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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8일 20시 54분 등록
  “우와 이병현 근육 멋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마눌님)”

  “우와 김태희 역시 이쁘다. (입을 벌리며 침을 흘리고 있는 나)”

  수요일 오후 10시. 모방송국의 드라마를 보면서 주고받는 우리 부부의 대화 한도막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뉴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의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세상 돌아가는 선굵은 프로를 즐겨 보았었다.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를 보는 남자들을 향해 누가 이런말을 했던가. 약육강식의 대리만족을 간접적으로 누리는 효과라고. 어쨌든 이런 프로를 즐겨보다가 드라마를 보게될수 밖에 없었던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강사님, 요새 유행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00분 어떠세요?”

  “드라마요? 나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에이, 아주머니들과 대화 나눌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봐야죠. 그래야 대화가 되지.”

  어느 거래처를 들렸다가 나눈 대화담이다.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나눌려면 드라마를 봐야 된다고?’ 그랬다. 여자분들 대다수가 드라마를 즐겨 보는것 같았다. TV를 켜면 아침 드라마부터 시작해서 평일, 주말 드라마가 넘쳐났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를 드라마 공화국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이.

  결혼해서 신혼때 부부들은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싸운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선배의말처럼 극단적으로 드라마 채널 때문에 이혼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하지만 역시나 나에게도 그런 현실이 다가왔다.

  “축구 예선전 하는데 채널좀 돌려봐라.”

  “드라마 끝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유”

  “전반전 시작됐겠다. 빨리 돌려라.”

  “에이, 다끝나간데도.”

  “(화가나서) 드라마 보는게 뭐그리 중요하다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기하는데 나참.”

  결국은 속좁은 남자의 바닥을 드러내고 성질을 내었다.

  조언 덕분에 드라마를 일부러 보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 시작부분만 보면 스토리가 빤한데 뭣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보는지.’

  ‘건전한 스토리도 많은데 꼭 저런 내용밖에 없나.’

  ‘참 별것 가지고 다우네.’

  하지만 어느덧 중독이 되었는지 나자신도 드라마를 볼 때면 맞장구를 치게되고 한회가 끝나고 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거래처 조회를 가서는,

  “여사님 어제 00드라마 보셨어요.”

  “봤지예. 아유~ 그 여우같은 00이 남자에게 아양떠는 꼴을 보니 한 대 쥐어박고 싶어 혼이났지 뭐예요.”

  “그렇죠. 역시 여자는 지조가 있어야 돼유.”


  이렇듯 드라마 보는 것이 조금 적응이 되는 시점에 연구원 생활이 시작 되었다. 출장 등의 빡빡한 회사생활에다가 연구원 일상이 겹쳐지니 평일 저녁은 고사하고 주말 모두를 온통 과제에 쏟아붓게 되었다. 나자신과의 약속이기에 마눌님에게도 사전 양해를 구하고 흔쾌히 승낙을 받았지만 사람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마음이 엷어지게 되는 모양이다.

  “승호씨 뭐해?”

  “(열심히 타이핑 치면서) 뭐하긴? 새삼스럽게 묻기는. 주말마다 작업 하는것 알면서.”

  최근에 마눌님이 이와같이 내뱉는 말에 왠지 신경이 쓰였다. ‘주말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그런가.’

  미안한 마음이 들던차 어느날 퇴근후 씻고나서 책을 볼려는 순간 마눌님 왈,

  “승호씨, 이번에 이병헌이랑 김태희가 나오는 드라마 하는데 첩보물이래. 같이 보자.”

  “(눈을 흘기며) 바빠 죽겠는데. 드라마는 무슨 드라마. 아직 읽을 책 진도 나갈려면 한참이나 멀었는데.”

  이런 말을 내뱉자 옆에있는 조카 녀석이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숙모의 편을 든다.

  “삼촌 재미있데요. 같이 봐유.”

  덕분에 보게된 드라마는 스토리도 그렇고 긴장감과 스릴감을 자아내게 하는 구성이 무척 재미나게 보였다. 그러고나서 한주가 지난 수요일 저녁 우리는 TV 수상기 앞에 다함께 모였다.

  “우와, 자동차 액션씬 직인다.”

  “일본의 눈오는 설경이 너무 멋있다.”

  “삼촌 좀 조용히 봐유. 드라마 안본다고 하더니 더열심히 보네.”

  책보는 대신 드라마를 보는 한시간. 그시간동안 같은 공감대로써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박수를 치고 마음을 졸이며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이, 가족의 또다른 관계학이 아닌가 여겨진다.


  “에이씨~ 재미 있을려고 하면 꼭 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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