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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0일 20시 52분 등록
  때는 1995년 12월의 추운 겨울 어느날. 당시 현재의 마눌님과 사귀고 있었는데 서울과 대구에 서로가 떨어져 있던차라 안부 전화를 하기위해 나갔었다. 그런데 허걱. 공중 전화 부스마다 줄을 길게 서있는게 아니겠는가? 잠시 고민이 들었었다. ‘추워 죽겠는데 전화는 무슨 전화. 그냥 방에 들어가자.’ ‘아니야, 전화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겠어. 조금만더 줄서서 기다려 보자.’ 체육복 바람으로 거기다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처지라 춥기도 무척 추웠지만, 불타는 사랑의 정신(?)으로 끝까지 기다렸다. 그러던차 드디어 내차례가 왔다.

나 : (교환해둔 100원짜리 동전을 연달아 동전 구멍에 넣고) ‘내다, 잘있었나?’

꽃사슴 : ‘그래요. (반가운 목소리로) 별일 없었는지?’

나 : ‘나야 잘있제. 근데 무지 춥다. 감기 조심해라.’

꽃사슴 : ‘네. 밥은 잘먹고 있는지...’

나 : ‘잘먹고 있지. (동전 내려가는 소리가 철컥 철컥 들리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나 : ‘주말에 내려갈테니까 그때 보재이~ (말이 끝나기 전에 전화는 끊겼다)’


  추억의 빨간 공중 전화기를 기억 하시는지? 당시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음직한 사례일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옴직한 사연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공중 전화기 앞에 이렇게 줄을 서는게 당연시 되었었다. 거기다가 앞에 사람이 한통화가 아닌 여러 통화를 거는 경우에는 전화를 빨리 끊으라고 삿대질를 하며 서로 언쟁이 오가기도 했었으니. 거기다가 전화기가 집집마다 보급이 안되었을 때는 전화 걸고 받기가 더욱 힘들었었다.

  그러던차 삐삐라는 것이 출시 되었다. 삐삐는 개인적으로 영업담당을 할때 회사에서 개인별 지급이 되었었는데 솔직히 당시에는 족쇄 같은 느낌이었다. 까닭인즉슨 매출, 수금 등의 사항으로 본사에서 연락이 오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10분내로 공중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했어햐 했기에 더욱 그랬었다. 그에관한 에피소드 하나.

  일반 버스를 타고 거래처로 이동하고 있을때 진동이 울리면서 모르는 전화번호가 화면상에 떴다. ‘어디지. 처음 보는 번호인데.’ 잠시 망설이다가 혹시 개설과 관련된 신규 사업자가 아닐까 해서 가던 버스에서 냉큼 내려 공중 전화 부스로 향했다.

나 : ‘삐삐가 와서 그러는데요. 어디시죠?’

00님 : ‘아,예! 전화를 잘못 걸었네요.’

나 : ‘우이씨 ...’

  다음으로 삐삐에 이어 씨티폰 이라는 것이 나왔다. 휴대폰의 전신이라고 볼수 있는데 당시에는 혁신적 이었다. 전화기를 손에 들고 건다는게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런데 이것도 불편함이 있었다. 전파가 짧다는 것도 있었지만 이동시 시속 60Km가 넘으면 통화가 되지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화가 와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전화가 끊기곤 하는 일들이 빈번 하였다.

  그러던차 어떤 상점에 들어갔는데 어떤 희안한 물건을 보았다. 크기도 클뿐더러(거의 흉기수준) 무전기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나 : ‘저게 뭐예요? (신기한 마음으로)’

상점 주인 : ‘아, 예! 휴대폰 이라는 겁니다. (거들먹 거리며)’

나 : ‘휴대폰요?’

상점 주인 : ‘예. 손에 들고 편리하게 걸수 있는 최첨단 기기 입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출시된 초기 제품의 휴대폰을 처음본 것이었다. 그때의 신기함이란? 어렸을적 검은색 다이얼식 전화기가 처음 우리집에 설치 되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 하였다고 할까? 그때만해도 지금같은 휴대폰은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일반 통신 기능은 기본이고 TV를 휴대폰으로 거기다 보고싶은 상대방을 영상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 시대까지 발전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통화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통화하는 문명화된 현재의 시간. ‘미래의 물결’에서 자크 아탈리가 언급했듯 인터넷과 함께 새로운 노마디즘을 상징하는 도구의 하나로. 정착자들에게 있어서 여행의 대체물이며, 유목민들에게 있어서는 자기들끼리 혹은 정착자들과의 접속을 장담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영토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소를 제공받은 기기인 휴대폰. 대한민국을 IT 산업의 강국으로 떠오르게 해준 휴대폰. 빨간 공중 전화기를 넘어 이 놀라운 문명의 이기가 앞으로 10년후가 되면 어떤 모습과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와 새로운 변화를 안겨줄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런 문명의 이기를 현재에도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나 : ‘(낑낑대며 상대방에게 휴대폰 문자를 전송하고 있다)’

후배 여직원 : ‘(힐끗 보며) 차장님, 뭐하세요!’

나 : ‘뭐하기는? 거래처 사장에게 문자 보내고 있지. (보면 모르냐는 식으로)’

후배 여직원 : ‘(답답해 보였는지) 줘보세요. 제가 문자 넣어 드릴께요.’

나 : ‘그럴래. 휴대폰 바꾼지가 며칠 안되어서 힘드네.’

후배 여직원 : ‘두두두두두. (휴대폰 문자 보내는 소리). 다보냈어요.’

나 : ‘(경이의 눈초리로) 우와, 허벌나게 빨리 보내네.’

후배 여직원 : ‘기본이죠. (당연하다는듯이)’


  기본 이라는 말이 나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기본이라? 그네들은 알까? 추운 겨울날 사랑하는 님과 통화하기 위해 체육복 바람으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전화를 걸던 그때의 모습을. 입사 지원서를 회사에 내어놓고 초조하게 집 전화기 앞에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너무나 반갑게 울리던 합격 통지서의 전화를. 해외에 계신 작은 아버님과 통화하기 위해 전화 안내원에게 부탁을 하여 한참만에 반갑게 생전의 목소리를 듣던 그때 그시절을. 정답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던 전화기를 기억하며 그마음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IP *.168.1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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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1 01:34:50 *.40.227.17
승호 오라버니~

대학입학 합격자 발표날..  모 신문사에 아침 일찍 확인했는데.. 명단에 없다지 뭐에여..ㅎ
그래서.. 충격 팍팍 먹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 다시 확인하니.. 이름이 있다잖아여..ㅎ 걔네.. 무쟈게 기본이 안됐져..
이거이가.. 전화와 기본에 얽힌 나의 추억? 엥? ㅋㅋㅋ

뭐.. 기래도.. 그 신문사 신문.. 아적꺼정 구독하고 있는데.. 저.. 의리 팍팍..아네여?ㅋㅋㅋ

오라버니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꽃사슴 목소리가 제일 사랑스럽져?
마눌님.. 꽃사슴.. 보나 언니..  잘 지내시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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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09.01 06:33:15 *.12.20.78
정겹고 재밌네.ㅋㅋ 동시대 사람으로써 공감 공감. ^^  
맞어. 이름도 이쁜 삐삐. 울 그이가 내게 다가올 때 삐삐 음성메시지에 마음을 저장해 놓곤 했었지. 음...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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