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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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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3일 11시 36분 등록

전 주에 잠시 짬을 내어 중국의 계림에 다녀왔다.

매사 철저하지 못한 나는 중국 페키지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을 잊어버리고 지인의 권유로 둘이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지인은 음악을 사랑하여 비엔나를 비롯, 러시아까지도 음악을 들으러 젊은 날부터 남편과 함께 자유여행을 해 온 사람이다.

이번이 그녀에게는 첫 단체여행이었다.

그녀의 집은 깔끔, 정리 그 자체이다. 모델하우스 수준이다. 집에서도 옷을 함부로 입지 않는다.

신문을 버릴 때도 각을 딱 맞춰 끈으로 묶어 놓는다.. 모든 것이 가지런하다. 조선의 선비부인을 보는 것 같다.

나는 한두 번 그녀의 흉내를 내보려고 방을 이리저리 정리해 본 적이 있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삶의 지혜는 물론이요, 음식도 잘 만들고 경우가 바르며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이렇게 당차고 매사 철저한 그녀가 각종 여행사를 비교해 고른 상품을 그냥 쭐레쭐레 따라간 것이다.

 

공항에 내리자 젊은 남자 가이드가 나왔다. 조선족 가이드였다. 연변사람이라 한다.

한국말을 아무리 잘해도 미묘한 발음의 차이와 억양을 들으면 금방 알게 된다.

조선족의 연변자치구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총명해 보였다.

가이드의 재미있는 말이 이어진다.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50대 이상의 여행객들은 모두 마음이 녹아내린 듯 했다.

버스의 긴 이동 시간에는 자기의 힘겹고 어려운 얘기를 다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아직 젊지만 자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구수하게 말할 때는 모두 박수까지 쳤다

자기가 그렇게 어려웠어도 술, 담배를 안 한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박수 쳤지만 그의 여러 이야기에 같이 간 지인도

상당히 감격한 눈치였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그녀의 무장한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한 후 그는 우리를 여기저기 쇼핑센터로 데리고 다녔다.

관광할 때에는 시간을 재촉하던 가이드는 쇼핑센터에서는  마냥 시간을 주었다.

모두는 쇼핑센터에 갇혀서 꼼짝없이 광고를 들어야했다. 쇼핑센터 직원도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한 그룹의 젊은 부인들이 지갑을 열었다. 어떤 부인은 몇 백 만원어치를 샀다.

나는 하릴없이 쪽배를 타고 들어갔던 世外桃源의 아름다운 풍경을 머리속으로 다시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가이드는 계획표상 하루에 한번 관람하는 두 동굴을 몰아서 하루에 걷게 했다.

하루 종일 업, 다운이 심한 동굴 속을 한 7, 8 Km는 걸은 것 같다.

중국식 알록달록 유치찬란한 색색 속에 눈은 어지럽고 발은 힘들었고 무엇보다 중국인들이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로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귀도 지쳤다. 귀를 막고 걸었다6.25 전쟁 때의 중국인들의 인해전술이 문득 떠올랐다.

이들은 J 감독의 바다위에서 펼쳐지는 유명한 쇼에서도 떠들어 제꼈다.

나는 귀를 막고 눈도 감았다가 그만 자버렸다. 깨어나니 발마사지 하러 가자고 권한다.

가이드는 계획표 상에 나와 있는 것 보다 시간도 늘리고 당연히 비용도 올렸다.

실제 마사지사에게는 얼마가 돌아갈까. 내 또래의 노부부는 발이 헐었다며 에둘러 발마사지를 거절했다.

가이드는 여행의 마지막  공항가는 버스 안에서도 자기의 물건을 팔았다.

여행이 거의 끝나가면서 누가 가이드에게 물었다. 공항에 뭐 살 거 있나요?

거기는 시골 공항이라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담배 파는 곳 밖에는요.

공항에 들어가니 우리를 데리고 다녔던 쇼핑센터 물건이 다 있었고 값도 싸게 불렀다.

한 민족 , 다른 국가의 사람들끼리 속이고 속고 한 것이다.

그 때 지인이 말했다. 돈을 괜히 주었네요.

서울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어느 틈에 가이드에게 돈을 쥐어준 모양이었다.

마지막에 거짓말 한 가이드가  무척이나 괘씸했든지  거의 놀란 수준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러려니 하고 따라 다녔지만 나도 의심이 들었다.

그 가이드가 제대로 다 보여준 것일까. 세외도원의 그 아름다운 곳을 반만 돌지 않았을까


남을 따라다니는 여행은 이래저래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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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13:16:38 *.39.102.67

어려운 이들에게 '보시'했다고 생각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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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18:19:59 *.103.3.17

아무리 의심하고 철벽방어를 해도, 뛰는 놈 위에 나는 사기꾼 때문에 불신의 신념은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자꾸 사람이 싫어지고 말이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오해를 했을때 그 미안함이란.... 믿었는데 보기 좋게 엿 먹었을 때 그 허탈함이란...

그래서 저는 패키지는 안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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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11:57:07 *.48.44.227

지인은 다시 중국에 안 간답니다.  중국은 시끄러운데다 왠 담배들을 크렇게 펴대는지 숨이 막혔어요

지금도 귀가 쟁~하네요.  같이 간 여행객들은 다 좋은 분들이었어요.  '보시'도 많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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