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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일 16시 45분 등록

응애 39 - 문상을 다녀와서

  높은 언덕 끝에  병원이 있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사람을 만났습니다. 함께 빈소로 들어갔습니다. 나란히 선 젊은이들이 “아이고, 아이고...” 하며 우리를 맞이합니다. 아름다운 꽃들 한가운데에 환하게 웃는 얼굴이 놓여있습니다. 고운 얼굴입니다. 향을 꽂고 절을 했습니다. 다시 상주들과 맞절을 했습니다. 오래 앓던 아내를 잃은 선생님이 밖에서 우리를 맞이 합니다.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고...이 먼길을 오시느냐...”하십니다.

화환이 즐비하게 놓여있었습니다. 정장을 한 남자들이 다녀갑니다. 말없이 얼굴보고 마주앉는 사람들은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생전에 고인을 잘 알고 함께 지낸 시간들이 기억이나서 슬퍼졌나 봅니다. 아는 사람들이 문상을 마치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순도순 일상을 나눕니다. 신혼이 재미있는지 신랑은 잘해주는지...옆에 앉은 이에게는 시집은 언제 가느냐는지...이런 말들을 하며 계속 올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영남권 모임 사람들이 왔습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어선지 두 번째 다녀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멀리 충북 괴산에서도 오고 강화에서도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명함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름과 얼굴을 맞추는 일도 했습니다. 변경연과 관계된 사람들이 올 때에는 자연스럽게 연구소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일들을 이야기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나눕니다.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발인은 내일, 화장하여 수목장을 하기로 했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아직도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먼저 일어섰습니다.

카톨릭 교회에서는 11월을 위령성월로 정해두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맞추어 깊은 묵상을 하는 시간입니다. 죽음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두려움과 불안을 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죽음은 단순히 모든 것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간다는 고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믿고 고백하는 교회는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특별히 세상을 먼저 떠나가신 부모나 친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칩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성화를 위하여 이런 시간이 더욱 필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오늘은 11월 1일입니다. 교회력으로는 모든 성인들의 축일입니다. 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념일입니다. 이 날은 특히 축일이 알려져 있지 않은 성인들과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영국에서는 중세 때부터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s)을 큰 축제로 지냈고, 전날에는 할로윈(Halloween)이라는 전야제를 가졌습니다. 오늘날 할로윈은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인 축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 2일은 위령의 날로써 모든 사제들에게 이날 미사 3대를 드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위령의 날에 드리는 세 대의 미사 중에서 한 대는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자신을 위하여, 또 한 대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다른 한 대는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봉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열심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고 병자들을 위하여 기도하기를 권고합니다.

위령성월에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자신의 성화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면 자연스럽게 하느님 나라에 대해 묵상하게 되고,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게 됨으로써, 더욱 성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교회학자인 성 암브로시오 주교님은 "눈물을 줄이고 기도에 힘쓰십시오. 운다는 것은 잘못은 아니지만 당신을 떠난 영혼을 위해서는 기도를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위령성월 기도문

○ 깊은 구렁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사오니 주님, 제 소리를 들어주소서.
● 제가 비는 소리를 귀여겨들으소서.
○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리이까.
● 오히려 용서하심이 주님께 있사와 더 더욱 당신을 섬기라 하시나이다.
○ 제 영혼이 주님을 기다리오며 당신의 말씀을 기다리나이다.
●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제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이스라엘이 주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 주님께는 자비가 있사옵고 풍요로운 구속이 있음이오니
○ 당신께서는 그 모든 죄악에서 이스라엘을 구속하시리이다.

† 기도합시다.

사람을 창조하시고 모든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어
주님을 섬기던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이 바라던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내일은 절두산 성지에 가서 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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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11.02 04:22:07 *.36.210.192
기도하고 싶고 기도해야 하는데 자꾸만 게으른 일상을 살게 됩니다. 애써 안내해 주신 곳은 전망 좋은 휴게실 같은 멋진 곳이었지만 그 보다도 가시면류관 쓰신 그분의 모습과 언제나 자애로운 성모님의 석상과 성경책이 있어 더 편안한 안식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편안한 길이 되었고 벗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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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11.03 18:32:19 *.67.223.154
부모님이 사시던 곳은 이미 장소만으로도 추억이 완결되는 곳....
함께 얘기하고 함께 밥 먹었던 좋은 곳.
번개같이 다녀가느라 바다를 안내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아름다운 가을, 함께 나눈 얘기들..나도 감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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