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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3일 22시 14분 등록

2003 10월 앨빈 토플러 박사가 <21st Century Strategies for Korean Businessmen>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신축 경영관 개관을 기념하여 학교에서 큰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강연이 있던 날, 나는 학과 동생과 함께 일찌감치 강당에 도착해 앞쪽에 자리를 맡았다. 눈 앞에서 세계적인 석학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시에 앨빈 토플러 강연 때문에 휴강된 경영학과 강의도 꽤 많았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님들까지도 설레는 마음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리라.

 

앨빈 토플러의 <3의 물결>을 읽기 시작하면서 6년 전의 그날 강의를 떠올려 보았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 그지 없다.) 많은 부분이 희미해졌지만 그가 강연의 초입에 언급했던 다음의 말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아무도 미래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며, 패턴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아니다.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 한국의 미래도 계속 변해가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를 향해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해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스러웠지만 제법 단호하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그의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첫째. 미래를 인지하는 방법으로서 패턴 인식을 언급했다는 것과 둘째. 미래에 대한 우리의 태도, 즉 선택이라는 부분이었다.

 

누구나 미래를 궁금해한다. 때때로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 점집을 찾아가 생판 모르는 이에게 내 속 얘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누구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심지어 작년의 나 조차도 오늘의 내가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 주말 오후에 이처럼 칼럼을 쓰고 있을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의 나 역시 내년, 혹은 10년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때때로 삶에는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일어난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크리스털 상점 주인이 늘상 내뱉던 말, Maktup(마크툽) - It is written 의 의미와 같이 내 앞의 모든 미래와 내 삶 전체가 이미 신에 의해, 혹은 운명에 의해 쓰여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내 삶 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무작정 받아들여야만 하는 무력한 존재인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한가지는 내 생각과 행동에는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습관, 행동의 습관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평소에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나란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성장시키고자 했던 욕구는 나를 여기 연구원이라는 현재로까지 연결시켰다. 내가 평소에 다른 패턴의 생각과 행동을 했더라면 연구원의 기회가 내 눈앞에 왔더라도 나는 그냥 지나쳤으리라.

 

내 앞에 놓인 어떠한 우연적인 아니 운명적인 사건에 대해 나는 제어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오늘의 나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은 내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를 강력히 엮어줄 끈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내 모습은 현재의 내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며, 그 선택들은 과거에서 지금까지 나라는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했던 패턴의 집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절망하기 보다는 오늘의 내 모습을 되돌아본다.

 

트렌드와칭(www.trendwatching.com)이라는 해외의 유명한 소비자 트렌드 전문기관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은 미래를 예측해서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재 어느 공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소비자 변화를 인지해 패턴을 발견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다. 미래는 언제나 이와 같이 현재 내 삶 주위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강연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날 강연에는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당시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개발한 기술 역시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나노 공학, 수소 공학, 그리고 유전자 조작 기술 등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기술과 지식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이와 같이 대답했다.

 

저는 미래에 대해 적응을 하는 것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연에 대비해야 할 것도 있고 저항을 해야 할 것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적응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행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개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사람들 모두가 성숙한 태도로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오늘의 나의 행동의 패턴, 생각의 패턴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종종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내 의지와 달리 삶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겠지만 그 패턴이 일정하다면 서서히 올바른 방향, 나다운 삶의 방향으로 틀어질 것이다. 내 찬란한 미래 또는 우울한 미래는 지금 여기 내 조그만 말과 행동, 생각의 습관들 속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습관들은 훗날 내 앞에 놓일, 미래를 결정지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쓰여져 있을 수도 있지만 미래로 가는 수많은 선택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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