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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8일 21시 54분 등록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 4  

 

훌륭한 선수 휼륭한 코치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훌륭한 선수 뒤에는 언제나 훌륭한 코치가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훌륭한 코치가 되고 싶어했던 저는 재능과 노력이 부족해서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소망을 버리지 못해서 디른 형태로라도 그 꿈을 실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우리에게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열정을 가진 코치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세계무대에서 빛 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대중들이 열악한 코치들의 삶과 갈등을 이해할 수 있고 진정으로 열광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도 함께 담았습니다.

 이 글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들은 실제의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숙지하시고 오해가 없으시기를 미리 밝힙니다.

 

 

 

이 길에 마음을 담았느냐?

 

모든 생각은

이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확답을 위한 것이다.

 

너의 검이 여는

허공 속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은

거기서 시작된다.

 

모든 행위는

이 단 하나의 질문에 확답하는 것이어야 한다.

 

너의 몸이 걷는

세상 위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은

그 곳에서 끝난다.


이 길에 마음을 담았느냐? 

 



 

그는 생각한다. 왜 안 되지?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할 수 있는가코치로서의 그의 삶은 이 세 가지의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을 들고 있는 동안 그는 언제나 이 생각과 함께 살았다.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한 선수들의 최종 선발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실망했다.

정인, 난지, 희애, 세미가 선발되었다, 네 명의 선수들은 모두가 기대하는 희망을 실현할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주장인 스물 여섯의 정인은 은퇴를 앞 두고 있었다. 희애는 살이쪄서 뒤뚱거렸다. 난지와 희애는 국제시합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세계대회에서 7강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야말로 실낱 같은 기대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정인은 체력이 고갈되었고 의지는 희미해져 있었다.

정인이 전인여고 체육관에 친구를 만나러 놀러 왔다가 그와 그녀의 친구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생각했다. ,, 마지막 남은 전국체전을 잘 뛰고 싶은데 선생님과 훈련을 하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다가 휴식 시간이 되어 의자에 앉는 선생님께 다가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선생님, 전 마지막 남은 전국체전을 잘 뛰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그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거절했다.

나는 너의 은퇴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서 가르치고 싶지 않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가르치고 싶은 선수는 세계 무대의 시상대에 오르고 싶은 선수다. 만약 네가 내게 배우고 싶다면 국가대표가 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만 한 것도 죄송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족한 체력 때문에 훈련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그 날, 선생님의 짤막한 거절을 듣고 친구와 저녁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몇 일을 생각하다가 정인은 결정을 했다. 좋아, 한 번 해 보는거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뭐..  그렇게 정인은 굳은 결심을 하고 대표선수 선발전에 나갔고 결국 최종 선발이 되었다.

희애는 힘있고 탁월한 순발력을 가졌지만 살이 많이 쪄버렸다. 태능선수촌에서 장기간 훈련을 하지 않았지만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세계 대회에도 출전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곧 바로 들어와서 3년 차가 되고 있었다.  실업팀 생활, 숙소에 갇혀서 운동하면서 살이 많이 쪘다. 그런대로 시합에서는 자기 몫을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팀 감독님의 선배이신 선생님이 귀국해서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그녀의 팀과 함께 훈련을 하게 되었다. 훈련과 함께 이런 저런 상담을 하다보니 희애는 잠자고 있던 욕심이 생겼다. 그래 선생님과 한 번 열심히 해봐야지…’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희애는 선발전을 뛰었고 최종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 

난지는 키가 아주 작았다. 난지가 대표선수에 선발되리라고는 그의 팀의 감독도 생각지 못했었다. 전에 있던 실업팀에서 플러레 선수였던 난지는 후보였다. 죽도록 훈련을 했지만 주전선수의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고향에 있는 팀 감독님이 불러서 지금의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그리고 종목을 바꾸어 에뻬 선수가 되었다. 플러레 선수로도 키가 작은 난지는 에뻬 선수로서는 정말 작은 선수였다. 그러나 난지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 팀에서 혹독한 산악훈련을 많이 해서 난지의 체력은 아주 튼튼했다.더욱이 나이도 스물셋으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팀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 특별히 지도받지 못했지만 난지는 눈동냥 귀동냥으로 에뻬를 배우고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이 번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어려운 관문을 모두 뚫고 대표선수가 된 것이다. 대표선수였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했던 선배언니들은 탈락했지만 그녀는 당당히 대표선수가 되었다. 그녀로서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세미는 온순하고 늘 말없이 웃는 선수였다. 난지만큼 키가 작았지만 수비형인 세미는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대표선수에 선발되었다. 세미는 언제나 조용하고 얌전하게 있었다. 선배언니들 틈에 끼어서 꾸준히 노력했으면서도 작은 키와 선배언니들 때문에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번 선발전에서  선발이 된 것이다.

협회는 혼란스러웠다. 김코치가 외국에서 돌아와 다시 합류할 수 있어서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기대를 한껏 하고 있었는데 최종선발이 끝났을 때, 모두들 실망했다.

감독으로 들어온  000는 첫 마디가 그랬다.

아이구 이런 바보들을 가지고 어떻게 시합을 하냐…” 

그가 쳐다 보자 000 가 대답하듯 말했다.

생각해 봐라, 하나는 다 늙은 할망구고 하나는 살이 쪄서 뒤뚱거리고 나머지 둘은 국제시합이라고는 한 번도 뛰어 본적도 없고 키는 160센치도 않되니 희망은 물 건너 갔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전 아닌데요…”

그러자 000가 빈정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래 그럼 너는?...)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나는 온갖 경험을 하고 그 막바지에 있는 여우처럼 지혜로운 선수고,  하나는 그래도 왕년에 한가락 했구요 그리고 나머지 둘은 아무것도 모르니 무엇이든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할겁니다.

그게 될까..

000는 크게 실망했다. 감독으로 들어와 올림픽 티켓을 따야만 아틀란타에 갈 수 있고 그래야만 그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선발된 선수들을 보니 영 희망이 없다.  온갖 생각을 해 봐도 이 선수들로는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 그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에이.. 모르겠다. 다른 종목(남녀 플러레, 남자 에뻬, 남자 사브르) 들은 일본 아시안 게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서 실망한데다  여자 에뻬는 이 번에 새로 진입한 올림픽 종목이고 네가 돌아와서 기대를 잔뜩했었는데 아무리 총을 잘 쏘려고 해도 무기가 좋아야지, 무기가  이거 원에이

그렇게 실망해서 푸념을 뱉어내는 감독에게 그가 물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올림픽 티켓을 몇 장이나 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말이야,, 난 잘 해봐야 한 두장 그 것도 잘 모르겠다.

  10  모두 다 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일, 그들은 9장의 티켓을 따냈다.)

너 미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왜 안 됩니까?

그가 감독에게 말했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를 해야지,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도 마라, 그랬다가는 미친놈 소리듣기 딱 좋다.

 

그럼 선생님, 여기서 나가세요,

뭐라고!!

 그가 화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 시절, 그래도 날리던 선수였고 처음으로 아시안 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한국에 안겨주었던 그는 지도자 생활을 거치고 협희의 이사가 되었다.

지방 출신인 그는 펜싱을 좋아했다. 그런 그는 복잡한 협회의 정치적인 알력 사이에서 항상고민하고 자리보전에 긍긍했다.  그의 성격은 점점 눈치보기에 바빳고 뒷 소문과 모략에 익숙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 번 올림픽 출전을 대비한 기회로 주도권을 잡고 협회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갖고 싶어했다. 진 부회장이 그를 코치로 영입하려고 하자 000는 선수를 쳐서 그에게 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000가 예전에 대표팀을 떠나 자신의 처남의 도움을 받으며 사업을 하고 있을 때, 김 코치는 외국팀 총감독으로 가기로 결정한 후 인사차 그에게 갔었다.

그가 그에게 말하기를

너도 빨리 펜싱 떠나라,, 나 봐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게 뭐냐. 지금은 좋다. 사업도 잘 되고 여기서 잘 지낸다. 너도 빨리 그만 두고 갈 길 가라…”

그렇게 조언하던 그가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들어온 것이다.  

난 대표팀에 들어 오고 싶지 않지만 말야 사실 사람이 없쟎니.. 글고 한 번 뭔가 이루고 싶어서 말야..

그런 그에게 한 때 잠깐이기는 했지만 제자였던 김코치가 나가라고 말하는 것은 불쾌한 이야기였다.  사실 김 코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그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기도 했다.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그가 이렇게 어려운 도전에서 실패한다면 그가 설 땅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실망섞인 태도는 훈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가 나서 째려보고 있는 감독에게 말했다. 그러자 마지 못해 그가 말했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하실 수 있겠습니까? .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생각이 떠오르겠습니까? 우리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지원을 해 줄 것이며 누가 협력하겠습니까? 이길 수 없는 시합에 나가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고 등 떠미는 것이나 똑 같은데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들은 이길 생각을 못하니, 아마도 살 궁리만 하고 있을 겁니다 모두들 정치적이고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는데 그러니 선생님도 그런 생각하시면 지금 나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는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그렇게 어렵다는 이야기지 내가 정말 그러겠냐?

선수들도 누구든지 자기 팀을 위해서 대표선수에 머무르는 게 목적인 사람은 모두 내 보낼 것입니다. 그런 태도로는 이기기는커녕 훈련에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분위기만 망가뜨릴 거니까요…”

그래,, 그래.. 미안하다. 나도 열심히 할께 니가 애들 잘 이끌도록 해라..

사실 000 감독은 그를 아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들 눈치보지 않는 김코치의 뻣뻣한 성격과 태도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엄한 선후배 관계에서 새카만 후배인 김코치가 그 때까지 국내에서는 최고였던 그에게 껄끄러운 존재였다. 가까이 있을 때는 늘 배려하는 척 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김코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잖아. 하고 누군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공부.. 누구는 공부 안 하냐.. . 지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착실한 것만으로 돼냐 선배들이 말하는데 대꾸하고 고집피우고자기주장을 하고, 찾아가 인사도 하고 차례를 기다려야지어디서 건방지게 새까만 녀석이…”

그렇게 자신과는 달리, 분명하게 자기태도를 이야기하는 김코치가 못 마땅했다. 자신은 선배들 눈치와 시중들어가며 온갖 정치적인 뒤치닥거리를 하면서도 늘 불안한 그에게 김코치는 불만의 대상이었다.  

그는 대표선수가 될 수 없었다. 딱 한 번 일본에 전지훈련을 갈 때를 제외하고 그는 국내의 모든 시합을 우승했지만 대표선수가 될 수 없었다.  코치도 없이 성장한 이 왼손잡이 선수, 말도 없고 인사도 없는 이 선수를 아무도 추천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그 때 끼지 유일하게 체육학 박사 학위를 주던 쾰른 대학에 공부하러 가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공부하는 도중에 학비를 벌기 위해 88꿈나무를 가르쳤었다. 그 전에 서울 아시안 게임을 위해 와 있던 프랑스의 마리오 코치는 협회장의 요청으로 꿈나무 코치들의 자질을 평가하러 갔었다.  그가 선수들에게 렛슨을 하는 것을 본 마리오는  협회에 돌아가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그를 칭찬하고 추천했다.  이 사실을 그는 전혀 몰랐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꿈나무를 가르치다 협회 사무국장이 추천해서 체육부 우수지도자로 표창을 받은 적이 있던 김코치는 그렇게 외국인 코치의 추천과 프랑스 연맹의 젊은 지도자를 보내라는 권유에 의해  협회장은 외국인 코치가 추천하던 그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럼 그를 보내면 되쟎아! 라고 해서, 정치적으로 얽히고 섥혀 정해진 이미 가기로 되어 있던 사람과 바뀌어 극적으로 프랑스에 연수를 다녀왔다.  그리고 서울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그 해 겨울 88서울 올림픽을 위한 시범 케이스로 최 연소 국가 대표 코치가 되었었다.  000는 그런 그를 싫어했다. 2001년 김코치가 독일 유학을 포기하고  00 체육회의 초청을 받아 총감독으로 갈 때 까지 4년 동안  선배들은 온갖 일들을 시켰다. 니가 해야지, 여기 누가 할 사람 있냐?

그렇게 그는 모든 선수들의 훈련일지, 경기 결과 보고서, 훈련 계획서, 선수 숙소 관리, 모든 것은 막내였던 김코치 몫이었다.

그러나 그는 000를 좋아했었다. 그가 동향이었고 또 대학시절 한 때, 잠시 그의 코치로 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이미  대학 선배들이나 다른 학교 선배들이 000를 심히 싫어 했다. 기회주의적이고 가볍고 철없는 행동과 고약한 술버릇으로 000의 평판은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를 존중했다.

성격이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그가 조금은 이기적이고 덜렁댄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는 펜싱을 잘 했고  또 펜싱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가? 아마도 그의 문제들은 복잡한 선배들의 정치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김 코치도 고등학교 때 코치 없이 성장했고 대학에 와서도 선배가 없어서 항상 외로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000는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학 시위 때 주동이어서 요주의 인물이고 자신에게 건방지게 자꾸 질문을 해대는 녀석이,,,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녀석이 시건방지게…”구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000는 정치적이어서 항상 김코치에게 우리는 우리야 알지,,, 같은 편이라고 00도라고 그러니 내 말 잘 들어야 해 라고 술이 취하면 그의 방에 찾아와 새벽까지 시비를 걸고 찔퍽거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치근덕거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동생이 생기자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퇴행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그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 놓으며 그의 비위를 건드려서 잘 표현하지 않는 김코치의 내면을 알아 내려고 했다.

이리 저리 줄을 바꿔 서면서 요령껏 살아온 그에게, 그리고 막내로 자라 치근덕거리고 술버릇이 나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 자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지도자 생활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는 안달을 하다가도 막상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사자 없는 정글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선수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생각과 렛슨에 무조건 복종하는 선수를 좋아했고 나머지는 다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김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선수가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코치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그 선수의 수준은 그 코치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 코치는 이미 은퇴한 선수고 그의 기술이나 지식은 낡은 것이다. 대부분의 코치가 현역 선수로서 자신의 기량이 한계에 도달할 때 물러나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선수는 코치로부터 배우지만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자신의 펜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는 자신과 다르다. 체격이나 체력 같은 신체적인 조건도, 생각이나 태도도 그 자신과 다르다. 그러므로 코치는 자신의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입장에서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것은 통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코치는 선수에게 뭔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자신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을 통해서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두 그렇다고 생각한다.  

000는 동상이몽을 하는 적대적인 동반자관계로 김코치를 생각하지만 김코치는 과거 속에 묻혀 사는 퇴행하는 늙은 군인으로 000에게 연민을 느꼈다.  

000 는 김코치에게 펜싱을 하던 모든 시간 동안에  고난과 시련을 주는 시험자였다.  언젠가 누군가가 000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김코치를 싫어 하십니까? 라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단지 기분이 나빠서 말야…’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 000는 올림픽 예선 대표팀이 결성되면서 김코치와 함께 있는 동안 술을 마신 날이면항상 김코치를 찾아와 물었다.

! 내가 대한민국 최고지 맞지? 그렇지?

, 그렇습니다.

그럼, 넌 뭐냐? 넌 뭐냐고~?

저요 ..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그가 얼굴을 삐쭉이면서 고개를 쑥 들이밀고서 말했다.

그런데 왜 애들이 너를 따르냐?

그거야 뭐 제가 열심히 가르치려고 노력하니까 그렇죠..

니가 할 일은 말야 애들이 날 존경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잖아.. 우리는 한 편이잖아.. 너는 할 수 있쟎아..

그가 한참 말이 없자..

내가 틀렸냐.. 넌 그것도 할 수 있잖아,, 안 하는거쟎아.. 맞잖아..?

그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선생님,.. 존경이나 사랑 같은 것은 강요해서 되는게 아닙니다.

아시잖아요…”

나는 기분이 나쁘다고~.. 애들이 널 따르면서 날 따르지 않는게 기분이

나쁘단 말야 알아..  내말도 잘 듣고 니말도 잘 들으면 되쟎아..

내가 틀렸냐? 내 말이 맞잖아?

선생님, 얘들이 선생님께 잘 못하나요..?

기분이 나쁘다니까.. 겉으로 말고 마음으로 해야 잖아 아니잖아

기분이 나뻐 나한테 조금만 잘 해주면 잘 하쟎아 나도.. 안그러냐?

주의를 주겠습니다.

니는 할 수 있잖아.. 니는. ,, 나 잘란다..

아침에 나는 안 나간다.. 나가 알아서 해라.. 알았지..

 

 그런 000는 김코치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그의 눈에서 파란광채가 날 때마다. 000 는 흠칫 흠칫 놀라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를 손에 쥐고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언제나 안달하곤 했다.

그런 000는 결정적으로 갈등을 겪게 된 것은 미국행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격돌하던 아시아 선수권 대회 때 였다. 김코치가 가르쳤던 여자에뻬는 개인전 123위에 이어 단체전도 우승을 했다. 그는 별도로 열리는 와일드 카드 티켓 경기에 다른 팀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000 는 여자 플러레를 맏고 있었다. 개인전을 뛰는 날 000 는 또 다시 실수를 했다. 선수들에게 지난 세계 대회 때의 결과를 비난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곧 시합을 뛸 선수에게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 ..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가 화가 났지만 참고 도시락을 챙기는데  000가 들어왔다. 이미 000는 선수가 울고 문제가 곤란하게 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000가 김코치를 보자 김코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정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000는 긴장해 있었고 당황해 있었다.

그가 할 수 없이 000 에게 말했다.

, 그런 말을 하셨습니까?..

내가 뭘  난 그냥 잘 하라고 같은 실수하지 말고…”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잖아요.. 긴장은 선생님이 더 하시고 있지 않습니까?

시합이 시작도 안됐는데…”

난 잘못 안했다. . 그런 말 할수도 있잖아…”

전 더 이상 선생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도시락을 먹다 말고 일어나서 나갔다

000는 따라 나오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관여하지 않겠다니..  이야기 좀 하자고…“

그러자 그가 경기장 입구의 장비검사실로 들어갔다. 000도 따라 들어왔다.

선생님,, 지난 번 세계 대회 때도 시합에 지고 나오는 선수한테, 너 때문에 졌다고 그러셔가지고 걔 펜싱 그만둘려고 했잖아요.. 지고싶어서 지는 얘들 있습니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

죽을 것 같은 심정인데  거기다가 칼을 한 번 더 꼽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 중요한 시합하는데 왜 또 그 이야기를 들추십니까.. 선생님, 개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그러세요.. 시합은 걔가 뛰는 거쟎아요.. 용기를 북돋아주고 격려를 해 줘야지 아무튼 가서 미안하다고 하세요.. 안 그러시면 선생님 미국에 못 가십니다.  걔가 그 심정으로 시합 잘 뛸 수 있겠습니까?

난 못해.. 그는 당황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그렇게 자신의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며 선수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선생님은 사랑이 없으세요.. 항상 얘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선생님은 사랑이 없으세요.

그건 거짓이라구요…”

뭐라고 내가 얘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니야 나는 얘들을 사랑해. 얼마나 얘들이 이기기를 원하는데 사랑한다구…”

그가 000를 쳐다보자 000가 눈을 피했다.

선생님, 그럼 저하고 게임을 하실래요?

…”

 좋습니다. 선생님하고 저하고 게임을 하는 겁니다. 지면 손가락 하나를 자르는 겁니다.

제가 뭐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까?

000 가 대답했다.

니가 졌다 고 말했겠지

그래요. 좋습니다. 그럼 한 번 더 합시다. 이 번에 지면 손목을 자르는 겁니다. 제가 뭐라고 대답했겠습니까?

니가 졌다고 대답하겠지.. 000 회가 씨익 웃으면서 이내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시퍼런 광채가 솟아났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합시다. 이 번에는 목을 베는 겁니다. 진짜로 .. 목을 베는 겁니다. 제가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습니까?

그의 눈에서 섬광이 번쩍이면서 파란 불기둥이 뻗어 나왔다. 

000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망설이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이 막혀버렸다.

왜 대답을 못하시는 거죠…”

그러자 000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에는. 네가 이겼다고 대답하겠지…”

그러니, 선생님은 사랑이 없으시겁니다. 아세요..

아니.. 네가 졌다라고 대답. 난 애들을 사랑한다고

선생님, 선생님은 대한민국 최고시잖아요. .. 맞습니다. 선생님이 대한민국 최고라는 거 맞습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 나가면 지금 대한민국 수준은 별 볼일 없습니다. 아세요

저는 요 .. 아무것도 아니지만, 세계무대에 나가서도 똑같아요.. 전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아세요..

선생님은 애당초 제 상대가 아닙니다. 선생님 못이기는데 어떻게 저 사람들 이기겠습니까?제가 선생님과 싸우기 위해서 대표팀에 들어 온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싸워야 할 사람은 저기 밖에 있다니까요 500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 수없이 많은 선수와 경험과 기록을 가진 그들과 싸워야 한다구요 왜 우리끼리 피를 흘려야 하죠.. 함께 싸워야 할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래도 전 목을 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생님이 좋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게 우리편이잖아요, 동료를 위해 희생할 수 있고 서로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 그게 우리고 사랑 아닌가요

000 가 말이 없자 그가 말했다.

선생님,,, 가셔서 말하세요.. 제발.. 우리 어렵게 고생했는데 다 같이 미국에 가야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걔는 이기지 못할 겁니다. ..

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풀이 죽어 말했다.

그래 내가 그렇게 하마 하지만 말야.. 니가 알았으면 한다. 나도 펜싱을 사랑해 나도 얘들을 사랑한다고…”

한 참 뒤에야..  정인이가 와서 그랬다.

선생님 전 듣지 못했는데요 미연이가.. 절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버리더라고요…”

그렇게 그날 미연이는 중국선수를 물리치고 아틀란타 올림픽에가는 8번째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여자 플러레 단체전은 중국에 지고 말았다. 막 판에 뒤집혀서

마지막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협회 전무가 그에게 왔다.

김코치, 000가 자기 시합에 오지 않았으면 한데그냥,, 아무 말 하지 말았으면 한다김코치 니가 소리치면 소름이 끼친단다 그러니 그냥.. 있는게 좋겠다. 그렇게 하자…” 전무이사는 김코치를 달랬다.

그는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 알겠습니다. 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파란 하늘을 쳐다 보았다 구름 한 점이 빠르게 흐르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날 아시아 지역 선발전에서 한국은 8장의 티켓을 추가로 따냈다. 세계대회에서 따낸 한 장과 함께 열 종목에서 9 종목을 출전하게 되었다.

여자 플러레는 티켓을 따지 못했고 결국 000는 미국에 가지 못했다.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욕망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몸으로 실천하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신의 소리없는 목소리를 듣는다
.

 

그 대는 검을 든 이 길에 마음을 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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