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혜홍
  • 조회 수 93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8월 24일 11시 34분 등록

내가 출석하는 교회는 대형교회이다. 뭘 모집하는 광고가 종종 나온다.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자세히 읽어보면 나이 제한이 있다. 대체로 55세 이하라거나 아무리 길게 봐줘도 60세 이하이다. 그때 문득 잊고 있던 내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기분은 나빠도 그들이 정한 기준을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따질 수는 없다.

그것은 그들이 깊이 생각해서 세운 기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프 수업 전 날 밖에 나가 있다가 박미옥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나에 대한 여러 이야기의 내용 중에 가장 큰 것은 내 글이 출제자의 의도와 다르다는 것이다.

미래를 장황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쓰라는 것이었다. 그럼 고쳐야지.

표현력이 영 부족한 내가 겨우 완성한 글이었는데 팀장이 아니라니 할 수 없다.

집에 돌아와서 쓴 글을 삭제하고 다시 백지 앞에 앉았다.

다행인 것은 8월중 하루라 그나마 쓰기가 덜 힘들었다. 812일이 엄마기일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쓰고 있는데 박 팀장이 4가지의 주제를 다시 주의 깊게 읽어보라고 상기시켜 주었다.

다 쓰고 나서도 문장을 고치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고 새롭게 추가도 하면서 출력을 해 보니 A4 용지 세장 반이 나왔다.

 

4명만의 조촐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박 팀장이 나부터 하자고 한다.

그녀는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훌륭한 문장이 된다. 내가 깊이 생각해서 써 보려 해도 안 되는 표현을 그녀는 말로 술술 한다.

타고난 것이 틀림없다. 만약 노력해서 그 정도 되는 것이라면 그녀는 책을 무척 많이 읽어서 체화했거나 아니면 무척이나 말을

많이 한 것 일게다.  우리는 팀장에게 녹취해 두었다가 글을 쓰라고 권했다.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어 나에 대한 얘기를 셋이서 꺼내 놓았다.

여기 온지 처음으로 그간 듣고 싶었던 내 글에 대한 평을 들었다.

내 발표문이 이제까지 쓴 글 중 제일 읽기 편했다는 것에 셋이서 의견일치를 보았다.

정승훈 선배는 내 글에서 가끔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이 있었다는 것과 수업후기는 그때 마다 써라,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다시 생각해보라는 고마운 충고가 있었고 동기 이 경종 연구원은 박씨끼리 오가는 말을 정리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박 팀장의 책임감 있는 열정적인 수업방식은 변함없었다.

어떡하든지 나를 변화의 세계에 초대하려고 온 힘을 다해 애쓰는 모습이 느껴진다.

여기는 (변경연) 보물섬이어서 온갖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같이 가 줄 수는 없고 혼자 잘 찾아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글은 괜찮은데 중간에 과하게 비명을 지를 때가 있다고 지적해 주었다.

글 쓰는 사람은 모르지만 읽는 사람은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자기는 깊은 소통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어서 자기의 에너지를 의미 없는 일에 쓰지 않겠다며 내게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옛날 구본형 스승님은 서슴없이 잘랐다며 이번에도 박중환 연대님으로부터 연구원을 자를 권력(?)을 부여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름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있던 것 같았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 기회에 잘려 버릴까.

괜히 노친네 하나 갖고 유능한 젊은이 힘들게 하지 말고.

노년을 맞이한 정리와 미래에 대한 마무리로 책 한번 써보겠다며 작가님들에게 배워보려고 들어왔는데 여기는 자아탐색을 하지

글쓰기를 배우는 곳이 아니다, 내 글이 보편적이지 않다, 경계를 허물라

이것만이 답이라는 사람은 이 곳에 필요 없다, 하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로 들려 마음이 불편해진 것이다.

옛날 노래가 생각났다. 아아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그러나 무슨 뜻이 있겠지. 좀 더 들어본다.

내가 수용의 자세가 없다는 것이다. 견고하게 느껴져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예요. 순 허당이예요.)

이와 같이 진심을 얘기하면 듣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고 말 안하면 오해하기 쉬운 것이 인간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무의식이나 어두움, 상처를 들여다본다고 고통이 사라지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의식을 보고, 상처를 캐내고, 꿈을 연구하는 것도 한 방편이지만 나는 다른 길에 서 있고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데 자꾸 달라지라고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박팀장은 지구가 둥글 듯이 서로 만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경계가 있다.

( 예리한 박팀장이 이것을 놓칠리 없다. 다음에 읽을 책으로 무경계를 추천했다 )

그러니까 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보다는 아름답고 빛나는 삶에 집중하고 그것을 주제로 글을 쓸 것이어서 주로 당신의 상처를 들여다봐라, 무의식을 살펴라, 틀을 깨라, 하는 것에 대한 후기를 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도 인간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생각하는 관점이 서로 다른 것 같았다.

이건 뒤끝이지만 아름다운 5월에 여우숲 수업에서는 내게 교묘하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 그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다. 타인이 나를 보며 어떻게 느끼든 어쩔 수 없다.

남의 생각까지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팀장의 얘기는 이어졌다. 2%가 부족해도 집을 모두 허물어서 새로운 집을 지어봐라,

여기는 열린 공간이니 외로움을 인정하는 과정을 즐겨봐라, 같이 가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알고 동행해봐라 등등이다.

그래도 나에 대한 뭔가를 9월에 말해줄 것과 어떻든 913일까지 me스토리를 50장 쓰는 것을 숙제로 내 주는 걸 보니

박 팀장이 일단 나를 한 달 더 데리고 갈 모양이다. 나는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정신을 잃을 정도인데 박 팀장은 내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힘차게 말한다. 게다가 글 잘 쓰는 이경종연구원은 처음에 낸 자기소개서가 분량이 25장정도 되기 때문에 앞으로 25장 정도만 더 쓰면 된다고 느긋해한다.

막막해 하는 나에게 10개 정도 힌트를 준다고 하니 거기에 따라 글을 써 가면 될까?

내 분석을 너무 오래 해서 두 사람 얘기는 듣지 못하고 나는 일어나야 했다.

친구들과의 밴드연습 때문이다. 항암주사 맞는 친구의 몸이 조금 몸이 회복될 때 빨리 연습해두어야 한다.

본인이 원해서 우리는 아무 일 없는 듯 연습하지만 가녀린 그녀가 걱정이다.

공연 날과 항암주사의 회복기간이 아슬아슬하게 겹쳐 그녀와 공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어려운 치료를 받으면서 어려운 악보를 다 외우고 무거운 전자기타를 메고 서서 연주하는 그녀를 보니, 뭐든지 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못한다만 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공연 날은 다가오고 숙제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깔딱 고개가 보인다.

  

어떻든 나는 문요한 선배의 의미 있는 고통의 시간을 살고 있다.

-----------------------------------------------------------------

답글도 이동,


박중환

2018.08.21 09:07:08*.148.27.35


깔닥고개, 잘 넘으시기 바랍니다. ㅎ
        박혜홍                                            
2018.08.23 20:32:08218.48.44.227

보통은 구르면 되는데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건 적당히 구르기가 안되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8.08.23 12:10:29*.124.22.184

대단하세요~ 내가 웨버님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우리 끝까지 같이 가요

2018.08.23 20:34:00218.48.44.227

차분한 모범생 스타일로 쉬임없이 정진하고 있는 정선배, 기대됩니다

                                                             



IP *.48.44.22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