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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00시 33분 등록

사자 #2 : 다시 돌아보는 ‘삼고초려’

 

 

삼고초려(三顧草廬)란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삼국시대에 촉한의 유비가 은거하고 있던 제갈량의 초가집으로 세 번 이나 찾아갔다는 데에서 유래하는데, 인재를 진심으로 예를 갖추어 맞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


후한(後漢) 말기 관우/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무너져 가는 한(漢)나라의 부흥을 위해 애를 쓴 유비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하며 탄식하였다. 유비는 유표(劉彪)에게 몸을 맡기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관우와 장비 같은 용맹 무쌍한 장수를 두고도 조조(曹操)에게 여러 차례 당하였다. 유비는 그 이유가 유효 적절한 전술을 발휘할 지혜로운 참모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유능한 참모를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유비는 채모(유표의 부하)의 계략을 피하려다 길을 잃고, 우연히 은사(隱士)인 사마휘(司馬徽)를 만나게 된다. 사마휘에게 유능한 책사를 천거해 달라고 부탁하자 사마휘는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가운데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유비는 복룡인 제갈 량을 맞으러 관우/장비와 함께 예물을 싣고 양양(襄陽)에 있는 그의 초가집으로 찾아갔으나 번번이 만나지 못하다가 세 번째 갔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이때 제갈 량은 27세, 유비는 47세였다.

제갈 량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초가집에서 손수 농사를 지으며 은거하고 있었으나, 유비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를 돕기로 결심하였다. 유비는 제갈 량을 얻은 이후 자신과 제갈 량의 사이를
수어지교(水魚之交: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은 사이)라며 기뻐하였다. 훗날 제갈량은 《출사표(出師表)》에서 유비의 지극한 정성에 대하여 "비천한 신을 싫어하지 않고 외람되게도 몸을 낮추어 제 초가집을 세 번씩이나 찾아 주어 당시의 상황을 물으셨습니다. 이 일로 저는 감격하여 선제께서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허락한 것입니다"라고 감사하였다. – 출처 : <두산 백과사전>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얻게 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지금 나는 기술컨설팅 실 내에 세 분의 팀장님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 중 두 분은 서로 친구이면서 나와 나이는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 즉 학번은 같은(나는 재수를 했다) 분들이다. 승진하여 새로이 지금의 조직을 맡게 되면서 이 분들을 모셨는데 모두 회사에서 실력으로 인정 받는 분들이다. 그 중 한 분을 모시기 위해 나는 그 분이 근무 중인 고객사 프로젝트를 직접 찾아갔고, 먼저 실 상황을 다 설명 드리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변화시키고 싶은 실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자문과 협조를 구했다. 그렇게 했더니 그 분이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상의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자기 친구인 지금의 다른 팀장님까지 자발적으로 꼬셔서(?) 우리 실에 조인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두 분은 경력으로나 실력으로나 나와 위치를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실력자들이다. 나는 이 분들에게 실 운영의 상당 부분을 위임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좋고, 팀장님들도 소신껏 자유롭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어서 우리는 정말로 상호 존중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나중에 술 한잔 할 때 그 팀장님께서는 내가 먼저 고객사까지 찾아와서 놀랐고, 일방적 훈계가 아니라 설명하고 논의하면서 의견을 구하는 나의 마음에서 ‘배려’를 읽고 상황은 안 좋았지만 어렵게 우리 실로의 전배를 결정했노라고 웃으면서 말해 주셨다. 이렇게 나 역시 ‘삼고초려’의 지혜를 통해 실력자와 함께 일하게 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창조적 소수라 함은 자기 분야의 실력도 있으면서 나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게 되는, 나에게 있어 몹시 소중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런 능력 있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기 위해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바로 겸손에 기반 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예의를 보여라. 예의는 교양에서 오며, 이는 모든 사람의 호의를 얻는 일종의 마법약이다. 반대로 무례함은 일반의 경멸과 반감을 산다. 존경하는 자는 존경을 받는다. 예의와 명예는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머문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 중에서

 

‘인연은 우연으로 다가오는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나와 관계를 맺게 되는 창조적 소수들은 분명 나와 인연의 끈이 닿은 사람들이겠지만 주어진 필연이라기 보다는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인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인연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연히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의로 대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야만 그 우연 같은 만남 속에서 나에 대한 호의를 얻을 수 있고 인연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호의를 얻어라. 호의를 통해 호의적인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만을 대단히 여겨 남의 호의를 얻는 것을 경멸한다. 경험 있는 자는 남의 호의 없이 이루는 일이 아주 멀고 험한 길임을 안다. 호의는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하고 보완해 준다. 매사에 좋은 성품이 늘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의는 일에 잘못이 있더라도 이를 일부러 간과하고 감싸준다.” – <세상을 보는 지혜> 중에서

 

이 글처럼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의는 서로의 관계 창조 혹은 개선에 있어 몹시 중요하다. 결국 좋은 관계 형성의 기본은 예의와 겸손이며, 이를 통해 호의에 기반 한 서로에 대한 존중감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우연 같은 만남이 인연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친구를 스스로 선택하라. 친구는 여러 차레 시험한 후에 선택해야 한다. 단지 끌리는 마음이 아닌 통찰에 의해서. 진실한 우정은 훌륭한 생각과 행동의 결실에서 오는 것이다. 친구 한 명의 유능한 통찰은 다름 많은 사람들의 선의 보다 더 쓸모가 있다. 그러니 우연에 맡기지 말고 자신이 선택하라.” – <세상을 보는 지혜> 중에서

 

하지만, 서로 호의를 느낀다고 해서 모두 서로 간에 창조적 소수의 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 호의로 서로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정으로 나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실력자(이를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를 찾아내고 그 중 소수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 적극적인 선택의 방법이 바로 ‘삼고초려’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때 위의 삼고초려 고사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추천을 참고하고 여기에 자신의 통찰을 기반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의 고사에서 유비는 사마휘의 천거를 참조했다. 다음으로 위계 질서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삼고초려 할 때, 유비의 나이는 47세, 제갈 량의 나이는 27세였음을 기억하라. 위계질서라고 하는 편견적 사고에 종속되어서는 진정한 창조적 소수를 얻을 수 없음이다.

 

이처럼 내 스스로 인간 관계에 있어 만나는 모두에게 예의를 갖추어 그들의 호의를 얻고, 겸손한 마음으로 내가 내 의지로 선택한 그 사람을 나의 팀으로 초대하기 위해 지속적인 삼고초려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창조적 소수를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IP *.176.6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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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10.19 11:32:33 *.108.48.236
희산님의 글에 절대 공감합니다.
인간관계의 비밀을 콕 짚어 준 것 같아요.
이제껏의 나는 늘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 생각, 내 기호, 내 에너지를 발산하느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초대하는 마음과 습관, 기술을 익히지 못했지요.
그런 태도가 더러 다른 사람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킨
아픈 기억도 몇 개 가지고 있구요.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배워 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자는 정말 시의적절한 것이었지요.
앞으로 재미있고 보람되게 잘 지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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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10.21 09:00:57 *.152.11.107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희야말로 선배님의 열정과 세심함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초보 사자들 사이에 경험많으신 선배님 사자가 계셔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요^^.

저희 모두가 창조적 사자 무리가 되면서 재미와 보람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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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0.19 18:43:13 *.216.130.188
형님의 배려 삼고초려를 초과 했어요.^^
정말 관계에선 삼고초려 하듯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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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10.21 09:03:22 *.152.11.107
그거 알아? 너의 배려도 장난 아닌것...ㅋㅋㅋ

항상 조용히 말 없이 여러 정황 봐 가면서 사람들의 세세하고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네가 너무 대단타. 앞으로도 쭈욱~~~~~~~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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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8:01:30 *.230.92.254
희산 오라버니~ ^^

배려.. 예의.. 무쟈게 좋은 것이져.. 
관계에서.. 반드시 유념하고 마음으로..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져..

근데여.. 오라버니..
제가  심히 배려해서..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서 드리는 말씀인데여..
요즘.. 무자게 예의챙기시고.. 배려하시는 거 아세여? (철이도 그러하다 잖아여!)

깊어지시느라.. 그라시는 거이는 이해가 쪼~께 되는데여..
깊이와 함께.. 기냥.. 하시던대로 하시는 거이도 괘한을 거 같아여..
그거이?를 모두가 이뻐하는 거이져.. ^^
모두 오케? 와~ 아~아~ , 땅! 땅! 땅! ㅋㅋㅋ

오라버니~, 그래도 깊---은 하루하루 되세여~ ^^
===333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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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10.21 09:06:19 *.152.11.107
암튼 혜향이는 사람 쥐었다 놨다 하는 거이는 정말 귀신이라니까....ㅋㅋㅋ

깊이를 가지되 하던 대로 계속 해라...ㅎㅎㅎ 오케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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