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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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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7일 20시 47분 등록
 

누군가 절대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은 물론 돈이 없다는 뜻이지만, 그의 주변에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도 된다.  노숙자를 예로 들어 보자. 아마 그는 계속되는 실패와 불운에 지쳐 모든 것을 잃은 처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어도  거리로 나앉지 까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하는 결연함이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도종환이 ‘폐허 이후’에서 노래했듯,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서는 심리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기회가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의 하나는, 자기 주변에서 쉽게 조언과 상담을 구할 수 있고, 전심전력을 다해 기꺼이 도움을 제공하는  인재집단의 존재였다고 한다. 이럴 때 인재집단이란 단순히 발이 넓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저 ‘친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을 넘어 서로 배우고 성장을 자극하는 사이를 말한다. 또 나의 지위에서 비롯된 인맥도 곤란하다. 나의 지위에서 비롯된 인맥은 내 지위가 사라지면 하루아침에 같이 사라진다. ‘제3의 인생’의 저자 김창기 씨는 19년간 재직했던 신문사를 그만둔 후, 기자라는 직업에서 오던 후광이 일시에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격의 없이 만나 속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다섯 명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 지위’가 아닌 ‘나’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처럼 삶의 고락을 함께 함으로써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정신의학에서는 ‘의미있는 타인’이라 부른다고 한다. 서로에게 친밀감과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있는 타인’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대니얼 핑크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서 이상적인 네트워크의 모델을 보았다. 그는 프리에이전트의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 연대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른바 Free Agent Nation 클럽이 ‘어떤 면에서는 이사회 모임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집단 치료법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는 ‘고객 찾기와 의미의 추구를 결합하며, 진실성의 강한 충동과 사교성의 욕구가 동시에 충족’ 된다.

어떤 모임이 ‘이사회 모임’ 같기도 하고 ‘집단 치료법’ 같기도 하다는 것은 의미가 심장하다. 그것은 서로의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서로 돕고자하는 그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는 회원들 간에 ‘전인격적’인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사교성은 물론 고객 찾기도 해결한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 표현을 접하는 순간, 내 안에 이상적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델이 날아와 박혔다.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 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권력과 부는 물질적 재산이나 생산수단에 한정되지 않고, 건강, 지식, 다른 사람과 맺고 있는 관계, 자신이 소속된 네트워크와 소통하게 해 주는 언어로 말미암아 풍요롭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의 말이 오늘날에도 이미 사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가난이 퇴치되고 갈수록 사회가 다양해지는 요즘, 개인에게 가치 있는 재화가 더 이상 경제적인 것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풍요로움 즉 富가 나온다고 설파한 아탈리의 혜안에 감탄한다. 앞서 말한
Free Agent Nation 클럽 같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면 富의 원천이 되고도 남을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럴 때의 富는 경제적인 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소속감과 친밀감에 대한 욕구,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오는 만족감, 지속적인 성장을 자극하는 격조있고 완성된 풍요로움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부유한지 다시 한 번 나의 네트워크지수를 돌아보게 된다. 그대는 얼마나 부유한가?

IP *.108.4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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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27 23:58:34 *.249.57.176
선배님. 이번 주 칼럼 진짜 좋은데요~!
"의미있는 타인"이라... 정말 알싸한 단어같아요... 좋아요...
누군가는 절 의미있는 타인이라 여겨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과연 난 누군가의 삶에 한 줄기 의미는 되었을까...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칼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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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8 00:28:06 *.108.48.236
글을 올리고 나면,
꼭 범죄자가 범행현장을 다시 둘러보듯,
다시 들어와 보게 되는데,
내 글이 쓸쓸하지 않게 첫 댓글을 달아준 것만으로도

그대는,
의미있는 타인 !
맞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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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28 01:07:06 *.126.231.195
최근엔 선생님이 저에게 "의미있는 타인"인것이 분명합니다.
글을 보면서 이해하면서 어떻게 글을 전개해 나가는지 배우면서
나의 부족한 면을 계속 들여다 보며 반성하고 있거든요.
드러내지 않아도 타인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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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8 13:12:21 *.88.56.124

ㅎㅎ 어째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느낌이 들어서 민망하긴 하지만,
기분 좋네그려~~

내 글을 그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혁산의 감성의 힘 덕분도 있을 겁니다.
변경연에 열심히 기여해서
그리하여 사부님에게서 '철이야,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라는 식의
귀여운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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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06:35:17 *.40.227.17
명석 썬배님~ ^^

벌써.. 가을의.. 한가운데 있어여..
사람.. 관계.. 이들에 대한.. 저의 시선은 그리 넓지 못했져..
그동안 맺어왔던.. 현재 나와 함께하는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깊고..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여.. 복잡한 거이.. 무쟈게 싫어하는 제 승질도.. 한몫한거이 같기도 하구여.. ㅋㅋㅋ
그래서.. 낯선이의 눈빛.. 좀 부담스러워했구여.. 가까이 오고자하는 이의 마음을 때로는 아프게 했을지도 몰라여..
 
이제는.. 시선을 좀  멀리.. 넓게.. 두려구여.. 저의 지나친 선입견도.. 좀 달리 해보려구여..
근데.. 썬배님~, 깊이.. 이거이가 문제인 거이 같아여.. 
넓어지면.. 깊이.. 관리하기가 마이 힘들어질텐데여.. ㅎ

썬배님의 넓~고 깊~은 글이.. 제 마음에 혼란을???.. ^^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에는 벌써 풍요가.. ^^

썬배님~, 우리 같이 이 풍요로운 가을.. 믿음으로 함께하는.. 깊은 마음.. 나누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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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8 13:19:40 *.88.56.124

나야말로 너무 혼자 잘 노는 데다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고 급하기까지 한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왕재수 노릇 깨나 했었다우.^^

나이먹으면서, 반성도 하고 깨지기도 하면서
관계에 대한 책을 열 권 정도 읽었어요.
그런 직간접의 경험 속에 조금씩 관계성이 나아지는 찰나에!
5기를 접한 거지요.

5기, 또 사자 호랑이팀과 함께 성실하게 관계훈련을 하고 싶답니다.
그것이야말로 고품격 풍요의 완성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중간결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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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06:35:20 *.40.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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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09.28 13:53:41 *.45.129.181
선배님, 잘 지내셨지요? 한 동안 제 댓글이 좀 뜸했었습니다. 이상하게 제 일에 여유가 없으니 쓰신 글 읽고 다 하는데도 그 짧은 댓글 잠깐 다는 것에 쉽게 손이 안가더군요. 아, 네, 다 핑계입니다. 두 손 들고 반성하겠습니다ㅎㅎ.

저는 사람이 진정한 재산이라는 말에 200% 동감합니다. 제가 앞으로 잘 된다면 저의 능력 보다는 저를 잘 보아 주신 어떤 인생 선배가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저를 따르는 후배들이 저의 일을 도와 주어 결과적으로 제가 잘 되게 될 것이라고 깊이 믿고 있습니다.

다행이 이곳 변경연에서 '정말로 의미심장한 타인'들을 만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되, 이 곳에서만큼은 서로 인간적으로 아끼면서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을 서로 기꺼이 돕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관계에서 부가 나온다는 말에 다시 한 번 깊이 공감합니다.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 그 동안 마음 못써준 지인이 있지는 않는지 오늘 함 돌아 보아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사자 프로젝트 저술 여행 때 뵈어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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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28 16:24:47 *.88.56.124
'의미심장한 타인'!
희산의 재치와 패러디 능력에 하하 웃네요!

희산은 소통에 남다른 비중을 두고 그만큼 공도 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평창의 선배들만 보아도!
그 펜션 사이트에도 가 봤다우.
딱 한 번이지만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이 참 좋아 보였어요.

누군가 희산처럼 생각하면서 산다면,
반드시 인생 선배와 마음으로 따르는 후배들이 모여들게 되어 있으리라
생각해요.
나는 한참 배워야 할 부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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