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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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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7일 17시 57분 등록

잘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

 

고행을 하던 한 구도자가 고명한 스님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스님, 너무 마음이 아파 고통스럽습니다. 도와 주십시요?

그러자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그렇다면 그 마음을 내 놓아라, 내가 고쳐주마!

 

구도자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일 순간에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가끔씩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일로인한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통념과 상식에 갇혀서 말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그것은 문제의 근본을 이해함으로써 해결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러한 선문답을 가끔씩 현실에 적용하여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나빠진 한 매장을 구조조정하고 있었다.  그 매장의 직원들은 조용한 성격과 차분한태도 그리고 충분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직원들간의 사이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매장의 위치도 또 지명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의 매출은 저하 되었고 사기는 말할 것도 없이 극도로 저하되어 있었다. 

진단이 끝나고 동기화를 위한 교육과 구체적인 업무수행능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한 와중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샵 매니져는 본부요원이 지나치게 관여하고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항의 내용을 모두 들어 보고 니서 내가 내린 결론은 직원들은 심리적인 태도와 실제행동 사이의 괴리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했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실제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저희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께서 오셔서 감동을 주시고 격려하셔서 충분히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들이 충분히 잘 알고 있고 진심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세세한 것들을 자꾸 반복해서 지적하시면 오히려 사기가 죽습니다. 이미 직원들 사이에는 그런 생각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래, 충분히 잘 알고 있고 마음가짐을 바꾸었다고 말한다면 내게 그 마음 가짐을 보여주시오!  그들의 그 잘 하겠다는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소? 내게 그것을 보여주든지, 아니면 설명해 보시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잘 해 보겠다는 생각뿐이오,

마음은 무엇으로 나타납니까? 우리가 알 수 있습니까?  그 답을 모르면서 당신은 어떻게 그들이 잘 하겠다는 마음이 곧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내 생각은 그들은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요, 지금 그들은 정리도 되어 있지 않고 준비도 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요,

잘 하고 있는 매장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아시요? 

정시에 모든 직원이 출근하고 있습니까?

조회 전에 모든 직원이 복장을 단정히 하고 있습니까?

단장은 정성껏 하고 있습니까?

청소는 제시간에 모두 마쳤나요?

조회 시간에 토론할 내용에 대한 핸디아웃은 사전에 배포되었습니까?

결정되거나 조정된 사항들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습이나 실천은 하고 있습니까?

결과에 대한 정리는 되어 있고 성과나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은 있었습니까?

시행착오나 좋은 성과에 대해 칭찬과 격려는 있었습니까?

구체적인 연습을 할 때 무엇을 어떻게 조절해 주었습니까?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당신이 만약에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할 수 없다면 당신은 단지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요.

 

정말 잘 하고 싶다면 복장은 갈아입는 시간과 단장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야 하고 그 시간만큼 조회 시간 전에 매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만약 안 된다면 왜 안되죠, 늦게 일어나서,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해결방법은 있습니까?

단장은 조회가 끝나도 고객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조회라는 형식만 갖추면 됩니까?  가끔 씩 발생할 수 있는 예외상황에 대한 융통성을 일반화해버린 것은 아니요?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니요?

조회가 끝나고 남은 시간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엽서를 쓰고, 파트너와 역할 연습을 하고, 보다 더 좋은 표현방법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도해본 것들의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갖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고,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 해 봅시다.

 

CEO 안철수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더 큰 갈등을 야기하고 대화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중략) 사용하는 표현과는 달리 사고 방식이나 판단 기준은 정반대인 경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으며, 단순한 명제 수준의 지식에 머물 뿐 핵심에 대한 파악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동앙의 심리학은 본질적으로 체험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지적인 이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적인 이해는 복잡하고 오묘한 체험의 내용들을 적절하게 구분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체계화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이 없는 지적인 이해는 산만하고 편견과 오류를 낳는 경우가 많다.

지식이 보편화된 오늘 날에 가장 큰 문제는 체험 없이 개념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생각과 태도의 위험성이다.  샵 매니저의 태도도 그러한 오류(잘못 알고 있는 것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것)를 범하고 있다. 

마음이란  경험과 학습에 의해서 이루어진 통합적인 의식의 주체이다.  감정과 사고를 수반하고 있으며 의식 너머에서 사람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자아(自我)라고 말하는 이 마음에 대해서 편견과 오류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가장 큰 오류는 마음을 실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 학문적 결론이나 지혜로운 선지자들의 견해로 보아 마음은 경험과 학습에 의해서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기억의 통합적인 구조에 불과하다. 현대적으로 신체를 운영하는 신경망으로 구성된 가상 운영체제인 셈이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상공간 속의 허상이지만 잘하고 있을 때는 실제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행동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음이 몸 안에 있지만 몸을 쪼개어도 마음은 없다.   마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시작은 마음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실재하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몸의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상호 보완되면 완성 되어져 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과 잘하는 것이 하늘과 땅 만큼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마음 자체를 본 사람을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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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17 18:28:24 *.216.130.188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의 차이가 분명하게 이해가 됩니다.
나에게도 내 비즈니스에서도 실행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네요.
적용하지 못하면 잘하고 싶은 맘만 있는게 되니
잘 실천하여 잘 하도록 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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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09.17 21:04:45 *.45.129.180
형, 글 너무 좋다.

형의 현장 경험이 담겨 있어서 때문인지 더욱 현실감이 있고 그 교훈은 직접적이네.

다른 사람 얘기할 것 없이 이 레슨이 바로 나에게 적용되고, 고찰되고, 반성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와 저희 팀을 돌아보는 좋은 성찰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백산형,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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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17 22:28:28 *.249.57.116
음... 마음은 ...몸의 활동을 통해 ...완성되어져 간다...
몸과 마음을 이런 관점에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오빠. 좋은 가르침 감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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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9.18 01:00:30 *.131.127.100
현장 적용을 위한 실용적인 글쓰기 연습중... ^^
많은 피드백 주시기 바람,
 구름위에 있다든지,,,  아리까리하다든지...
확 땡긴다든지...  끌적지근하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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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윰
2009.09.18 22:43:00 *.36.70.150
''잘하고있어 나는지금''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렇.게. 잘하고있지는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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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9.09.19 07:11:47 *.122.216.98
현장에서 적절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잘하고 싶다와 잘하고 있다는 것을 혼돈하고 있다는 말이 쉽게 이해됩니다. 저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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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9.09.20 20:08:19 *.41.107.197

맞습니다.......결국 행동이죠......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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