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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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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0일 21시 08분 등록

<제 1화>


주재원이 된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산 적이 있었다.
차가 없던 우리에게 친분이 있던 일본인이 자기 차인 재규어를 빌려주었다.
(1990년대 당시 재규어라는 차를 나는 몰랐다.)
이 차는 어찌나 컸던지, 아니면 일본의 주차장이 작아서였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웬만한 주차장에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 멋진 큰 차를 타고 어딘가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름 운전을 잘 하는 남편은 집에 거의 다 올 때 까지 스르르 차를 잘 몰았다.
그런데 그만 新宿 게이오 백화점 앞에서 차를 돌리다가 앞 차와 살짝 부딪혔다.
우리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작은 앞 차는 충격이 컸을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란 데다 외국이라 더 놀랐다. 남편과 앞 차 운전사는 차에서 내렸다.
보니 두 사람이 명함을 주고 받는다. 그게 다였다. 큰소리는커녕 별 말도 없었다. 선진국 사람이 다르네...


몇 일 뒤 남편의 전화가 왔다. 수리비가 나왔어.
받친 사람이 알아서 고치고 수리비를 청구해 온 것이었다.
나는 느낀 바, 찔리는 바가 있어 앗! 혹시 0만 0천¥ 아니요?  물었다.
남편은 깜짝 놀라며 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아? 되물었다.
말해놓고 나는 더 놀랐다. 그 액수가 확실해요?  응 맞다니까!


얘기인즉슨 일본에서 ¥화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새해 첫 소산을 하나님께 드립니다.
그런데 2월부터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남편 회사 월급, 다른 회사보다 짠 거 아시잖아요. 여기 물가도 비싸고요
하나님 아버지, 이 코딱지만한 집 월세가 18만¥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돈이 그렇게 날아갔다. 젊었을 때 이야기다.


< 제2화 >


어느 날 학생들 몇이 생활지도부실로 작은 성경책들을 들고 왔다.
뭐냐니까 어떤 사람들이 교문 앞에서 성경책을 나눠 줬는데 몇몇 애들이 버린 것을 주워 왔다는 것이었다.
나가보니 또 여러 권의 성경책들이 버려져 있었다. 햐 쨔샤들 정말...
모두 주워서 내 책상에 쌓아놓았다. 한국어와 영어로 되어 있었다.


알다시피 생활지도부실은 그야말로 지도를 요하는 학생들이 오는 곳이다.
예전 같으면 혜홍도(1)로 엉덩이 몇 대 때려서 눈물 좀 뺀 후에 보내면 되었지만 이제는 몸에 조금이라도 손을 댔다가는 법을 어긴 것이 되기 때문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교사들이 지도하기에 버거우면 전부 나에게로 보냈다.
이 쨔샤들을 어떡할까 생각하던 중 나로서는 좋은 생각이 났다.
버려진 작은 성경책에서 시편 1편을 찾아 10번 이상 쓰고 외우고 검사받고 가는 벌 아닌 벌을 주었다.

애들은 질겁을 했다. 안 쓰면 집에 안 보낸다. 학원가야 되는데요. 그럼 학교 다니지 마라. 그냥 학원만 다녀. 엄마 모셔와 의논드리게.
그나마 엄마를 무서워해서 다행이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자 외워봐라. ...

음...무슨 뜻이지?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갈 때는 기념으로 그 성경책을 주었다. 그렇게 성경책을 다 나누어 주었다.


몇 년 뒤  남편은 敎友의 권유로 한국국제 기드온협회 회원이 되었다.
나도 덩달아 부인회원이 되었다.  (그 당시 성경을 나누어주었던 분들을 거기서 만났다)
알고 보니 그 작은 성경책은 기드온협회 회원들이 무료로 나누어준 것이었다.

이 협회는 뭐든지 자비량이다. 매년 회비를 내야 되고, 자신의 헌금이나 교회순방을 통하여 모은 돈을 협회에 보내면 그 돈으로

 성경책을 만들어서 학교, 병원, 군대, 호텔, 모텔 등에 무료 배포하는 일을 한다. 호텔에 놓여있는 성경은 다 기드온협회에서 준 것이다.
언젠가 둉유럽 여행때 3급 정도 되는 호텔에도 이 성경이 있어서 넘 흐뭇했다.
세계 곳곳에서 회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성경을 나누어 주다니!
만원이면 성경책 5권 정도를 만들 수 있다. 10만원이면 50권을 살 수 있다.
만원도 함부로 쓰고 싶지 않다.
나는 종종 한 박스씩 사서 외출할 때 몇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그야말로 느낌이 오는 대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성경책을 나누어 주곤한다.
지금 50권 중 이리저리 나누어주고 세 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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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위 사진의 신실한 세 사람이 모여 창립된 국제기드온협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실업인 및 전문인들의 모임으로

현재 세계 179개국이 가입돼 있으며 그동안 10억5,000만부의 성서를 기증했다.

100여 년전 머나먼 타국에서 결성된 기드온협회가 현재의 나에게 이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우편물을 보니 기드온협회지가 있다.
그날따라 찬찬히 읽어보니 협회에 각 외국 성경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마침 그 해에 캄보디아로 선교를 가게 되어서 캄보디아 성경책이 있나 보니 500권이 남아 있다.
한참 뜨거웠던 나는 다 사서 가져 가겠다 마음먹고 전화를 해보니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줄 것이기 때문에 반출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선교팀이 환자 몸을 치료해줄 때 나는 그 옆에서 성경책을 나눠 주면 얼마나 좋을까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낙담도 잠시 놀라운 연결이 이루어졌다.
캄보디아 기드온협회의 회장과 연결이 되었고 그 분은 마침 미국협회에서 받아놓은 캄보디아 성경이 2000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 1000권을 선교지로 바로 보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무사히 기쁘게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고 왔다.
그들은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받았다. 책이 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에 간증요청이 와서 간단하게 하고 돌아오니 집 앞에 큰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김장김치가 가득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
생각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주1 -내 이름을 따서 만든 납작한 몽둥이. 아주 허벅지에 착착 붙었다고 한다. 이제는 사라지고 추억속에 남았다


IP *.48.44.227

프로필 이미지
2018.06.11 20:43:05 *.140.242.43

혜홍도 옆에 차고 중딩들 휘어잡고 계셨을 선생님 모습이 연상되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8.06.13 16:41:01 *.88.68.40

'혜홍도'에 얼마나 많은 짜샤들이 사랑(?)을 받았을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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