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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0일 14시 22분 등록

 칼럼 22 - 뮤즈 불러오기


2주전에  열정이 나를 휘몰아 밤이 깊도록 북리뷰를 하고 있었다
마감시간에 쫓기지 않고 스스로 먼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참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공부삼매에 빠져 있다가 손이 좀 더운듯해서 정수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냉수를 한컵 받았다. 그리고는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한번 보고는 그 물을 왼손등 위로 부었다.

“앗, 뜨거!”

뜨거운 물이었다. 머리는 커피를 생각하고 마음은 시원한 물을 원했나보다.



한차례 펄펄 뛰고 호호불고 법석야단을 떨고는 큰 통을 꺼내 얼음물을 받아 손목까지 담구고 있어도 처음에 느꼈던 그 뜨거움과 놀라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통증은 2주일이나 계속되었고, 상처에 껍질이 벗겨지더니 물집이 생길듯 말듯하더니 이제는 거의 옛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물론 중간에 ‘잉잉’ 울면서 명의에게 가서 침을 한번 맞기는 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 얘기를 했더니....“우째 그런 일이...” 하면서도 깔깔깔 웃는다.

평소에 그런 실수를 잘 하지 않고, 또 그런 일이 참 황당한 사건처럼 들렸나보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나는, 갑자기 에디슨이 생각나면서 “으흥, 시계를 삶아먹는 일이 일어날 뻔한 일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에디슨을 이해하시려면 저를 따라 해보세요.’

 

순간의 실수가 일파만파의 생각을 불러오는데, 그중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생각이 소급해서 떠올랐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분의 모습 , 채 규철 선생님. 그분은 그렇게 힘드셨을텐데  웃는 얼굴을 남기고 떠나셨다.

그리고 아버지를 불속에서 구하고 함께 병원에 누웠다가, 자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걱정을 한없이 하던 그 젊은 아름다운 아이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크게 아팠을 때 나를 위로하던 젊은 의사의 말도 생각났다.

‘선생님, 저는 아직 그렇게 크게 아파보지를 못해서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잘 견디고 일어나서 전과 다름없이 살아가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아니타 로딕은 커뮤니케이션에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자라온 환경도 어린시절 부터 가족이 경영하던 카페에서 부모님을 돕는 동안 사람들 속에서 부딪히며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자유를 찾아 히피들과 어울렸던 2년여의 경험도 있었다. 그리고 타고난 낙천성과 열정이 있었기에 이 모든 재능을 남과는 다른 방법으로 비즈니스에 투입했다.

물론 시작은 가난이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위해 남미로 여행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녀의 재능은 열정과 재미와 비젼을 바탕으로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녀가 했던 말 중에서 이 말이 나에게로 파고 들어와 북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본능에 따라 행동할 때에는 두렵다거나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않고,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으며, 우리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이 우리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알 뿐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이익과 기술, 원가절감, 배달시스템 등으로 정신이 산만해지기 쉽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장과 영혼 속에 들어있는 것과 교류를 끊지 않는 것이며 먼저 자신이 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간신히 살아 남는 것,  내외적인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가치관을 가지는 것, 그러면서도 더 크고 용감한 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상하게 아니타 로딕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랜 친구가 나에게 말을 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마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에 인정미를 깔고 열정으로 그녀의 마음을 나누어 주고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연구원 수업은 드디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의 윤곽을 그리는 작업단계에 들어섰다. 그동안은  한소식을 한 것처럼 보이는 대가들의 책을 주-욱 읽어왔다.

이제 앞길을 알 수 없는 비단안개 속을 헤치고 등대를 따라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고 이 일은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질의 가난함이 아니타 로딕에게 사업을 시작하게 했다면 영혼의 가난함이 나를 이 길에 서게 한 것 같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던 어떤 가난한 마음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했고 그 길로 가는 여정에 아니타 로딕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재활용 용기를 활용하여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었던 자연의 화장품을 담았고 정겨운 스토리를 싣고  세상으로 내어 보냈다. 이 화장품의 원재료는 어디서 구해왔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왔고 또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의 삶과 연결된다고 하는 그녀의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가 인간미 넘치는 사업의 길을 새롭게 만들었다.

나는 전에 프로로 가는 길에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저항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어떤 두려움들은 지나고 나면 “아니, 겨우 그런 일로 그렇게 흔들렸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가볍게 넘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씨앗” 속에는 앞으로 성장할 힘이 잠재되어 있다.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이 “씨앗”을 품어 희망을 갈무리하는 농부와도 같이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나선 모험 길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도와주는 심리적인 힘들이 있다. 옛부터 이런 힘들을 “뮤즈”라 부르기도 하고“천사”라 부르기도 했다.

곧, 저항이 우리가 태어날 때 가져온 재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면 , 그 저항과 맞먹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힘은 저항에 맞서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힘이 바로 우리의 동맹군이며 천사이며 뮤즈인 것이다.

자, 이제 조용히 눈을 감고 나의 뮤즈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나의 뮤즈를 불러오는 기도문을 만들어보자.

IP *.113.13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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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21 06:30:38 *.126.231.195
그렇군요. 벌써 책을 쓸 준비를 해야 하고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낼 준비를 해야하고
그 마음자세를 다듬기 위해 뮤즈를 불러와야 하겠지요.
저 역시 선생님처럼 좀 차분하고 경건하게
뮤즈를 불어오기 위해 기도문을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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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2009.09.21 22:43:57 *.142.204.124
철아,
난 요즈음엔
뭐든지 내가 좀 느려진 것 같아서...긴장이 되더라.
약속은 지켜야하고,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니
쉼없이 뚜벅뚜벅 가야지 뭐..... 뮤즈를 믿고....

비가 오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네....
건강에 유의하고....
잘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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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9.22 06:54:09 *.160.33.197

성경에 18년간 등굽은 여인이 치유되는 장면이 나온다지요.
나도  학교 다닐 때 그 장면을 본 것 같군요. 
그 장면을 나대로 풀어 보았지요.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그녀에게 고쳐진다는 믿음을 주고
그녀가 자신 안에 신을 만질 수 있게  해주니

그녀가 나았지요.
이제 좌샘은 7일 동안 여러 죽음을 만지겠군요. 
아마 그 책의 이름은 '7일 간의 만남'이 되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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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2009.09.22 13:41:58 *.248.235.10
인정많고 부지런하신 선생님!

 그 첫째날, 심폐소생술 같은 장비가 없던  시절에, 가슴을 절개해서
직접 손으로 심장을 리드미칼 하게 마사지하고,
생명이 없는 검붉은 피속에 주저앉아
그의 왼쪽 귀에다 입을대고 제발 살아달라고 악을 써대며
 통곡을 했다는 한 '외과의' 의 고백을 읽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현장으로 나갔을 때의 일이랍니다.

선생님,
안셀름 그륀이 또 말하고 있어요.

"등은 민감한 부분이다. 억압된 정서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종종
등의 통증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몽땅 등으로 갔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은적이 있다."

숙제가 마치 보물찾기처럼 신기해지고 있습니다.

줄일 수 있는건 잠밖에 없는데.....
올빼미과로 가야할까 봐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말 잘 들을게여.. ....  "   혜향이 말  훔쳐왔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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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2 08:00:32 *.108.48.236
좌샘,
경건함이 느껴질 정도로 진지한 출사표가 참 좋네요.
꿈벗 프로그램에도 재차 다녀오신 것 같던데,
생각이 많으신가 보군요.
아마도 뮤즈는 영혼이 가난한 사람을 좋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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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009.09.22 13:53:00 *.248.235.10
한선생님,
전부터 느끼고 있었어요.

아무리 긴 글이라도 ,
그 가운데를 흐르고있는 마음을 찾아내어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정다운 마음을 말이예요.

곧바로 부지런히 답글을 못드리고
선생님 글에 댓글을 못달아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나는 생각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요약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늘 마지막엔 검열을 받아야해서요..... 내덫에 내가 걸려서 맴맴 돌고있지요.

설마, 내가 위선적이어서 그런거이는  아니겠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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