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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3일 12시 55분 등록
 

꿈을 파는 마케팅 - 시각매체를 중심으로(4)


마시는 케이프 코드의 한 영화세트장에서 막 촬영에 들어갈 영화 세트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 마시는 보스턴의 화랑가에 가끔 그림을 전시하며 작업실의 월세를 내기 위해 극장 간판을 그리고 공예 소품들을 만들며 팔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 세트 배경을 칠하던 어느 날 마시는 감독이 스토리보드작가를 현장으로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통화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일방적으로 감독의 이야기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감독은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그때까지도 제작사측이 누군가를 매사추세트츠로 보낼 비용을 추가 부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마시는 스토리보드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과 관련있다는 것만을 알았고 그림이라면 그녀가 아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마시는 프로덕션디자이너 옆에 앉아 자신에게 스토리보드 작업을 맡겨 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덕션디자이너는 오후에 한사람을 구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시는 그날 밤 짐을 꾸리며 좀더 일찍 말했더라면 하면서 아쉬워했다.


새벽 6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마시는 비몽사몽으로 대답을 했다. ‘자네가 이십분 안에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들고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우리가 한 장면을 맡길까 하네. 방금 전 다른 작가와의 계약이 취소되었네.“ 마시는 부리나케 사무실로 달려갔다. 디자이너가 마시에게 말하길, 팀이 하루 종일 로케이션 장소를 찾기 위해 출발하려던 참이며 마시는 감독 곁에 붙어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많이 하지 말고 카메라위치, 연출과 배치에 대해 감독이 말하는 내용은 빠짐없이 노트에 기록하기로 했다.


이후 마시는 14시간 동안 히드라와 같이 영화 제작진을 따라다녔다. 주고 받는 생소한 표현들을 쓰고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첫 날의 작업이 끝났을 때 마시의 마음은 잔뜩 흥분하고 또 몸은 기진맥진해져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두 달간의 촬영의 시작이자 그 후 14년간의 작업과 영화 예술과 산업에 대한 영화의 첫 걸음이었다.

케이프에서의 영화가 끝난 후 마시는 LA이로 이사를 하였고, 마시의 경력은 세트장식과 아트디렉션까지 넓어졌다. 그러나 언제나 프리프로덕션 시각화작업으로 돌아왔다.


한번은 드밀 감독이 서커스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마시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을 했다. 마시가 드밀 감독을 만났을 당시에는 촬영대본이나 다른 어떤 것들도 없었다.

“서커스단과 함께 여행하면서 자네가 흥미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걸 그려오게.”

마시는 2개월 남짓 서커스단을 따라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드밀 감독은 작가들을 불러서  마시의 스케치들에 근거해 영화대본을 쓰도록 하였다. 그래서 ‘지상 최대의 서커스’라는 영화는 탄생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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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그 후 드밀 감독의 소개로 다른 영화감독과도 일하게 되었다. 어윈 앨랜 감독과 일할 때였는데, 앨랜 감독은 네 개의 촬영팀을 위한 각기 다른 장면을 요청했다. 마시는 매일 스타들과 작업했으며 미니어처 촬영과 헬기촬영장에도 함께 했다.
영화에서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마시는 스태프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어윈 앨랜 감독은 ‘나보다 앞서 생각해. 마시, 앞서 생각하라니까’라고 말하곤 했다. 이렇게 그려진 영화 <볼케노>의 스토리 보드 중 몇 개는 편집 스토리보드보다 훨씬 더 세밀하게 그려져 세일즈 도구로 쓰였다. 마시의 작업들은 영화의 가장 뛰어난 장면들의 심플한 시각화를 투자자나 스튜디오에 보여줄 수 있어 제작비를 더 따낼 수 있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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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마시는 미국영화연구소(AFI:American Film Institute)로부터 스토리 보드제각과정을 강의하도록 초청받았다. 마시는 현장 경험에 근거해서 처음 감독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은 AFI나 마시가 예상하지 못한 인기를 얻었으며 지방에서 사설 워크숍도 진행하게 되었다.


마시가 필라델피아에서 사설 워크숍을 진행하는 중에 영화배우라며 자신이 쓴 대본을 가지고 와서 영화감독을 소개해달라는 청년을 만났다. 실베스터라는 청년은 승패가 뻔한 권투경기를 우연히 보러갔다가 예상밖으로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는 모습에 감동받아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했다. 마시가 보기에 시나리오 내용은 탄탄했다. 마시는 최근 작업을 같이 한 아빌드센 감독이 떠올랐다. 감독은 촬영을 마치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청년은 아빌드센 감독을 찾아가 자신이 대본과 함께 자신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도록 요구했다. 감독은 시나리오의 탄탄함에 반해 거의 신인이다시피 한 그 청년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마시는 아빌드센 감독과 한번 더 <록키>라는 영화로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 (*b)


마시는 스토리보드를 만들었고 감독들이 촬영장면 목록과 촬영도면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으며, 여러 면으로 많은 영화와 TV 프로젝트에서 비주얼 어시스턴트로서 활동했다.


마침내 마시는 캘리포니아 파사테나에 있는 아트센터의 영상학수 교수직을 제안 받았다. 마시는 미래의 영화제작자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작업하면서 경험을 통해 색채이론, 구성, 스토리보드 작업, 그리고 화면을 구성하는 데 적용되는 것으로서의 서술구조 등이 들어간, 영화를 위한 사전 시각화작업의 많은 요소를 포함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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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 내용은 마시 비글레이터(Marcie Begleiter)가 쓴 [From Word to Image : Storyboarding and the Filmmaking Process]라는 책의 머리말 부분에서 마시 자신의 스토리보드와의 첫 인연과 그 후의 영화산업분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과의 인연을 소개한 글에 책에 실제사례로 등장한 여러 가지 영화감독들과 스토리보드작가와의 대화를 추가하여 엮은 것입니다. 스토리는 설명보다는 기억하기 좋고, 전달력이 좋다는 말을 들어서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a : <지상최대의 서커스>라는 영화는 마시가 작업한 것이 아닙니다.

*b: <록키> 또한 위의 내용은 이야기의 구성을 위해 허구의 요소로 넣었습니다. 마시와 감독, 그리고, 주연배우와의 인연은 허구입니다. 록키 1편의 아폴로와 록키의 시합은 스탤론이 실제로 관전했던 시합과 유사할 것입니다. 승패가 뻔한 권투경기를 스탤론이 우연히 보러 갔다가 예상밖으로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는 모습에 감동받아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된 것이 록키의 발단입니다.

- <록키(Rocky)> 1976년, 존. G. 아빌드센 감독, 실베스터 스텔론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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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만들기를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진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를 위한 꿈그림을 위해서 영화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지요. 잠깐 한주 동안 공부한다고 해서 영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습니까마는 그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구상하는데 영화에 관한 책들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가 제게 이야기해 준 그의 꿈은 영화마을을 만들고 거기서 4개의 영하 제작팀이 영화촬영을 하고 있고, 마을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수 있는,영화음악을 종일 들을 수 있는 카페가 있고, 영화에 대한 것을 실습과 함께 배울 수 있는 영화학교가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마을과 연계한 것이었습니다. 그 그림 구상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장면, 영화관련 종사자들, 그리고, 일상에서 어떻게 영화가 인생으로 파고드는가를 알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에 집히는 영화관련 책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꿈을 파는 마케팅 사례는 영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영화]라는 책에는 50명의 영화에 얽힌 자신의 인생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감독시킨 것은 신기한 것만을 쫒던 추상미씨가 영상이란 글로 전달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감동을 안겨준 영화 이야기를 했고, 또 하나는 만화가 이두호씨가 고등학교시절부터 여러 번 보면서 자신의 머리 속에 생생하던 영화 <벤허>에서 의상이나 장면구성의 아이디어를 얻어 <줄이어서 시저>를 그렸고 그 후에 <벤허>를 만화로 통째로 그리고 나서야 그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추상미씨는 영상으로 저를 유혹했고, 이두호씨는 장면구성의 소재를 얻었다는 말로 저를 유혹했습니다.


그래서 더 뒤적여 찾은 책이 마시 비글레이터(Marcie Begleiter)가 쓴 [From Word to Image : Storyboarding and the Filmmaking Process]입니다. 영화는 꿈을 파는 사업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제작사가 Dream Works라고 쓰여있습니다. 그의 영화촬영장소는 꿈을 만드는 공장인 셈입니다. 그 꿈을 각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파는가에 대한 것을 제게 알려준 것은 마시 비글레이터입니다. 위에 적은 내용대로, <지상 최대의 서커스>처럼 대본을 만들기 위해 그림이 작가에게 전달되는가 하면, 세트장 구성을 위한 스토리보드가 있고, 메인카메라나 세컨카메라, 조명의 위치를 알리고, 배우들의 동선을 알리는 스토리보드가 있는가 하면,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투자자에게 보일 스토리보드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타인에게 팔기위해 동원된 것들이 아닐까요?


저는 위의 이야기에 허구의 요소를 하나 넣었습니다. 그것은 <록키> 영화의 뒷이야기입니다. 위의 마시와 감독과의 연관성은 허구이지만, 영화와 배우와의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록키> 영화 주연배우 실베스터 스텔론과 영화대본과의 관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실베스터 스텔론은 좋은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배우로 성공하고자 하는 자신을 추천했습니다. 흔하지 않은 경우 같습니다. 같은 예로 <굿 윌 헌팅>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주연배우 매트 데이본이 대학시절 작문과제로 제출한 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실베스터 스텔론과 매트 데이본에게 시나리오는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듯 보입니다. 이들은 그 영화를 하기 전에도 영화배우였지만, 그들이 주인공이되는 영화는 각자의 시나리오에서 나왔으니까요. 자신의 꿈을 파는 마케팅에 스토리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유명 영화감독들은 감독이면서 시나리오작가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화감독들은 언제나 좋은 시나리오에 목말라 합니다. 그리고, 감독들이 배우들에게 자신의 영화제작에 참여의사를 물을 때, 자신의 열정과 영화제작 역량을 보이며, 함께 만들 영화 시나리오를 보냅니다. 배우들은 그것을 보고 영화제작에 동참하거나 거절하거나 합니다.


저는 아직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어렴풋한 이들의 관계를 잡아보려 합니다. 영화감독, 영화 투자자, 스토리보드 작가, 영화배우를 모두 묶기에는 아직은 강력한 끈이 보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들이 각자 자신을 자신이 하는 일을, 꿈을 마케팅한 방법은 달랐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영화라는 것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같은 현장에서 뛰고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생깁니다. 각자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면서 ‘좋은 영화’라는 같은 꿈과 함께 각자의 꿈을 꾸는 듯이 보입니다.


그럼 다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으니, 이제는 또 중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에게 꿈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던 영화감독을 꿈꾸고, 영화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청년은 어떻게 자신을 마케팅해야 할까요? 그저 몇 권을 책을 후르륵 본 저의 영화에 대한 작은 지식으로는 이 청년이 자신을 마케팅하는 법은 현장에서 같은 꿈을 꾸게 하거나 함께하는 이들의 꿈에 자신의 기여요소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성급히 결론을 내려봅니다.

IP *.72.153.59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09.11.03 13:46:27 *.248.91.49
니체에게 사로잡혀서 고궁에 단풍드는것도 놓쳤네요.
목요일 (5일) 창덕궁 벙개!
매주 목요일은 자유관람이니까
낙엽위에다가  <From Word to Image> ....쏘아올려 볼까요?
문자로 대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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