생활방식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 문화이다. 이와 같은 어원적 의미로부터 우리는 문화(cultura)란 자연(natura)을 그대로 두지 않고, 거기에 사람이 의식적으로 손을 대는 행위 및 그 결과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일단 확립되면 자체의 생명과 함께 힘을 갖게 된다.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왜 지금 고대 로마인가’라는 화두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황폐한 언덕에서 출발하여 팍스로마나를 이룩한 로마제국의 ‘문화의 힘’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라며 민족 문화의 힘이 바로 국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과연 ‘높은 문화의 힘’이란 무엇일까? 김구 선생님은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라고 하셨다. 김구 선생님은 인류가 불행한 근본 원인을 정신문화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정신이 결여된 근대 물질문명의 허상을 일찍이 통찰하셨다. 김구 선생님은 1940년 대 당시의 물질만으로도 인류가 충분히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셨고, 그렇게 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높은 문화의 힘을 강조하셨다.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저급한 이기적 정신문화는 인간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만든다. 인간 스스로 인류애를 실천하는 높은 문화의 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알고 계셨다.

선생님이 그리 원하셨던 대로 오늘날 우리의 부력은 놀랍도록 풍족해졌고 우리의 강력은 상당히 강력해졌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의 힘은 얼마나 높을까? ‘높은 문화의 힘’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게만 보인다. ‘부력’과 ‘강력’이란 ‘높은 문화의 힘’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닌 것 같다.


높은 문화의 힘’은 곧 삶의 힘이다. 지금과는 또 다른 것을 갈망하는 끈질긴 생명력과 같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영향을 받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더 아름다워지듯이 문화도 그런 것 같다. 우리시대에 문화의 힘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해금과 기타가 서로의 줄을 인정하여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낸다.

한 스타가 아이들의 꿈을 바꾸고, 한 편의 영화가, 한 권의 책이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 의 힘일 것이다. 최근 우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이데올로기를 녹여 북한 지배계층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문화적 충격을 주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을 보았다. 문화의 힘은 이처럼 제아무리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가지는 문화 힘이 중요성한 시대가 되었다. 밭을 잘 일구어야 좋은 떡잎이 돋아난다. 그 떡잎이 바로 문화이다. 성공한 개인과 기업들을 보면 어린 떡잎 시절부터 ‘우수한 문화’를 구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좋은 떡잎을 돋아나게 하고 그것이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가치관’, 이것이 곧 강력한 문화의 핵심이다.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높은 문화의 힘’임을 직시하게 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오늘날에도 가슴을 뛰게 하는 이유이다.



IP *.12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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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9.06.09 16:39:12 *.207.110.9
논어를 읽고 있습니다.  김홍영님께서 지으신 글과 통하는 글이 있습니다. 
 공자께서 어느 나라에 누구(번쾌같습니다...) 와 가신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대충 기억해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번영하구나 있구나 이  나라는"
"번영한 다음에 무엇을 해야합니까?"
"부유하게 해줘야지."
"부유하게 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합니까?"
"문화교육을 시켜야지."

님의 글과 일치하죠. ^^
원래 정치와 경제는 사회 하부 구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현재는 역전되어 있는 상황이구요.
어느 정도 사회가 발전하면 ...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가 이루어지면
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의 틀이 변하면
님께서 말씀하신 문화의 힘이 세상에 이루어지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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