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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8일 13시 36분 등록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진부한 일상의 한장면으로 각색되어 결국 아무 기억도 남기지 못 하고 사라지겠지만, 준비된 이들에게는 필연적 역사의 한장면으로 두고두고 기억되기도 한다. 인생은 한권의 책과도 같은 것이다. 바보들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고,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 그 책을 읽는다. 그 이유는 현명한 이들은 단 한번밖에 그 책을 읽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의 말은 우리 모두를 향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제 두 번째 오프수업이다. 지난달의 수업이 1박2일의 이벤트적인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6월 수업이 마치 첫 수업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역사의 한장면에 2018년 6월 16일 두번째 12기 오프수업은 어떤 페이지로 기록되게 될까? 내방역에서 나와 오프수업 장소인 방배본동 주민센터까지 걸어가는 풍경은 오랜만의 지기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설레였다. 오프수업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해있던 선배들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혜홍 웨버님의 깜짝 행운권 추첨등의 이벤트와 자기소개로 훈훈하게 6월 오프 수업이 시작되었다.

현 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가감없이 본인 역사의 주요 장면으로 채택한 혜홍선생님의 첫 발표가 있었고, 예상했던 대로 많은 얘기가 이어졌다. 정치성향에 대한 부분은 합의에 이르기 어려움을 모두가 알고 있었고, 혜홍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분노와 정의감에 초점이 맞춰쳤다. 혜홍선생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황이 없어, 끝까지 수업참석은 못 하셨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일상에서 혼용하고 때로는 거꾸로 쓰기도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비난이 아닌 비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신의 관념에만 사로잡혀 남의 텍스트를 멋대로 난도질하곤 한다. 색안경 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혜홍선생님 세션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안다'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불통의 장벽을 치게 되면, 개인은 아름다워질지 몰라도 우리는 아름다워질 수 없다. 아니, 결국 개인의 아름다움 역시 '모름다움'이라는 해괴한 단어가 변질된 모습에 불과할 것이다.

그 다음 차례는 12기의 동반자, 11기 승훈선배의 발표가 이어졌다. 승훈선배의 역사속 장면들은 개인이 직접 겪은 우리 역사의 굴곡을 드러내고 있었다. 혜홍선생님의 역사적 장면들과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신기한 부분이 있었다. 지난번 수업 때도 그렇고, 승훈선배는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지고 당차게 전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선배들의 주문(?)이 조금 있었지만, 내 생각에 선배의 삶은 이미 스스로에게 그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비록 일부 드러나는 모습밖에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삶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본인이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큰 그림은 이미 그려진 것이 아닐까.

내 차례가 마지막이었는데, 장소 대여 시간이 끝나는 바람에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수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했다. 짬을 이용해서 자문의원으로 참석한 진철선배의 미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 미옥선배가 6월 오프수업 자문의원으로 초빙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江의 이야기를 닮았다. 굴곡이 있지만, 결국 순리대로 낮은 곳을 항하여 흐르는 강처럼 그의 웃음과 코멘트는 자연스러웠다. 신경써서 오늘의 준비를 한 것이 느껴졌다.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점심식사를 하고 이과두주로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내 발표를 했다. 내 주제는 석가모니의 깨달음이었다. 역사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신화에 가까운 일이라 과제선정과정에서 고민이 좀 있었지만, 6월 과제로 읽고 있던 내면의 역사(칼 융,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다른 역사적 장면들은 눈에 차지가 않았다. 발표 후 폭풍 코멘트가 이어졌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어휘들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욕망과 욕심은 버리는 것이 아닌 정제하여 꿈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뒤늦게 온 상현선배까지 가세한 자문의원단의 개인 과외를 공짜로 받은 느낌이다. 상현선배는 넉넉한 인상과는 다르게(?) 칼날처럼 예리했고 섬세했으며, 선형선배의 코멘트에는 본인의 삶이 묻어 있었고, 로이스 선배는 다정한 어조로 핵심을 짚어주었다. 유감없이 발휘된 미옥선배의  MC본능은 수업을 완성시키기 위한 가드레일이었다.

마지막 대미는 진철 선배가 적어준 '그리하여 마침내 자유'라는 문장으로 귀결되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를 닮은 그 문장은 깨달음의 완성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만의 이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변경연 연구원 과정은 '나만의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신영복 선생은 그의 책 <담론>에서 타자의 이유나 논리가 아닌 '자기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 自由'가 되기 때문이다.

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좋은 책이 있고, 좋은 책이라고 기대하고 읽었는데 여전히 좋은 책이 있다. 사실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기대하지 않던 몇 개의 느낌표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책이다. 6월의 오프수업은 내게 한권의 훌륭한 책으로 남았다. 7월의 뜨거운 여름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게 될지! 한여름의 백사장보다 뜨거울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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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6:45:25 *.130.115.78

본인의 삶을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해낼 수 있게 되는,

마침내 자기만의 이유를 얻게 되는 그날이 머지 않은 느낌!


부디 그 시간까지 가는 길도 기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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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18:16:16 *.103.3.17

언어가 다소 정제가 되니, 생각도 조금 더 명료해지는 느낌입니다!! 자유를 찾아 고고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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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11:56:56 *.124.22.184

역시 오프수업후기도 남다르네요. 경종씨는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어떨지 기대돼요. 책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고요. 물론 컨셉을 잘 잡는다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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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06:54:33 *.48.44.227

'비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신의 관념에만 사로잡혀 남의 텍스트를 멋대로 난도질하곤 한다. 색안경 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의 40대는 이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는데 놀라와요.

벌써 이렇게 도통한 걸 보니 나는 미리 싸인을 받아놓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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