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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22시 04분 등록
7월 오프수업 후기

"7월의 뜨거운 여름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게 될지! 한여름의 백사장보다 뜨거울 그 날이 기다려진다."
 - 6월 오프수업 후기 中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다. 어젯밤 잠을 설친 띵한 머릿속을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달래며, 드디어 수업장소에 이르렀다. 숨이 막히는 폭염을 뚫고 모두 무사히 수업 장소에 도착했고, 혜홍 웨버님의 인도로 에어컨 빵빵한 아파트 회의실에서 7월 오프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오프수업의 주제는 내 인생에 발생한 외적사건과 내적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커리큘럼 상으로 나 자신에 대한 탐색이 그 코스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만난지 몇 번 되지도 않은 사람들 앞에서 내 안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제는 나의 자연스러운 고해성사(?)에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무장해제를 한 상태로는 어디든 들어서도,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내려놓은 만큼 내 안의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생각의 파편들이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필터링되어 새롭게 재구성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골짜기에서 소리치면 들을수 있는 것은 메아리 뿐이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공자는 세 명이 걸어가면 그 중에 자신의 스승이 있다고 하였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시야의 확대가 가능하다. 확대된 시야를 다시 내면에 적용하면 발견하지 못 했던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자기 자신을 만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올수 없다. 내려놓고 열지 않으면 떨어지는 열매를 받아낼 수 없다.

이번달 오프수업 자문의원은 1기 문요한 선배였다. 불면증 때문에 1년 넘게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여러 클리닉을 다녀봤지만 나의 내적인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정신과 자문위원 요한 선배는 너무 오랜만의 오프수업이라며, 자신은 병풍 모드로 경청만 하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빈 말이었다^^ 시선은 내 머릿속을 파헤치는듯 날카로웠고, 질문과 코멘트에는 핵심이 들어 있었다. 책임감에 대한 네 가지 분류가 기억에 남는 얘기였다. 혼날까봐, 잘 보이고자 하는 낮은 단계의 책임감부터, 당위로 점철된 수동적 의무감으로 인한 책임감을 우리는 책임감이라고 부르며 버겨워한다. 진정한 책임감은 내 삶의 주체로서 자기 완성의 욕구가 이끌어내는 자기 책임감이 상위의 책임감이며, 그 위로는 천복을 찾아 행함으로써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최상위급(?) 책임감이 존재한다. 요한선배는 오프수업과 변경연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관찰이 아닌 성찰로 이어져서, 자기다움을 찾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좋은 말씀에 감사드린다.

과제를 하고 수업을 하면서 내적 사건과 외적사건 자체에만 골몰해서 사건들을 기억해내기에만 바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건들이 지금 내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깨닫는 것이다. 나만의 언어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형태로 재해석해내야 한다. 지금의 해석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과거의 대한 해석은 중요하다. 그것은 결국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를 이루었던 과거에 대한 단호한 해석은 지금 일상의 본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내줄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이론이자 설계,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역시나 질문과 코멘트가 많았다. 수업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개의치 않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쏟아 부어준 선배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수정선배가 질문했던 것 중에 순수하게 기뻤던 사건에 대해서 섣불리 대답을 못 했던 이유는 현재의 내 상태 때문일듯 하다. 분명 과거에 순수한 기쁨의 순간들이 많았고, 근래에도 그런 순간들은 존재했다. 그럼에도 그 기억들을 바로 불러오지 못 했던 이유는 미스토리에 적힌 것과 같다. 

"현재의 모습이 스스로의 기대에 부합된다고 느낄 때 과거의 자잘한 성취들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실패했던 순간들은 찬란한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각색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과거 거두었던 성공의 의미는 퇴색되고 실패의 순간들이 크게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성공은 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왕년에 한가락 했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과거에 했던 수많은 선택들이 그 순간에 가졌던 맥락은 잊혀지고, 바로 지금의 결과와 상태에 따라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2018년 1월 나의 미스토리 中

날씨도 더운데, 신호등 바뀌어도 안 뛰어가고, 이제 만족하고 편하게 살련다. 
8월 수업 -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들을 기대하며, 어느 늦여름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그 날을 기다려 볼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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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10:14:50 *.124.22.184

후기를 읽으니 갑자기 경종씨에게 더할나위없이 친밀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 좋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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