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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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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9일 09시 20분 등록

나이가 들수록 화를 내는 종류나 회수도 달라지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성경 말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신기하게도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전부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의 권위 있는 말씀이 아니면 날 가르칠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너보다 내가 더 옳다고 하는 생각 더 나아가서는 내 생각을 강요하기 위한 태도이므로 서로 간에 좋지 않다.

화를 내는 태도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하나님말씀에도 온유한 자가 땅을 기업으로 받아 누린다고 하셨다.

될 수 있는 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차분함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확실히 가지면 고요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남편 친구 부부가 있었다.

운동부족인 같은 나이의 남편에 비해 남편친구의 Capa (갑빠)는 젊은이 같았다.

평소에 남편을 보면서 나이 들면 남자도 유방 아니 가슴이 쳐지는 줄로만 알았다가

그 분을 보고 운동하는 노년의 가슴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그 때 그 분의 네모난 가슴은 얼마나 힘찼던가. 운동하면 시간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남편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

늘 운동을 열심히 하던 그 분의 죽음에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았다.

바로 몇 일전에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가

나중 에 들으니 그 부인은 남편의 부음을 우리는 물론 웬만한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친구의 별세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지난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파트 현관 입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 부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느닷없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내게 퍼부었다.

그래요. 나 잘 살고 있어요. 물어보지 마세요하고는 씩씩대기까지 한다.


이런 게 날벼락이란 것이겠다.

 

평소에 늘 얌전하고 말없던 그녀였기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도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나는 왠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엘리베이터의 끝 구석쟁이에 몸을 붙이고 바닥을 봤다.

우리 집 층에 왔을 때 나는 인사말을 못하고 도망치듯 내렸다.

그 후 어쩌다 새벽기도에 가면 그녀를 위해 꼭 기도를 드렸다.

 

어느 날 유료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강사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일단 지각을 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시간과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늦게 들어와선 죄송하단 말도 없다. 어쭈우?

조금 서서 말하더니 의자를 당겨 깊숙이 앉는다. 어쭈우?

팔짱까지 낀다. 점점 가관이군. 첫인상에서 내게 점수를 잃었다.

평가지를 주었다면 전부 최하점수를 줬을 것이다.

 

그는 100세 된 노인도 읽을 만한 크기의 글씨로 A4 용지 한 장에 달랑 몇 줄 써놓고는

또 읽기까지 하면서 대단한 말이라도 하는 양 우쭐대는 모습이었다. 저 사람 누구지?

설명도 대충, 그리곤 수업할 내용이 없는지 갑자기 좀 쉬자고 한다.

그 때 젊은 여자 하나가 쪼르르 나오더니 뭔가 질문을 한다.

그 강사는 힐끗 쳐다보더니 다 쉬는데 좀 그렇잖아요?’ 라는 뭔 말인지도 모를 말을 하여 그 여자를 무안하게 한다. 어쭈우?

아니 2시간 밖에 없는 강의시간에 몇 십분 늦었는데 뭘 쉬어?

강의한 것도 없는데 이젠 질문하라고 한다.

내가 인상 쓰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날 시킨다. 난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또 느닷없이 글쓰기 예문을 드는데 박 근혜 전 대통령의 글이라며 비방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이거 뭐 좌파가 또 말 퍼뜨리기를 시작하는 건가? )

좀 참고 들었는데 박 근혜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서 드디어 내 성격이 튀어나왔다.

조용한 강의실에서 내 굵고 화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니 박근혜가 뭐예요? 대통령한테! 하다못해 박근혜씨라고 씨자라도  붙이지 그래요?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게 뭔 작가랍시고. 똥 폼 재며 거들먹거리다니!

그에게 댁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다넌 누구냐고 덧붙였다.

(그는 상처받을 인물은 아닐 것이다. 지각하고도 거들먹거리는 걸 보면 안다.)

 

더 퍼부으려는데 그래도 어쩌면 작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젊은 여자가 말을 다른 데로 돌려서 그 작가는 나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났다.

그렇지만 나는 그 똥폼 작가가 내 시간을 뺏고, 내 잔잔하던 감정을 건드린 그의 죄(?)를 물어 그 작가를 데려온 원장에게까지

엄숙하게 항의까지 함으로써 그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했다.


사는게  서로 쉽지 않다.



    

 

IP *.48.4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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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0:47:57 *.70.59.205
잘하셨어요.ㅎ
Capa... 솔직함이 재미를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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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6:17:00 *.103.3.17

그 부인분은 다짜고짜 왜 화를 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북리뷰과제를 하고 있는 신영복선생의 <강의>에서 한 부분 발췌해봅니다. 


"진정한 공존은 차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지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한 것이지요. 어떠한 경우든 차별화는 본질을 왜곡하게 마련이라고 해야 합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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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22:29:27 *.48.44.227

남편의 죽음을 아는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서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 말이 부인에게는 싫지 않았을까요.?

불씨는 아직 어려서 (?) 그런 여자의 마음을 모르지요

난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 그 남편의 죽음이후에도 아무 만남이 없었는데 왜 내게 화를 냈는지

혹시 내가 물어볼까봐 미리 방어를 했는지도 모르고 사람의 속마음을 어찌 알겠어요?

그 부인은 충격이 너무 커서, 남편이 먼저 가버린 것에 대해, 누구에겐가 화풀이(?) 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그 부인의 슬픔에 공감해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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