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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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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일 07시 12분 등록

8 8셋째 날 자다르, 성곽 안 옛 도시를 누비다.

자다르는 이름도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다. 주변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이 수백 개가 있고 로마시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3천 년이 된 도시만큼이나 성곽이 있는 옛 도시는 전체가 고풍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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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사랑해요, 구~ 구~본형 >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성안으로 들어가 성당 광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오늘은 기념촬영도 할 겸 모두 가기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단체 T셔츠를 입었다. 철이의 예술적 감각이 들어간 디자인. 하얀 바탕에 '볼림 떼 구(사랑해요. 구본형, 사랑해요. 크로아티아)라고 적힌 검정글씨. 깔끔하고 예쁘다. 향이와 나는 그걸 모르고 배추벌레가 되었으니 ….

우리 하얀단체 사진에서 초록색이 나오지 않도록 목만 내놓았다. 캬캬~ 사진을 보니 성공이다.

 

 점심시간까지 자다르 시내 자유 관광의 시간이 주어졌다. 혜향이와 나, 배추벌레 두 마리는 우리에겐 현장에서 생기를 찾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었다. 즐거이 쏘다니기로 시작했다. 어제의 자그레브 시장을 휘돌았던 것을 생각하며 우린 다시 들떴다.

 

성 도나트 성당의 첨탑에 올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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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나트 성당>

이 성안에는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 아나스타샤 성당이 있고 9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주교 도나트의 성공적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었다는 성 도나트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원통형 모양이었고 웅장했다. 주변에 돌 구두의 흔적이 그 성당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내부는 이중 공간으로 되어있다는데 들어가 보진 않았다.

 

그 대신 전망이 가능하다는 성당 첨탑에 당연하게올라가 보기로 했다. 당연하게가 중요하다. 나는 당연히 올라가면 안 되는 아이다. 그런데 그 때는 왜, 아무런 생각 없이, 그야말로 당연히 올라가리라 맘먹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내가 선뜻 돈을 내가면서까지. 1인당 10쿠나씩이다. 선뜻 올라간 나는 얼마 올라가지 않아 아래가 텅 빈 철 계단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후회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라고 해야 하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평소에도 엘리베이터도 무서워하고-전망형 엘리베이터는 거의 죽음이다. 젤로 싫다-, 아파트도 5층 이상이면 싫다. 아파트 현장에서 15, 25층 되는 아파트 난간에 나가 서지를 못했다. 거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었다. 그런 내가, 종탑에 올라가겠다고, 아래가 뻥 뚫린 계단투성인 그곳으로 올라가겠다고 덤비다니. 그때는 고소의 공포보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볼 확 트인 시야, 멋진 경관만 떠올랐었다. 하기야, 종탑을 한번도 올라가 본적이 없으니 계단의 공포는 생각지 못했음은 당연한 것. 이로써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그 경험이 있었다면 내 몸은 저절로 멈췄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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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담 가는 길-쎄이,넘 여유로워~>

나에게는 성당의 첨탑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다음부터 생긴 것이다. 사랑했지만 헤어졌던 아오이와 준세이는 피렌체 무슨 성당 종탑에서 만난다. 그 장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10년전 한 약속을 기억하고 그 자리에 오는 그들, 앞에 있음에도 찾는 그리움 가득한 눈빛,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각자의 삶을 배려해 삼키는 그 떨리는 입술.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하는 착각 때문에 이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당의 종탑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라 한다. 나중에 피렌체에 가면 그 성당, 그 장소에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아니 나에게도 저런 사랑이 찾아온다면 저 곳에서 만나기를 약속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쉽지만 수정해야겠다. 그럼 엘리베이터로 씩 올라 갈 것 같은 시애틀에 잠 못 이루는 밤인가에 나오는 마천루 전망대를 바꿔야 하나... 참 나.

 

하여간 난 부들거리며 멈춰서야 했다. 부축해 주는 혜향이의 얇은 팔이 미덥지 못해 난간을 잡고 서 있었다. 이윽고 멋진 청년, 아름다운 청년, 희석이가 빨간 반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희석이의 힘있는 팔은 나에게 힘을 주었고 빨간 반바지는 무한한 용기를 주었다. 나는 통나무 인간이 되어 빨간 반바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발만 움직였더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뾰족탑 둘레에 붙어 시선을 최대한 멀리, ~리 보냈다. 큰 숨을 취고야 풍경이 들어왔다. ! 이것이 아드리아 바다인가! 장관이었다. 내가 보고자 했던 풍경이었다. 여기서 직선으로 가면 이탈리아 땅인데... 저기 저 배가 베네치아가 가는 페리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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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탑에서 내려다본 지붕들>

시내도 한눈에 보였다. 온통 붉은 지붕이다. 운치 있다. ㄱ자로, ㄴ자로, ㄷ자로 이어진 건물의 지붕을 보면서 게토에서 독일군의 눈을 피해 밤마다 지붕 위를 넘나들던 마르틴 그레이를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지붕을 오간 장면이 상상이 되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저런 지붕이라면 가능했으리라 짐작 되었다.  

 

낯선 도시는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관망하는 것이 최고다. 일단 전체 풍경 머리 속에 넣어두고 디테일을 보면 도시가 한눈에 그려져 어디 가도 전체를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는 김영훈님이 도움을 주었다. 손을 잡아주는 대신 뒤로 돌아 내려오면 괜찮을 거라는 비법을 일러주었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시선은 위로 향한 체 난간에 매달려 한발짝씩 내려왔다. 내가 나를 못 보는 게 천만다행이다. 엄청 웃기는 모습이었을 테니까.

<크로아티아 여행의 Tip >

저처럼 높은 곳이 무서운 사람은 성곽에 올라가 한 바퀴 돌아보세요. 첨탑처럼 전체 경관은 보이지 않겠지만 성 전체를 둘러볼 수 있어 좋답니다.

 

 




 거리에서 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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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위의 여인들>

다시 큰 호흡을 하고 나니 아까의 그 신남이 되살아 났다. 후들거리던 다리도 안정을 찾았다.

길에는 하얀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대리석 자체 광택도 있겠지만 세월에, 추억의 발자국에 마모되어 반질반질 윤기가 더 하는 듯했다. 여기에 깔린 대리석은 요즘 제작 되어 나오는 판형 대리석이 아니라 돌덩어리를 깔아 놓은 듯 그 육중한 이 느낌이 그대로다.

그 두께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한 마음은 앉아서 삐져 나온 두께를 만져보게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나는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걸었다. , 이 시원한 느낌. 그래, 이렇게 체감으로 느껴야 해. 대리석 길의 시원함이 온 몸으로 전해져 뜨거운 여름날씨를 잊을 지경이었다. 아이 마냥 신이 났다.

 
아이스크림

중앙으로 난 길은 좀 넓었는데 쇼핑을 할 수 있는 몰이 형성되어 있었다. 유리덮개 속에 색색의 풍성한 아이스크림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구멍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 마냥 달려갔다. 콘에 한 컵이면 6쿠나, 다른 종류의 2컵이면 12쿠나. 달콤했다. 많이 달지 않고 맛있었다. 빨리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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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글 뭉글
아이스크림>

우리나라는 얼어서 뜨기도 힘들게 해서 파는데 여긴 진열장에서부터 반은 녹아있다. 그래선지 진열된 아이스크림은 뭉글뭉글 피어올라 있다. 그 모습이 풍성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개념은 아이스크림은 얼어 있어야 한다라면 여기서는 아이스크림은 녹아 있는 게 마땅하다.’고 일러주는 듯했다.

나는 맛 있어서, 물을 사먹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몇 번이나 사먹었다. 향이 말로는 여기가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곳이라 했다.

 



카메라가 즐거워한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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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여인들>

! 여기는 휴양도시라서 그런가? 관광객이 많아서 인가? 거리의 사람들이 다르다. 특히 여자들의 패션이 눈이 띈다. 적당한 노출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 나도 저렇게 입고 다녔어야 하는데이 배추벌레가 뭐람. 사실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남자들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아마도 아직 외국남자를 보는 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인듯하다.

 

오래된 도시에 현대적 여인들의 여유 있는 발걸음이 화면을 겹쳐 놓은 듯 크로스 오버적이다. 무채색의 건물, 무채색의 옷을 입은 수녀들이 걸어야 어울릴 것 같은 거리에 원색의 너풀거림이 강렬하다.

무엇보다 이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은 원색을 원하다. 아드리아 해의 짙푸른 바다는 원색의 열정이 어울린다. 카메라는 자동으로 그녀들을 향했다. 그 단아하면서도 패션러블함에 반해.

뒤로 드는 생각, 집에서 외롭게 있을 울 그이 보여줘야지.

 


이것이 지중해식 악세서리?

이번 여행에서 안 것이 내가 패션에, 액세서리에, 꾸미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스카프, 목걸이, 선글라스, 모자등 악세서리는 보는 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 걸칠 줄도 모른다. 하던 일이 종합 예술이긴 하지만 노다가에 가까웠기에 거추장스러웠고 심플, 담백하게 다녔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는 게 고작해야 귀걸이였다. 아니 뭐 특별히 감각이 있어졌거나 감각 있게 다닌 것은 아니다. 같이 간 변경연 사람들에 비해 그럴 뿐이긴 하다. 그럼 변경연 사람들이 좀 이상한가? 아무튼 치렁치렁 한 것들에게 관심이 갔다. 아름다운 자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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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이 고운 악세서리들>

유서 깊은 성당 앞 마당 한 켠에, 바다로 향하는 길목에 액세서리,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제 자그레브에서 느낀 것처럼 제품이 썩 좋아 보이거나 독특한 것이 많지 않았지만 이것 저것 살펴보고 걸쳐보다 급기야 구매했다.

여긴 전통의상 때문인지 독특하게 눈에 띄는 게 아름은 모르겠으나 빨간색 보석이었다. 액세서리도 빨간색이 많았다. 빨간색 귀걸이에 빨간색 자개모양의 팔찌를 샀다. 초록색 배추벌레에 빨간색 점을 두 개 찍었더니 색의 대비로 선명했다. 자연에 가면 발을 담궈 보고 만져보고 체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런 것도 걸쳐봐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게 나인가 보다. 빨간 귀걸이를 하고 빨간 팔찌를 두르고 그 날, 아니 여행이 끝난 지금도 행복해 하고 있다.

 


자다르의 건축물

이 곳 자다르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도 말한 패션과 그 다음이 건물이었다. 패션이라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여인들의 모습과 액세서리 구경이다. 그리고 건물인데 그 유명한 성당보다 크로아티아인들이 살고 있는 집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답사를 다니며 찍었던 버릇이 있어서 일까? 새로운 도시에 오니 건물이, 집의 구조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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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감을 더한 건물>

 

안타까운 것은 서양건축사를 배웠음에도 그 특징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고건축을 보고 이게 고딕양식인지, 로마네스크 양식인지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이론이 아니 직접 답사를 가는, 보여주는 수업이었으면 괜찮았을 래나? 하기야, 건물을 보고 시대적 양식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나에게 가르쳐 주신 교수님도 모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다녔다.


옛날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아까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몰이 있던 길가의 건물은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1층은 층고를 높이고 기둥만 세운 필로티를 두어 개방감을 주었다. 길이 옛 골목보다도 넓었는데 건물들의 필로티로 인해 훨씬 넓어 보였다. 바닥 대리석은 조금 더 정교해진 모양으로 깔았고 건물의 기둥도 같은 대리 대리석로 감아 올려 어색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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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선 옛 건물들>

 

옛 건물이 있는 길은 2미터 정도 되는데 건물이 3층정도 되다 보니 상당히 좁게 느껴졌다. 어느 길로 가나 대리석은 반질 거리고 깨끗했다. 지붕은 전부가 측면이 없는, 머리를 맞댄 맞배지붕이고 처마가 짧다. 발코니 없이 직사각형의 창문만 달고 있는 건물이 신기했다. 창문의 크기는 900*1200 사이즈 정도 되어 보이는데 바깥에서 보이는 것은 그릴모양의 바람이 숭숭 들어가는 나무문이고 안쪽에 나무틀의 유리가 끼워져 창문이 있다. 모두 여닫이형이다. 바깥나무문은 밖으로 열고 안 유리창문은 안으로 연다. 저 작은 창문으로 실내의 채광이 충분할까? 통풍은 잘 되고 겨울에는 외풍은 없을까? 여기도 사계절이 있으니 말이다.

 

처마도 짧고 캐노피도 없는데 창으로 비는 들이 치지 않을까? 창문 위에 작은 인방은 두었으니 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차단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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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창문>

천정은 얼마나 높은지, 실이 배치는 어찌되어 있는지, 난방은 어떻게 하는지, 실내가 무척 궁금했지만 들어가 볼 길은 없었다. 1층 가게로 봤을 때는 분명 실내는 좀 어두울 터였다. 1층 가게들은 상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진열장 2개에 출입문 밖에 없었다. 우리 옛건물, 기와집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폐쇄적인 듯 하다.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한 블록의 건물은 층 높이는 다르지만 모두 붙어 있다는 것이다. 파스텔톤의 페인트 색상과 지붕에서 내려오는 선 홈통만이 구분해 주었다. -우린 동간 거리라 하여 옆집과 일정거리를 둔다.- 그럼 건물을 한꺼번에 다 지었단 말인가?

 

건물과 건물은 튀지 않는 색상으로 전체적인 색과 창문의 색을 다르게하고 있고 한 건물의 창문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어느 층은 코니스 인방이 있는가 하면 어느 창문은 아주 평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조화가 자연스러워 정겹다는 것이다. 건물들이 색상을 가졌지만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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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가 예쁜 집>

우리 발걸음을 재촉하여 성당 주변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한적하다. 보통 사람이 살 것 같은 집을 보니 반가웠다. 발코니가 있는 집들이 보였는데 외벽 밖을 돌출되어 있고 완전 오픈 된 형태가 독특했다. 난간에 화분을 길러 꽃으로 장식을 하고 티 테이블을 두기도 하였고 어김없이 정겨운 빨랫줄이 쳐져 있었다. 빨래는 햇살에 자연살균하면서 바람의 힘으로 말리는게 최곤데..나도 빨래줄을 치고 살고 싶다.. 정겹다. 왠지 마음이 푸근한 사람이 살 것 같다.

 

처마를 보니 끝에 돌아가며 빗물받이를 달아 홈통과 연결시켜 두었다. 물이 귀한 곳이니 모아서 활용하는 건가? 이로써 동네에는 처마에 물 떨어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것은 발코니 난간을 햇볕이 잘 들지 않은 쪽에 두었다는 것이다. 햇살이 강한 곳이니 그늘에서 쉬기 위함인가? 

 


산뜻한 기후와 노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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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성당 앞 노천카페>

자다르는 해안도시이다. 바다가 둘러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이렇게 산뜻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선지 이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이 없는, 천막만 쳐진 노천카페에 즐비하게 앉아 있다. 우리나라 제주와 비교한다면 지금쯤 제주는 후덥지근하다. 바람이 불어 시원한 느낌은 있지만 습도가 높아 끈적함이 몸을 감싼다. 그야 말로 후덥지근함으로 그늘에 있어도 끈적하다. 크로아티아는 그렇지 않다. 바닷가 자다르에서 그 끈적함이 없는 것에 놀라 몇 번이고 되뇌었더니 김하수님이 알려줬다.

우리나라는 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는데 여기는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태양은 뜨거우나 습기 없는 이 건조함에 바람이 불어주니 산뜻할 따름이었다.

 


바다가 익숙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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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즐거운 아이들>

어젯밤 우리는, 특히 나는 수업에서의 발표로 진을 빼고 있을 때 선배 연구원들 밤에 여기를 왔었나 보다. 최영훈님이 바다 오르겐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셨다. 어젯밤에는 무슨 축제였는지, 젊은 남녀가 쌍쌍이 부둥켜 안고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며,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젯밤의 그 한 쌍인 아직도 나무 아래서 부둥켜 안고 있었다. 그 자세가 두 번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이니, 낮에 저 정도면 밤에 가히 볼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여긴 애정표현은 매우 자연스러운가 보다 생각되었다.

 

바닷가에는 아이들이 나와 바다에 뛰어들고 있었다. 깊어 보이는 바다에 거리낌 없이 뛰어드는 아이들. 작은 아이부터 열 댓살 되어 보이는 아이까지 다양했다. 여기 아이들은 바다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다 보다. 계단에 차오르는 바다에 발을 담그고 바다로 뛰어드는 아이들을 한참 동안 구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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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다 오르겐>


그러기를 한참 있다니 야릇한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들리는 것 같기도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 때 마다 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바닥을 내려다 보니 돌계단 사이에 사각의 구멍이 나 있었고 맨 위 바닥에는 개미가 땅을 파고 들어나면 생기는 것처럼 약간 봉긋한 구멍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계단의 구멍으로 파도와 바람이 들어가면 위 구멍으로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한 밤에 조용히 들으면 천상이 소리 같으리라.

이것은 구멍이 있는 보도 아래 길이 75m, 35개의 파이프가 설치되어 파도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바다의 움직임은 공기를 밀어내며 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파도가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바다 오르간. 기발한 생각이다. 음악과 건축과 바다의 조화이다. 지금도 연주되고 있겠지?


<크로아티아 여행의 Tip >

시간이 된다면,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간 여행이라면 이 곳, 바다 오르간이 있는 곳은 꼭 밤에 오세요. 사랑이 저절로 샘솟을 거예요. 저절로 고백해 질지도 몰라요.

또 여긴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라네요.

 

 





럭셔리 점심 식사
헉헉 뛰어왔다. 집결시간 늦지 않았다. 모두 모였다. 점심 먹으러 갔다. 맨발로 뜨거운 대리석과 시원한 대리석을 옮겨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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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점심식사 시간>

식당은 바닷가 아주 전망이 좋은, 바다가 훤히 내다 뵈는 노천 식당도 있는 곳으로 예약되어 있었다. 푸른 바다와 대조적이게 하얀 천이 덮인 테이블과 의자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사랑해요,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하얀 테이블, 하얀 천막, 하얀 즐거운 미소들…. 그 하얀색에 대비되어 더욱 푸른 아드리아 바다. 환상이다. 배추벌레 초록 두 마리가 어지럽히긴 했지만. 여기의 바다는 유난히 흰색과 잘 어울린다. 부둣가에 쉬는 배도, 머리 떠나가는 배도 흰색이다. 아주 잘 어울린다. 아주. , 그러고 보니 그래서 마도로스는 흰색 제복인가 보다. 호홋!

바다에 취해, 좋은 사람들에 취해, 맛있는 맥주에 취해 맛나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스승님께서 전화를 건네시며 울 그이란다. 허걱! 별일 없으면 전화 안 할 사람인데….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알고 있을 줄 알았더니...끊기는 통화음 소리로 들리는 소리를 보아하니 술을 한 잔 했다. 내용인즉 정말 별일 없이 한 거다. 언제 오냔다. 난 이제 이틀짼데...여행이 너무 길다나. 심심하고 쫌 그런단다. 전화를 끊고 계산해 보니 서울은 토요일 저녁이다. 아이들도 시골 보냈으니 적적했나 보다.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보고 싶어도 하고 한번 더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으니, 여행은 이래 저래 참으로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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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을 향해 달리다>

가자, 스프릿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우리의 멋진 운전 기사 스탕코가 기다린다는 곳으로 향했다. 다음 행선지는 스플릿으로 가서 배, 페리를 타고 브리츠 섬 수페타르로 간다. 스플릿도 유명한 곳이지만 브리츠 섬에서 나올 때 관광하기로 되어 있었다. 자다르에서 스플릿까지 2시간. 모두들 골아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장관이다. 산은 온통 석회석이다. 그래선지 나무는 앉은뱅이다. 낮은 산이 바다를 끼고 펼쳐졌다. 마을은 바다를 인접해 이루고 있었다. 석회석의 히긋히긋한 산 능선과 옹기 종기 빨간 지붕, 커다란 섬 사이로 감아 도는 짙푸른 바다. 내리 쬐는 태양. 숲이 없어 어디서나 드러나는 외로운 버스 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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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섬으로 나르는 카페리호>

그렇게 달리고 달려 시끌시끌한 스플릿 항구에 도착했다. 커다란 페리호는 유순한 고래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정박해 있었고 우리 버스는 작은 차들 뒤에 줄 서서 기다렸다.

바다 바람을 맞으러 내렸다가 3쿠나 짜리 화장실을 다녀오고 성우오빠와 저녁에 먹을 와인과 치즈(페리호 안에서 거이 동을 냈지만), 정현 언니가 애닯게 그리워하는 커피믹스를 세 통이나 샀다. 한 캔 들이키게 캔 커피를 찾았으나 거기엔 캔 커피는 없었다.
언닌 믹스 커피만으로도 너무 너무 행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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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08:58:18 *.140.95.147
춘희 언니~

실력발휘.. 제대로 했는데여.. ^^
그니까.. 그때?는 힘들었어도.. 공부한 거이는.. 그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거.. 진정한 내것.. 오케? 

느~무 데테일하다.. 배추벌레 넘버2  모르는 사이에 녹음했져? 음.. 흠..
여행의 추억이 언니야 덕분에 새록~새록~

근데.. 배추벌레 의상이.. 아직꺼정.. 그대로인 걸 보니..
음..흠.. 이거이.. 앞으로도 남은 거이가 더 많다는.. ㅇㅎㅎㅎㅎㅎ
계속되는 여행기.. 배추벌레 의상씬..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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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9.09.04 00:14:26 *.34.156.43
춘희낭자는 한번 봐야될듯....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남이 될 것이라는 계시와 직감이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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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09.05 13:00:23 *.12.20.78
관심있게 읽어주시어 감사해요.^^
그럼요~ 만나야지요. 한번이 아니라 자주 만나야지요. 자주 기회가 생길 것 같은 좋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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