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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0일 09시 25분 등록

이제는 말한다

정 승훈

 

엄마 그때 학폭 신고된 것이 다행이었어요.” 3인 된 아들이 어느 날 제게 한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그즈음 내가 여러 후배들을 때렸어요. 신고한 후배가 다른 후배들한테 같이 신고하자고 했대요. 그런데 다른 후배들은 내가 처벌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이 잘못한 거라고 신고 안하겠다고 했대요. 그때 신고 당하지 않았으면 후배들을 계속 때렸을 텐데 그럼 더 큰 처벌을 받았을 거고 일도 커졌을 거예요.”

 

신고를 당해서 그 후엔 후배들을 때리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그 당시는 하지 않았던 말이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상황을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말처럼 오히려 신고 당한 것이 다행인거고, 한편으로 그렇게 지냈다는 걸 몰랐던 것에, 나름 아들에 대해 잘 안다고 숨김없이 이야기하며 지낸다고 여겼는데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란 학년이 중학교에선 가장 큰 학년이니 무서울 게 없었나 봅니다.

담임선생님이 판사에게 제출하기 위해 써주신 의견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친구 동생이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는 너무나 화가 났고 혼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동생처럼 생각한 동생이 맞았으니 동생을 때린 학생을 혼을 내는 것이 의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영화나 책을 봐도 가족의 소중함을 늘 강조했고, 가족에게 부당한 일이 있을 때는 그 억울함을 풀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한 번쯤 혼내는 것이 의리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나이가 어려 의리만 생각했지 도덕에 대한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아들과 면담을 하며 아들이 때린 이유를 들었던 것이지요. 그 당시 의견서를 보며 아들이 후배를 혼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저에겐 우연히 만나서 일어난 일이지 혼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안했거든요. 이제야 모든 것이 온전히 이해가 됐습니다. 그 당시 아들은 선배가 잘못한 후배를 혼내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후배 중에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너희 할머니가 너 같은 학생에게 그런 부탁을 받았으면 어땠겠냐며 많이 혼냈다고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게 이야기하지 않은 일들도 있었던 것이지요. 다른 후배들은 혼낸 아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을 보니 아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었겠다 생각됩니다.

 

아들은 말합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폭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어요.”

한 번의 행동으로 1년을 넘게 마음고생을 하며 여러 경험을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사건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들에겐 너무도 값진 경험이었던 것이죠.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맞고 신고한 후배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페북 메시지로 안부 연락을 해왔고 아들은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혹여라도 이 글로 피해학생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아들의 행동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 일로 의리와 정의를 판단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웠을 것이라 여깁니다. 성인이 되기 전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한층 성숙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학교폭력은 없어져야 합니다. 관련자 모두에게 너무도 큰 아픔입니다. 경험한 당사사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부모, 가해자와 부모 모두에게 힘든 시간입니다. 자랑할 경험이 결코 아니지만 저와 제 아들의 경험을 보고 사안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사건을 예방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력하게나마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글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리며 언제든 제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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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0 11:27:10 *.48.44.227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아들의 모습이 흐뭇하네요

지난 날 나를 비롯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때렸던 것이  죄라고 생각됩니다.

(조상님들의 회초리, 사랑의 매 포함)

깨달았고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는 더 이상 과거에 시달리지 말고 사랑 많은 미래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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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1 15:14:31 *.103.3.17

자녀의 인생공부도 현명한 부모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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