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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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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6일 00시 41분 등록

이 글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훌륭한 선수 뒤에는 언제나 훌륭한 코치가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코치로부터 그 운동의 전문성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인생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도 함께 배운다고 많은 연구결과들은 말합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스포츠 왕국을 꿈꾸면서, 타고난 재능과 끝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삶의 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코치의 존재에 대해 항상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을 바탕으로 이러한 소망을 담아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들은 실제의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미리 밝힙니다.

 

 

그가 사는 나라

 

그가 사는 나라

 

두 귀 막고 달려간 곳은

영혼 하나 불타는 나라

 

외로운 영혼이 가쁜 호흡으로

소리치는 찬란한 꿈의 나라

그 찰나의 나라

 

핏발서린 뜨거운 열정과

살을 에이는 혹한의 고뇌가

함께 숨쉬는 나라

 

그 어떤 날도 눕지도 서지도 못하던

들끓는 비난과 갈채로

쉼없이 흔들리는 나라

 

문득,

그리움에 먼 곳을 보면

잃었던 사랑이 잊었던 사랑이 아른거리는

벅찬 가슴으로 손짓하는 나라

 

영혼밟고 영혼이 되는 나라

피보다 더 진한 땀의 가죽으로 싱싱한 나라

타버린 찰나만이 영원히 거듭 사는 나라

 

그가 사는 나라

 

 

그날, 세계 펜싱 선수권 대회가 열렸던 헤이그에는 비가 내렸었다.

아침에 비가 내렸다. 이른 초가을 같은 날씨 한 낮엔 약간은 무더운 헤이그 그 날 아침에 소리 없이 비가 내렸다. 그는 비가 오는 날에 시합을 하는 것을 좋아 한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엔 항상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었다.

좋은 성적을 거두던 날, 비가 왔는지 아니면 비가 오던 날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비가 오는 날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가 우승하던 국내대회 모든 시합기간에 비가 왔었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처음 부산에서 전국체전이 열렸을 때, 경기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불안한 어린 마음으로 체육관 창살을 잡고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떠 창 밖을 내려다 보고 있을 때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날, 그는 결승전까지 전승을 하고 펜싱을 배운지 다섯 달 만에 전국체전에 준우승을 했다. 결승전에서도 21패를 했지만 동료와 선배들의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못하는 바람에 졌을 뿐이다. 3학년 때도 인천에서 경기를 할 때도 비가 왔었고, 문교부장관기, 대통령배와 회장배를 우승할 때도 비가 왔었다.  그는 다른 선수들같이 장의차를 보면 시합을 잘 뛴다거나, 손톱을 깍지 않거나 비누세수를 않거나 달걀을 먹지 않는 그런 미신 같은 징크스를 믿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의 훈련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에 코치 없이 동료랑 체육관 한 쪽에서 눈치를 보며 연습을 하곤 했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차지해 버린 넓은 체육관 중앙에는 가보지 못하다가 다른 학교 감독선생님과 선수들이 집에 가고 난 뒤에서야 체육관의 넓은 중앙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이미 날이 어둑 어둑해 있었고 그리고 전등도 전기세가 많이 나간다고 핀잔을 주는 관장님 때문에 켜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냥 불도 켜지 않은 채 날이 어두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곤 했었다.

그러니 비가 오는 날의 체육관은 상당히 침침하고 눅눅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불편해 지만 그는 오히려 시합을 잘 뛰었다.

그런 그가 프랑스에 펜싱유학을 갔을 때, 그는 신났었다. 펜싱 시즌인 유럽의 겨울은 대부분 비가 오는 우기였다.  파리는 늘 침침하고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시합기간 내내 청명하던 날씨가 ,  이상하게도 하루 전 날, 저녁 늦게 부터 비가 조금씩 뿌리더니 그 날 이른 새벽까지 비가 내렸다.  

바람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이준 열사가 장열하게 돌아가셨던 헤이그,  묘하게도 올림픽 예선을 함께하는 세계선수권대회는  그 곳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었었는데 단체전을 뛰는 하루 전날, 그렇게 비가 내렸다.

 비가 온 뒤,젖어 있는 깨끗한 아침에 그가 호텔 문을 나서  셔틀버스로 가면서 느끼는 공기는 신선하고 시야는 선명했다. 개인전은 모두 끝나 있었고 단체전이 남아 있었다. 임원단은 초초해졌고 선수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모두들 말이 없었고 얼굴들은 굳어 있고 더러는 비장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일찍 나와 셔틀버스 앞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 걸어가고 있을 때 프랑스에 펜싱 유학 중이던  재정이 그에게 걸어와 물었다.

선생님, 오늘 이길 수 있을까요?

재정은 세계 선수권 기간 동안 통역을 하며 선수단을 돕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올림픽 꿈나무였던 재정이를 가르쳤던 그는 그에게 프랑스에 펜싱 유학을 가기를 권했었다. 펜싱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지론으로 중학교 때 전교 5등 안에 드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펜싱을 가르쳤던 재정의 중학교 체육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셨다.  재정은 왼손잡이고 공부도 잘하고 펜싱도 잘 했었다. 그는 대학도 특기자로 들어가지 않고 일반전형으로 펜싱이 있는 00대학교를 과 수석으로 들어갈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가정 형편이 어렵기는 했지만 생각도 바르고 펜싱을 좋아 했었다. 결국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포기하지 않고 프랑스에 유학을 갔었고 펜싱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고 있었다.

그를 잘 따르던 재정은 시합기간 동안, 대회에 관한, 그리고  다른 나라 선수들에 대한 정보나 주변 상황들은 자세하게 전해주곤 했었다.

재정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애써 희망 없는 표정을 감추고 물었다.

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재정에게 말했다.

재정아 난 말야 시합에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이 시합이 끝나도 나의 태도가 똑같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을까?

재정은 자신이 예상했던 답과는 전혀 다른 답을 듣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누군가 그러더라, 5분 앞을 내다보면 천하를 지배하고 하루 앞을 내다보면 선지자가 되고일 년 앞을 내다볼 수 있으면 사는게 재미 없다고 말이다  나는 그 중 어느 것도 아니니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알 수 있겠니?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기대할 뿐이다. 이기든 지든 결판이 나는 것은 나의 의지 밖에 있지만 나의 태도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않니? .  

재정은 알고 있었다. 이 시합, 한국팀이 7강에 들어간다는 것이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지나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거,,. 아닌 불가능하다는 거.. 개인전 결과에 의한 경기의 대진표에 따르면 한국팀이 32강에서 주최국 미국을 이긴다고 해도 16에서 독일과 만난다는 거.. 세계랭킹 1 3 5 7위가 포진한 올림픽 우승은 따놓은 것처럼 대부분의 유럽선수들이 생각하는 독일 팀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정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저께 정인이 개인전 32강에서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의 나스를 잡고 올라가자, 비록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은근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재정은 마음 속으로 (선생님을 보니 오늘 한 판 피가 튀겠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전 생각을 못해봤는데요 그저 이길까 질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오늘 시합 볼 만 할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면서

선수들 확인하러 먼저 갑니다.! 하면서 셔틀버스 쪽으로 가서 고개를 돌려 그를 한 번 보고는 차에 올랐다.


단체전 32 강 아틀란타 올림픽 주최국 미국이었다. 
  

첫 게임은  난지가 뛴다. 틀림없이 재들은 미시가 나올거다. 미시는 잘하지만 나머지 둘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수를 벌어 놓으려고 할거다. 대비해라. 우리는 미시한테는 포인트를 주지 말고 헤니와 리에게 승부한다. 좋아?  

!

좋아! 가자..

미시는 프랑스 생모르 시합에서 우승한 미국의 선수다. 키도 크고 경험도 상당하지만 팀 경기에서는 점수가 누적되므로 자신의 차례에서 점수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선수들이 점수를 잃더라도 다시 자신의 차례가 오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예상대로 미시는 계속해서 밀고 들어 왔다.

난지는 158 센치의 키, 미시는 175세치,, 마치 머리 하나가 더 있는 대학생과 초등학생과 게임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난지의 강력한 안쪽 방어와 바깥쪽으로 한 바퀴 회전해서 감아들어가는 후레쉬(날아들어가듯 찌르는 공격)는 순간적이고 남자들만큼 빠르기 때문에 미시는 번번히 찔렸다. 희애가 중간에서 점수를 하나씩 하나씩 보태 주었다. 정인이 착실하게 점수를 확보해 나가자 여섯 번째 경기가 끝났을 때는 이미 경기는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이미 6점이나 차이가 났고 미국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를 풀 수가 없었다.

경기는 속개되었고 결과는 45 36으로 끝이 났다.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미국팀의 코치가 내게 왔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 봉챤스!

탱큐아이 호프…”

 

독일이 기다라고 있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정인과 희애는  먹지 않았다. 난지는

선생님, 전 배고파요…”

그래,,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먹어라

그냥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긴장해 있었다. 그래도 결코 움추려 들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주장인 정인이 어제 나스를 꺽어 놨기 때문에 그리고 난지는 독일 시합에서 보켈과 듀플렌져와 뛰어 보았고 보쿰 시합에서 3등을 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1, 2, 3 이군 ( 시합의 대진순서 ; 3-6, 1-5, 2-4, 1-6,3-4,2-5, 1-4,2-6,3-5)

난지가 1번 희애가 2 정인이 3번을 뛴다.

선수들의 표정을 보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편안한 얼굴을 하고 다같이 손을 모았다.

, 가자! 하나, , !

“하앗!

독일팀 쪽 펜스 바깥에서는 카메라 맨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88 올림픽 때부터 친구로 지내던 독일 본클럽의 코치인 친구 만프레트는 다른 코치와 함께 서성이고 큰 소리로 외쳐대고 있었다.

( 흠 긴장하고 있군,,, 여자, 특히 잘하는 선수들은 긴장하면 .. 끝이지..)

시합은 비등하게 가고 있었다.  초반 3 게임은 1 점 차이였으나 중반 세 게임에서 4 점 차이로 벌어졌다가 마지막 3게임에서 난지가 1점을 좁혔다. 희애가 나가서 다시 2점을 좁혀 놓은 상태였다.

이제 2점 차 1분이 남았다. 희애는  상대와 앞 발이 동시에 내 디뎠을 때, 기습적인 무릎공격은 성공율이 높았다.  그가 집중해서 뚫어지게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펜스 밖에서는 일찍 끝난 다른 팀들이 모두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들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득점이 일어날 때마다, 탄성을 올렸다.  잠깐 잠깐 득점이 이루어지고 다시 중앙 대기선으로 자리를 준비할 때 온갖 소리들이 쏟아졌다.

그는 꿈적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불기둥을 내 뿜듯이 빛을 내며 선수들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선수들이 한 동작 한 동작 움직일 때마다 훈련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쳐럼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책갈피가 촤르르 넘어가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딱 멈추었다. 정확하게 벌어지고 있는 선수들의 상황과 꼭 같은 기억 속의 장면이 솟아 올랐다.

희애야, …”  

그 말과 동시에 희애의 칼 끝이 상대의 무릎을 향해 날아갔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희애는 상대의 무릎을 찌르고 있었다.  희애는 돌아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치고 있었다.

1점차

희애야, 마무리한다.

그렇게 20초가 지나고 8번째 게임이 끝났다.

 

정인은 아무 표정이 없었다. 아니, 진지하지만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의 특유한 얼굴 표정, 양 눈썹 사이에 약간의 가벼운 주름,,, 그녀가 그를 쳐다 보았다. 그가 고개를 짧게 끄덕하는 순간에 눈에서 번쩍하고 빛이 났다. 정인은 고개를 끄덕하면서 전기심판기 연결선인 릴고리를  허리 춤 고리에 걸고 왼 손으로 가드를 누르면서 입을 한 번 꽉 다물면서 심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미국과의 경기가 끝나고 기다리는 동안에 협회 임원들은 가슴을 조리며 체육관 밖과 안을 드나들면서 조바심에 서성이고 있었다.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부회장님은 네모난 허리가방을 메고 그에게 다가 왔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뭐라고 이야기하려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저 만큼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에게 말했다.

선수들 모여서 기도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니…” 그의 표정은  타고 있는 가슴만큼이나 역력했다. 그러자 그가 부회장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선생님! 저희는 날마다 날마다 온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았습니다.기도할 사람은 우리들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스치듯 비장한 표정이 얼굴 위를 지나갔다.

시끄러운 경기장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당당하게 들렸다. 부회장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 나자 이내 그를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았다. 내 다른 사람들 모두 불러서 기도하고 응원하마.. 나는 너를 믿는다.

그가 고개를 짧고 단호하게 끄떡였다.

"누구도 김 코치 외에는 선수들에게 말하지 마라, 김 코치에게 맡겨!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 부회장의 우렁차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합이 막판으로 갈수록 체육관은 들썩이고 있었다.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심판기에 불이 켜질 때마다 함성과 탄식이 커다란 체육관이 부서질 듯 내려 앉을 듯 울려 퍼졌다.

마지막 9 번째 경기가 시작되고 나스와 정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스가 기습적으로 가드의 손 위로  거짓 공격을 하다가 뒤로 빠지지 않고 무릎으로 전광석화처럼 찔러들어왔다. 그러나 정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무릎을 뒤로 뺏다, 나스의 칼 끝이 무릎 앞 1 밀리센치의 간격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안쪽으로 흐를 때 이미 정인은 중심을 옮겨 따라 붙었다.

파아~ !  짧고 긴 리드미컬한 정인의 스텝 동작과 함께 칼은 자석처럼 돌아 들어가기 위해 상체를 젖혀 뒤로 빼는 나스의 몸통을 따라 들어가 앞 어깨 및 윗 팔에 정확하게 꽂혔다.   

 순간 체육관 안에는 마치 한 사람이 소리지르듯이 거대한 함성이 퍼졌다.

동점!

 

대기선으로 돌아가는 정인의 귓 전으로는 함성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거기에 커다란 고목처럼 버티어 서 있는 선생님의 눈에서 커다랗게 소리가 들려왔다.

(망설이지 않는다. 기회가 오면 선제한다. 정면으로.).


에뜨 브 프레.~? (준비됐습니까?)

!

!

알레! (시작!)

 40

 나스는 벼랑 끝에 밀려 있는 기분이었다.  점점 자신이 읽히고 있다는 생각에 단호하던 공격이 흔들리고 있었다. 중심이 불안해져서 칼 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고개를 흔들어 머리 속의 불안을 털어냈다.  심판의 신호가 떨어졌는데 생각이 혼란스러워 순간 망설이고 있었다. 

..

공격해 들어오지 않을 거라 예측하고 칼을 가볍게 치고 가드를 향해 툭 던지는 데 정인이 순식간에 받아치며 손 목에 팡뜨 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서 피했지만 중심이 흐트러져 이어지는 르미즈는 명확하지 않았다. 정인은 되받아 치고 또 따라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안쪽으로 막고 반격했으나 정인이 칼을 회전하여 바깥 쪽 아래로 쳐 내버렸다.  순식간에 칼이 세 번 오갔다.

.. 사람들은 숨을 멈췄다가 토해내면서 탄식을 쏟아 냈다.

15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정인의 뒤에서 들려왔다.

정인! 연장 결정전으로 가자.!

정인은 몸의 움직임으로 대답했다. 푸트웍을 대치 상태로 바꾸었다.

나스도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삐이이~

심판기가 시간의 종료를 알렸다.

알뜨!..(정지!)

장내에는 떠 날 갈듯한 함성이 울렸다. 박수소리, 응원소리.. 웅성이는 소리로 체육관이 술렁댔다. 다른 시합이 다 끝난지라 거의 대부분의 선수, 임원.. 관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펜스 밖을 에워싸고 움직이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막상막하의 이 경기의 결말을 보고 싶은 것이다.

 

정인이 돌아 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걸어서 나오고 있었다.

코너에 가서 멈추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선생님을 쳐다 보았다.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정인의 질문은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코치인 그는 분명하게 알아들었다.

갑자기 왼 손으로 오른 팔 팔굼치를 감싸 팔짱을 끼고 있던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정인!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하고 싶은 것 해라! 책임은 내가 진다!

코너 펜스 밖에서 응원하고 있던 선수들과 임원들이 그 말을 듣자 입이 쩍 벌어져버렸다. 가슴을 두근대면서 숨을 몰이쉬며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응원하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버렸다. 임원들의 표정은 굳어버렸다.뭐라고 마음대로 하라고

부회장은 김코치의 말을 듣는 순간 놀래서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아니 뭐라고. 김코치 너제정신이야)

소리치고 싶었던 부회장은 그를 쳐다보았다. 전혀..,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그의 표정은 안정되어 있었다. 번쩍이던 그의 눈빛이 정인을 향하더니 아주 짧은 순간 부드러워졌다가 다시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뭔가 한 마디 하려고 그에게 다가가던 부회장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렇지 김코치 너배짱 한 번 대단하구나 이 순간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래 맞아, 지금 어떤 주문을 한들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거지, 그저 모든 걱정을 덜어주는 그 말이 최선이라는 거지? )

부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서로 바라보면서 불만스러운 짧은 말마디를 하는 임원들과 놀래서 당황하는 응원하던 선수들에게 크게 한 마디 했다.

다들.. 조용히 하고 있어! 시합은 김코치가 알아서 한다. 

 

부회장으로서는 이 번 세계 대회에서 한 팀이라도 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할 수 없다면 정말 정말 난감한 문제다. 지역 와일드 카드가 있다고는 하나 희망이 없었다. 사기를 잃고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에 놓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해산될 것이고 더 이상의 지원도 없을 것이고 김코치는 실직할 것이다. 가족과 길바닥으로 나가야 할 형편인 절박한 상황인데 그런 그가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말을 하다니 부회장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그의 튼튼한 배짱에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 밖에는 


 1분 대기 시간동안

그와 정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냥 가까이 서 있었다.  그가 물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마실래?)

(아니요! 안 마실래요) 정인이 짧고 가볍게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알았다.) 그도 고개를 짧게 한 번 끄덕했다.

삐이..…”  전기심판기가 울리자 심판이 불렀다.

정인은 윗 입술을 아랫 입술에 살짝 덮었다가 가슴을 들어 숨을 들이켰다가 내 뱉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돌아서 걸어서 나갔다.

한 세 걸음 쯤 걸었을까,  정인이 멈칫하더니 섰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럼, 뭘 하죠?)”하고  선생님께 묻고 있었다.   

그러자 그가 그 몸짓을 보자마자 바로 대답했다. 아주 짧고 분명하게

의외성 있는 것을 하라

그러자 정인이 고개를 끄덕 했다. 그리고는 다시 성큼성큼 걸어나가 시작 대기선에 섰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시합장이라는 공간 속에 있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지난 7개월동안 함께한 모든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현재 속에 있었다.  

그는 훈련 중, 연습경기를 할 때는 다른 코치들과는 달리 거의 설명이나 조언을 하지 않았다. 선수가 상황을 풀어갈 수 없을 때,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하고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연습경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간혹 이야기 할 경우에는 그저 아주 짧고 명료한 단서만을 제공했다.

너무 짧아! 한 템포 죽여서! 아니, 좀 더 강하게 쳐!  

전술 훈련 시에는 무엇을 어떻게를 시범 또는 설명과 함께 보여주고 왜 그렇게 하는가를 분명하게 주지시켰다. 항상 상황을 파악하게 하고 그에 따른 전술적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시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실전에서 발생가능한 상황을 설정하여 집중연습을 시켰다.


원 포인트 상황이 되면 가장 간결하게 한다, 그 간결함은 눈에는 단순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순수한 단순함이 아니다. 그것은 오묘함이다. 기억하라,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길 수 없다. 복잡함은 오묘함을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오묘함은 단순함과 상통한다. 그 오묘함과 단순함이 합쳐진 것 그것이 간결함이다.


원포인트 상황에서 문제해결의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의외성이다. 상대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고 아주 짧은 순간을 지연시키고 당황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의외성이다. 결정적인 상황 속에서는 생각하지 마라, 생각하면 생각에 쫓긴다. 단지 주의를 열고 긴장하라.  대부분의 선수들은 상황의 흐름 속에서 판단되는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그 범위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므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전략적인 범위 안에서 벌어지면 아주 짧은 시간,,, 눈 한 번 깜박할 그 찰나의 시간을 상대를 망설인다. 그것이 너희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잊지마라, 그것이 의외성있는 전술적 행동이다.

 

 정인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분명하게 그 말을 기억했다.

(그렇다면 좋아.. 알겠습니다. 선생님!)

 

 득점 없이 1분의 연장 결정전이 끝났을 경우를 고려하여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동전으로 추첨을 하여 우선권을 가린다. 무승부가 되면 우선권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동전이 던져졌다.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가 바닥을 또르르 구르다가 누웠다. 주심이 동전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정인을 가리켰다.

순간 침묵이 흐르던 긴장했던 장내는 파이팅 소리. 박수소리. 함성소리가 체육관을 지붕을 날릴 듯이 울려 퍼져갔다.

 

에뜨 브 프레..!

,! 두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알레!

 

5,, 10.. 15..초 갑자기 나스가 크게 밀고 들어 왔다. 순간  가볍게 움직이며 뒤로 조금씩 빠지던 정인은 파 팡 하면서 나스의 허벅지를 향해 순간적으로 파고 들어갔다.

 

삐잉~.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켜졌다.

그 순간 한국의 모든 선수와 임원들이 경기장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세계 랭킹 1. 3, 5, 7 위의 올림픽 우승 후보 팀이던 가장 막강했던 독일 팀이 세계 랭킹 200위 안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없는 무명의 한국 선수들에게 진 것이다.

 

그 날, 그 순간은 세계 펜싱의 역사에 하나의 전설로 길이 기억에 남게 되었다

 

사실, 나스의 허벅지를 공격했던 정인의 칼은 나스의  걷어올리는 칼에 밀려오르면서 배를 찔렀다. 결정전에 들어가면서 정인은 생각을 바꿨다. 칼을 치거나 막고 주로 가드 위쪽으로 직접 공격이나 회전 공격을 하는 정인은 완전히 공격 방법을 바꾸어 기습적으로 낮은 쪽 다리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정인의 칼이 높게 오리라고 예상했던 나스는 순간 칼을 회전해서 밑에서 위로 걷어 올려 찌르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정인이 갑자기 낮은 쪽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바람에 정인의 칼이 자신의 칼날 끝 쪽에 걸리고 반대로 정인의 속도와 딱딱한 칼몸(페블)의 힘에 밀려 걷어서 들어 올리려던 자신의 칼날이 휘어져 다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배에 찔린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스가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평소의 정상적인 좌우 방어 체계를 벗어나 아래서 위로 걷어서 정인의 회전공격을 막고 완벽하게 반격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스는 정인이 우선권을 가졌다고 해서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다니, 과연 세계랭킹 일위의 선수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인이 공격라인을 완전히 바꾸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예선전에 이어서 단체전에서도 정인에게 지고 말았다. 3년간 세계 랭킹 일 위를 지켜왔던 나스가 모든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세계 랭킹 200위 안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없는 한국 그리고 그 선수들 중의 하나인 정인에게 두 번의 패배를 연이어 당한 것이다.

그 후로 나스는 다시는 세계랭킹 일 위의 자리를 회복하지 못했다. 몇 년을 계속해서 뛰었지만 결정적인 고비에서 망설였고 상대적으로 그녀의 상대들은 과감하게 밀고 들어와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시합이 끝났을 때,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한 번 소리쳤을 뿐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었다.  시합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을 때, 그는 조용히 체육관을 빠져 뒷 마당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심호흡을 하고는 부들부들 떨려오는 두 손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여!  내게 기회를 주신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경기를 대비하여 고비를 넘긴 선수들의 페이스를 예상하고 에스토니아와의 경기를 대비했다.  구 소련의 연방이었던 에스토니아는 특이하다. 정보가 부족하므로 최대한 체력소모를 줄이고 시합을 끌면서 다음의 5-8전의 전략을 세울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예스토니아에게 패했지만 선수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곱팀을 선발하므로 7-8위전으로 밀리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5-8위전 첫 게임에서 이기고 5-6위 전으로 진입해야 한다. 경기는 예상대로 러시아와 붙게 되었다.

세계 펜싱을 주름잡고 있는 5대 국가 프랑스, 독일, 이태리, 헝가리, 그리고 러시아 구 소련의 펜싱은 막강했다.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소련의 펜싱은 전통 펜싱의 최강자로 군림했었던 헝가리의 펜싱의 비밀을 캐내어 개발했다고 한다. 세계대회를 6연패 했던 로만코프에 이어 체프첸코, 콜로코프등 수없이 많은 위대한 챔피언들을 키워냈다.

러시아 펜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그는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 해답을 찾아야 했다.독일이나 헝가리와는 완전히 다른 그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고, 동작들도 매우 깨끗했다.

좋아.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완전히 의외성 있는 전략으로 가자, 그리고는 난지에게 승부수를 걸었다.

난지, 정상적으로는 어렵다. 그러니 의외성있는 전략으로 승부한다. 그들은 너를 얕잡아 볼 것이다. 그러나 너는 키가 작고 빠르기 때문에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추격할 수 있을 것이다. 점수차가 벌어지지지 않도록 우리는 최대한 점수를 누적해서 네게 동 점타로 인한 손실을 감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러니 완전히 전술을 바꾸어 승부를 하라. 좋아?

…” 

난지는 약간 망설였다. 그러나 선생님의 설명에 한 편, 내심 생각하기를

(완전히 다르게)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진 오더의 추첨은 6.5.4  (대진순서: 6-5-4-6-4-5-4-6-5)

좋아  완전히 순서를 바꾼다, 정인이 첫 게임을 리드한다, 희애는 실점을 최대로 줄여라

첫 세 게임을 탐색하고 두 번째 세 게임을 시도해 보고 마지막 세 게임은 그 때가서 결정한다. 오케이?

!

탐색은 충분했다. 그러나 두 번째 세게임 동안에 시도는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독일처럼 얕잡아 보지 않았다. 사력을 다해서 모든 신경을 곧 두세우며 덤벼들지 않았다. 점수차는 점점 벌어져 33-36 마지막 게임을 난지가 들어갔다.

난지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갔지만 연거푸 두 점을 실점했다.

그러고나서,  난지는 중앙 대기선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왼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가자, 난지!)"  아주 짧은 순간 눈에서 불꽃이 번쩍하더니 선생님은 편안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지는 갑자기 씨익 웃었다.

(~, 하는거야.. 지금 못하면 기회는 없어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뒤 돌아보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에게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 시합을 하는 것이다.용기를 내라 난지. 그러셨지, .).


에뜨 브 프레!

!

알레!

툭툭툭 뛰던 난지가 갑자기 뒤로 두 스텝을 물러났다. 상대는 공격하지 않고 마지막 게임을 수비형을 취하고  마무리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지가 갑자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마치 게임을 포기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상대에게 주면 다가가자 상대가 멈칫 했다. 그 순간 난지는 상대의 칼을 바깥쪽으로 감아 뻗으면서 총알같이 날아들어갔다. 키가 160 이 채 안되는 난지지만 후레쉬 공격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스피드였다. 상대가 깜짝 놀라면서 칼을 걷어 올리려고 했으나 이미 찔려있었다.

34-38

심판이 다시 시작을 명령하자 난지는 다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러시아 선수가 두 스텝으로 있는 힘을 다해 공격해 들어왔다. 순간 난지가 쪼그려 앉으며 상대의 허리에 방어 없이 역공격을 시도했다. 러시아 선수의 칼을 마스크 위로 지나가버리고 마치 스스로 달려들어 찔리듯이 역습당했다.

35-38

다시 심판이 신호를 하자, 난지는 또 걸어 들어갔다. 상대가 멈칫거리면서 짧은 거짓 공격을 하면서 뒤로 빠지려고 하는데 난지는 자신의 주특기인 바깥쪽 휘감아 찌르기로 상대의 칼을 감아서 옆구리에 순식간에 찔러 버렸다. 

 35-38

알레!

또 다시 걸어들어가자 이 번에는 상대 선수가 심하게 전후로 움직이면서 견제했다. 난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거의 칼 끝이 닿을만큼 다가가 망설이는 상대에게 기습적으로 후레쉬하여 날아들어갔다.

36-38

심판이 다시 알레!를 외쳤다. 난지는 여전히 밀고 들어갔다.

러시아 선수는 다시 깊은 공격을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자 마자 시도해 들어왔다. 그러나 난지는 다시 쪼그려 앉으며 허리 역공격을 시도했고 정확하게 찔렀다.

여섯 번 째 심판의 신호가 다시 떨어졌을 때 난지가 갑자기 달려들어가자 러시아 선수는 러시아 선수가 튀어나왔다. 난지는 순간 뒤로 한 스텝 짧게 물러서면서 안 쪽으로 회전해서 막으면서 칼을 잡아 정확하게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37-38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자 난지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짧게 짧게 밀어 붙이자 상대는 팔을 뻗어 좌우로 견제하면서 뒤로 빠져 나가는데 순간적으로 후레쉬로 날아들어갔다.

이 번에는 동시타가 됐다.

38-39

계속헤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밀고 들어가자 상대가 튀어 나왔다. 다시 쪼그려 앉으면서 찔렀다. 그렇게 난지는 완전히 전술을 바꾸고 상대를 몰아 부쳤고 계속해서 득점을 올렸다.

43-39

남은 시간은 25

예뜨 브 프레!

! 난지의 분명한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선수는 이젠 떨리고 당황하던 목소리도 아니었다. 목소리는 이미 힘을 잃었다.

..  하고 힘없이 심판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칼을 든 팔을 뻗고 서 있을 뿐이었다.

뒤에서 그와 수시로 눈싸움을 하면서 선수를 격려하던 그녀의 코치, 그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이미 경기를 포기해 버렸다. 세계 랭킹 4위였던 그녀는 전의를 상실한 채, 그냥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난지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끝나고 한국팀은 승리했다. 에뻬 경기에서 5점 차는 그것도 마지막 경기에서 5점차는 뒤집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점수차였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이 번에는 안 될 걸…”  독일과 경기에 이어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관전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는 뒤집혔고 박빙은 커녕 경쟁 자체가 될 것 같지 않았던 얼굴 한 번 본적도 없는 선수들이 막강 전차 군단에 이어 러시아 팀까지 무너뜨리는 불가사의한 경기를 보았다.  두려움이 없는 난지의  득점하는 매순간 감탄하면서도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어깨를 머쓱이며 양 손바닥을 벌려 들어 보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경기가 끝나고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한국선수들이 지나가자, 다시 한 번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엄지 손가락을  힘있게 들어 보였다.


 
한국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체 5-6 전에서도 스위스 팀도 이겼다. 막바지에서는 후보였던 세미까지 뛰면서 여유 있게 시합을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이 경기장을 모두 떠나고 선수들이 옷을 갈아 입으러 갔을 때, 그는  체육관 밖 정원수들이 늘어선 가든의 풀밭 위에 서 서 먼 하늘을 주시하고 말없이 서 있었다.

 

방금 전에, 부회장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부회장의  손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힘있게 꼭 쥐었다.

 김 코치, 수고했다.  고맙다...

그 한 마디 안에는  한없는 기쁨과 고마움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부회장은 늘 메고다니는 어깨에 걸린 허리가방을 다시 들어 깊숙히 다시 매면서

나 먼저 간다! 애들과 다음 버스로 와라…”

그렇게 할 말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고나 있다는 듯이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과 나누고 오라며 먼저 셔틀버스 쪽으로 내려갔다. 

재정이 만면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걸어 왔다. 손에는 경기 결과서류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어깨를 머쓱하고는 그 앞에 섰다.

~. 오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재정은 너무 긴장해서 온 몸이 뻐근하다면서 안내 데스크에서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들을 그에게 해 주었다.

그러다가 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역시 여전하시군요.”  

그래, 오늘 나는 바다를 건너갈 티켓을 얻었다 고맙다. 재정!

선생님이 맞았어요,  똑 같으시군요…”

문득 아침에 주고 받던 이야기가 생각났다는 듯이 재정이 그에게 말했다. 그런 재정에게 그가 말했다.

아니,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지옥 문 앞에서 살아서 돌아온 기분이다. 죽지 않고 살았다는 기쁨에…”  그가 말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여전히 그 하늘이지만 그가 습관처럼 바라보는 하늘은 늘 같으면서 달랐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 입고 뛰어왔다.

선생니~~! 왜 여기 계세요~? 이제 가요
그들은 선생님 팔을 끌어 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우리가 해냈어요, 믿어지지 않아요.."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종알거리며 신이 나 있었다.
재정은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말하면서 혀를 내두르며 주고받던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해 주고 있었다.  그러다

선생님, 한 말씀 하셔야죠 이럴 때..  갑자기 재정이 선수들과 시합이야기를 하면서 축하하다가 그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한 말씀. 글쎄. 나는 너희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신에게 감사한다. 고맙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뭔가 기적을 이루었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너희에게 감사하다고,,, 수고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단 한 순간,, 몇 밀리미터 그리고 눈 깜짝할 그 찰나의 시간 속 몇 밀리세컨에 우리의 운명은 뒤바뀔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순간을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우리에게 기회를 준 우리 각자의 신에게 감사하자. 우리를 지원해 준 협회와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를 응원해 준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자, 그리고 이 마음을 잊지 말고 돌아가 성실하게 남은 시간을 노력해보자 그래, 너희 모두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가 손을 내 밀었다.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선수들 모두가 손을 모았다. 재정이 곁에 서 있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재정, 너도 와!  재정이 손을 보탰다.

그러자, 그가 언제나처럼 분명한 목소리로 수를 셋다.

하나, , !

하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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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11.08 14:14:32 *.22.88.173
잘 읽었습니다 백산 형님.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읽어나가는 흐름을 잠깐씩 멈칫 거리게 하지만
이 글이 소설로 탄생한다면 자연히 익숙해지겠지요. ^^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9.11.09 00:23:42 *.131.127.100
본래 글을  잘 못쓰는데  게다가 소설이라...
하여튼 일단 시도해보고 난 다음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댓글 고맙네..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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