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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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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4일 12시 45분 등록

이번으로 네 번째 기도 수행을 다녀왔다.

홀로 다짐한 3년 기도수행 중 이제 1년이 지났으니, 삼분의 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과연 난 기도수행을 행한 지난 일년간 얼마나 변했을까? 변했다면 또 무엇이 변했을까?

일년이란 전환점을 돌며 나를 또 한 번 되돌아 보았다.

 

처음 기도 수행을 시작하던 그 즈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죽음의 순간 과연 난 어떤 생각을 할까…?하고.

내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다름아닌 후회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한 거.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거.

그래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 순간 난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너무도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몸부림이 쳐졌다. 시간은 절대 되돌이킬 수 없는데

 

그렇게 기도수행을 시작했다.

어떻해든 돌파구는 찾아야 했기에. 어떻해든 숨통은 틔워야 살 것 같아서.

첫 번 기도수행을 다녀오고 누군가로부터 꿈벗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작년 11월부터 기도와 함께 변경영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은 그렇게 심하게 연구원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책만 붙잡고 있으면 뭐가 달라지냐는 말도 덧붙여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게 있어 책과 연구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일 수 있다.

 

산 속에 파묻혀 기도를 하다 보면 내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그 실체가 드러난다.

이제 난 그 거추장스러움을 조금씩 내 삶에서 거두어 내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사람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사람들은 제 아무리 천하를 호령할 정도의 권세를 누릴지언정 한 뼘 속은 사랑 받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목마른 존재일 뿐이다.  

 

내겐 사람이 삶이고, 삶은 사랑이다.”

사랑 없는 관계나 일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일로 조금씩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갈등도 노력도 사랑할 때 더 빛이 난다고 믿는다.

 

기도수행을 시작한 지 일 년.

몸은 여전히 숙달되지 않아 힘들다고 난리를 치지만

내 안은 서서히 정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기도를 할 때마다 몸의 반응이 조금씩 나아지듯

뒤틀린 내 삶도 그렇게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믿는다.

 

너무도 소중한 내 사랑하는 이들: 사부님, 동료들, 선배들 그리고 변경영에 뿌리를 두고 만나는 인연들.

고즈넉한 산사에서 건져 올린 이 가을의 보석이다

IP *.202.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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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09.05 00:53:49 *.12.20.78
산사에서도 열중했을 언니의 모습이 모여. 그 모습 정말 단아했을 듯.
언니의 깊은 에너지가 늘 우리를 감화 시켜. 그런 언니가 옆에 있어서 고맙고....감사해. 
우리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났으니 서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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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07 10:56:54 *.66.16.149
이미 사랑하는 거 아니었엉? 난 네가 나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뒤~! ㅋㅋ
장난~ 나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 거 알쥥? ㅎㅎ

너의 밝음이 없었다면 연구원 생활이 이처럼 건강한 에너지로 넘치지 못했을거야.
내가 고맙고 감사해. 우리 늘 되뇌이듯이 우리의 인연이 오래가도록 더 깊이, 더 마니 사랑하자...^^

사랑한다. 이 가을에도.
고맙다. 이 가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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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09.06 19:56:16 *.248.91.49
정현씨.
이제 하안거 결제가 끝났으니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왔어요.

"눈물로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추수하리라
뿌릴 들고
울며 가던 곡식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

소중한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수희향도
가을의 보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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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07 11:00:39 *.66.16.149
샘 바다는 잘 보고 오셨는지요...^^
그 바다에서 샘은 또 무엇을 건져올리고, 무엇을 흘려 보내셨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샘의 커다란 모자와 노란 운동화가 묘한 어울림을 자아낼 것 같은 가을입니다.
늘 어린아이같은 샘의 천진한 웃음이 주변까지 따스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는요...

샘의 반짝이는 눈빛이 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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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9.07 09:40:22 *.209.229.61
책만 붙잡고 있으면 모든 것이 나오지요.^^
나는 진심으로 독서테라피, 글쓰기테라피의 위력을 믿어요.
그 길을 가는 여정에 연구소가 있어서 정말 좋구요.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것 같군요.
삶은 사랑이고, 나머지는 모두 주석이다~~
모두 동의하구요,
 어쩐지 이 주제가 정현씨의 책쓰기 주제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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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07 11:04:41 *.66.16.149
그죠 선배님? 책만 붙잡고 있어도 좋은 사람들인데요, 저희들은요...^^

제 책의 주제...
사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그 무언가가 제 안에서 말을 걸어 오네요. 아직은 굉장히 뿌옇지만요.
선배님께서 해주는 한 말씀이 그래서 굉장히 크게 다가와요^^

일단 동료들과 선배님들과 <사자의 무리들>프로젝트 할 수 있게되어 참으로 좋아요.
그 작업하면서 더한층 많은 배움과 채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물론 저희들의 관계는 진정 "끈끈이 관계"가 되겠죠? ㅎㅎ

선배님 말씀처럼 "지대루~" 빠져 보려고요.
함께 작업할 그 시간들 지금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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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9.08 21:27:19 *.126.231.207
누나 글 읽다보니까
생각난건데
난 그리 인생을 심각하게 살지 않았거든
그래서 그냥 이대로 살면 적절히 잘 살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변경에 와서 자꾸 스스로를 보게 되다보니
내 인생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이 되더라구.
정말 다행인건 완전히 심각해 지기 전에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주워진것에
너무나도 감사해.
누나를 만나게 된것도 그 중 하나의 축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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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9.08 22:42:25 *.206.74.28
사랑하는 동생 철이에게.
철아. 네가 심각하게 살지 않았던 것은
인생이 네게 심각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였을지도 몰라.
어쩌면 넌 심각할 겨를조차 없이 하루하루 네 꿈을 향해 달려왔는지도...
난 그런 네가 장하고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누나는 말야. 아직 네게 다 하지 못한 말들이 있어.
철아. 우리 <사자의 무리들> 프로젝트 진짜 열심히 하자. 집중해서 말이지.
누나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러면서 우리 못다한 말들 풀어가자...

남자 형제가 없는 내게, 남동생이 되어 주겠다는 너는 내게도 축복이야.
고맙다, 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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