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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9일 15시 46분 등록
부트로더(Bootloader)는 전자기기에서 전원이 켜지자마자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PC의 롬바이어스(ROM BIOS)와 같은 것이다. 단순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가진 일부 장치들을 제외한다면, 우리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들이 부트로더를 탑재하고 있다. 오늘날은 스마트폰, TV, 심지어 냉장고에도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상황으로 이들 전자기기에는 예외없이 부트로더가 들어간다.

부트로더의 주 역할은 장치를 시작하고 메인 소프트웨어(Main Software)를 구동시켜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화면과 같이 사용자들이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상대하는 것들은 메인 소프트웨어에서 돌아가는 기능들이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있어 부트로더는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존재이지만, 전자기기에 전원이 들어오면 여지없이 부트로더가 실행된다고 보면 된다. 항상 부트로더는 정해진 루틴대로 부팅(Booting)해서 메인 소프트웨어를 체크한 후 이상이 없으면 메인 소프트웨어를 로딩(Loading)시켜주고 자신은 종료(Exit)한다. 여지없이 반복되는 부트로더의 부팅 루틴은 직장인들이 매일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부팅해서 직장으로 로딩하는 것과 같다. 시지포스의 신화처럼 매번 굴러 떨어지는 돌을 산위로 지고 올라야 하는 직장인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부트로더는 쳇바퀴 돌듯 똑같은 부팅 과정을 무한반복할 뿐이다. 

메인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면, 다양한 사용자 시나리오(User Senario)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구동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하기도 한다. 전자제품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패턴은 다양하다. 하지만 부트로더는 딱 자기 할일만 할뿐이다. 또한 매우 엄격한 룰을 따른다. 부트로더가 구동되지 않으면, 전자제품 자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트로더는 교체나 복구가 안 되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한 부분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소프트웨어라고 불리지 않고, 펌웨어(Firmware)라고 불리기도 한다. 태생은 소프트웨어지만, 어쩔수 없이 하드웨어 취급을 받는 것이 부트로더다. 

바꿀수 없는 부트로더의 모습은 우리의 태생과도 닮아있다. 좋은 성능의 하드웨어를 타고난 부트로더는 더 빠르고, 더 견고하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이 먼저 앞서가듯이, 바꿀 수 없는 부트로더의 운명은 우리네 인생의 서로 다른 출발점을 상징한다. 어쩌겠는가? 부팅은 이미 정해져 버렸다. 출발점에 관한 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빠르고 견고한 부트로더가 더 좋은 메인 소프트웨어를 로딩하는 것은 아니다. 메인 소프트웨어는 별개의 소프트웨어다. 우리 삶의 모습은 어떤 소프트웨어의 모습인가? 화려한 아이폰의 UI인가? 아니면 구닥다리 피처폰의 배경화면인가? 지금 당장 별볼일 없는 메인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어도 걱정하지 말자. 모든 부트로더에게는 한가지 기능이 더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기능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업그레이드할 대상 메인 소프트웨어다. 이전과 똑같은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것은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없다. 때론 이전보다 더 못한 소프트웨어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될수도 있다. 어떤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며, 다운그레이드를 하든 업그레이드를 하든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는 과정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일상을 단 한번으로 완벽하게 업그레이드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두 가지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첫번째는 문제가 많은 상태, 즉 소프트웨어 버그(Bug)가 많은 상태지만 일단 닥치고 업그레이드를 한후 순차적으로 문제들을 해결(Bug fix)하는 것이다. 일단 큰 틀을 바꾸고, 세부적인 것들은 소프트웨어를 실제 사용하면서 수시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버젼 1.0에서 버젼 2.0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이후, 버젼 2.1, 버젼 2.2 등과 같이 서브버젼으로 수시로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프트웨어를 완성시켜서 버그를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한 버젼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찾고자 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전자는 다짜고짜 직장 그만두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새로운 길로 들어선 후, 좌충우돌해가며 스스로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이고, 후자는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준비해서, 어느날 멋지게 상사 앞에서 사직서 던지고 준비된 제 2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길이 옳고 그르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남은 인생에서 몇번의 추가 업그레이드는 필연적이다. 성향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상황과도 잘 맞물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삶을 로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IP *.121.15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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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9 23:20:15 *.48.44.227

불씨의 글을 파바박 읽어내기도 어려운 단어가 많이 있네요.

엄마한테 세탁기 사용법을 아무리 쉽게 알려드려도 몇 일을 헤매셔서 답답해했던 죄(?)를 요즘 당하지요.

버그, 롬바이어스, 펌웨어 ... 뭔 소리인지, 앞으로 어떤 기계들이 나오면 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어떻든 그냥 하루하루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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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1 21:31:57 *.140.208.122
업그레이드, 다운그레이드 모두 자기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지만,

그래도 나는 기왕이면 '업'의 방향으로 향하는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 완전 공감해요. ^^

그런데 이 타이밍에 떠오르는 질문, 불씨님의 업.다운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불씨님이 완벽히 업그레이드 된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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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09:54:08 *.103.3.17

인간에게 있어 완벽하게 업그레이드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건 열반에 든 상태 외엔 딱히 없을 듯 합니다. 종교를 가진 입장에서는 신에게로 충만한 삶이 그럴수도 있을테구요. 하지만 그런 것들만이 업그레이드는 아닐겁니다. 가지각색의 소프트웨어가 있듯이 업그레이드 방향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한 업그레이드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타인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더욱 그러할 겁니다. 자신의 눈에는 만족스러운 삶도 타인의 눈에는 다운그레이드로 보일수도 있을 겁니다. 아직은 너무도 피상적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순간에 진정으로 감사하며 사는 삶이 제게 있어 최고의 업그레이드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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