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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1일 05시 02분 등록

오늘 날씨는 쌀쌀맞다.

온가족이 다 감기에 걸려서 그런지 온통 해야 할 일은 귀찮거리들 뿐이다.

하나뿐인 내 아들 우진이는 놀아달라고 때를 쓰는데 나와 와이프는 의지와는 다르게 축축 늘어지며 어제 먹은 약발이 떨어짐을 느끼며 오들오들 떨고 있다.

내 아들 우진이도 감기에 걸린지 꽤 되었는데 제 몸은 좀 나아진 듯 하다.

이리저리 재밋거리를 찾아 방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심심한 나머지 곧 안방문을 열고 엄마와 내가 있는 침실에 다가와 가까운 데 놓여져 있는 내 손을 잡아 끈다. 이때 나는 아 내가 걸렸구나!라는 생각으로 겨우 몸을 일으키며 와이프를 툭 한번 쳐본다. 어쩔 수 없이 아들놈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지만 기운이 없어서 그냥 가는 곳마다 드러누워 버리곤 한다.

물론 아들놈은 평소와는 다르게 놀아주지 않는 아빠를 야속하게 생각하겠지만 지금 내 몸은 감기몸살에 축 쳐져 있다.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들다.

어느새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겨우 몸을 일으키고 나오는 와이프를 보는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난 재빠르게 글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몸이 조금 아퍼도 내 자식 돌보는 데에도 이렇게 이기적인데 하물며 남들과의 관계는 어찌할까?

 

제 몸이 아프면 남을 배려하기 힘들다. 제 코가 석자라는 말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사람들의 관계속에서 여유로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의 시대는 속도 즉 스피드의 시대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인식이 일반화 되다 보니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도 광랜이 기본이어야 하고 하루에 어마어마한 정보가 흘러 넘치는 시대에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속독학원은 호기를 누리고 있으며 급속안구운동을 해서 글을 빨리 읽게 하기 위한 훈련을 비싼 비용을 들여 하기도 한다.

영어단어를 빨리 기억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깜빡이 학습기같은 것이 생기질 않나, 하루만에 임플란트를 심어내는 시간단축형 임플란트 치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뿐인가? 요즘 기업뿐만 아니라 관공서, 식당까지도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직장인의 빠듯한 점심시간, 조리가 오래 걸리는 매뉴는 부담스러워 하는데 30분이상 걸리는 가마솥 밥을 10분 안에 맛보게 하는 속도를 높이는 기술도 발달되었고, 아침 출근시간 1 1초도 아깝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화장의 시간을 줄여주는 퀵메이크업 제품도 인기가 높다.

뭐든 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위해 초스피드수업도 생겨났다. 단 하루 투자로 간단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생겨날 정도로 시대는 속도를 요구한다.

 

이렇게 빠름에 익숙해진 사회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빠름의 법칙을 요구한다.

사람을 만나는 방법과 기술을 빨리 터득해서 빠른 의사표현을 요구하고 빠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길 원하며 빨리 친해지고 빨리 마무리 짓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최근에 성행하는 느림의 법칙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 세상이 빨리 흘러가니 심신이 지쳐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느림이라는 유혹은 휴일의 낮잠처럼 달콤하다. 그러나 느림은 우리가 일어나야 할 기상시간을 조금 늦출 뿐 우리의 일상을 풍성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사람들의 관계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만남을 조금 늦게 갖는다 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 그리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즉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유라는 단어는 삶에 있어서 여백과 비슷하다. 여유는 사람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스피드의 시대를 즐기며 살 수 있게 해주는 노련한 레이서의 운전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여유는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미리 헤아려 보는 마음이고

둘째는 넉넉해서 너그러워지는 마음

셋째는 풍족하여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을 만날 때 헤아려 본다는 것은 관계를 명확하게 해준다. 상호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세심한 고찰과 스스로 해줄 수 있는 준비된 마음을 통해 기준이 세워진다.

그 기준은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명료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의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서 그 사람을 위해서 뭔가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여유의 첫번째 단계를 거친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도 여유의 첫번째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감이 없고 뭔가를 갈구만 한다면 그것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내가 뭔가 적합한 대안을 가지고 있다면 관계는 자연스럽다.

준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만나서 뭔가를 해결하는 것 거기서부터 오해가 시작될 수 있다.

여유의 첫번째 단계는 스피드 시대에 시간을 절약시켜 주고 판단을 명확하게 해주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을 키워줄 수 있어서 좋은 시작을 만들어 주어 좋다.

 

넉넉해서 너그러워지는 마음을 통해 관계는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제 몸이 편안해야 다른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의 안정감은 관계를 풍성하게 해준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실수는 잘못된 기대감에서 비롯되곤 한다.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에 대한 기대심을 가지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지각하기를 기대하는 것만을 지각한다라고 하였다. 즉 대체로 보고자 하는 것을 보며, 듣고자 하는 것을 듣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단 것이 일어나면 적대감을 일으키거나 반발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리 헤아려 넉넉해진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관계속에서 너그러움을 줄 수 있다. 관계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관계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었다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곧 너그러움을 동반할 수 있다.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여유로움의 세번째 단계는 풍족하여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이것은 관계를 세속적인 세계에서 영적인 세계로 이끌어 준다.

이 단계의 관계는 덕에 가깝다. 이것은 스스로의 안정에서 비롯되어진다.

개인의 안정된 생활과 뚜렷한 원칙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상대방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는 행동양식이다. 이 단계에서는 목적보단 관심과 배려가 먼저다. 좋은 관계란 좋은 마음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장자의 철학우화에서 덕을 이렇게 묘사한다.

 

좋은 마음씨가 있고 나쁜 마음씨가 있다. 좋은 마음씨는 사람을 편하게 하고

나쁜 마음씨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덕이고

그렇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곧 부덕인 것이다. 덕은 마음의 자유인 셈이다.

 

마음을 자유롭게 함이 참다운 자유인 까닭이다.  덕이 많은 것을 덕충이라고 한다

덕이 많아서 저절로 넘쳐나 가만히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자신이 많은 덕을 간직하고 있다고 뽐내는 법이 없다. 그져 가만히 있어도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말 없이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덕의 힘이다.

말하자면 덕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무슨 지식처럼

남으로부터 전해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덕은 하늘의 것이며 땅의 것이라고 비유하여 말한다.

말하자면 덕이란 자연의 심성인 셈이다. 그래서 덕성은 천성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인심은 천심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이 하늘이나 땅처럼 된다면

그것은 곧 덕이 넘쳐흐르는 마을일 것이다. 하늘 같은 마음과 땅같은 마음으로

그득한 인물들이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우리의 세상도 좀 넉넉한 여유로운 마음으로 충만해졌으면 좋겠다.

몸은 좀 나아지고 있고, 글 쓰는 동안 마음은 편안해 지고 있다.

내 아내와 아이를 위해 내일 뭐 하나라도 해줘야 할 것 같다.
관계에 여유로움이 생기는 것일까?

IP *.126.23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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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이
2009.09.21 05:13:42 *.66.16.166
와...그대. 어쩐지 사자프로젝트하면서 많은 걸 이룰 것 같은데...
기대되는 걸..
우리가 일을 도모하기에 앞서 함께 사자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은
참으로 하늘이 내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모두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날 것 같다는 예감...?

무튼, 프로젝트는 그러한데 몸은 좀 괘안아?
오늘부터 또 일주일을 달려야 할텐데,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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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21 05:18:25 *.126.231.195
앗 깜짝이야~ 누나
글 올리자 마자 새벽에 댓글 올라와서
놀랬어요^^ 실시간이군요.
아 난 파트너 안할래요. 동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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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이
2009.09.21 05:21:58 *.66.16.166
내도 숙제 지금 올렸지롱~ ㅋㅋ
마저마저. 넌 내 동생이야~ 하모하모~ ㅎㅎ
글고보니까, 파트너가 아니라 다들  가족화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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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1 08:36:39 *.108.48.236
ㅎ ㅎ 새벽도매시장에서 부딪친 장사꾼들 같네요.
변경연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글구 혁산!
5기 막내 남동생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배어나오는 글이 참 좋네요.
그동안 누이들의 닥달이 벌써 효험을 발휘하기 시작하나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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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22 17:13:19 *.216.130.188
가족같아요.
나만 그렇게 오버해서 느낄지 모르지만
그냥 누나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죠.
그리고 하는 꾸중들을 누나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그만큼 편안해 지고, 따뜻하게 느껴져요.

여유로움을 가지고 관계함은
제게 중요한 문제였어요.
더 유혹적으로 끌고 가고 싶은데
기초부족이 느껴지네요.
더 깊게 더 섬세하게 글쓰기를
해야겠습니다. 이놈의 미련과 후회는 언제 끝날런지~
꼼꼼한 지적 부탁좀 할께요. 선배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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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09.23 02:21:26 *.12.21.33
그날 밤이 생각난다. 여유없던 마음을 달래려 뛰쳐나갔던 이국의 그날 밤.
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 밤에, 빗줄기 앞에 선 나에게 이처럼 멋진 말들을 해 주었었지.
의리도 있고 덕도 있는 멋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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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23 10:32:50 *.216.130.188
누가보면 드라마 찍었는줄 알겠당 ㅎㅎ
밤 음 기억하죠 그 밤~ ^^
비가 너무와서 늘 보았던 달을 잊고 있었던 그 밤이었죠
저는 달을 가리켰을 뿐이죠. 물론 비가 억수로 와서 잘 보이지 않았었지만...
결국은 누나에게 보였었나봐요. 그게 끝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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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3 21:29:15 *.230.92.254
이국의 그밤..
무쟈게.. 비내리던 밤..

저도 그들과 함께.. 했었져..
그런데.. 전.. 달도.. 그 달을 가리키던 거이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여.. ㅎ

그여자.. 그남자의 목소리만.. 귓전에서.. 들리다.. 말다.. 헤헤^^

그래도.. 그여자, 그남자.. 느~무 아름다웠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어여..^^
그여자.. 그 이후로 2차전?을 거쳐..^^  자신의 이쁜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구여..
그남자.. 그날은.. 바로.. 그남자의 재발견이였지여..

암튼.. 비까지도 아름답던?.. 밤이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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