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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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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6일 14시 18분 등록

나는 고2 (! 1972년인가. 내 자체가 역사가 되었구만 ) 수영을 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뭐든지 연습이 쌓이고 쌓여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당시 종로 YMCA에서 단체 수영강습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약 1주일만 기초를 가르쳐주고 그 다음부터는 각자 알아서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삼투압 작용으로 내 작은 콧구멍에 물이 쫙 들어가 뇌 전체가 욱신거리는 고통 속에서도 열심히 연습했다.

자유형, 배영을 조금씩 마스터하고 접영도 시도했으나 너무 힘이 들어서 그것은 포기했다.

그 수영장에는 수영을 아주 잘 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특히 그가 접영을 하면서 물에 한번 들어갔다가 두 팔을 뒤로 한 채 그의 하얀 얼굴이 그처럼 하얀 파도 속에 보일 때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가 그 남학생의 수영을 눈길로 따라갔다.

그를 보니 자유형 수영으로 물을 끌어당길 때 팔이 직각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폼을 보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또 수영장에서 그 남학생만이 턴을 할 수 있었다.

수영을 척척 해 나가다가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발로 벽을 차서 그 힘으로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쭉 나갈 때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나도 저걸 해보리라.

뒤집고 또 뒤집었다.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나는 늘 코맹맹이가 되었다.

이제는 수영을 하면서 턴하기를 시도해 보았다. 어떤 때는 벽과 멀리서 차서 아무리 차도 제자리였고 어떤 때는 너무 가까이에 가서

벽을 차다 발이 밖으로 나와 바닥에다 애꿎은 발꿈치에 가격을 해 비명을 지른 적도 있었다.

돌 때 제대로 안 돌면 또 코에 물이 쫙 들어갔다. 골이 깨지는 듯이 아프고 뇌 전체에 물이 찬 듯 얼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감각이 깨어났다. 어디쯤에서 돌면 되는지 저절로 알게 된 것이다.

그때의 감격이란! 쭉쭉 나가다가 휘리릭 돌아서 벽을 두 발로  착 차서 나갈 때 무아지경이 되었다.

물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온 몸이 막대기처럼 되어서 몸이 쭈욱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교실에서도 수영하는 생각을 했다. YMCA 수영대회에 나가서 피라미 급을 땄다. 3때는 알량한 공부 때문에 수영을 못했다.

대학 1년 때도 수영을 간간히 하였다. 그 실력으로 나중에 여행 다닐 때 수영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홍도에선가 배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자 잘한다며 공짜로 회도 먹었고

특히 몬테네그로의 바다에서는 잠수하다가 내 평생의 보물을 줍기까지 했다.

발칸반도를 돌 때도 바다만 보이면 꼭 수영을 하고 다녔다.

특히 로비니의 그 강렬한 햇볕아래 청량한 푸른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닐 때 얼마나 행복했던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는 이 얘기를 수업시간에 꼭 해 주었다.

한 학년이 10반 이상이면 10번 이상 얘기한 것이다. 반이 다르니 한 얘기를 또 했다.

말 하다보니 또 말실력이 쌓여서 나중엔 유머까지 섞어 실감나게 얘기해 주었다.

애들도 입을 헤 벌리고 재미있게 들었다.

특히 그 수영 잘하는 남학생과 박치기했을 때의 얘기를 해주면 좋아라 웃으며 듣다가 꼭 물어본다.

 ‘혹시 지금 선생님 남편이 되셨나요? ’

 

여러분, ‘오늘 수업주제는 쌓임입니다. 연습이 쌓이고 쌓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겁니다,’

선생님 수영얘기에서 깨달았지요? 공부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을 많이 해놓고서는 내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몸에 지방만 쌓이게 했다. 그저 깨달음으로 끝났을 뿐 어디에 그 쌓임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리곤 이 나이가 되었다. 말로만 떠들고 자기에겐 적용하지 않은 선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음도 그렇다. 무슨 생각이든 쌓이게 된다. 그래서 조심할 일이다.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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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6 18:53:01 *.121.156.75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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