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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06시 32분 등록

광고대행사 입사를 위한 면접실에서 당시에 광고계에서 유명한 분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연필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저는 순간 당황하여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그림을 그렇게 그려오면서도 태어나서 단 한번도 연필이 나에게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연필은 삶의 도구다 왜? 내가 평생 먹고 살아야 할 도구니까! 연이어 연필은 그림자다. 모든 예쁜 그림의 밑바닥에는 스케치가 남아 있듯이 연필은 생각의 그림자 역할을 해준다. 계속 내 머릿속은 면접관에게 멋져 보일 대답을 찾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들은 입에서만 머뭇거리고 바로 튀어나오지는 못했습니다. 뭔가 빠졌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순간 내 머리에서 번뜩 연필이 손가락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몸의 일부 인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연필은 내 6번째 손가락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였습니다. 면접관은 의아에 하는 표정으로 왜 6번째 손가락인지 물어왔습니다. 그 당시 나에게 연필이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림을 그린다고 처음 미술학원을 다닐 때 만져보았던 4B연필, 하루에 평균 5시간씩 2년 이상을 뎃생을 해왔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4년동안 매일 스케치북에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담는데 사용해 왔고, 직장을 갖고 여전히 내 생각을 표현하려면 제일 먼저 드는 것이 연필이니 말입니다. 연필은 그 누구보다 내 곁에 가까이 있어 주었던 동료였던 것이죠.

 

나는 면접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제 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 연필은 자유롭게 나의 의사를 알리고 , 디테일하게 내 상상을 표현하게 해주었던 손가락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 순간 합격의 당락과 관계없이 내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면접관도 웃었고 저도 웃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서도 그런 의외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필과 나 사이처럼 관계하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것, 어쩌면 특별한 관계였는데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알아봐주지 못하는 관계 같은 것 말입니다.

 

저도 면접관이 던지 질문처럼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물론 삶에서 정답이 없는 것처럼 여기에도 정답이란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소지품 중에서 당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3가지는 무엇인가요?

?

?

?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두, 가방, 시계등을 얘기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만, 카이스트의 뇌 과학 전문가인 정재승 교수님의 말씀으로는 창조적인 사람들은 내면의 영혼과 닿아있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사랑, 웃음, 유치함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익숙해져 더 큰 관계의 의미를 잊고 사는 지 모릅니다. 상사와의 관계, 직원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등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관계속에서 서로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표면적인 관계론에 매달려 관계를 단정짓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계를 좀 더 창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관계가 피상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간의 가능성을 살리고 더 끈끈함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소지품이 사랑, 웃음, 유치함등의 가슴임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면역학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샤를 니콜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상상력과 직관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고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관계도 가슴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관계를 좀 더 창조적으로 이해해 보기 위하여 생각의 탄생이란 책에서 말하는 13가지 창조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우리의 관계를 다시 인식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관계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서 사람들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행동의 패턴들을 구분해내고, 패턴들으로부터 원리들 즉 삶의 동기나 원형들을 추출해내고, 사람들이 가진 특징에서 유사성을 이끌어내고, 행위모형을 창출해낼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관계할 수 있습니다. 양자의 관계가 서로 보완적인 상생의 관계가 될 수 있으려면 이런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깊은 관찰은 깊은 이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앙리 마티스는 친구와 함께 파리의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몇 초 안에 그리는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행인들의 몸짓과 자세에 나타나는 특징을 순간적으로 파악해야만 했습니다. 관찰력은 마티스의 스승인 외젠 틀라크루아도 중시한 능력이었습니다. 그는 5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에 그를 그려내지 못하면 걸작을 남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내 동료가 퇴직서를 내기 전에 그가 처한 상황을 세세하게 그려내지 못하였다면, 내 상사의 눈초리가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깊은 관계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것은 스스로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만 살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관심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관찰은 과학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조지아 오키프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과학자들도 관찰력의 비결은 시간과 참을성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곤충학자 칼 폰 프리시는 자산의 관찰능력이란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움직이지 않고 돌 틈에 몇 시간 동안 누운채로 생물을 끈질기게 주시하는 힘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인들이 무신경하게 못 보고 지나치는 순간, 세계는 참을성 많은 관찰자에게 그 놀라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벌이 추는 춤을 언어로 이해하고 이룬 성과 역시 관찰의 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깊고 세심한 관찰의 시간이 요구됩니다. 남이 보지 못한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자기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우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남모른 세심한 관찰은 관계를 돈득히 해주는데 꼭 필요한 도구인 것 같습니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위대한 통찰은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고 합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들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다 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주의 깊게 경청하고 주목하는 관찰의 방법을 통해 상대의 평범함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발견해 줄 수 있습니다.

상대의 눈빛과 피부색, 그의 헤어와 옷 스타일의 변화, 손짓, 목소리의 떨림, 얼굴빛등을 통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말과 의미를 통해 상황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행동의 모습들을 통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해 보고자 하는 노력은 서로에게 기회와 비젼으로 작용됩니다. 우리는 피상적인 관계속에서 특별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관찰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피부로, 손으로, 주목하고, 경청하고, 오랜시간 지켜봐주고 하는 노력들이 관계를 특별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찰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라는 말처럼 저 역시도 한마디 외치고 싶습니다. 정말 각별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선입견을 갖기 않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특히 온몸으로 경청하고 집중해 볼 것. 그것이 사람을 얻는 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뛰어난 인물을 얻는 것도 좋지만, 평범해 보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알아주는 것도 가치가 있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관찰의 능력은 매일매일 새로운 관찰을 하겠다는 참을성과 끈기를 통해 길러진다고 하니 관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노력을 전제로 하나 봅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IP *.126.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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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06 15:23:36 *.206.74.156
연필이 여섯번째 손가락같다니!
그대 참...
인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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