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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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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0일 05시 26분 등록

선생님.

달리는 지하철 안 입니다. 마음이 한없이 슬픈 날들인데 선생님의 책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 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무척 그리워했던 엄마를 만난 냥...

 

선생님. 그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않았습니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랬나 봅니다. 인식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닙니다. 연구원이 되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레이스 마지막에는 미제출하여 포기할까도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나의 굳은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원으로 뽑아주신 선생님을 원망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이고 나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그 마음이 이 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이때까지의 제 삶 곳곳에도 있었음은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슬픕니다. 저 장대비처럼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지금 제가 우는 것은,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온 불쌍한 내 모습 때문인지, 숨겨 놓았던 아픔이 머리를 들추고 나오려 하기 때문이지, 나의 실력 없고 형편없는 모습이 보여지기 때문인지.

 

늘 이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고 살아오지 못한 것으로 인해 나 자신을 부족한 아이라고 자책하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잠들지 못했고,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불안한 아이였죠. 내 몸을 혹사 시킨다고들 했지만 전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분명 어깨 툭 치며 별것도 아닌 걸로 응어리를 안고 있구나. 넌 열심히 살았고 잘 견뎌낸 거야.’ 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제 일이 되니까 왜 이리 쉽게 떨칠 수가 없는 것인지요. 그로 인해 되지도 않게 척했던 제가 가엾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괜찮다.. 괜찮다.’ 해 주시면 이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건너편에 앉은 이가 알아 챌까 짧은 머리를 내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게 부끄러워 벌떡 일어나 지하철 노선표를 쳐다보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셨군요.

변화의 길목에서 느껴지는 이 상실감, 적대감, 좌절, 두려움... 나아가 원망에 이르는 이 절차를 선생님은 알고 계셨군요. 그럴 테지요. 이런 마음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어찌 알겠습니까?

 

지난 수업 끝나고 하루가 지나고 며칠 동안은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울었습니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설거지를 하여도, 베개를 베고 누워도, 친근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났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의무를 주며 할 일을 주고 숙제를 내줌으로써 그들을 못 견디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듯이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저의 마음에 깨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진정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이 어떤 고통을 수반하는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지 알고 계시기에, 이번 책에서 증상을 열거하고 처방까지 내려 일러주셨지만 이 미련한 제자는 자꾸만 선생님 옷자락을 댕기며 칭얼대려 합니다.

 

선생님, 원망스럽습니다.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이 원망스럽고 연구원이 되어 선생님의 제자가 된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냥 세상에 묻혀 살걸 그랬습니다. 그냥 치이면 치이는 대로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살걸 그랬습니다.

 

이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콤플렉스를 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변화입니까? 진정한 자아 성찰은 어떤 방법으로든 입 밖으로 토해 내 허공으로 날려 버려야 하는 겁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직 나 자신을 태우는 내면의 등불을 밝힐 수 없는 것입니까? 아니면 제가 나약하여 이리도 가슴 터져 하고 있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안고 위안을 얻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지금 제게 들려 주실 말씀도 이런것이 아닐런지요.

 

적절한 적대감은 결국 본인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지 않고는 과거를 떠날 수 없다. 자기의 창조와 생성은 어쨌든 스스로를 공격해야 한다. 씨앗을 쪼개야 싹이 나올 수 있다.’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혁명은 언제나 기존의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것은 당황스럽고 길을 잃게 하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늘 과거와 분쟁이 그치지 않는다. 사랑만큼 우리를 달라지게 하는 것도 없다. 사랑에 빠지면 눈조차 멀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많은 흥분과 미움과 증오와 눈물로 짜여진 옷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변화는 자신에 대한 치열한 사랑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상황의 먹이가 되어 쫓기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이 변화의 요결임을 강조한다. 그 길은 어려운 길이다. 그 길은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붙잡고 일어서야만 하는 자기존중과 애정이 필요한 대장정이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의 진실이 아니다. 늘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는 정신은 죽은 것이다.”

 

존경하는 쏘시개 불꽃선생님.

선생님께서 하이 파이브 하자고 손을 내미시니 눈물 훔친 손으로 세차게 손을 마주쳐 봅니다. 이것은 제가 별 네 개를 준 사진이지만  춘희야. 조금만 더 용을 써봐라. 그 단계를 넘어야 하느니라.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다 그런 고통이 따르는 것이란다. 넌 할 수 있다. 힘 내거라!” 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더 이상은 이런 일로 눈물 질질 짜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슬픔에 하늘도 같이 울어주니, 세상이 눈물에 잠기면 안 되잖아요.^^ 다음주 나의 이야기를 쓰면서 진짜로 떨쳐 버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기억나게 한 꽃씨도 잘 심어 보겠습니다.

 

이 참에 그 꽃씨가 무슨 꽃인지 꽃 그림까지 그려보라구요?  좀 무리긴 하지만 그것이 선생님의 기쁨이라면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기쁨이 곧 저의 기쁨이니까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
두 팔을 벌려 빙빙 돈 후 무릎을 살짝 굽히며) 하늘 만큼, 땅 만큼이요!!


 

IP *.12.2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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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07.20 08:33:51 *.248.235.10
춘희는  비내리는 날
자기마음을 그대로 다 말할 수 있어서 좋았겠고
선생님은 하늘만큼 땅만큼 춘희사랑 받으셔서 행복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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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8:46:10 *.45.129.185
홧팅, 이 때가 아니면 안됨을 잘 알고 있을테니 눈 부릎뜨고 직진하삼.

가다가 에너지 딸리면 말하삼. 삼계탕 사줄테니. 아 참 너 단식중이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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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9:14:24 *.12.130.112
춘희야 오빠가 아무락도 너 다욧 중인거 알고 부러 삼계탕 사준다고 한 거 같옹~~~
다욧 그만해. 우리 찜찜해~~~~
우린 "밥 한 공기 추가요! "하고 외치는 글래머러스한 춘희가 삐쩍 마른 춘희보다 쪼아쪼아~~

춘희야. 넌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너만의 매력을 너만 모르는 거 맞는 거 같아.
외모도 내면의 보석도.

잘 울었어. 하지만 징하게 죽었으면 밝게 살아나야 한다는 거 절대 잊지마.
살기 위해 죽는 거지, 결코 그 자리에 주저 앉으려고 죽는 거 아니니까 말이지.
사회가 네게 바라는 거, 네가 사회에서 바라는 거에 절대 걸리지 말라고.
오직 너 안으로 들어가서, 그 깊은 곳에서 반짝이며 네 손길을 기다리는 그 보석을 캐어야만 해...

이 언냐가 낼,모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언능 일처리 할팅께 곧 보자...
네가 참 마니 보고 싶었던 한 주 였어...
혼자 아닌거 한 순간도 잊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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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10:11:58 *.160.33.149

오, 춘희야.  선상님이 감동먹었다.  너에게는 감동먹이는 재주가 있다.  그건 네가 먼저 감동하기 때문일께다. 
그동안 오래 도시의 여인으로 살았나보다.   도시인들에게는 너의 자연력이 필요하구나.   시와 글과 아이와 자연으로 무장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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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10:31:26 *.230.92.240
춘희 언니~^^

지하철에서 울었다면.. 이제 더 이상 울지 않게 될지도 몰라여.. 저는 그랬거든여..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게 제일 쉬운 일이 거 같으면서도.. 정말 모르겠다는 거..ㅎ

언니~, 아직 진정한 언니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사부님을 믿고.. 우리를 믿고.. 그냥.. 한번 걸어가 보는거 어때여?
평소에 보여지는 언니 모습 그대로.. 씩씩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

역~쉬.. 마지막은 춤 배우셨다더니.. 자아를 버린? 뱅그르르.. 애교가 돋보이는 마무리를 보여주시네여..ㅋㅋㅋ
이거이가 바로!  춘희 언니야만의 여인의 향기?
춘희 언니~ , 만세~만세~ 만만 세이~~~^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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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인
2009.07.20 11:50:17 *.10.109.232
춘희야!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생각난다.
5기 연구원들이 자신을 찾고 자신을 꽃피우는 그곳을 향해 함께 날아가고 있다는게 참 행복하구나.
너의 살아있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 울림으로 나를 돌아본다.
'쏘시개 불꽃' 싸부님이 '끼룩끼룩' 계속 힘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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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21:45:42 *.145.58.162
토닥토닥
언니 보믄 안아주고 싶을 것 같아요
눈물에는 두 종류가 있대요
속의 것을 밖으로 토해내 속풀이하는 눈물
밖으로부터의 충격과 분노를 안으로 받아들이며 속태우는 눈물
언니는 첫번째꺼죠? 다 잘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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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7.21 20:01:34 *.216.130.188
누나는 언제나 봄이구나.
감동을 늘 품고 있으시니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오시는거죠.
어떤 힘든일이 있어도 누나와 있으면 봄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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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7.21 21:08:57 *.131.127.100
! emoticon  아르르르 깍꿍!

힘내라 힘! 힘내라 힘!
다이어트 후에 보양 잘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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