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혜홍
  • 조회 수 93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7월 26일 15시 04분 등록

연구원 과정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것 중 가족에 관한 칼럼을 쓰라는 나만의 특별과제가 있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단순히 가족에 대한 칼럼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 과정을 통해’ ‘새로 알게 된가족이라는 단서가 있다.

나름 오래 산 나로서는 가족의 범위도 넓다.

결혼 전의 가족이 있고, 결혼 후 새로 이룬 가족도 있고, 자녀들이 결혼하면서 새로 생긴 가족도 있다.


32녀인 내 형제자매들은 막내만 빼고 현재 다 조부모가 되었다.

이들은 나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우월한데다 각자 자기 가족을 이루고 있다 보니 만날 사이가 없다.

어릴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서로 어찌나 웃기는지 거의 매일 배꼽을 잡고 웃었다.



우리는 요 몇 년 전 까지도 부모님의 기일이나 명절 때 만나면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턱이 빠지도록 웃었다.

이런 우리 5남매에 관한 이야기는 도덕 시간에 수업자료로 많이 활용했다.

애들은 때로는 박장대소를 했고 때로는 부러워했으며 때로는 믿지 않았다.

우리 남매의, 더 나아가서 우리 친척들의 세상적인 성공은  언젠가부터 교사를 우습게보고 무작정 덤벼드는 학부형들을 대하는데

가끔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과 우리 5남매는 모두 기독교인이어서 기일과  명절에 큰오빠집에서 모여 가족예배를 드려왔다.


현재 나는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내가  책 읽는다고 자주 앉아 있으니 남편은 내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

뭔 고시공부 해? 좀 움직여요!’ 하면서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원래 부엌일을 싫어하여 내 代 에서 모든 한국적인 음식전통을 끊기게 한 내가, 출근하면서도 남편의 아침밥상은 꼭 차려준 것에 대해

주변에 자랑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평생 직업병으로 지적질을 하는 나에게서 꿋꿋하게 견뎌낸 그는 강한 남자다.

기껏 내게 항변한다는 것이 내가 중딩이야? ’ 정도다.

좀 더 항변하는 말은 와아~ 이거 내 주변에 박씨가 왜 이리 많아?’

햐 이거 참, 내가 싫어하는 사장도 박씨, 싫어하는 00도 박씨, 아오 박씨 천지야

여보! 성씨 많은 순서가 김이박이 아니지 않아? 박김이 아니야?‘ 이러면서 웃는다.

그래봐야 우리 형제들 모임에 가면 잡씨가 되어버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오남매의 잡씨로는 이씨, 최씨2, 예씨, 송씨가 있다 )

가끔 그 뭔가, 연구 잘 되어 가슈?’ 하면서 내 방을 들여다본다.

외식은 싫어하면서 잘 만들어주지도 않는 마누라 때문에 스스로 먹을 것도 잘 확보한다.

게다가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고 지인이 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책 읽고 글 한편씩 쓴다고 그보다 나아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아들과 딸은 이제는 내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지만 가끔 아들 때문에 웃을 때가 있다. 38세밖에 안된 주제에 뭔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 전화하면서 꼭 생색을 낸다. '엄마 요즘 나같은 아들 있는 줄 알아요?'

나두 인정을 하면서도 때로는 치사해서 연락하지 않는다.

다들 각자 살기 바쁜데다 한창 나이의 육아에 힘들 때여서 그저 내가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얘들이 잘한 일은  저들에게도 좋았겠지만 남편과 나에게 손주 넷을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약 8개월 함께 살았던 손자는 어엿한 초등 1학년인데 아주 정이 많아서 남편이 '역시 예씨야 , 이런게 피가 땡긴다는 것인가'

하며 좋아한다.

내가 하두 하나님 잘 믿으라고 난리를 치니 아들네도 내 뜻을 잘 알아주어서 좋다.

소비성향과 쉽게 세상에 속아버리는 어리석음이 있어서 걱정도 하지만 '엄마 나도 곧 40이예요' 하길래 사람 잔소리는 가끔 하고

하나님께 교육을 맡겨놓아서 편하다.

딸은 어릴 때 부터 나와 믿음 생활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기 때문에 이젠 내게 설교까지 하려고 한다.

박사를 만들려고 석사까지 했는데 논문쓰기가 싫다, 글쓰기가 싫다, 성희롱하는 교수밑에 줄 서기 싫다  해서 박사를 포기하고

지금은 육아에 엄청난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어 그런 딸을 보는 나도 기쁘다.


오래 살면 살수록 가족의 소중함과 신비함 행복감을 더욱 느끼는 요즘이라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피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똑똑한 여자들이 남자들과 일로 경쟁을 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일은 더더욱 안타깝다.

이 세상에 살면서 가장 훌륭한 일은 출산과 육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P *.48.44.22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12 부트로더(Bootloader) [3] 불씨 2018.07.29 907
5011 나 만의 특별과제 3 -새로 알게 된 것들 [2] 박혜홍 2018.07.27 922
» 나 만의 특별과제 2 -새로 알게 된 것들 박혜홍 2018.07.26 930
5009 나만의 특별과제 1 -새로 알게 된 것들 [6] 박혜홍 2018.07.25 946
5008 7월 오프수업 후기 [1] 불씨 2018.07.23 933
5007 32세에게서 배운다 [3] 박혜홍 2018.07.23 1055
5006 7월 오프수업 후기 [2] 정승훈 2018.07.23 916
5005 갇힌 자 [1] 박혜홍 2018.07.16 974
5004 수기와 치인 [1] 불씨 2018.07.15 1053
5003 또 다시 칼럼 #13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3. 학생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고, 그러한 행동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2] 정승훈 2018.07.15 956
5002 이해와 오해 [3] 박혜홍 2018.07.09 913
5001 또 다시 칼럼 #12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2.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해결해야 한다 [3] 정승훈 2018.07.08 975
5000 중력의 유령 [2] 불씨 2018.07.08 1030
4999 괜찮으냐? [2] 박혜홍 2018.07.02 935
4998 죽음에 대한 몇 가지 단상 file [4] 불씨 2018.07.01 932
4997 또 다시 칼럼 #11 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 1. 학생들 간의 사소한 싸움은 학교폭력이 아니다 [3] 정승훈 2018.07.01 973
4996 나의 방랑기 [1] 박혜홍 2018.06.26 957
4995 이 노래를 부를 때 [3] 박혜홍 2018.06.25 959
4994 식량일기, 소와 양, 그리고 관계 [2] 불씨 2018.06.24 971
4993 또 다시 칼럼 #10 고3 아들, 알바를 그만두다 [3] 정승훈 2018.06.24 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