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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8일 17시 08분 등록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중력의 영靈'은 니체의 최대 맞수이자 불구대천의 적으로 묘사된다. '중력의 영'은 니체에게 다가와 한마디 한마디 비웃듯이 속삭인다. 

"그대는 자신을 높이 던졌으나 모든 던져진 돌은 반드시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구에서 모든 물체는 예외없이 모두 아래로 떨어진다. 모든 지구상의 존재들은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중력의 영'은 개인을 옭아매거나 구속하는 가치, 관념이기도 하고, 사회적 관습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게으름과 관성이라는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일수도 있다. '중력의 영'이 무엇이든지간에 그것이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중력의 영'이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 중력을 이겨내고 자신의 힘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중력의 영'의 일면이라 할 수 있는 삶의 관성과 습관은 중력보다 더한 무게로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짓누르고 있다. 그 까짓거 마음만 먹으면 금방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관성을 극복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막상 큰 마음 먹고 변화를 결심하면 그 순간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무수한 장애에 직면하게 된다. '이 정도는 마음 먹으면 할 수 있어'와 '실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은 가깝지 않으며, 그 간극은 관성이라는 힘이 지배하고 있는 어둠의 구간이다.

선배 개발자 중에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능력있는 선배가 한 명 있다. 항상 맡은 업무에 좋은 성과를 내기에 능력 있는 개발자로 정평이 자자하다. 뜯어보면 딱히 잘난 구석은 없다. 결론은 단지 태도의 차이다. 어떤 해결해야 할 문제나 작업이 닥쳤을때 그 선배는 좌우고면하지 않는다. 그냥 맨 먼저 해야 할 일을 빠르게 결정한 후 바로 일을 시작한다. 일을 시작할 때나 끝맺을 때나 똑같은 능률로 일을 한다. 단지 그 뿐이다. 얼핏 대단할 것 없어보이는 그러한 태도에 대단한 성과를 내는 단순한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항상 똑같은 페이스로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선배에게는 오랜 시간 굳어진 습관이자, 일을 대하는 태도가 된 것이다.

글쓰기, 책쓰기도 마찬가지다. 독자로서 바라볼 때 하찮아 보이는 글도 막상 쓰고자 하면 그만큼이라도 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어'와 '실제 그 정도라도 쓰는 것' 사이의 간극은 결코 작지 않다. 그 간극을 돌파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며, 그 간극은 생각처럼 쉽게 정복되지 않는다. 타고난 성실함은 간극을 메꿀 수 있는 훌륭한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은 가장 큰 게으름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똑같은 삶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지 성실한 태도로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개선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많은 경우 개선은 그 일을 벗어나거나, 그 방향을 반대로 바꿈으로써 가능하다. 중력의 영에 철저히 굴복되어 있는 하루하루의 관성을 멈추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한발이라도 일단 내딛어야 한다. 그 생소한 내딛음은 작지만 위대한 한걸음이 될 수 있다. 창공을 호령하는 독수리도 태어나면서부터 날지는 못 한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장 큰 동력을 필요로 하며 그것은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전속력으로 달려서 도약하지 않으면 날개를 펼칠 기회조차 만들지 못한다. 

한걸음 내딛는 사소한 시도마저 기존 습관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달릴 때 불어오는 맞바람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풍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일정시간 노력하면, 기존 습관과 관성은 결국 균열을 일으켜 파괴될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습관이 뿌리 잡는 데는 한달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나쁜 습관을 30일동안 행하지 않았다면 신에게 감사해라. 그 습관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질 것이므로"라고 말했다. 업무적인 태도든지 삶에 대한 태도이든지 그 씨앗이 되는 습관은 한달만 노력하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힘으로 우리는 이륙을 시도할 수 있다.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을 난다는 것은 습관이 태도로 승화되었음을 말한다. 태도는 결국 삶을 만들어낸다. 날아다닌다고 해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중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몇 번의 부침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미 몸으로 체득한 중력제어의 원리는 평생동안 자신의 것이다.

한가지 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려는 자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경고한다. 이것은 삶의 태도로 만들려는 습관이 정말 나다운 것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아닌 것들은 아무리 강제적으로 몇 달에 걸쳐 습관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할 뿐이며 언젠가는 소멸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내가 힘껏 달려 박차고 날아오를 그 곳은 바로 '여기 지금'이라는 내 삶이며, 하늘을 날며 관조하게 될 그 곳도 앨리스의 신비한 나라가 아닌 결국 '여기 지금'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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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07:04:31 *.48.44.227

한걸음 내딛는 사소산 습관이 쌓여 오늘 지금, 여기 지금이 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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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0:52:59 *.70.59.205
"Attitude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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