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혜홍
  • 조회 수 93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8년 7월 2일 08시 56분 등록

전도서 7: 1,2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 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매일 죽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밤에 잠을 자는 것이 그것이다.

혹 깊은 병이 든 사람은 모르거니와 내일 또 일어날 줄 믿기에 사람들은 편안히 잠든다.


친구들을 만나보면  죽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다양하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이란 無로 돌아가는 것이다는 도인형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는 회피형

어차피 죽을 거 살아있을 때 재미있게 살자는 오락형

천국에 갈텐데 뭔 걱정이냐는 천하태평형

천국에서도 집 크기가 다르니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자는 모범형 등 다양하다.


각자 생각을 가지고 사는것이 인생이니 남의 생각을 뭐라 할 수 없다.

근데 그것이 자식의 일이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의 강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래에서 성장한 아들은 세상 풍조를 따라 살아있을 때  맘껏 누리자는 스타일이다.

거기다 욱 하는 내 성격 그러니까 DNA의 영향,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죄의 성품으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내 속에서 나왔기에 나랑 닮은 모습을 보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다.

나이 들고 나름 종교인으로서 아무 욕심없이 평안한 생활을 누리려는 찰나

복병처럼 나타난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가끔 낙담하게 된다.


아들은 세상적으로 보면,  그러니까 별 생각없이 보면 낙천적이고 즐거운 스타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눈으로 보면 즐거운 베짱이 스타일이다.  아끼고 절제하는 일은 없다.

돈 없네? 꾸면 되지!  갚으면 되니까.  좋아 보이네? 덜컥 산다.

여자의 직업생활?  좋지 않다. 애들을 잘 키우면 된다. 돈은 남자가 벌면 되지 --(아주 좋은 생각이다)

애비야 살을 좀 빼라 

엄마 이거 다 근육이예요. 만져봐 딱딱하지?

만져보면 제 마눌보다 풍만하고 푹신하다.

엄마 이 살 , 다 스트레스 때문이예요. 하아~

절대 알았다 고쳐보겠다 말이 없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저게 내 모습이다....


말이 청산유수다. 아들과 얘기하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모든게 납득이 된다. 

그래서 간 쓸개 조금조금 빼 주고 곧 후회한다.

며느리는 시모와 아들간 난리 부르스니 '아무 것도 몰라요' 하고 말없이 듣기만 한다.

절대 모를 리가 없는데 다 제 남편 탓을 한다.  자기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아담와 하와가 생각난다. 저가 먼저 따먹고 남편을 주던)


어느 날, 외제차를 사고 싶다고 한다. 말인즉슨 현대차가 꼴보기 싫다는 것이다.

연봉이 그렇게 많으면서 툭하면 파업이나 하니 싫다는 것이다.

차 산지 몇 년 안 되었는데 바꾼다고 하니 내 가치관으로 황당했다.

차란게 어차피 소모품인데  지금 차를 쓰다가 나중에 네 아들 좀 크거든 사던지

어쩌구 저쩌구...

남 생각도 해야지. 상급자 보다 더 좋은 차를 끌면 그가 좋아하겠나?

재산도 없는 놈이 차만 좋은걸 끌면 그게 허세지,  사람에게 좋아보이려 하지 말고 하나님 눈치를 봐라

작은 외삼촌도 예전에 그런 말하다 외할머니가 말리시니 듣더라

어쩌구 저쩌구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이미 결심이 선 모습이다.

나는 혹시나 해서 누림과 절제에 대해 생각해 봐라  카톡을 보내 보았다.

그랬더니 아들은 느닷없이 차 없이 살겠다고 한다.

네 인생 네 것인데 마음대로 하려무나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그 사이에 자기 이종사촌 동생을 어디에 소개해서 취직도 시켜주었다.

엄마 나 대단한 일 한거예요.  요새 취직 안 되잖아

걔한테 엄청난 스펙 쌓아준거라구요. 아주 으쓱으쓱 한다. 그래 잘했다.

그러구보니 작년 시부님  장례식장에도 그 녀석 이름으로 조문화환이 무척 많이 왔었다.

엄마 이런게 잘 사는거예요. 내가 못했어봐 .이런게 와요? 


외식? 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화학물질 있고 짜면 좀 어때? 마음 편히 즐거운게 최고라니까요

요즘 사먹는게 집에서 해먹는 것 보다 싸요

이미 이사간 동네 주변 맛집은 다 섭렵한 것 같다.

어차피 가는 인생 즐겁게 살아요

그치만 엄마 오늘 설교내용 요약해봐요?  무리와 제자인데 하면서  좔좔좔 꿴다.

행동으로 옮겨라 이 놈아


시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아들을 만났다.

발인 전 날 저녁에 문상객이 가장 많다.

하필이면 그 복잡한 자리에서 아들이 말한다.


엄마 나 BMW샀어요. 얼마 안돼. 할인 폭도 많았고. 잘 산 거예요.

또 시작이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콧등이 시큰해진다.

괜찮으냐?


IP *.48.44.227

프로필 이미지
2018.07.03 11:53:46 *.103.3.17

고생 많으셨겠네요.

아드님 묘사하신 것 보니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문득 생각나네요. 즐겁게 사는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

프로필 이미지
2018.07.04 20:21:30 *.48.44.227

ㅎㅎㅎ 그래요. 근데 쓰고나니  아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란걸 알겠어요

이제 다 큰 아들,  자기 인생 사는건데 엄마시대의 가치관을 밀어붙이면 안되겠지요.

아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해줘야 할 것을 어릴 때부터 무조건 안된다 해서 어긋장 놓는 것이지요

예전에 다 내가 한 짓이니 할 말이 없군요.

이제 정말 아들이 남이거니 하고  생각하고 살려구 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12 부트로더(Bootloader) [3] 불씨 2018.07.29 905
5011 나 만의 특별과제 3 -새로 알게 된 것들 [2] 박혜홍 2018.07.27 919
5010 나 만의 특별과제 2 -새로 알게 된 것들 박혜홍 2018.07.26 930
5009 나만의 특별과제 1 -새로 알게 된 것들 [6] 박혜홍 2018.07.25 946
5008 7월 오프수업 후기 [1] 불씨 2018.07.23 933
5007 32세에게서 배운다 [3] 박혜홍 2018.07.23 1054
5006 7월 오프수업 후기 [2] 정승훈 2018.07.23 915
5005 갇힌 자 [1] 박혜홍 2018.07.16 973
5004 수기와 치인 [1] 불씨 2018.07.15 1052
5003 또 다시 칼럼 #13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3. 학생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고, 그러한 행동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2] 정승훈 2018.07.15 953
5002 이해와 오해 [3] 박혜홍 2018.07.09 912
5001 또 다시 칼럼 #12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2.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해결해야 한다 [3] 정승훈 2018.07.08 974
5000 중력의 유령 [2] 불씨 2018.07.08 1028
» 괜찮으냐? [2] 박혜홍 2018.07.02 934
4998 죽음에 대한 몇 가지 단상 file [4] 불씨 2018.07.01 932
4997 또 다시 칼럼 #11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 1. 학생들 간의 사소한 싸움은 학교폭력이 아니다 [3] 정승훈 2018.07.01 972
4996 나의 방랑기 [1] 박혜홍 2018.06.26 956
4995 이 노래를 부를 때 [3] 박혜홍 2018.06.25 959
4994 식량일기, 소와 양, 그리고 관계 [2] 불씨 2018.06.24 970
4993 또 다시 칼럼 #10 고3 아들, 알바를 그만두다 [3] 정승훈 2018.06.24 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