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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6일 03시 16분 등록
  09년 6월 29일 군산행 출장길 KTX 기차안. 나의 옆에는 40대 중후반으로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00님 : ‘이거 하나 드시죠.’

       (과자를 본인만 먹는게 미안해서인지 말을 전하면서 나에게 건넨다.)

나 : ‘네, 고맙습니다.(황송한 마음으로)’

나 : ‘어디까지 가시나요?’

00님 : ‘익산요.’

나 : ‘네! 가방이 캔버스 형태인 것을 보니 미술 계통에 종사하시는 모양이죠.

     (유심히 관찰한듯)’

00님 : ‘(싱긋이 웃으며) 미술은 아니고요. 종이 인형 작업을 해요.’

나 : ‘아! 김영희씨 같은?’

00님 : ‘(의외인듯) 닥종이 쪽으로 아시는 모양이죠.’

나 : ‘(겸연쩍은듯) 아, 예.’

나 : ‘전공이 그쪽이신 모양이죠.’

00님 : ‘아뇨, 전공은 유아교육 쪽인데 관심도 있고 다른쪽 계통으로 진출을 하고 싶어 5년

       전부터 시작을 했어요. 명함을 하나 드릴까요?’

       (명함에는 00 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라는 호칭이 명시되어 있었다.)

나 : ‘대단하시네요.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 종이 인형쪽으로는 전망이 어떤지요?’

00님 : ‘가격이 고가라 그런지 아직은 수요가 많지는 않아요.’

나 : ‘(고개를 끄덕이며) 구매를 하는 사람이 많이 없으면 전망이 밝지는 않겠네요.’

00님 :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렇지 많은 않아요. 아직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빈자리가 많고 시장성을 넓혀나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제성격이 한번 시작하

       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기에 꼭 이분야에서 이름있는 작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

       요.’

나 : ‘아, 예!(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마흔살이 넘어가니까 조금씩 세상 돌아가는 모습과 사람 사는 모습이 새롭게 마음에 들어오는것 같다. 옛날 어르신분들이 얘기했던가. 둥근 것이 세상이라고. 나는 나의 타고난 체질 및 성격 탓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현재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적응력이 빠른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저런 좋은 재능을 타고났지 못했을까 라는 자조적인 마음과 함께. 그런데 이것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이제는 받아 들여지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어차피 주어진 기질 못나든 잘나든 내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여기서는 위에서 들은 사례에서 보듯 똑같은 상황에서도 달리 해석을 내리는 것처럼,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몇가지 부분을 좋은점으로 바꾸어 풀어 보고자 한다. 물론 쉽지많은 않지만.  


1. 책을 빨리 읽지 못한다.

  연구원 생활을 하는중에 곤란한 점을 느끼는 점중에 하나이다. 나는 평소 책을 읽을 때 곰곰이 생각을 하면서 읽는 스타일이다. 대충 넘어가지를 못하고 이해가 안되면 다시 앞장으로도 회귀하는 통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연구원 생활동안 과제로 주어지는 책들의 페이지는 장난이 아니다. 800p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그덕에 나는 말그대로 임무완수를 위해 읽을 상황이 되면 목숨을 걸고 읽는다. 이것의 잇점은?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대신 꼼꼼히 내용을 그려가며 읽는다. 상상을 하듯이.

(그런데 이렇게 정성스럽게 읽어도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것은 왜일까? 에구~ )


2. 60Kg이 나가지 않는 날씬한(?) 체중

  말라 보이는 몸무게를 불려보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였으나 잘되지 않는다. 간식도 많이 먹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저녁식사를 하는데도 그 살은 다 어디로 가는지? 마눌님과 60Kg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는데 어쩌나. 이것의 잇점은?

가. 체중이 나가지 않는 관계로 남들보다 걷는 속도가 빠르다. 바람같다.

나. 동작이 민첩하다.

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3. 예민한 성격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면 무엇하나 곱게 넘어가는 경우가 잘없다. 그만큼 남들보다 적응력이 늦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와같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 무던한 사람을 보면 참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그렇다면 이 예민한 성격의 잇점은 무엇일까?

가. 적응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므로 방법론이 많이 떠오르게 된다.

나. 방법론에 따른 좀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한다.

다. 스타트는 늦지만 일단 적응을 하면 그 환경에 오래 머문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는 얘기를 듣는다.


4. 예민한 나의 대장(大腸)

  나의 대장(大腸)은 예민하다. 신경성인지는 몰라도 나는 조금만 음식을 잘못 먹거나 하면 그대로 설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참으로 편리하다.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자연적인 반응이 나오니. 이것의 잇점은?

가. 항상 음식에 대해 조심을 한다. 그래서 아무 음식이나 덜컥 먹지 않는다.

나. 변비는 나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5. 멀리 넓게 보지 못하는 시야

  조직생활을 하면서 상사로부터 듣는 피드백중에 하나가 ‘이승호씨는 멀리 넓게 보는 노력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관리자가 될 수록 이 능력은 꼭 필요한데 나는 근시안적인 조망권을 가지고 있으니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니 이것에도 잇점이 있었다.

가. 멀리 보지 못하는 대신 세말한 곳을 보게 되었다.

나. 넓게 보지 못하는 대신 좁고 깊게 보게 되었다.


6. 감성적인 성격

  오래전 박신양씨와 고 최진실씨가 부부로 출연한 ‘편지’라는 영화가 있었다. 늦은밤 박신양씨가 악성 뇌종양으로 죽어가면서 고 최진실씨에 남긴 영상편지 장면을 보고, 내가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와이프가 옆에서 하는말. ‘참 남자가 오지랖도 넓네.’

  나는 남자치고는 감성적인 성격을 타고났다. 이런 잇점은?

가. 현장 교육을 할시 주대상층인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멘트와 어필을 무척이나 잘한다.

나. 남들보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며 공감을 잘한다.


7. 안구진탕(Nystagmus)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율동적인 안구 운동으로 의학서에는 기재가 되어있다. 나는 사물을 볼 때 눈동자를 고정시켜 보지 못한다. 눈동자가 항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관계로 피사체인 사물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것이다. 덕분에 학창시절에는 책을 읽을때나 칠판의 글씨를 볼 때 무척이나 많은 애를 먹었었다. 덕분에 항상 남아서 옆에 친구의 노트를 복귀해야 했으니. 이것의 잇점은?

-->눈의 소중함을 남들보다 정말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소원중에 하나가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책을 보는 즐거움을 가지는 것이다.


8. 융통성 없는 기질

  이런 기질탓에 영업 파트에서 근무를 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었다. 거래처 사장들과 매출이라는 지상과제를 두고 협상을 할때에는 속일 때도 있어야 하고 으름장을 놓을 때도 있어야 하였는데, 나는 오로지 정공법적인 스타일을 고집했다. 내가 열심히 하는만큼 댓가가 돌아오겠지 라는 미련스러운 마음과 함께. 이 성격의 잇점은?

가. 맡은바 업무에 대해서는 누가 뭐래도 최선을 다한다. 악으로 깡으로.

나. 이런 나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인연은 오래 남는다.


9. 포커페이스가 되지않는 나의 표정

  나는 남을 속이는 일을 잘하지는 못할것 같다. 표정에 벌써 싫고 좋음의 모습이 나타나니. 이것의 잇점은?

가. 말그대로 행동 따로 본심 따로가 아니다.

나.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10. 코

  천성적인 코뼈의 휘어짐으로 나는 한쪽 코로는 숨을 거의 쉬지 못한다. 이점은 현재에도 그렇지만 남들만큼 빨리 산소를 들여 마시지 못하기에 무척이나 불편한 점이 많다. 더구나 코감기라도 걸리는 경우면 어휴~ 이런 약점의 잇점은?

가. 산소의 귀중함을 항시 느끼고 있다.

나. 콧구멍이 두개인게 다행이다.

IP *.168.1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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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7.06 03:25:31 *.168.110.48
이제까지의 칼럼중에 가장 힘들었던것 같다. 현재 시간 새벽 3시30분. 시간도 가장 많이 걸렸고.
글의 진도도 나가지 않았었고. 나의 이야기라 쉽게 써질줄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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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5:04:30 *.246.196.63
컬럼을 읽으면서 약점은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데요
요리 보면 강점, 저리 보면 약점~ 중요한 건 보는 시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 걸린 글인 만큼 깊이 생각하고 생각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

ps. 저두 먹어도 안찌는 체질이었음..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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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07 01:47:09 *.233.20.240
승호야...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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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7.07 16:09:16 *.94.31.26

승호!  ^^ emoticon

사랑한다.emoticon


보고 싶다.emoticon    빨리 토요일이 와야 헐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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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23:35:08 *.178.155.91
승호 오라버니~

저는 오라버니가.. 오라버니의 껍질을 쪼~께..
그러니까 아주 쪼께.. 바늘구멍 정도의 크기루다가.. 
구멍을 살~짝만 내면.. 훨씬 더 매력있을 거 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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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7.08 20:42:33 *.107.35.44
노력할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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