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먼별이
  • 조회 수 2915
  • 댓글 수 12
  • 추천 수 0
2009년 9월 14일 22시 36분 등록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

 

삶은 사랑이다: 첫 번째 나의 풍광

2008 12월 꿈벗을 마친 뒤 써 내려간 10대 풍광의 첫 번째가 연구원 지원이었고, 2009년 난 그 일을 이루었다. 그리고 드디어 천 년 세월의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수많은 생을 이어오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난 늘 잠에 취해 있었다. 현실이 꿈같고, 꿈이 현실 같은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에 흘러가는대로 나를 맡긴 체 그렇게 천 년을 떠돌아 다녔다.

 

그러던 내가 천 년에 단 한번 나의 탄생별과 일직선에 놓이는 우주의 기회를 타고 드디어 오랜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변경영을 통해, 나의 사부님을 통해 잠에서 깨어 이 세상을 살아갈 비기를 전수 받았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이 삶에서 멀어지면, 삶도 멀어진다.”

 

그랬구나. 아무리 물을 마셔도 그치지 않는 내 삶의 갈증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나는 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에 무척이나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내 서투름이 들통 날까 언제나 누구하고라도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었다.

 

난 내 일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 곳에는 늘 목표와 성과달성 두 가지 기준만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나는 나머지 내 생애를 살아갈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고, 그 불꽃은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어린 고양이 맹수로 변신하다 두 번째 나의 풍광  

내가 변경영이란 처마 밑으로 피신을 올 때만해도 난 상처받고 지친 어린 고양이에 지나지 않았다. 봄과 여름 두 계절을 지나며 서서히 기력을 회복한 내게 2009년 가을 <사자와 호랑이>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009년 가을과 겨울. 난 그 어느 때보다 두 가지 프로젝트에 몰입하였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 즈음 난 이미 이전의 상처받은 어린 고양이가 아니었다. 드디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갖추었다. 사자 같은 호랑이로서. 호랑이 같은 사자로서.

 

세계를 구할 동방의 정신 문명 <관계> 탄생 - 세 번째 나의 풍광

이번 생애에 살고 있는 21세기라는 시간대는 좀 묘한 구석이 있다. 강대국이란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아프니 말이다. 문명이 받쳐주지 못하는 강대국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이야 역사가 증명하는 바, 동방의 한 작은 나라에서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2009년 가을 <사자의 무리들>이라는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다.

 

혼자여도 두려울 것 없을 것 같은 사자들은 소수의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다. 그야말로 정글에서 감히 그 누가 넘볼 수 있을까 싶다. 참으로 든든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선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이란 개념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래서는 사람들의 삶이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린 서구에선 잃어버리고 있는 관계의 미학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관계란 무엇인가? 어째서 관계가 필요할까? 관계의 부재시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형될 수 있을까? 아웃소싱을 넘어 공동 소싱으로 넘어가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필요한 관계는 또 무엇일까?

 

2009년 가을에 시작한 <관계놀이>는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연구와 놀이를 거듭하여 변화경영에 이은 변경영의 두 번째 문화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일대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관계경영이 변경영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계경영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선 변화해야 한다. 변하고 싶다면 우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난 사랑을 배웠고, 변했고 이제 사람들과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다. 내 일도 관계 속에 있고 그래서 내 삶도 관계의 연장선상이다

 

<관계의 거점>이 된 변경영 홈피 네 번째 나의 풍광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이란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거점이 된 9개의 도시를 다루고 있다. 그 책의 정의대로라면 서울은 향후 얼마간 자본주의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국인들이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희망을 품고 있지만, 물류 허브라면 모를까 금융 허브는 물론이고 거점은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반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점 자체의 생명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말이다. 서울은 어려울지 몰라도 www.bhgoo.com은 어떨까?에서 우리의 혁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혁명의 암호는 <호랑이 프로젝트>였다.

 

난 예전에도 사자였고 지금도 사자다. 하지만 잠시 잠깐 필요할 때 호랑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변경영 동료 모두가 그러하다.

 

<사자의 무리들>을 통해 태동시킨 관계의 미학을 변경영 홈피에 접목시켜 홈피를 새로운 문화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 호랑이로서의 나의 첫 번 Mission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겐 호랑이 같은 사자 사부님과 동료들이 곁에 있었기에 함께 힘을 모아 서서히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 수 있었다.

 

오비디우스에게서 착실한 가르침을 받은 우리들은 모두가 변신의 귀재들이다. 지난 10년 우리는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사자가 되기도 하면서 <따로또같이>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 오고 있다.

 

우리 모두는 동방의 별들이다.

 

세상에선 이런 날 작가라 부른다 다섯 번째 나의 풍광

언제부터인가 세상이 날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박정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앨리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수희향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먼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이 세상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나는 별처럼 살다 바람처럼 사라질 게다.

나는 진홍색 난처럼 살다 하얀 벚꽃보다 가볍게 사라질 게다.

나는 처음부터 존재한 적도 없었으니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맞는 게다

 

그래도 세상은 날 작가라 부른다.

 

2009년 변경영에서 인문학의 기초를 공부한 뒤, 그 다음 해부터 나는 내가 끌리는 인문학 주제 하나씩을 책 읽기 주제로 선택하였다.

 

2010년에 선택한 주제는 문화인류학이었다.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는 했다. 주제에 따라 때로는 6개월 때로는 3년 이상이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 주제에 들이는 시간과 상관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의 주제에서 또 다른 주제가 연결되며 나의 인문학적 통합의 일은 천천히 내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책은 세상에서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반도 땅을 벗어난 것은 나만의 책이 아니었다. 사부님의 주옥 같은 사상이 담긴 책들과 동료들의 책이 함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중의 몇 권은 내가 직접 번역 작업을 한 것도 있었고, 내가 직접 기획하고 창작한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내 손을 떠난 나의 책들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생명력을 지니고 자신의 길을 때론 걸어가고 때론 날아 간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그들이지만, 나를 떠난 뒤에는 결코 나일 수 없음이다.

 

세상에서 나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 문화 기획자 여섯 번째 나의 풍광

내가 처음 문화를 기획한다고 하자 세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다들 그게 뭔데? 하는 표정들이었다.

 

세상은 무어라 생각하는가? 내게 세상은 스토리다.

 

한 사람, 한 사람 스토리가 있다.

모든 사회, 국가 그리고 문명에도 스토리가 있다.

그 뿐인가? 3류 소설부터 고급 인문서까지 그 나름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 뿐일까? 영화는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은 스토리다.

 

한 사람의 스토리가 개인의 문화이고, 개인의 문화가 모여 사회를 주도하는 흐름이 되고 대륙을 넘고 바다를 건너 스토리는 물결처럼 흐르고 또 흐른다.

 

내게 스토리는 문명의 근원이다. 태초의 씨앗이다.

그걸 문자로 표현하고 여러 종이를 묶어 만든 것이 지금까지의 책이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도 그러할까? 아마 여기에 일대 문명의 회오리 바람이 일어날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우선은 책이라는 것 자체가 종이라는 단 하나의 수단을 떠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스토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스토리는 사라질 수 없기에.

 

다만 스토리를 1차적으로 어디에 담을 지는 좀 더 놀아봐야 알 일이었다. 그렇다. 노는 거다! 스토리는 흥미 있는 놀이였다. 폼 잡고 현학적으로 잰 체하는 스토리는 공짜라도 싫다!

 

조금 더 사고를 밀어 볼까나?

 

스토리가 어딘가에 담겨 세상에 나왔다.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럼 그걸로 끝내야 할까? ?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놀이를 이어간다. 그것이야말로 놀이의 진정한 진수라 할 수 있다. 우리도 그렇게 놀자!

 

원점으로 돌아가 클래식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책으로 담아 세상에 들이밀었다고 생각해보자. 고리타분하게 그걸로 끝내고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사방팔방십육방삼십이방, 그 스토리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

 

그 스토리에 뿌리를 둔 카페를 차릴까? 식당은 어떻고? 세상에 없는 쿵짝쿵짝 서비스 회사는 어떨까? 변경영 첫 해외 거리 공연지인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광장을 한국 어딘가로 끌어오면 또 어떨까?  

 

책을 갖고 연극이나 영화 혹은 뮤지컬로 변형시키는 것은 너무도 일반화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린 비즈니스를 만들어보자.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문화 기획자로서의 내 일이었다.

 

그리고 나의 첫 작품은 위에서도 언급한 <사자의 무리들> 프로젝트를 통해 공저한 관계의 미학을 요리조리 변형시켜 세상에 내보이는 것과 <호랑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수련하여 변경영 홈피관계의 거점으로 또 하나의 문화 코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관계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신하여 세상을 향해 걸어갔는지, 참으로 찬란히 빛나는 아름다움이었다.

 

우주가 내게 준 선물, 작업실 일곱 번째 나의 풍광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서였을까? 우주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 바로 그토록 오랜 기간 바라던 나만의 작업실.

 

, 정확히 표현하면 공동 작업실 안에 나만의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2009 9월 오프 수업 때 난 한옥 스타일의 나만의 작업실을 꿈꾼다고 했는데, 작업실을 갖고 싶은 것이 나뿐이 아닌 것을 알고 내 소망을 약간 변경했었다.

 

공동의 작업실이 있는데, 그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나눠가지고 그 안은 자기 마음대로 꾸미는 게다. 건축 전공인 봄 머시기와 공간 전문가인 승질 드러븐 동생들이 있는데, 얘들이 나보다 공간 작업에는 전문가들이어서 난 일선에서 손 떼고 구경만 했다. 원래 내 전문 분야가 아닐 때는 어줍잖게 참견하는 것보다 시키는 일만 얌전히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훨씬 좋다. 크크크.

 

완성된 공간은 환상 그 자체였다.

 

겉에서 볼 때는 공감이 취향처럼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칸디나비아 분위기를 풍기는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무래도 이건 끝없이 껍질을 까도 계속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칼라 양파, 봄 머시기의 작품인 듯.

 

여하간 그 중 한 귀퉁이에 나만의 공간을 배정받았는데, 햇살이 가득히 들어오는 아주 따스한 공간이다.

 

공간을 오픈 하는 날, 동료들은 내게 생화를 한 아름 선사했다. 햇살을 받아 더욱 투명한 유리병에 꽃혀 있는 생화의 뿌리가 난 왜 그렇게도 좋은 걸까? 화분에 심어져 있는 꽃들은 난 어쩐지 답답해서 싫다. 물론 서양난이나 바이올렛은 예외지만 그래도 난 생화가 좋다.

 

밤이면 난 생화들 사이에 투박한 초를 켠다. 내가 좋아하는 초들은 대개 은은한 브라운 계통의 색들이다. 화려한 꽃들은 향연을 방해하지 않고 불빛만 자아내어 그 조화로움이 또 나를 흔들리게 한다. 불빛에 비친 유리병과 그 유리병에 비친 꽃들의 뿌리. 물 속에 떠 있는 생명의 힘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레오나르도 정이라 불리우는 내 동생 철이가 만들어준 소파에 편히 기대어 벽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진은 흑백 사진이다. 화려한 칼라 사진도 좋지만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련한 애수를 불러 일으키는 흑백사진이다. 톤을 아주 살짝 집어 넣어 배경만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집어 넣는 작업도 시도했는데, 이 역시 나름 운치 있고 좋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건 사부님과 동료들의 활짝 웃고 있는 햇살 같은 그네들의 사진이다.

 

천정이 높은 이 건물 1층에는 공동 거실이 있는데, 우리는 낮이고 밤이고 각 자 편한 시간에 이 곳에 와서 오가며 대화를 나누기고 하고 일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고 받기도 한다. 물론 이 곳에 외부인들도 초대해서 때로는 소크라테스식의 토론도 진행한다.

 

변경영 홈피가 온라인 상의 거점이라면, 이 곳은 우리들이 살아 숨쉬고 삶을 나누는 공간적 거점이다.

 

예인으로서 난, 그 자체로 자유이다: 여덟 번째 나의 풍광

내가 처음 오파티야 해변가 호텔에서 느린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을 때 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었다. 그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건 다름아닌 자유였다.

 

.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벅차고 설레였는지. 왜였을까? 그건 내가 어린 시절 더 이상 춤을 배울 수 없었던 것이 아마 세상에서 처음으로 내 자유를 박탈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게다. 물론 어릴 때는 몰랐다. 그게 그런 의미였는지. 그냥 슬프기만 했을 뿐. 크고 나서도 한참을 내가 여전히 춤을 열망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었다. 그만큼 춤은 내 무의식 깊은 세계 속에 숨어 있었다.

 

낯선 곳이어서였을까? 사랑 이야기 수업을 하는 해변가여서였을까? 아니면 사부님과 동료들에게 이미 마음을 풀어놓고 있어서였을까? 어쩌면 이 모두가 답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또 다른 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 이후로 난 춤을 통해 내 자유를 되찾았고, 이제 말과 글뿐만이 아닌 또 하나의 도구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춤을 통해 나의 기쁨과 슬픔을 풀어내는 내 삶은 조금 더 깊어졌다.

 

현실과 비현실 세계가 만나는 자유, 여행 아홉 번째 나의 풍광

여행이란 내게 현실과 비현실이 만나는 경계선 그 언저리에서 나를 늘 헷갈리게 한다.

 

2009년 여름, 사부님을 모시고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난 내게 현실은 그 곳까지 따라와 내게 들러붙었고, 낯선 풍경은 내게 그 모든 현실을 잊게 하는 비현실 세계였다. 그런 경계선에서 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범벅이 되는 것을 경험하였고 급기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열 시간이란 시간대를 날라가자 전혀 다른 공간대에 놓이면서 내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 곳에서의 내 삶은 비현실 세계였을까 또 다른 현실이었을까?

 

예정된 시간이 지나 다시 출발한 공간으로 돌아오면 이제 그 현실이 비현실 세계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내 안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돌아와서도 한참을 서성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을이 서서히 물들어갈 때 조금씩 여행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 거기에는 각본이 없었어주어진 역할도 없었지오직 낯선 배경만이 있었을 뿐

 

난 그곳에서 오롯이 나일 수 있었지만, 온전히 내가 아닐 수도 있었지. 그래서 가능했을게야. 그래서. 춤을 추고, 다시금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고.

 

그래. 여행은 내게 춤과 함께 또 하나의 자유구나. 그랬구나

 

그 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난 8월이면 짐을 꾸려 사부님과 동료들과 함께 훌쩍 낯선 여행을 떠난다. 이젠 더 이상 그 세계가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자체로서 내겐 자유니까.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니까 말이다

 

사랑이 삶이다: 또 다른 나를 만나 비로소 내 삶이 완성되었다 열 번째 나의 풍광

내 삶이 아무리 높이 날아오르거나 저 멀리 퍼져나간다 하더라도 이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쩐지 나의 풍광은 여전히 슬픔을 자아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사랑을 참 두려워했다.

누군가 내 삶을 얽매는 것이 두려웠고

혹여라도 헤어지면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고

사랑이 미움으로 변해 갈등할까 두려웠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외로움에 지쳐 누군가가 내미는 손을 잡고 한동안은 감정의 유희에 빠져들지만

그 관계가 한 걸음 더 진지해지려하면 잡을 손을 뿌리쳤다.

 

내가 먼저 손을 놓았으니 난 상처받지 않은 줄로 알았는데

어느 새 사랑자체가 상처가 되어 내 안에 자리잡고 있음을

2009년 여름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한동안 참 멍한 상태로 지냈다.

그랬었나.

어느 새 난 사랑자체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 있었나.

 

그 때 우주는 내게 말을 걸어 주었다.

괜찮다고.

삶은 좋은 것이고 슬픔 또한 나쁘지 않다고…”

 

우주가 내게 그렇게 말하자

신기하게 슬픔이 내 삶에서 서서히 그 색깔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아마 슬픔은 우리들 삶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쁨이 우리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하는 것처럼.

그리고 기쁨과 슬픔은 이질적 언어가 아니라 동질의 감정임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마치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인 것처럼.

 

사랑하기에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다.

사랑하기에 미움도 생겨나고 갈등이 일기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내 안의 슬픔이 그 색채를 달리 해 조금씩 기쁨과 닮아갈 때

난 더 이상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때서야 난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고

나를 내려놓고 우리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랑은 받는 것일까? 아니다. 그런 이기심으로는 사랑할 수 없다 생각한다.

사랑은 주는 것일까? 아니다. 주기만 하는 사랑은 내 영혼을 곧 지치게 만들어 내 생명력을 고갈시킨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삶을 나누어 줄 때 그 얼마나 기쁜지. 가슴 벅차게 뿌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그 삶을 나누어 줄 때 그 얼마나 기쁜지. 가슴 가득 황홀감이 몰려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생명력은 빛이 난다.

 

드디어 우리는 하나 되었고, 지금까지 삶을 나누고 있다.

 

내겐 삶은 사랑이고, 사랑이 삶이다”.

이것이 나이고, 우리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제 꿈을 펼쳐보았습니다. 그대여, 어떠신지요…?

만약 제 꿈 어딘가에 단 한 순간의 떨림이라도 느끼셨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 스스로를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그대를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면에서 울리는 진정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목소리를 따라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백 년 혹은 천 년의 긴 잠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제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선홍색 붉은 묘약이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약조해주셔야 합니다.

그 약은 결코 고갈되지 않으나 그대에게 너무 오래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그대가 잠에서 깨어나면 반드시 누군가를 깨워야만 합니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기 간절히 기다리는 불쌍한 한 영혼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변경영의 심장이요 생명의 띠입니다.

 

그대여.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소서.

그렇게 또 다시 몽환의 눈빛으로 이번 생도 마감하시려 하는 건 아니겠지요

이제 그만 깨어나 생명력 넘치는 변경영의 관계의 장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기다리겠습니다

 

 

제게 지금까지 매년 1231일은 아빠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아빠의 사진대신 10대 풍광을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홀연히 떨쳐 일어나 세상의 빛을 가득 품고 걸어나가겠습니다.

그러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P *.249.57.191

프로필 이미지
2009.09.15 08:48:00 *.246.196.63
어린 고양이 맹수로 변신하다
어찌 이렇게 멋진 표현을 쓰셨는지요? ^^
처음 언니를 보고, 지금 10개의 풍광을 세상에 내놓은 현재의 언니까지의 변화는
'Change' 라는 단어보다는 'Revolution' 단어가 더 잘 어울려요
껍질을 깨고 하늘로 세상으로 Jump 하는 언니의 모습 계속 기대할께요~
프로필 이미지
2009.09.15 09:31:49 *.249.57.191
그러게. 문득 인사동에서 쎄이 첨 보던 날이 떠오르네...^^

지난 토욜 수업에서 사부님 말씀 듣다
문득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혁명가가 되지 않고서는 가능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지나쳤어.
내 나름 수업을 위해 10대 풍광 준비하면서 어딘지 갑갑했었거든.

변화라는 것이 그 실체에 다가갈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거대한 녀석이란 걸
조금씩 감지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쎄이야. 우리 함께 <호랑이 프로젝트>에 푹 빠져보자.
뜨거운 겨울을 보내자...^^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9.09.15 09:51:11 *.160.33.197

 좋다.  너에게서 빛이난다.  너는 춤이 되었구나.  
프로필 이미지
2009.09.15 09:55:12 *.249.57.191
감사합니다. 사부님. 아니...따부님................^^
프로필 이미지
정야
2009.09.15 11:27:19 *.12.21.228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에서 눈물이 나려한다.
한편의 대서사시다. 한 편의 영화이다.
꿈이지만 현실이고 현실을 만드는 현몽 길몽이다.
열개의 풍광이 결국은 하나이니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그 속에 모두를 안으니 사랑이다.
이런 꿈을 꾸는 그녀는 진정 천년의 꿈을 안고 태어난 샤먼임이 틀림없다.
언니, 사.랑.해!
프로필 이미지
2009.09.15 14:08:34 *.249.57.191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은 천차만별이겠지.
춘희야. 네 댓글을 함 살펴봐. 그대로 한 편의 시야.
네 가슴엔, 네 영혼엔 시가 흐른다는 사부님 말씀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해.

그 불빛을 따라 주욱 걸어봐봐.
그러면 그 끝에 네 별이 읽을거야.
그 누구의 별과도 닮지 않은 봄바람같은 네 별 말이야... ^^
프로필 이미지
혁산
2009.09.15 12:15:08 *.126.231.207
이젠 누나한테 과거가 잘 안보여
점점 멀어져서 어투컴컴한 곳에서 과거가 자리하고 있어
정말 다행인건 별이 되었다는 거야
어떤 사람한테는 그리움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행운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희망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설레임이고
여하튼 어떤 누구누구한테 별이 되었다는 거야.

어떻게 증명하냐고!
내가 고개를 들어 저 하늘에 있는 누나의 별을 보고 있쟎아~
유치하다고~?
유치하지 않으면 누나 별을 못봐요.^^
그래서 변경이 필요한거야. ^^
프로필 이미지
2009.09.15 14:10:16 *.249.57.191
그래. 나의 글을 읽고 별이 되었다 말할수 있는 사람은
유치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지.
그래서 우리가 죽이 맞는 남매잖아. 그대나 나나 정말 유치하지. ㅋㅋㅋ

맞아. 그래서 변경이 필요한거고, 변경이 감사한거고.
그런데 말이야. 내 눈엔 그대도 보여. 하늘에서 반짝이는 그대 말이야....^^
프로필 이미지
2009.09.16 08:17:08 *.40.227.17
언니~ ^^

음.. 흠.. 뭐라 해야 할까여.. 어떤 느낌이라 해야 할까여..
그윽하고.. 마------------------------------------------니 깊어여..
 
내 마음을.. 나의 진심을.. 말로.. 글로.. 고스란히.. 그대로.. 모두 표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깊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무언가가  없어여..
 
언니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알잖아여..^^

나의 큰 언니~, 언니의 꿈.. 언제나.. 응원해여~,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해여~ ^^ 
언니~, 알라뷰~  쪽!쪽!쪽! (이거이는 언니야가 구여워서.. 참지 몬하는 공감이의 깊-은 애정표현.. 부끄부끄^^) 
프로필 이미지
2009.09.16 11:05:46 *.206.74.12
공감아...알아.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 느껴져...
넌 내 동생이잖아.....

이전 생에도 우린 아주 가까운 사이였을거야.
그래서 이번 생에서도 우린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게지.
인연이 깊은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거든...

우린 계속 함께가는거야. 우주의 흐름을 따라 때론 바람처럼 때론 별처럼 그렇게 말이야...
나도 너 많이 사랑하고, 이번 생에도 같은 시간대에 태어나줘서 고마워......................^^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9.09.16 21:34:11 *.131.127.100
emoticon        ........        emoticon    ..........     emoticon
프로필 이미지
먼별이
2009.09.16 23:16:18 *.206.74.19
오빠 고마워...
오빠 응원에 힘입어 좀 더 편한 맘으로, 웃는 얼굴로 그렇게 내 길 걸어갈게...
고마워.........^^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