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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5일 13시 13분 등록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대학>에 나오는 말로 개인의 수양이 우선되어야 가정, 국가, 나아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학교 도덕책에도 나오는 문구로 국가 혹은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합리화하거나, 국가나 사회의 문제를 각 개인의 부족함에서 찾는데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어찌되었든 대부분 유가는 치인(治人)에 앞서 수기(修己)를 요구합니다. 개인이 먼저 바로 서야, 조직이나 국가가 바른 운영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대 중국의 또다른 사상가인 순자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순자는 수기보다는 치인이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국가, 사회가 먼저 바로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수양 이전에 국가의 책임과 제도의 합리화를 강조하는 것이지요. 순자는 인간의 도덕성은 선천적이지 않으며, 개인은 사회적 틀에 매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유가나 순자의 주장 모두 개인과 사회, 조직을 양 극단에 놓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런 관점은 회사와 직원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수기를 개인이 능력을 쌓고 분발해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치인을 회사가 개인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임금인상, 복지증진, 시설개선등의 활동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직원의 관점에서 보자면 개인이 최고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원인은 회사에 있습니다.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연봉이 작아서, 혹은 무능하거나 이기적인 상사 때문에 이 정도 성과밖에 낼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가 존재합니다. 이유는 가지각색, 천차만별이지만 회사의 뜻과 직원의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상사가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직원의 생각입니다. 회사는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회사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각 직원들이 맡은 바 업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서입니다. 개인의 성과가 모여서 최종적으로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직원들을 위한 지원과 개선은 어렵다고 합니다. 회사는 수기를 요구하고, 직원은 치인을 요구합니다. 월급을 올려주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직원과, 더 열심히 일하면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는 회사의 입장은 대극을 이룹니다. 서로 조화되기 어려워 보이지만, 대극이 실상 하나의 연장선에 존재하듯이 절충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절충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직원은 수기를 해야 하고, 회사는 치인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둘이 만나는 그 지점에 성과와 시너지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여간해서는 그 둘이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이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요구를 하는데도 ,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개인은 그 조직을 떠나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회사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 개선이 이루어지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음에도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개인을 내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가능한 수용해야 한다는 원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면 그것은 벽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주장에만 집착하는 것은 식어버린 난로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서 나를 따듯하게 만들어줘! 그럼 내가 장작을 넣어줄테니!"

회사는 법인( 法人)입니다. 다시 말해, 회사는 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가 보는 회사라는 관념에는 정작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직원은 회사를 무생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나 국가를 대상으로 인간관계에서 보여주는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회사나 국가는 충성이나 추종, 혹은 단순한 소속의 대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사람들로 이루어집니다. 회사를 사장이나 경영자, 혹은 나를 관리하는 상급 관리자로만 보는 관점은 자본가와 노동자로 일의 현장을 이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바로 수기가 먼저냐, 치인이 먼저냐 하는 갈등이 생겨나게 됩니다. 결국 편 가르기가 모든 갈등의 시작인 셈입니다. 전적으로 직원이 곧 회사라고 말할 수 없지만, 직원은 때론 회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속칭 좋은 회사, 다시 말해 직원과 임원이 화합하는 회사에서 가능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임직원이 화합하는 모든 회사가 고유의 문화와 비전, 나아가 그 무엇과도 타협될 수 없는 공감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이런 문화와  비전, 가치관은 사장이나 경영진에 의해 독단적으로 형성되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서로가 공감하는 문화는 정착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회사와 직원, 임원과 직원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회사를 가도 갈등은 끝나지 않습니다.설령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서 직원을 고용한다 해도, 입장이 회사의 그것으로만 바뀔 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직원은 먼저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회사는 먼저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해줘야 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은 아무 의미도 없이 관계만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악순환의 국면에 있다면,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는 그 매듭을 끊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서로의 배려와 노력은 조직을 하나로 만들고 선순환에 들어선 톱니바퀴는 저절로 맞물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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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18:36:10 *.48.44.227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늘 부딪히는, 피할 수 없는 ,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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