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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6일 21시 38분 등록
9월 오프 수업은 연구원 과정의 하계여행을 대체하는 이벤트로 진행했습니다. 
경기도 용인 두창저수지 인근 펜션으로 1박 2일의 단촐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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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자 오프수업의 주제는 '사랑'이였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좀더 참여가 저조했습니다만, 덕분에 더 사랑스러운 모임이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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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에서 강의를 마치자마자 올라오셔서 손수 고기를 구워주신 김용규 선생님.
웅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 삼매진화로 구운 고기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단체컷 찍어주시느라, 정작 사진에 없으신 우리 연대님 역시 굵은 땀을 흘리며 연대스러운 모습을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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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한두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의 배경음악이 깔리고 
산자락에 자욱하게 서린 물안개를 병풍삼아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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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꾼들의 추임새에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계속 까먹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랑이야기에는 본인이 빠질수 없다며 합류하신 춘희선배님의 깨알같은 추임새가 난사됩니다. 승훈선배님과 춘희선배님은 환상의 듀엣이더군요. 거기에 미옥선배가 특별섭외한 객원 연구원이 한 몫 단단히 했는데, 그 분은 바로 요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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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먼저 일어나시기 전에, 혜홍 웨버님이 마음속 켜켜이 묻어놓은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나이는 가장 많으신데 진부함은 가장 적었습니다.  
설레임과 애틋함이 한가득이었어요.
결국 결론은 다시 도덕책으로 돌아갔지만
느낌을 소중히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연대님과 혜홍웨버님이 먼저 일어나시고, 이제 용규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백석의 시와 어우러진 저음의 보이스가 또 한번 제 가슴을 탁 하고 치고 가더군요
지난 5월 여우숲에서 있었던 연구원 첫 오프수업 강의에서 찍었던 방점을 다시 찍으십니다. 
그리고 방점 주위의 여백을 보라 하시더군요.
여백을 사랑으로 채워야 우리 삶을 완성시킬수 있다는 거죠.
비 내리는 호수로부터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도 들리고,  심수봉이 부르는 '백만송이 장미'도 들려오는 듯 합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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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 저수지의 아침이 오는 모습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아침 산책을 나갔는데, 가까이 가보니 너무 별로더군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온갖 오물과 쓰레기에 악취도 나고 말입니다. 이곳이 원래 그런건지 아침 한때 지난밤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가까이서 바라본 호수의 모습은 아주 별로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일수록 가까이 가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혜홍 웨버님이 본인이 다녀온 몽골 여행에 대해 해주셨던 얘기가 생각 납니다.
넓은 초원과 멋진 나무가 있는 끝내주는 풍경에 설레임을 안고 가까이 가보니 개똥천지여서 실망했다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가슴으로 들어왔던 처음 그 아름다웠던 풍경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역시 내가 보았던 호수의 일부이고, 오물로 얼룩진 그 내부 또한 그 일면에 불과하니까 말입니다.

"경치의 정점에 있기 위해서는 알맞는 때에 그곳에 있어야 한다."라고 구본형선생님은 <떠남과 만남>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치의 정점에 있기 위해서는 알맞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두창 호수의 아름다움과 지저분함을 둘다 본 내게 두창호수라는 경치의 정점은 저 멀리 호젓한 펜션에서 바라본 신비로운 운무에 감싸안긴 이른 아침의 풍경일 겁니다. "어느 곳이든 가장 자기다울 때, 바로 그때 그곳에 있어야 진수를 맛볼수 있다."고 선생님이 이어서 말씀하셨어요. 호젓한 펜션 발코니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굳이 오물과 악취를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요?

안 좋게 보이는 것,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인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말이에요. 저는 그것이 함께 사는 방법이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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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11:02:18 *.48.44.227

햐아 ~~ 산허리에 감긴 구름같은 글

아름다운 글과 사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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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23:14:05 *.140.208.76
ㅎㅎ
그래요.
결국 모두가 더불어 사랑하며 살고자하는 열망이라는 거. 우린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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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17:33:10 *.210.160.37

후기, 좋네~

(술, 함께 못해서 아쉬움 맘,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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