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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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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일 11시 21분 등록

  얼마 전에 노르웨이의 웹브라우저 전문 업체인 ‘오페라소프트웨어’(오페라)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전세계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25%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을 앞선 1위 업체라고 한다.

  내 눈길을 끈 것은 한 면을 차지한 회사에 대한 기사보다 하단에 작게 난 경영자에 대한 박스기사였다.
  세계 18개국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미디어행사를 벌인 뒤 이어진 만찬에서 기업회장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15년간 최고경영자 역임하고 있는 그가 만찬에 불참한 이유가 ‘딸 생일이라 참석하지 못한다’ 였다니 참 놀라웠다. 물론 기자도 동일한 생각을 했으니 짧은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개인의 삶과 회사 업무가 조화된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기업을 만들고 경영하는 사람의 일상인 동시에 아직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상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정책의 슬로건은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 슬로건이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기존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둘도 많다”는 통념을 뒤집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2세를 낳고 기르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이었다. 역대 최저치인 2005년의 1.08명보다는 약간 올랐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볼 때 큰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지난달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신문광고 등을 통해서 이를 홍보하고 있다. 기존에 월 50만씩 지급하던 육아휴직급여를 100만원 한도에서 휴직 전 임금의 40%로 올리고, 육아기의 직장인이 청구한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도록 법률을 제정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셋째 자녀에 대한 보육료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과연 출산이 늘어나고 또 아이와 일 중 하나만을 양자택일해야 하는, 또는 양쪽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많은 여성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진다.

  우선 미흡한 부분으로 일하는 여성의 6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무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고 전업주부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결국은 기업체에서 여성고용에 부담으로 고용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출산과 육아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겠다는 이런 인식과 대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대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려면 근본적으로 일과 가정의 조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당장 보육시설을 늘리고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일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당장의 대책이 아니라, 가정과 일을 조화롭게 꾸려나갈 수 있는 사회전반적인 인식의 전환과 제도적 뒷받침이 더 시급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를 보면, 고용인구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오이시디 국가 중 1위인 2256시간으로 2위인 그리스보다 136시간이 많다. OECD 평균 시간인 1764시간에 비해 492시간이나 많다. 직장인들이 저녁을 집에서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거의 모험인 지금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과 문제는 아니다. 

  야간 보육시설을 늘려 밤 9시 넘어서까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도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런 환경이 아동과 가족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한 환경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육아에 전념하고 남편이 가정경제의 모든 책임을 맡아 허덕이는 것이 대안일 수도 없다. 과거 고도경제성장기에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이 모델은 남편과 아버지의 소외와 같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을 뿐더러,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이지도 않다. 또한 여성인재의 활용이 미래 국가경쟁력으로 꼽히고 사회 속에서 개인의 발전이 당연시되는 현재와 미래에 어울리는 대안은 결코 아니다.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다가 결국 일을 그만 둔 나의 경우처럼 늙어가는 부모님께 의지하는 것도 물론 좋은 대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모두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대안은 무엇일까. 각 개인과 가족이 함께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며 동시에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대안이 무엇일까.

  그 실마리는 처음에 인용한 기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딸의 생일날과 회사행사가 겹치는 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회사의 분위기.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일과 개인 삶의 조화. 남녀 모두가 가정을 함께 만들고 함께 아이를 기르는 환경을 만드는 것. 육아와 가족에게 관심과 시간을 쏟는 아버지가 낯설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

  가족과 여성친화적인 환경은 결국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일과 가정의 조화는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가족친화적으로 바뀔 때, 사회의 일부인 직장도 점차 바뀌어 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과 가족의 가치를 높이 인식하는 것만큼 생활 속에서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해진다. 행복한 가정과 행복한 일, 이 둘이 모인 것이 행복한 삶이지 않겠는가.

IP *.23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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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1.01 12:12:23 *.186.57.216
4월 5일이 우리 가족의 생일이다. 결혼할 당시만해도 그날을 맞아.. 해마다 나무도 심고,
어디 놀러도 갈 요량으로 공휴일로 날을 잡았다. 지금은 안 쉬는 날이다. 굳이 국가정책이 아니어도.
기후변화로 나무심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날이 되어버렸다.
한 십년쯤 살고나니, 공휴일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냥 저녁정도 같이 먹으면 되었으니..
그렇지 않았으면, 매년 하루를 통째로 이벤트를 기획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렇게 된걸까? 나라탓일까? 내탓일까? 아니,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일뿐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 핑계삼아 좀 편해지자고 해왔는지 모른다.
우리 얘들은 아이들을 몇이나 두게 될까? 결혼이나 할까? 파격적인 가족구조의 변화가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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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8:53:18 *.230.26.16
가족의 생일이라... 멋진데요!
그런데 그 멋진 기념일에 대한 마음이 왜 변했을까요?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습네요.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가족이 모두 모여 기념할 날이 있다는 자체가 점점 더 의미있어지지 않을까요?
가족이 변할까요?
형태는 조금씩 바뀌더라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 제 생각~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혼자서는 너무도 외로운 존재라는 거죠. 그리고 가족보다 강력한 등장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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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1 13:12:02 *.236.3.241
가정경영의 주제로 좋은 소재를 잡았구나^^ 문제의식도 명확하고.

나도 출산률 저하의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출산률 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이나 수도권 인구 집중 등도 직간접적으로 가족친화적이지 못한
환경과 관련이 있을 듯 하다.

목차를 꾸려서 시리즈로 칼럼을 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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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8:55:24 *.230.26.16
시리즈까지는 모르겠지만, 관련된 주제의 자료들을 계속 모으고자 해요.
그리고 짧은 글이라도 계속 써보려구요.
세부사실을 살펴보고 또 생각하다보면 러셀의 말처럼 산전체를 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커다란 희망사항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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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1.01 20:06:09 *.42.252.67
열달 배불러 낳는 것도 큰 일이지만, 이십 평생 사람을 만들며
가르키는 일이  어찌 장려하고 돈과 잠시의 휴가로 된다는 말인지.....
인간 하나 만드는 일 그거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
정책이 아니라 사랑으로 낳고 싶게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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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8:57:27 *.230.26.16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자꾸 생각나요.
엄마 혼자 키우기에는 너무도 큰 존재인듯 해요.
먼저 엄마와 아빠를 가정으로 돌려주는 것, 그리고 밥을 같이 먹고 삶을 나누는 온전한 형태를 지켜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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