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에 들어 있는 마음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다급한 상황에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으나 친구는 꾸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반대로 바뀌어 친구가 돈을 꾸어 달라고 말했다.

만약에 그가 ‘내가 어려울 때 너는 나에게 돈을 빌려 주지 않았으므로 나도 빌려 줄 수 없다.’ 라고 말하면 그것은 ‘복수’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그러나 나는 너에게 돈을 빌려 주겠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증오’다.

사람의 말 속에는 단순하게 언어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과 생활에 대한 태도와 행동의 준거가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는 막연하기는 하지만 말 한마디로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고 ‘천냥 빚’을 갚기도 한다.

때때로 반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곤란함을 겪을 때가 있다.  문제의 원인과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이러한 반목은 이미 의미 없어진 지난 날의 사건들로 인한 해묵은 감정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자칫 잘못 끼어들어 어설픈 중재를 하다가는 더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고 편을 가르게 되는 경우가 된다.

함께 탁발을 나섰던 두 스님이 개울가에서 물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젊고 예쁜 아낙네를 만났다. 한 스님이 등에 업어 개울을 건네 주었는데, 다른 스님이 그를 보고 몹시 화를 내었다. 한 참을 가다가 나무 그늘에서 쉬는데 화가 난 스님은 "세속을 떠난 스님이 고행을 하는데 어찌 여색을 탐하냐"는 식으로 나무라자, 젊은 아낙네를 건네준 스님이 말했다.

"나는 개울을 건너서 그 여자를 내려 놓았는데 당신은 아직도 내려 놓지 못한 것 같소"

나는 관계에 관한 성숙한 인간의 태도는 그가 항상 ‘옳고 합당한가’에 있지 않고 ‘점점 더 성숙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이 오늘에 영향을 미치는 그 자체는 어찌 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감정이나 이성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의 정도는 조절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관리자, 혹은 사람들이 일을 그르치게 되거나 기대에 어긋났을 때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고 감정적으로 이어져 인격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 두 개의 사소한 말 실수나 습관적인 몸짓이나 태도가  ‘돼먹지 못한 형편없는 인간’이나 ‘쓸모 없는 인간’으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일반적이고 습관적인 대응방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작은 실수로 위축되어 ‘소심한 사람’이 되거나 지나치게 예민한 ‘결벽주의’가 되어 인간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재자의 입장에 있는 경우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를 사건 자체에 제한하고 감정적인 불편함은 예의를 갖추고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공통점이나 너 넓은 시야를 확보하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감정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더욱 골이 깊어진다. . “재는 과격하지만  반면에 어려울 때 과감히 나서 주잖아!” 처럼, 부정적인 감정의 문제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한다  이성적인 판단의 문제는 과도한 책임추궁이 아니라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건 이렇게 해서 처리하면 된다. 잊지 마라.! ‘ 라고 대응하는 방식이 그 예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손실보다도 반복되는 실수와 인간적인 관계의 악화나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의 악순환은, 그것들 대부분의 원인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적당주의와 '거짓미소'로 위장된  형식적인 예의 뒤에 숨겨져 있는, 마음속 본심의 태도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럴 땐  이유나 원인을 들먹이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진심어린 한 마디 말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최근의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일 처리의 태도 때문에 여러 가지 감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 수양이 덜돼서 마음 한 켠에서 발끈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혹시 연장자이거나 지위 때문에 오는 편견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잘하려는 마음,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지나친 감정의 기복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 저것,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에게 다 잘하려는 마음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도 했다.

포기나 체념이 아닌 긍정적인 적절한 균형을 위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