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효인
  • 조회 수 413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11월 2일 09시 36분 등록
 

시대의 요청 : 아모르 파티(Amor fati)에 대한 서사


미래학자 롤프 얀센은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에서는 마치 위대한 소설가가 이야기를 상상해내듯 경영의 미래 역시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존 나이스비트, 자크 아탈리, 사뮤엘 헌팅턴 등과 같은 미래 학자들 또한 문화, 콘텐츠, 창조, 상상력, 감성 같은 단어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류가 될 거라고 했다. 우린 이미 꿈과 감성을 파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꿈은 서사요 감성은 미에 대한 욕망이다.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이를 접하는 감수성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야기속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이다.


현대사회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에는 지식의 수명이 길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매우 느리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늘날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빠른 변화는 지식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지식의 단명은 새로운 것의 창조를 요구한다. 새로운 것의 창조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의 사상누각을 지어야 한다.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춤추는 누각’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 창조성과 창의성이 강조된다. 창조성과 창의성은  기업경영, 문화행사, 사회사업, 그리고 인간관계에까지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창조성과 창의성에 기초한 서사의 능력이 핵심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이야기를 말하며 이야기와 만난다. 리쾨르는 우리의 정체성 자체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주변은 온갖 신화적 이야기와 중세적 판타지와 마술적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바야흐로 이야기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문화와 디지털기술의 접합으로 생명력을 얻은 이야기들이 우리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문화가 서사 즉 스토리텔링으로 다시 태어난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 <반지의 제왕>, 게임 <리니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대장금>, <대조영> 등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가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디 워>는 다른 괴수영화에 비해서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을 구사함과 동시에 우리 고유의 구비전승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디 워>가 선택한, 500년마다 용으로 승천하는 <이무기> 이야기는 서양에는 없다. 주제가 다소 어설펐지만 이무기와 윤회라는 한국적 문화코드로 승부를 걸었기에 그나마 성공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성공한 스토리텔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본다. 서양에서 오랫동안 전승하던 마법사이야기가 조앤 K. 롤링의 손을 거쳐 디지털시대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해리포터>는 6부까지만 하더라도 3억 2천 5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고, 7부를 더한다면 4억 부에 육박할 것이며, 매출액만 3조원에 이르고, 부가가치는 300조에 이른다.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써 서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좋은 이야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한 토대는 무엇일까? 이야기 창조 능력이 필수인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철학이라고 한다. 삶에 건강과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창의성을 고무시켜주는 철학은 어디에 있을까? 

고병권을 통해 니체를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삶을 그토록 사랑한 철학자 아니 한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벅찬 감동과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니체는 철학, 종교, 도덕, 국가 등 삶을 부정하게 만드는 그 어느 것도 가만두지 않았다. 이 세계 속에서 삶을 평가절하하고, 어떤 생성도 없는 영원불멸의 세계를 염원하는 철학을 가만두지 않았다. 니체는 철학은 죽음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닌 삶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삶’을 ‘사랑’한다는 것. 니체는 이것을 사유와 삶에 관한 하나의 정식이라고 말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며 자신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예술적 행동이라고 했다. “삶을 사랑한다는 철학은 변화하는 건강상태를 횡단하는 변모의 예술이다.” 니체는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로서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니체가 말한 새로움과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긍정의 권력의지’와 생성을 반복하는 세계를 긍정하는 ‘영원회귀’는 우리시대 서사를 위한 철학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토대 위에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자신의 서사를 쓸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하나의 예술로 변모할 수 있다.



IP *.124.157.22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2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 -3 사랑 백산 2009.11.09 2211
1311 [사자팀-관계에 대한 칼럼4] 드라마와의 친교 書元 이승호 2009.11.08 2717
1310 [사자10]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5] 한명석 2009.11.07 3066
1309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 -2, 그가 사는 나라 [2] 백산 2009.11.06 2722
1308 두 얼굴의 사부님 [10] 현운 2009.11.05 2794
1307 사자 프로젝트 세미나 발표내용 file 정야 2009.11.03 2839
1306 [호랑이] 현재보다 꿈을 파는 마케팅 - 시각매채를 중심으로(4) file [1] 한정화 2009.11.03 4093
1305 10월 사자 프로젝트 세미나 발표내용 혁산 2009.11.03 3019
1304 [사자 10월 워크숍 과제] 수희향 2009.11.03 2808
1303 사자 프로젝트 세미나 발표 내용 [2] 희산 2009.11.03 2744
1302 사자 프로젝트 세미나 발표 내용 혜향 2009.11.03 2754
1301 사자팀 프로젝트 세미나(10/31) [1] 書元 이승호 2009.11.03 2946
1300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 -1, 걸어서 하늘까지 [2] 백산 2009.11.02 3156
1299 [사자9] 니가 필요해! [8] 한명석 2009.11.02 2947
1298 [첫번 사자 저술여행을 다녀와서 - 창조적 황금벼룩이들의 이야기] [8] 수희향 2009.11.02 2834
1297 한 걸음 떨어질 순간 -거리두기의 효용 예원 2009.11.02 3412
1296 칼럼 29 - Amor fati ,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3] 범해 좌경숙 2009.11.02 5820
» 시대의 요청 : 아모르 파티(Amor fati)에 대한 서사 효인 2009.11.02 4136
1294 [호랑이3] 현재보다 꿈을 파는 마케팅 사례 (3) file 한정화 2009.10.27 17801
1293 칼럼 28 -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6] 범해 좌경숙 2009.10.26 3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