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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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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00시 49분 등록

<1>

향아 먼 별이가 곤히 잠든 수희향을 깨운다.

 

?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수희향이 간신히 대답한다.

 

일어나봐. 나랑 갈 때가 있어. 네게 급히 보여줄 게 있다고 정말로 급한 일인지, 약간은 다급한 목소리의 먼별이가 향이를 재촉한다. 목소리의 진지함 때문인지, 쉽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수희향이지만 벌떡! 일어난다.

 

! 알았어! 근데 뭐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설명할 시간 없어. 일단 따라와봐!”

 

먼 별이가 이끄는데로 수희향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날았다. 아니 헤엄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느낌이 아주 좋았다. 물 속보다 하늘 바다는 그 느낌이 훨씬 더 부드러웠다. 얼마쯤 지났을까? 발 밑에 낯익은 여자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라 저 여자. 어딘가 낯이 익네. 근데 누구지…?’ 수희향은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슈타뻑스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낯익은 여자가 소리친다. 목소리도 친근한데, 도저히 알 수 없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는 자기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피켓을 목에 걸고, 목이 터져라 슈타뻑스는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다. 왜 그러지? 커피를 싫어하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수희향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점점 여자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여자가 목에 걸고 있는 피켓에 그려진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 거기에는 한옥집으로 꾸며진 커피 하우스가 그려져 있고 그 밑에는 우리 문화 지키기라고 쓰여져 있다. 그 때였다. 먼 별이가 말을 걸어온 것이.

 

이제 이해가 돼? 저 여자가 왜 슈타뻑스를 물러가라고 시위를 벌이는지?”

 

그런 거 아닐까? 인사동은 우리 전통 문화의 거리인데, 그곳에까지 미국 문화가 침투해 들어온 것이 싫었겠지. 커피라는 음료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체인점으로 상징되는 문화의 동질성을 거부하는 거 아닐까?” 말을 시작하자 어쩐지 향이에게 그녀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오는 것 같았다.

 

그래 맞어. 그럼 이 장면을 잘 기억해 둬 먼 별이가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어느새 하늘 바다를 다시금 헤엄치고 있었다.

 

<2>

얼마 뒤였다. 어라! 또 똑 같은 여자가 보이네 향이의 생각을 읽은 먼 별이가 답한다.

 

그래, 맞어. 같은 여자야. 이번엔 어떤 모습인지 잘 봐봐

 

세상에 다가가자 조금 전 그 여자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번에는 GFC 주방에서 열심히 꼬꼬닥을 튀기고 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아까와는 달리 얼굴 표정이 무척이나 어둡고 피곤해 보인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수희향이 먼저 입을 뗀다.

먼 별아, 저 여자 말이야. 아까 그 여자인데 이번에는 왜 저러고 있어? 그리고 표정은 또 왜 저렇게 어둡고 피곤해 보이지?”

 

지금 저 여자는 GFC 점주야. 점포 수익성이 나빠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기가 직접 주방에서 꼬꼬닥을 튀기는 거야. 문제는 GFC측에서 내년에 로열티 가격을 또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오늘 받았거든. 그래서 표정이 저렇게 어두운거지.”

 

아하. 그렇구나. 참 안됐네. 근데 먼 별아. 저 여자 둘, 아니 한 여자. 어쩐지 굉장히 낯이 익어. 마치 내가 아는 사람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당연히 기억이 나질 않을 밖에. 너는 지금 2019년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기억이 나겠어?” 이 말을 하는 먼 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고 만다.

 

뭐라고? 2019년이라고? 그럼 혹시 저 여자 둘, 아니 한 여자…?

 

맞어, 바로 너야. 향이 너의 미래 모습. 하하하

 

뭐야? 근데 내가 왜 GFC 주방에서 꼬꼬닥을 튀기고 있어? 말도 안돼!”

 

그럼, 인사동에서 슈타뻑스 물러가라고 외치는 네 모습은 어때? 그 모습은 마음에 들어?”

 

그럼, 마음에 들고 말고. GFC의 소작농이 되어 사느니, 1인 문화혁명가가 되어 살고 싶다고!” 피곤한 모습으로 꼬꼬닥을 튀기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우리의 향이가 꽤나 비장한 표정으로 외친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말이야. 어떻게 미래가 두 가지 모습이야? 어떻게 두 가지 다른 내 미래를 볼 수 있었지?”

 

크큭. 그 질문을 왜 안 던지나 했어. 그게 바로 내가 널 서둘러 깨운 이유야. 오늘은 일 년 중 유일하게 딱 한 순간, 너의 탄생별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날이야. 그 시간은 불과 1시간에 불과한데, 그 동안만큼은 내가 네게 너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어.”

 

그런데?” 자신의 두 가지 다른 미래를 본 수희향은 먼 별이가 엄청난 우주의 비밀을 이야기해주는 것에는 오히려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 과학을 못하는 수희향답다. 하하.

 

그래서 난 네게 너의 두 가지 미래를 보여준 거지. 선택은 우주가 그러하듯 늘 네 몫이야.”

 

내 몫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궁금증이 가시지 않은 표정의 향이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지금부터 10년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너는 인사동의 문화 혁명가의 미래로 갈 수도 있고, GFC의 소작농이 될 수도 있다라는 말이지. 즉 미래는 오늘 네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달린거라고.”

 

아하~! 그런 거야! ~ 내 눈으로 이렇게 두 가지 다른 삶을 보니까 그 말이 더 한층 실감나게 느껴져. 고마워, 먼 별아!”

 

이게 우리가 만나기 전에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으면 해. 이제 다음 주면 우리 만날거잖아. 장소 또한 우리네 인간들만큼이나 상처 많은 땅, 발칸이야. 어찌보면 변경영 연구원들에게는 뜻깊은 성소가 될 수 있겠다 싶어. 그럼 다음 주부터는 인사동의 문화 혁명가가 되기 위해 멋진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걸어가자~!”

 

먼 별이가 사라진 그 곳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향이의 새로운 날을 축복이라도 해주는 듯이

 

 

그동안 향이가 먼 별이를 무사히 만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당~ 드디어 다음 주면 향이가 먼 별이를 만난다고 하네요. 8월 한달에는 먼 별이가 향이를 만난 특별 싸비스로 타임 머신을 타고 계속해서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그럼 <타임 머신 2>는 발칸을 다녀와서 계속되겠습니다! ^^

IP *.249.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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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08.03 22:12:18 *.12.20.123
오늘 지하철 플랫폼에서 스타벅스 광고를 보는 순간 인사동 스타벅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언닐 보았어. 유난히 걷기 힘들어하는 언냐가 가녀린 몸으로 이를 앙물고 서있는 모습....며칠동안 한지는 모르지만 기자가 다가와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언냐는 거침없이 부당함을 설파하고... 외국기자에겐 영어로 인터뷰하고...ㅋㅋ

그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문자로 보냈듯이 우리 연구원 과정 끝나기 전에 1일 시위 함 하자.
가5기 어느 한 날을 잡아서 각자 관심있는 이슈로 동시다발 적으로 1일 시위를 하는 거야. 배운걸 행동으로 옮기는 거지. 난 학교 우유급식 저지하러 가고.ㅋㅋ  우리 날 선선해지면 함 해보는 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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