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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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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2일 10시 20분 등록
 엄밀히 말해서 사람이 하는 일에  ‘객관’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자신의 주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감정을 수반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이렇게 해서 세상 모든 일은 관계의 문제가 된다. 나와의 관계를 비롯해서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상인, 버스기사, 정지해 있는 내 차를 들이받은 운전자, 블로그이웃 등... 사람의 일 중에서 관계가 아닌 것이 있으면 어디 말해 보라. 

일회적으로 스쳐가는 관계는 제외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끝난 관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것을 잘 유지해 나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매력, 진정성, 유익 중의 한 가지는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중에서 매력이라는 단어에 이끌린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끌리는 마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진정성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매력은 진정성의 방식, 진정성의 분위기와 동의어니까 말이다.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매력이 결여된 진정성은 안쓰러울 뿐이다.

매력魅力의 ‘매’자는 ‘도깨비 매’다. 도깨비같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모호하고 변덕맞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스타일’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타일의 멋을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에서 배웠다. 그녀에 의하면 “스타일이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런 줄 아는 것이 스타일이다.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은 그 누구든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답게’ 사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배용준의 감성, 박진영의 도발, 유재석의 편안함처럼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최선을 추구할 때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 역시 스타일에 있어서 타인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는 것이 많으니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그녀는 우리네 범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생애에 대해 글을 쓸 때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그가 앉았던 의자를 고증하여 만드는 식이다.  메디치 가 문장이 새겨진 천을 복원하여 입힌 긴 의자 위에 누워 독서삼매를 즐기기도 했다. 대학시절 배우 게리 쿠퍼가 죽자 喪中이라고 학교에도 결석했다는 그녀,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의식을 동원하여 경건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몰입함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래서 스타일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의식, 내 감정에 빠지고 탐닉하는 자기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자세가 나온다. 자기존중을 넘어 자기도취에 이를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 나르시스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니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답게 사는 일에 헌신할 일이다. 나에게 지독하게 몰입하여 나의 세계를 일구는 몸짓이 다른 사람에게도 생의 의지를 추동할 때, 그 때 매력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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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13 17:01:16 *.249.57.203
체사르 보르자에게 심취하는 시오노 나나미가 어딘지 독특하다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독특하네요.

관계를 지속함에 있어 매력은 그 시작을 열어주는 열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끌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지만
나도 모르게 끌려드는 그 무언의 힘이 매력이 아닐런지요.

관계를 지속하는 세 가지: 매력, 진정성, 유익.
저는 <노력>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전에 <사랑>을 주제로 수업할 때 주고받은 내용 중에
"노력한다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라고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노력한다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라는 부분이 아마 매력에 속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진 뒤 노력은 꼭 필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튼, <사자> 프로젝트는 어쩐지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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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13 20:49:26 *.108.48.236
ㅎㅎ 정현씨, 안그래도 위 글을 쓰면서 정현씨와 똑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그럼요.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어요?
글의 포인트를 살리고, 너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 경우였구요.

매력에 대한 내 관심은,
개인적인 관계 특히 남녀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1인기업, 브랜드로서의 매력에 더 가까운 것인데,
아직 생각이 풀리지를 않아서 우선 개인적인 관계로 풀어 본 거에요.

최근 들어 자주 강조되는 관점,
"지시하지 말고 자극하라" 거나,
톰 피터스의 '내 이름은 브랜드다'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 더 가까운 관심이라서
호랑이 쪽 하고도 연결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꼼꼼하게 읽어 주어서 고마워요~~

“호기심의 경제, attention economy,는 스타 시스템이다. 당신의 일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광고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결국 당신은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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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09:42:02 *.246.196.63

매력...
아주 어렸을 때는 이쁘고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인기있고 매력있다고 생각했었죠
근데 나이 먹으면서 보니 안예뻐도, 몸치여도, 공부 죽어라 안해도 매력 있는 애들이 있더라구요

매력은 어디서부터 비롯될까... 생각을 곰곰히 해보니
매력이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그래서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겠죠

근데 원래 스스로에게 가장 관대하지 못한 것이 사람이라,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 긍정의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 겠지요

'가장 나다운 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 그게 가장 자연스럽게 뿜어나오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될 수 있는 Unique한 나만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시오노 나나미 책은 한번 읽어봐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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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15 15:42:42 *.108.48.236
숙인 생각에 절대 동감이에요.
마침 일요일밤에 sbs에서 '매력'에 대한 더큐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에 '인순이'도 같은 얘기를 하더라구요.
'나다움'에 심취하여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모양이라고....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내 것' 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우리 연구원들의 지향도 그것이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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