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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8일 11시 14분 등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백범일지를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러한 질문이 떠올랐다.

톨스토이의 동명의 단편소설에서 하느님은 주인공인 미하일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하일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세묜 부부에게 질문의 답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를 지나쳐 가던 취한이 다시 돌아와 구해주었습니다. 그의 가난에 찌들은 부인이 증오에 차 죽음의 독기가 느껴졌는데, 하느님의 사랑이란 말을 듣고 갑자기 나에게 친절해지는 모습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첫번째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때 나는 인간안에 무엇이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인간 안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1년을 신어도 끄덕 없는 구두를 주문하는 부자의 뒤에서 나의 동료인 죽음의 천사를 보았습니다. 인간은 일년후를 대비하지만 자기가 그 날 저녁으로 죽는 것은 모르는 것을 보고 두번째 미소를 지었습니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에게 정작 필요한 것을 아는 지혜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세계에 떨어진지 6년이 되어, 쌍둥이 소녀를 데리고 여인이 방문하여 어머니를 잃은 두 소녀가 잘 자란 것을 알았습니다.  갓난아기의 어미는 애들의 목숨을 위해 살려달라 간청했지만, 타인이 두 애기를 길렀습니다.  그 여인이 남의 자식인 소녀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나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고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가지중 마지막 답을 내게 보여주셨고 나의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세번째 미소를 지었습니다."

질문을 바꾸어 보자

‘백년 전 우리의 조상들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백년 전 우리의 조상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백년 전 우리의 조상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봉창.JPG윤봉길.JPG

“저는 영원한 쾌락을 향유코자 이 길을 떠나는 터이니, 우리 두 사람이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으십시다” 라며 죽으러 가는 길에 환한 얼굴로 사진을 찍은 이봉창 의원.

“제 시계는 어제 선서식 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6월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선생님 시계는 불과 2월 짜리 입니다. 저는 이제 1시간밖에 더 소용없습니다.” 라며 김구 선생과 시계를 바꿔 차는 윤봉길 의원.

그리고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 라며 울먹이며 그들을 보내는 김구 선생..

무엇을 그토록 치열하게 원했기에 동지가 죽으러 가는 길을 인도하며 눈물로 뒤돌아섰을까? 그들 마음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

불과 백년 전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의 조상들 속에는 나라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한치 앞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은 자주 독립에 대한 신념으로 살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백년 전의 내 조상들이 그토록 얻고 싶었던 자주 독립인데, 현대를 사는 나는 그것을 소중히 여겨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과연 그것을 마음 속 깊이 느끼고 살아간 적이 있었던가.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공동의 꿈을 꾸고 하루 하루를 투쟁 속에 살아갔다. 그들이 무엇으로 살아갔는지에 대해서는 미하일의 마지막 말을 통해 대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백범의 후예로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야 할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서 미하일은 천사의 모습으로 변하여 장엄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하늘로 올라갔다.

"나는 인간이 자신들을 돌봄으로써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은 자신들이 잘 살고자 애써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속에 깃들인 사랑 때문에 생존한다.”

"하느님은 인간이 각자 따로 살기를 바라지 않으시기에, 각 개인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개별적으로 보여주시지 않는다. 하느님은 인간이 힘을 합쳐 인류 전체로 살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인류 전체에게 필요한 것을 개개의 인간들에게 보여주시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인간은 각자가 자기를 돌봄으로써 사는 듯이 보이지만, 진실로 그들이 사는 것은 오로지 사랑의 힘이다."

 

IP *.246.19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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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20:03:28 *.17.70.4

맞아요, 부끄러움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분들의 숭고한 투쟁에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죄송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스스로 '죽기에 좋은 날'을 찾아가신 분들.... 그 날 이후로 김구 선생님도 아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던져 버리셨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의 그 중단없는 원칙에의 전진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두 열사의 의거 이후 5년간 호수 속에서 도망치는 삶을 사시면서 그 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가신 이들에 대한 기도와 자신의 한 몸을 좀 더 의롭게 던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선현들의 의기 앞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우리들이 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주변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좌샘의 말씀처럼 이제는 우리의 붓끝의 느낌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프 수업 가서 많은 얘기 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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