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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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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4일 12시 29분 등록

부제: 문제해결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인간들은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사람구실을 하며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성적이 안나오는 것도 문제고, 경제상황에 좋지 않아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취업을 해도 한 직장에서 오래도록 살아남기가 힘들다 하니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속을 썩이는 것도 문제고, 자식이 혹은 부모가 속을 썩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남들보다 돈을 못 버는 것도 문제고, 남들보다 학벌이 안 좋은 것도 문제고, 남들보다 직장이 안 좋은 것도 문제고, 돈을 많이 벌어도 사는게 재미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도 문제고, 몸짱이 아닌 것도 문제고, 더 비싼 옷, 더 비싼 차를 사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무지 지금 닥친 문제는 고사하고 앞으로 생길 수많은 문제들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인생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인생이 높고 험난한 산을 하나씩 넘어가는 과정같이 느껴집니다. 하나 넘으면 더 높은 것이 나오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산 말입니다.

이렇게 살면서 많은 문제들을 겪다보니 사람들은 문제를 풀기 싫어합니다. 되도록이면 문제를 만나지 않고 피해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요즘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은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문제를 만나면 해결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일으킨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 고치고 나면, 그 문제는 해결됩니다. 그런데 필자는 해결되었다기보다는 '해결된 것 처럼 보인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쉬운 예로 벌써 몇 년째인지도 기억하기 힘든 취업난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하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래도록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간단한 답을 내립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그 답을 얻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일까요?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맥락을 확장시켜 직업이라는 것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업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혹 자신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먹고 사는 것 부터가 행복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안 좋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간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닌 문제를 키운 꼴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유 중 몇 가지를 짚어볼까 합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각하는 문제라는 것이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혹은 진짜 문제라는 것은 무엇인지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긍정적인 관점와 부정적인 관점에 대한 예를 들 때, '물 반 컵'의 비유를 듭니다. 정확히 컵의 절반 만큼 들어 있는 물을 보고, 어떤 이는 "물이 반 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물이 반이나 있다"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물이 반이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이에겐 그것이 문제로 인식되는 반면, 다른 이에겐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됩니다. 이 비유를 보면 인간이 만들어 낸 많은 문제는 관점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컵에 물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문제인가?"라는 것입니다. 앞서 든 예에서와 같이 인간의 관점을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이는 분명 어느 관점을 갖느냐와 상관없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결국 긍정적인 사고라는 것도 어느 상황에서나 다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이는 인간이 세상을 보는 이분법적 혹은 이원적 관점, 그 자체가 지닌 한계입니다. 또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개발하여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기계발 분야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변화하길 원하고 성장하길 원합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성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본성의 일부가 현대적인 맥락으로 발현된 것을 지금 우리는 '자기계발'이라고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의 자기계발은 이처럼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개발하고 자연스러운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아름다운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처 대중들은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던 것들을 문제로 만들어가며, 그 문제들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느라 급급하다는 느낌입니다. 근본적인 잠재력을 개발하기는 커녕, 수많은 문제들을 힘겹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자기계발일까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은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양자론이 전하고 있는 가장 충격적인 통찰 중의 하나인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은 이에 대한 크나큰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의 물 반 컵의 예에서처럼 인간은 반드시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렇다면, 둘 다 선택하거나 혹은 둘 다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순한 인과론적 사고 역시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루기보다는 임시방편의 해결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더 많은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초등학교 학급의 면학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 핸드폰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수업시간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거나, 학생들이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취한 조치입니다. 과연 학생들이 핸드폰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한다고, 아무도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고 면학분위기가 좋아질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들 간의 연락체계 단절과 같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부작용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는 사회적인 현상이나 제도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들 역시 자신이 떠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짜 원인도 아닌 것을 원인으로 생각하며 이를 교정하는데 전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맥락이 조금만 확장되면 그것이 진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더욱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실 원인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개봉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보신 분이라면 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드)의 상대역인 데이지(케이트 블란쳇)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입원한 데이지를 찾아가며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는 벤자민의 독백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문제들의 원인은 결국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의 지난 블로그 포스트(http://choicoach.com/196)를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맥락의 확장은 결국 문제를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작게는 자기계발, 크게는 인생에 있어서 그동안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었던 접근방식에 대해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인간의 인생이란 것이 살면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을 그때 그때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불과한 것인지 말입니다. 혹은 우리가 그 동안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 되었건 누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원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그것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길 원할 것입니다. 현재 양자론을 비롯한 최신과학 이론들은 하나 같이 그동안 우리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해왔던 수 많은 견해들을 뒤흔들며, 이전엔 결코 풀기 어려웠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풀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변화와 성장과 관련해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인간의 잠재력 개발 분야에서도 최전선에 서있는(필자의 개인적 견해임) 코칭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필자 또한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는 그 변화의 물결은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문제해결의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행복으로 가는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자의 위치가 언제나 동일한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되며, 또 "전자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가 어떤가?"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되며, "전자는 정지해 있는가 어떤가?"라고 물었을 때에도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된다. 그러면 "그것은 운동하고 있는가 어떤가?"라고 물었을 때에도 우리는 역시 "아니오"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 Robert Oppenheimer

코치 최지환 (http://choi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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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9.07.16 10:10:33 *.251.224.83
 

문제problems라는 말의 어원은  '앞에 던져진 것'을 뜻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넘어가든 치우고 가든, 안고가든 돌아가든 해야 하겠지만
반드시 고쳐서 바로 잡아야 할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또 문제는 장애물이 아니라 이정표라는 관점도 있지요.
이 문제가 내게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생각하는 훈련만 되면,
어지간한 문제에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않더라구요.

열심히 쓴 글을 읽고 그냥 가기 서운해서
'문제'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걍 써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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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코치
2009.07.16 20:12:40 *.70.187.106
댓글 없는 글에 상처받을까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블로그에서 남겨주신 내용도 잘 읽어봤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중한 조언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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