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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3일 22시 40분 등록
  휴일이면 늘 일찍 일어납니다. 나름 그래도 직장인이라서, 휴일날 새벽과 아침시간은 오롯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저의 자유시간입니다. 이제 큰아이는 고등학생이라서 육체적인 돌봄 보다는 정서적인 돌봄으로 전환되어서 괜찮은데, 아직 초등학생인 둘째에게는 정서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돌봄이 필요한 시기라서 휴일날 하루종일의 자유시간은 가끔 주어집니다.

  긴 장마기간과 지난 주말 6개월만의 가족여행으로 주말 자전거 타기를 못했는데, 이번주말에는 아침마다 한바퀴 돌고 왔더니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주말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멀리 다녀올 수 없는 실력입니다. 물론, 오래된 자전거도 그 이유에 한 몫을 하고요. 이번 주말에는 아침마다 25킬로, 평속 16킬로, 한시간 반 정도 라이딩 하고 왔습니다. 마음은 평속 25킬로 정도인데, 아직은 한참 멀었네요.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 분들에게 추월을 당했습니다. 이틀동안 제가 추월한 경우는 딱 2번 뿐이었습니다.  ㅠ ㅠ  오랜만에 자전거 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 입니다. 그분들이 걷기는 저보다 약할지 몰라도, 자전거에 올라타면 저보다는 훠~~얼씬 빨리 달립니다. 늘 자전거 타기 하기 때문이죠.

  토요일 이른 새벽, 5시3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앞베란다 창문으로 가서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고 밖의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아침 날씨를 살펴봅니다. 이른 새벽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우리동네 고양이집사 할머님께서 바삐 걸어가십니다. 양손에는 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계시고요.  사실 냥이집사할머님은 자주 뵙습니다. 평일 저녁시간에도, 휴일 낮시간에도 그리고 어제는 이른 아침시간에도 뵙게 되었답니다. 할머님 걸음을 살펴보면 아마도 무릎연골이 많이 닯으신것 같았어요. 그래도 평일 저녁시간에 뵐때보다 이른 새벽에 좀 더 잘 걸으시는 모습을 보니 좋았답니다. 처음에는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만 활동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몇번 만나다 보니, 옆단지 아파트까지도 돌봐주시는 것 같았어요. 골목에 주차된 차량 밑에서 냥이 이름을 부르시고 차량 밑을 들여다 보시기도 한답니다. 냥이 돌봐주는 집사님들에게 사회 여론이 찬반이 존재하는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양손에 무겁고 들고 다니시면서 동네 냥이를 돌봐주시는 할머님을 볼땐 그런 옳다/나쁘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답니다. 

  두번째 주말새벽에 만난 풍경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더 바빠진 새벽배송중인 쿠팡맨이었습니다. 자전거 끌고 엘리베이트(엘베)를 기다리는데 윗층에 올라간 엘베가 내려옵니다. 문이 열리는데 쿠팡맨님이 새벽배송 하고 내려오는 중이었습니다. 새벽배송 하시는 분과 함께 자전거 끌고 헬맷쓰고 엘베를 타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각자의 일에 열심히 하고 살면 되는데, 미안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제 마음은 미안했습니다.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어요. 그리고 그분은 핸드폰으로 다음 배송지를 살펴 보는듯 했고, 저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었어요. 곧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려서 제가 먼저 “먼저 가십시요.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드리니 그분도 거의 동시에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하시면서 뛰어 나가셨어요. 참 기분좋은 아침 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고 또 인사까지 주고 받아서요.

  세번째 풍경은, 오늘 아침 자전거 타기에서 였습니다. 대전의 갑천변의 자전거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어떤 60대 어르신께서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 놓은 채 본인의 키 높이 정도의 어린 어떤 나무의 줄기와 잎을 제거하고 계셨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아, 저러시면 안되는데, 비록 방치된 나무이지만 개인 사유가 아닌 공공의 재산인데 저렇게 채취해서 가져가면 안되는데" 라고요. 물론, 그 분은 나무를 정리하고 계셨지만 저는 그분이 그 나무를 가져갈거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렇게 스쳐지나가면서 저만의 생각을 하였는데,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데 그분이 이제는 다른 나무들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안 보였던 장면이 이번에는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분의 자전거에는 어떠한 나무도 실려있지 않았고(자전거가 처음 위치에서 이동해 있어서 당연히 나무가 실려있는줄 알았는데), 그리고 길가에 나무들을 자세히 보니 하얀색 노끈으로 가지들을 묶어서 쓰러지지 않게 해 놓은게 보였어요. 그리고 처음 봤던 그 나무에도 어느덧 하얀 노끈으로 나무가 정리되어 있었답니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답니다. 오해를 해서 죄송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어르신이 이번 수해로 물속에 잠기고 물살에 넘어진 나무들을 본인 스스로 돌봐주고 계셨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이 세상 어느 사람들 보다, 잘 먹고 잘 살고 많이 배우고 탐욕스런 사람들 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러웠답니다. 누가 시킨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그런 일을 하고 계셨으니까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보니 참 별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꽤나 길게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 젊은이들, 왜 그들은 구호나 구령 같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지나갈까요? 아침 상쾌한 공기와 기분에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을땐 자제를 했으면 했어요. 그리고 길게 달리지 말고, 3~4명 단위로 끊어 소규모 팀으로 달려야지 추월때도 위험하지 않을텐데, 십여명 이상이 떼로 지나가니 맞은편에 자전거가 올때믄 위험해 보였답니다.  그 반면에 “지나갈께요” 라고 적당한 크기의 밝은 목소리로 추월해 가는 떼달리기 팀장을 보니 같이 오는 동호회인들도 예의바르고 조심조심해서 추월해 가더군요. 고함소리 내고 지나가는 뗴달리기 동호회 선두의 동회회원들은 마찬가지 같은 예의 없는 성향들이었고요. 여러명이 함께 다니면 아무래도 타인들에게 불편을 줍니다. 자전거든 걷기든 여행이든 식당이든 어디든지 남에게 불편을 주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몇명 이상의 손님이 함께 식당에 오면 서비스봉사료가 추가로 더 붙기도 하는것 같았어요. 종업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할때 여러모로 불편하기때문에 인것 같아요. 음식도 거의 비슷하게 내 주어야 하고 등등,, 그런데 우리나라는 단체 일수록 더욱더 용기가 막 생기는것 같았어요. 혼자서는 못할 행동동 마구마구 해서 주위분들을 불편하게 하죠. ㅠ ㅠ

  다시 자전거를 타보니, 물론 그전에는 동네에서만 조금씩 탔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13년된 자전거라서 새자전거 구입하고 싶어졌답니다. 제 속도가 느린게 저의 부족함이 아닌 자전거가 오래되어서 라는 생각으로 휩싸였답니다. 그렇게 새 자전거 구입을 알아보다가, 괜히 지금의 자전거에게 미안해서 오후에는 물티슈로 닦아주고 그리고 삐걱삐걱 소리나는곳에 방청제도 뿌려주었답니다. 원래는 분해서 닦아줄려고 했는데 공구가 없어서요. 아뭏든 나름대로 지금의 13년된 자전거와 한번 지내보기로 했어요. 물론, 반나절이나 하루종일 자전거 탈일이 생기면 그때가서 구입할려고요. 비록 과학적으로 생각과 마음과 내면의 모습이 없는 물건에 불과한 자전거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그냥 버리거나 남에게 줄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순간 가까운 시일에 새로운 자전거가 제 곁에 오는 상상을 조금 하였습니다. 

  자전거 타고 아름다운 섬진강 따라 달리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 주말 아침 자전거 (갑천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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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17:44:20 *.103.3.17

일상에서 찾는 반짝거림과 따듯함이 느껴지네요. 사진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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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01:41:46 *.215.153.2

일상에서의 평온함을 추구합니다~^^


오랜만에 조용한 시간에 와서 불씨님과 1주1글챌린지 참여중인 변경연 선배님들 글을 읽고 있으니 행복합니다~~~


응원 가득한 댓글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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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07:47:37 *.39.150.234

대전의 갑천이 푸르르고 글에서도 싱그러움과 활기가 넘치네요. 

드넓은 천변을 달리면서 일상의 단상도 하고 글로 풀어내시고. 

13년된 동반자와 갑천을 달리니, 동반자도 주인에게 애정을 느낄듯요.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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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2 03:29:29 *.215.153.2

아직 많이 부족한 글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몇년 방치 후 다시 자전거를 타 보니 수리 할 곳이 많아서 

그냥 새 자전거 구입할려고 했었는데,

아무리 그냥 공산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닦아주고 기름칠이라도 해주고 난 뒤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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