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0년 10월 31일 23시 12분 등록

개업한 집만 노리는 치들이 있다. 40대의 여자와 남자 한쌍이다. 구석진 곳에 앉는다. 바쁜데, 남자가 시비다. 순대국에서 냄새가 난다는 둥...결국 부른다. 돼지뼈를 어금니로 씹었다는 이야기다. 방방 뛰며, 필요 이상 오버다. 같이 온 여자는 창피한지 '하지말아' '그만 가자' 추임새를 넣는다. (뒤에 생각해 보니, 여자도 한패로써 분위기 잡는 역할을 했다.) 아프냐고 하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경과를 보고, 다음날 연락하라고 하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아픈단다.


50만원을 말한다. 당신 같은 치들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았다고 하자, 복잡하게 할 것 없고 현금 50이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고, 치료해줄테니 치과로 오라고 했다. 답답하다는 둥, 꽉 막혔다는 둥, 50만원, 50만원 쇼부, 운운한다. 치과에서 만났다. 엑스레이 찍어보니 실금이 간 것은 맞지만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을 옮기자면, '미세하게 실금이 갔다'라고 말했다. 치료를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헤깔려하는데, 감이 온다. 치과의사도 대충 눈치를 챈듯하다. 저런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자기 신상에도 좋지 않다. '이상이 없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올 것이다. 이상이 없어도, 이상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상에서 치료같은 치료를 해주는 것이 상책이다. 치료해준다고 손해가는 것은 없다. 단, 이상없다고 단언하면, 치과의사 본인도 위험해진다. 


35만원 견적. 긁었다. 카드로 결재를 하자 남자는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이다. 그는 현금을 원하는 것이다. 합의금을 이야기하다. 


치료해주었으면 됐지, 치사하게  합의금이야라고 하자, 무시하고 합의금 30을 요구한다. 깍아서 20만원 주었다. 돈 받자 간다. 치료는 안받느냐고 하자, 됐단다. 전화 받는 꼴을 보니, 개업한 집으로 가는 것 같다. 남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래도 장사가 최고라고......그 뒤에 말을 보충하자면 (그러니까, 장사꾼은 좀 뜯겨도 된다고)


몇년 뒤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다리 아파서, 아내가 가게를 보았다. 아내는 공부만 하던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착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해 보인다. 40대 초반의 여자 둘이다. 구석에 앉는다. 찜닭을 먹는다. 닭을 다 먹으면 밥을 볶아먹는다. 볶음밥에서 닭뼈가 나왔다. 씹어서, 어금니가 깨졌으며 흔들린다고 한다. 깨진 어금니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건 못보여주겠고, 치과를 가자고 한다. 그 다음날 오라고 했다. 이빨이 부어있었는데, 닭뼈 때문이 아니라 원래 부어있었다. 닭뼈를 빌미로 치료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다음날 전화가 와서, 내가 받았다. 남자가 받자, 놀란다. 어제 그녀, 그러니까 만만해 보이는 내 아내, 는 어디갔냐고 묻는다. 그녀를 찾지말고, 나에게 이야기하라고 말하다. 가게에서 만났다. 계속 만만해 보이는 내 아내를 찾는다. 보험으로 치료해주고, 헤어졌다. 


악의의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 그때마다 되뇌인다. 

'넌 그렇게 살 것이다' 

음식장사하면, 사람 관상도 보인다. 사고 칠것 같은 사람은, 사고를 친다. 철학 하고자, 고대 그리스까지 갈 필요없다. 얼굴에 사람의 철학이 나와있다. 지금 행동이 업業이 되어서, 인생이 된다. 같은 행동을 두 번 이상 하면 방향이 생긴다. 관성도 생긴다. 습관이 된다. 습관이 인생을 채우면, 그 사람의 철학이 된다. 

위의 두 사건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일이 있고 나서, 나에게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얌전하게 밥먹고 가는 손님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는거다. 난 음식 주었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우리집에서 손님이 식사를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장사꾼의 철학도 이렇게 만들어지나 보다. 
IP *.123.110.13

프로필 이미지
은주
2010.11.01 13:02:36 *.42.252.67
그런 사람들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하니
할 말은 없지만, 정말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사니......

다음부터 어짜피 치료해 주고 돈 주고 그럴거면 한 대 치고
이빨 하나 부러뜨리고 치료해줘. 착한 인건이와 와이프가
못 하면 나 한테 델구와 옥수수 서너개 튀어 나오게 하는 정도는
자신있어.
인건이의 철학 나쁘지 않다. 그렇게 살아.^^
프로필 이미지
상현
2010.11.01 13:42:16 *.236.3.241
김사장님, 성질 죽이고 사업하는 것 자체가 철학하는 것 아님둥 ~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인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결말을
그렇게 이끌어냈다는 건 밥장사를 통해서 네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일 게다.

제 성질 이기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힘내고 다리 빨리
완쾌되길 빈다 ^^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0.11.01 15:07:02 *.156.37.21
와... 인건이 글도, 김사장 삶도 가을처럼 깊어져간다... 참 좋다..
프로필 이미지
2010.11.01 16:46:03 *.230.26.16
넌 그렇게 살거다...
참 무서운 말이다 ^^
우린 결국 지금 살아가는 모습대로 쌓여간다. 그지?
사람이 가장 따뜻하지만 또 사람때문에 열받구,,, 그게 삶인가 부다.
장사도 직장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 안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내서 성장의 기회로 삼은 것, 조타~
프로필 이미지
봄날의곰
2010.11.01 16:58:42 *.230.106.194
"같은 행동을 두 번 이상 하면 방향이 생긴다. 관성도 생긴다. 습관이 된다. 습관이 인생을 채우면, 그 사람의 철학이 된다."  이글이 참 좋아서 답글 달고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11.01 18:14:04 *.10.44.47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한 사람은 현명하게 행동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는 불행으로 여겨질 일에
닥쳐서도 행복해할 줄 안다.   
                                                                                                                                - 스피노자-
                                                         
걱정이 많았겠구나. 하지만 얻은 것이 더 많은 경험이 된 것 같네.
불쾌한 경험까지도 감사의 원천으로 재해석해내는 김사장의 내공. 좋은데!  ^^
프로필 이미지
2010.11.04 13:33:45 *.30.254.21
습관이 인생을 채우면 그사람의 철학이 된다.
굿..접수!!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92 하계연수 단상23 - 인연은 운명과 같이 일어난다 file [8] 書元 2010.11.07 2852
1991 칼럼. 꿈이 없던, 꿈이 없는 영덕이 [9] 김연주 2010.11.07 2598
1990 [칼럼] 서호납줄갱이의 비밀 file [12] 신진철 2010.11.06 7996
1989 여인혈전-그것이 사랑이었을까 [4] 신진철 2010.11.03 2481
1988 [먼별2] <단군의 후예: 사색하는 나무 디자이너 최성우님 인터뷰> [9] 수희향 2010.11.01 2698
1987 응애 39 - 문상을 다녀와서 [2] 범해 좌경숙 2010.11.01 2656
1986 세계의 기원 [5] 박상현 2010.11.01 2911
1985 칼럼. '가가호호 아이둘셋' file [6] 이선형 2010.11.01 3847
1984 감성플러스(+) 27호 - 내일을 향해 써라 file [5] 자산 오병곤 2010.11.01 2444
1983 [컬럼] 리더의 철학! [7] 최우성 2010.11.01 2327
1982 [칼럼] 동청冬靑이라는 나무가 있다 [10] 신진철 2010.11.01 2764
» 넌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7] 맑은 김인건 2010.10.31 2586
1980 '놓아버림'이 전환을 줄수 있을까? [5] 박경숙 2010.10.31 2974
1979 미션 개 파서블 [11] 은주 2010.10.31 2767
1978 칼럼. 4차원 성철이 [4] 연주 2010.10.31 2323
1977 라뽀(rapport) 29 - 나는 그녀가 그해 가을에 한 일을 알고있다. 書元 2010.10.30 2882
1976 하계연수 단상22 - 돈키호테가 풍차로 간 까닭은? file [2] 書元 2010.10.30 3207
1975 하계연수 단상21 - This is the moment. file [1] 書元 2010.10.30 2363
1974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내 주유소 충전소 오픈 [1] 덕평주유소 2010.10.30 2423
1973 중국및해외 홈페이지제작 및 홍보대행 서비스 [3] 박광우 2010.10.29 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